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란 자신의 것을 내놓는 행위다. 재물을 내놓든, 재능을 내놓든, 나에게 남아도는 것, 또는 부족하지만 타인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내 것을 기꺼이 내어줌으로써 타인의 어려움을 덜고, 희망을 싹트게 하는 숭고한 행위다.
서울올림픽이 한창이던 1988년 충남 공주에서 한의원을 개원한 이후 매주 의료봉사로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이가 있다. 웅진한의원 김형태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충남 공주시한의사회 회장, 충남한의사회 부회장과 법제이사, 대한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을 역임한 것을 비롯 현재 충남한의사회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그가 가장 많은 애정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봉사다.
지체장애를 갖고 있어 이동하는데 불편이 따르지만 한의사라는 훌륭한 재능을 나누고 싶었던 그는 한의원 개원 이후 매주 마을회관, 노인정, 경로당 등을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만나 의료봉사와 더불어 반가운 말벗이 되기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들이 공동생활하고 있는 소망의집, 요양원 등은 매월 2회씩 방문해 진료했다. 김형태 원장에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봉사활동하면서 느낀 보람은?
: 봉사활동은 한의대 본과 1학년 방학 때부터 시작했다. 그때 봉사를 하면서 적지 않게 보람을 느꼈고, 훗날 한의원을 개원하더라도 한의사라는 재능을 우리 사회의 불우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특히 본과 4학년 때 ‘병원관리학’을 강의해주신 故임일규 교수님(강원도한의사회 명예회장)께서 강조하신 말씀을 늘 가슴에 새겼다.
故임일규 회장님께서 강조하신 것은?
: 그분께서는 ‘봉사는 실천’이라고 말씀하셨고, 지속적인 봉사활동으로 소외받는 이웃들의 아픔을 덜어 드리는 것이 진정한 의자(醫者)라고 강조하셨다.
그분은 “20대 청년도 꿈과 열정이 없으면 늙은이에 불과하고, 80대 늙은이도 꿈과 열정이 있으면 청년입니다. 만년 청년 임일규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의료봉사 활동에 전념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저 또한 임 회장님처럼 체력이 받쳐주는 한 의료봉사의 발길을 멈추고 싶지 않다.
의료봉사 활동 중 잊지 못할 환자는?
: 정안면에서 진료해드린 어르신이다. 밤농사를 수십 년 짓다 보니 양쪽무릎이 너무 아파서 잘 걷지도 못했다. 그 어르신께 부항과 침 치료를 해 드리고, 건강관리 방법을 상세히 알려드렸는데, 이후 너무 많이 좋아지셨다며, 해마다 가을철이면 직접 농사지으신 밤을 전해 주고 계신다.
또 동곡요양원에서 진료해드린 분도 기억에 남는다. 지체가 부자유스러운 환자셨다. 다행히 진료를 통해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으셨고, 매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써서 보내주시고 있다.
에피소드도 많을 듯싶다.
: 한 요양원을 방문해 어르신께 침을 놔드리는데 그 분께서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 어떤 분이 제 앞으로 다가와서는 저의 안면을 향해 갑자기 주먹을 날려 안경테가 부러지고, 얼굴에 멍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침을 맞은 환자와 서로 외롭게 만나서 의지하고 지내는 사이인데, 그 분께서 자꾸 아프다고 소리치시니까, 누군가 자신의 친구를 해코지 하는 줄로 오해하신 것이다.

봉사 이외에 주로 하는 활동은?
: 가능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농작물과 꽃 가꾸기를 매우 좋아한다. 시간 날 때마다 시골집의 자그마한 텃밭에서 배추, 무, 고추, 깻잎, 파 등 다양한 농작물을 기르고 있다. 더불어 노랗고, 빨간 색깔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가꾸는 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쑥쑥 자라나는 농작물과 꽃들의 흔들림을 보고 있으면 크게 힐링이 된다. 특히 재배한 농작물은 이웃 분들과 많이 나누고 있다. 나눔 자체가 즐거운 취미생활이다,
한의사란 직업이 남다를 것 같다.
: 한의학, 한의약, 한의사, 그 명칭이 무엇이 됐든 내 삶의 전부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 자신과 나의 가족 등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지만 한의학이라는 학문과 한의사라는 직업이 있어서 내가 존재할 수 있었기에 너무나 감사하다.
한의사라는 직분은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재능을 갖게 해주었으며, 그 재능을 통해 내 삶을 의미 있게 유지할 수 있었고, 내가 가진 것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남들과 나눌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한의사’를 천직으로 수행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요즘 코로나19로 인해서 한의원 경영이 많이 힘들다. 이럴수록 오는 환자만을 기다리지 말고 의료봉사도 다니고, 방문 진료도 하시면서 환자를 직접 찾아다니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료봉사 활동을 자주하다 보니 봉사 현장에서 만났던 분들이 한의원에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았다. 봉사가 한의원 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일회성 이 아닌 주기적이고, 정례적인 봉사 활동을 하시길 바란다.

봉사 활동의 또 다른 장점은?
: 침 하나만 챙기면 언제, 어디든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많은 어르신들과 교감할 수 있는 게 좋다. 단 한 번의 치료로 좋아지겠나 하지만, 어르신들은 단 한 번의 침 치료 효과보다는 한의사와 교감하는 것을 더 좋아하신다.
의료봉사만큼 한의학의 우수성과 한의학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일도 드물다. 한의학의 우수성이 젊은 후배들에게 보람과 기쁨으로 승화되길 기원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 솔직히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여력이 될 때까지 이웃들과 교감하는 한의사로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김형태의 삶이 나눔을 실천한 봉사자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