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한약재 연구에 전념해오고 있는 안덕균 전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가 최근 기존의 교과서나 처방집에서 다루지 않았던 132종의 새로운 약초들에 대한 효능과 응용법을 체계적·과학적으로 담은 ‘안덕균 교수의 한국약초 처방가이드’를 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안덕균 교수는 “이번 책에 게재된 약초들은 기존의 한의과대학 교과서나 임상처방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미이용 자원들을 수록한 것으로, 대부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풀들”이라며 “그중에는 임상가에서 빈용되는 약재들보다 더 우수하거나 동등한 효능을 나타내는 것들도 있어 집필을 하면서도 나 자신도 큰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 책에는 현대인들에게 점점 더 확산되어 가는 심(心)·뇌질환에 탁월한 ‘은행나무잎’을 비롯 난치병으로 알려진 통풍 치료제 ‘취오동’, 결석 질환에 신속성과 경제성을 보이는 ‘연전초’, 경추·디스크에 탁월한 ‘명자나무열매’, 면역 감퇴에 현저한 공효를 나타내는 ‘교고람’, 피부미용에 현저한 ‘적설초’, 당뇨병에 유효한 ‘고과’, 변비에 즉시성을 보이는 ‘번사엽’, 불면에 ‘힐초’ 등이 수록돼 있다. 또한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약용기록이 없는 ‘망초’, ‘감태’, ‘황칠’에 대한 약명 및 효능을 체계적이며 과학적으로 검증한 결과와 임상 효능도 함께 게재돼 있다.
환자뿐 아니라 한약재의 정확한 효능 파악도 ‘중요’
이와 관련 안 교수는 “한의학이 발전하려면 침 치료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한의약의 주요 치료기술인 한약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한약재를 발굴하고 연구해 이를 실제 임상과 연계시키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 책은 한의사·한의과대학 학생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저술하게 됐으며, 앞으로 이 책에 수록된 한약재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돼 한의치료의 경쟁력 있는 치료영역 창출과 더불어 새로운 한약재 연구개발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 교수는 환자 개개인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한의학의 발전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더욱 큰 발전을 위해서는 한약재에 대한 효능을 정확히 알고 맞춤형 처방을 해야 더 큰 치료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안 교수는 “최근 들어 천연물, 즉 한약재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있어 사용되는 유효물질들은 한약재에 포함된 약효성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만큼 한약에 대해 연구개발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며, 한약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라고 운을 뗐다.
안 교수는 이어 “마데카솔의 원료가 되는 ‘병풀’이나 은행나무잎의 경우만 보더라도 서구에서 연구돼 약으로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으며, 이들 한약재에 대한 연구는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금까지 한의계는 이러한 부분들에 있어 간과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한약재의 전문가는 한의사인 만큼 앞으로 기존 교과서나 처방에 있는 한약재 이외에도 많은 한약재로 눈을 돌려 연구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론-임상 연계 시키지 못한 의학은 ‘죽은 의학’
이와 함께 한약재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염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임상에서의 활용이며, 임상과 이론을 연계시키는 못하는 의학은 죽은 의학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 교수는 “한의계에는 ‘동의보감’이라는 훌륭한 보고(寶庫)가 있지만, 동의보감 저술 당시와 지금과는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체형 등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현대에 적용하는 방법도 함께 연구되어야 한다”며 “한의학은 국가제도에서 정한 의료의 명확한 한 축인 만큼 국민건강 증진 및 치료의학으로서의 발전하기 위한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연구계획이 수립·실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안덕균 교수는 현재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부터 ‘사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 중으로, 사향에 대한 기원부터 효능, 임상 적용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등 현대의 눈높이에 맞춘 한의학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안 교수는 한약은 치료약인 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인식 속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게 되는 것도 한약의 발전을 가로막는 하나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190여개의 식약공용품목…한약 발전의 ‘장애물’
안 교수는 “우리나라의 식약공용품목이 190여개에 달함으로써 한약재가 건강기능식품인양 오인되는 것은 물론 한약 처방과 유사한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국민건강 증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에서는 한의계와의 논의를 통해 식약공용품목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한약=치료약’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일주일에 3, 4번은 야외로 나가 한약재를 찾아다니면서 한약재의 생태를 직접 살펴보고 있는 안덕균 교수는 일선 한의사들도 한약재가 자라나는 현장을 보고 한약재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또한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약재에 대한 올바른 효능을 전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안덕균 교수는 “지금까지도 직접 현장에 나가 한약재 연구에 몰두하고, 일반인들에게 한약재에 대한 올바른 상식을 전하는 것 모두 한의약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한의사로서 해오고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한약재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며, 내 연구가 한의학의 발전에 있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더 큰 바람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