한국한의학연구원 이혜정 원장이 지난해 11월 8대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을 맞고 있다.
이 원장은 개원 21주년 기념식에서 향후 20년 이내에 중국 중의과학원 처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연구기관으로 거듭 날 것을 독려했다. 연구역량에 있어서 만큼은 중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이 주도하는 동·서의학 협력 모델을 개발, 세계 의료시장에 진출함으로써 100세 시대를 맞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한의학연을 꿈꾸고 있는 이혜정 원장.
최근 한의 관련 이슈와 한의학연의 미래 비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
한의학 중심의 동·서의학 협력 모델인 ‘선진의학’으로 세계 진출 꿈꿔
韓 연구역량 中에 뒤지지 않아…특화 영역 집중해 量보다 質로 승부
‘한의 임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연구성과 창출’
지난해 11월 한국한의학연구원 8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혜정 원장이 첫 번째로 강조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취임한지 3개월 만인 지난 2월 성과 창출 경영, 수요자 중심의 연구, 창의적 융·복합 연구, 개방적 대내외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 원장은 지난 1년 간 한의계와 과학기술계, 국민과 정부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구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뒀다.
수요자 중심 연구 역점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한의 임상연구를 강화하고자 임상연구부를 신설했다.
지난 4월에는 대한한의사협회와 수요자 중심의 연구를 통해 한의 임상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키로 하고 기획·정책·홍보·연구 4개 분야별 실무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일선 한의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임상현장의 모든 데이터를 논문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10월부터는 전국 시도지부한의사회도 직접 찾아다닐 예정이다.
이는 그동안 일선 한의계로부터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어 온 임상 활용도 높은 연구성과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다양한 계층의 수요와 미션이 주어질 수 밖에 없는 정부 출연연의 특성상 이중 어느 하나라도 등한시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구원에 대한 수요가 매우 다양합니다. 한의계는 한의약 서비스산업 육성을, 정부는 한의약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국민보건의료를 향상시키는 거시적 목표를 가지고 있죠. 기업 측면에서는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술지원을 바라고 국민은 보다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한의약 치료를 받기 위한 객관적인 근거를 원해요. 이러한 수요를 분석해 보면 기술의 활용 단계에서 수요계층별로 요구가 조금씩 달라지고 각각의 기술에 대한 수요의 강도도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기획단계에서부터 계층별 수요를 반영시키는 보다 세심한 연구개발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한의학연은 임상현장에서 필요한 연구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특히 올해부터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고자 연구개발 수요조사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확인된 수요를 연구개발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혜정 원장은 지난 1년간 마련한 기틀을 바탕으로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성과를 창출하는 데 역량을 모을 방침이다.
“먼저 한의학연의 효율적인 연구시스템을 확립하고 핵심 우수 성과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임상 한의계와 관련 대학, 산업계 등이 서로의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미래 선진 한의학, 글로벌 리더로서의 한의학연을 위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나아가 선진의학 차원에서 스타과제를 발굴해 육성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학계의 리더가 되는 것, 세계 의학계에서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학자들이 이를 배우러 우리나라에 올 수 있도록 세계화 차원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임상과 연계된 임팩트 있는 성과 창출
올해로 개원 21주년을 맞은 한의학연.
새로운 비전과 미션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혜정 원장은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가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임팩트 있는 성과를 창출하되 이 성과들이 임상현장과 연계돼 그 수요를 해결해주고 한의학의 가치를 제고시키는데 기여하는 한편 서양의학은 물론 줄기세포, 시스템생물학, 후성유전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한의학이 미래 선진치료기술로 명실상부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20년 이내에 중국 중의과학원과 같이 한의약을 통한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라는 꿈을 안고가기를 바랐다.
이 원장에 따르면 만성·난치성 질환이 증가하면서 서양의학도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를 인식한 선진국들은 전통의학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세계 전통의약시장 규모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중의약 육성정책이 있었기에 세계 전통의약시장에서 중의학이 29.41%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다는 것.
특화영역, 핵심원천기술에 역량 집중
더구나 중의과학원의 규모는 한의학연과 비교했을 때 15~20배나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방 이후 한의약육성법 제정, 한의약정책관 직제 설치, 한국한의학연구원 설립, 군의관 및 한방공중보건의 제도 시행, 국립 한의과대학설립 등 60년 넘게 한의약에 대한 틀을 잡아와 어느 나라보다 전통의약시장을 선점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진 의학’으로 세계시장 진출
“중국이 규모나 인프라 면에서는 탁월합니다. 그러나 연구 수준이나 능력면에서는 우리가 오히려 앞서있지 뒤지거나 열악하다고 여겨지지 않아요. 규모로는 따라갈 수 없으니 질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죠. 인력이나 예산을 좀 더 확충하고 특화된 영역과 핵심 원천기술에 한국 한의약의 연구역량을 집중시켜 경쟁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원장은 전통의학이라는 이름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서로 협력하되 한의학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선진의학’을 꿈꾸고 있다.
“한의학연의 새로운 20년은 수요자 중심의 성과 창출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국가적 아젠다를 해결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육성에도 도움을 주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뤄낼 수 있는 ‘임상 한의 패키지’로 세계에 수출해 보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 ‘미병 연구단’이다.
식치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 한의학적 섭생에서부터 미병을 진단해 내는 것까지를 진료의 영역에 포함시키고 치료 후 필요한 섭생도 관리해 주는 임상모델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
“한의학연은 한의계의 요구를 반영해 임상 활용도가 높은 연구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의학연이 국가 출연연구기관인만큼 우선적으로 국가 아젠다를 해결해야하는 고유 임무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에서는 출연연 간 융복합을 강조하고 있으며 다른 출연연들과 경쟁해 상대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연구원만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한의계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지켜봐 줬으면 합니다. 한의학연은 새로운 한의학, 글로벌 선진치료기술로 한의학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전체 한의계와 함께 더욱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입장에서 의료기기 사용 문제 접근해야
한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이혜정 원장은 철저하게 의료소비자인 동시에 수혜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상호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각각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국민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의료기기는 의학의 산물이 아닌 과학기술의 산물입니다. 이원화된 의료 체계 속에서 한방, 양방으로 나눠 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서로 대립한다면 의료기기를 개발한 분들이 안타까워하지 않을까요?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 직역이 이해관계의 이데올로기를 떠나 오로지 국민의 건강한 삶, 국민 보건 향상만을 생각한다면 모두가 충분히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