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 철폐 등…한의협 측 “국민을 위해서도 좋은 제안일 것”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회장은 14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등을 포함한 ‘대한민국 의료의 발전을 위한 2016년 한의계 제안’을 새누리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이날 국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비서실에서 열린 보건의약계 5개 단체 정책간담회에는 김 회장 외에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남섭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김옥수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 회장,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이 참여했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김창남 정책국장, 최희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참석했다.
김 회장이 새누리당 지도부에 전달한 제안서는 △한의의료기관에서의 의료기기 사용규제 철폐 △한의건강보험 급여 확대 및 보장성 강화 △한의 공공의료의 활성화 방안△불합리한 ‘생약·생약제제’ 용어 삭제 △한의사의 의료기사지도권 부여 △한의약의 세계화 △식약공용품목의 축소 및 재분류 건의 △한의의료기관의 건강관리 분야 진입금지 규제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의의료기관에서의 의료기기 사용규제 철폐
먼저 한의의료기기 규제 철폐는 지난 2013년 12월 26일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정감사나 공청회 등 국회에서 다뤄진 사안이기도 하다.
당시 헌재는 한의사가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의료기기 사용에 손을 들어줬다.
한의협이 지난 2014년 5월에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의사의 기본적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국민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88.2%가 정확한 진료를 위해 X-Ray, 한의사가 초음파, 혈액검사 등의 의료기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역시 2013년부터 2015년 동안 국정감사를 통해 한의학의 과학화·세계화를 위해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필요하며 그에 따른 개선책이 필요함을 언급한 바 있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되면 △국민의료비 절감 △의료기관 이중방문에 따른 국민 불편 개선 △환자질병에 대한 객관적 근거 제시로 한의학 신뢰성 제고 △한의학의 발전 및 세계화 △국내 수요확대를 통한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위해서는 헌재판결기준을 반영한 규제기요틴을 조속히 완료하고 의료법 제37조의 위임 일탈조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한의건강보험 급여 확대 및 보장성 강화
다음으로는 한의건강보험의 급여 확대와 보장성 강화가 제안됐다.
지난 해 한의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인 2조 3210억원은 전체 의료기관 요양급여비용인 58조 170억원의 4%에 그치는 규모다.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2014~2018)’에서도 한의 보장성 강화 부분 중 물리요법 분야만 급여가 지급되기로 결정됐다.
제안서는 한의건강보험 급여 확대와 보장성 강화를 위해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 질환에 대한 한의의료행위 보험급여 적용 △보험급여 한약제제 개선 △한의진찰료 수가 개선 △노인장기요양보험 치매특별등급 한의사 참여 확대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노인 외래 정액기준금액 개선 등의 건의사항이 담겼다.
◇한의 공공의료의 활성화 방안
한의 공공의료 활성화는 한의의료에 대한 국민 수요가 높음에도 불구, 국가보건의료체계가 양방의료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의료전달체계의 마지막 단계인 종합병원도 의사만 개설할 수 있어 한의사가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다. 양방 및 치과 의료는 현재 ‘(치과)의원-(치과)병원-(치과 필수)종합병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한의의료는 ‘한의원-한방병원’으로만 구성돼 있다.
이에 이번 제안서에는 현행 의료법 제3조를 개정해 3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한의과 필수과목을 설치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국립한의병원과 국․공립연구기관을 신설하고 공립병원에 한의진료부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불합리한 ‘생약·생약제제’ 용어 삭제
법 조항에서 한약을 일컫는 ‘생약’ 용어가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생약제제는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다.
그러나 ‘생약제제’ 정의는 상위 법령의 위임이나 별도 근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한약과 구별되지 않는 개념이다.
또 ‘서양의학적 입장’은 제도적으로 범위 설정이 불가능하며 ‘한의학적 치료목적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서술의 경우 한의사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생약제제’ 표현을 삭제할 것을 주문했다.
◇한의사의 의료기사지도권 부여
자료에는 한의사에게 의료기사에게도 부여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은 한의사를 배제한 의사, 치과의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의사는 급여항목인 한의물리치료행위를 할 때에도 물리치료사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 결과 한의의료 정체와 비효율성, 국민 불편과 의료비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한의약의 세계화
한의학의 세계전통의약 시장 점유율을 제고하고 중국 ‘중의학 공정’에 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한의약의 세계화’도 자료에 담겼다.
2009년 기준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전통의약 시장규모는 2050년에 5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경우 한의약 점유율은 2009년에 7조 4000억원(3.1%)에 그쳤다.
이에 한의협은 2014년 4월부터 12월까지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해외 전통의학 환경 분석 등을 골자로 하는 ‘2014 한의학 해외거점 구축 지원 사업’을 수행했다.
자료에는 보건복지부가 추가적으로 한의대 교육과정의 해외 인증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에 한의대 포함 △재외 공관 등 외교 채널을 통해 해당 정부와 한의대 교육과정 인증 협의 추진 등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식약공용품목의 축소 및 재분류 건의
식약공용 품목을 축소하고 일정 이상 식품의 원료 사용을 제하는 내용도 한의계의 건의 사항에 포함됐다.
식약공용 품목은 식품공전에 수록된 식품 원료 목록 중 대한약전, 대한약전외한약규격집에 공통으로 수록돼 있는 원료를 말한다.
2016년 현재 식품과 한약재 등 의약품으로 사용 가능한 식약 공용품목은 189종이다.
문제는 국민이 식약 공용 품목을 원료로 한 식품을 의약품(한약)으로 인식, 복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식약 공용 품목 분류는 최선의 연구를 모두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에 △식약 공용 품목 축소 및 재분류 △식약 공용 품목 일정 이상 식품 원료 사용 제한 △식약 공용 품목의 안전성 확보 가이드라인 설정 등의 건의사항이 제안됐다.
◇한의의료기관의 건강관리 분야 진입금지 규제 개선
마지막으로 건강관리 분야에 한의의료기관을 포함하는 내용이 건의 사항에 포함됐다.
질병의 치료 등 예방의학적 측면이 강조되는 한의약 치료는 건강검진의 목적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건강관리에 관한 건강검진기관 및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에 한의사와 한의의료기관은 포함돼 있지 않아 환자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관련 법류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 검진기관에 한의의료기관과 한의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김지호 한의협 홍보이사는 “한의계의 숙원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 등을 총선공약으로 채택해 반영하고 또한 실현된다면 한의계 뿐만 아니라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도 득이되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게 될 것”이라며 “정치권이 제안서를 전달받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이벤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한의계가 바라는 숙원을 해결해주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