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치료 통한 조기 관리, 치매 예방에 큰 도움”나일두 김제시한의사회장(사진 좌측) [한의신문=기강서 기자] 전북특별자치도 8개 시‧군에서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김제시한의사회가 김제시와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처음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본란에서는 나일두 김제시한의사회장으로부터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에 대한 소개 및 분회에서 진행 중인 주요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Q. 김제시와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 협약을 맺었다.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와 김제시의 예산 지원을 받아 중증치매 이전의 경도인지장애자와 인지저하자를 대상으로 첩약과 침‧뜸 등의 한의치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김제시의 경우 보건소 산하 치매센터에서 한의치료를 원하는 경도인지장애자 30명을 선발했으며, 대상자들을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 사전교육을 받은 김제시 소재 한의원 14곳에 배분해 4개월 동안 급여‧비급여 포함 70만원의 지원 한도 내에서 치료를 진행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따라 그에 대한 한의치료의 강점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및 지자체에서도 관심과 예산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한의사회가 지역 공무원들과 함께 애써주신 결과로 나온, 지역사회와 한의사회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김제시는 올해 사업을 처음 시작하며, 30명으로 시작하지만 좋은 결과를 거둬 내년에는 50명 이상 지원하는 큰 사업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Q. 치매 예방에 한의약의 역할은? 치매는 중증도 이상이 되면 진행이 빠르고 관리가 어려워지지만 초기이거나 경도인지장애 수준에서부터 한의치료를 통해 관리하게 되면 진행이 멈추고 인지 부분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김제시보다 먼저 시작한 진안군‧장수군의 2023년 사업 결과를 보면 인지선별검사인 CIST와 몬트리올 인지평가 MoCA-K, 노인우울척도 SGDS에서 모두 유의한 기능 향상과 우울증상의 개선이 나타난 걸로 조사된 바 있다. 지난해 타 지역 한의원의 좋은 결과와 같이 우리도 환자마다 개개인의 신체 상황에 따른 맞춤 한약처방, 침‧뜸 치료 등의 한의치료를 계획하고 있다. Q. 그 외 진행 중인 주요 사업은? 우리 분회는 운이 좋게도 김제시장님 이하 공무원들이 한의치료를 통한 지역보건서비스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김제시에서 한의원들과 한의난임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의난임지원사업은 기질적 문제가 없이 1년 이상 불임인 부부를 대상으로 3개월 동안 급여‧비급여 부분을 여성에게는 200만원, 남성에게는 100만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아직은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지원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지만 사업이 점차 확대되길 희망하며, 이 같이 지자체가 의지가 있고 각 지부‧분회에서 지자체와 소통한다면 지역주민과 한의계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치매사업을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했는데. 전라북도한의치매예방사업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2020년 장수군을 시작으로 올해 8개 시‧군으로 확대된 사업이다. 이 과정 속에 전북특별자치도한의사회 회장님, 학술이사님 등 많은 분들이 근거를 만들어 결과를 정리해 공무원들을 설득, 전북자치도만 아니라 여러 지자체로 확대되고 있다. 대상자들을 로컬 한의원 원장님들께서 성심껏 진료해 좋은 결과를 만드는 선순환을 만들어 가야 치매예방사업 이상의 다음 사업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업에 애써주신 모든 원장님들께 감사를 전하며, 그 마음을 담아 로컬에서 열심히 환자를 치료하시는 모든 원장님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
“턱관절 장애에 추나치료 효과적”[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우현준 세명대학교 충주한방병원 KMCRIC 제목 턱관절 장애에 추나 치료를 단독 혹은 병행 치료할 경우 기존의 치료보다 더 효과적인가? 서지사항 Lee NW, Lee SH, Kim KW, Ha IH, Cho JH, Lee YJ. Effectiveness of Chuna (or Tuina) Manual Therapy for Temporomandibular Disorder: A Systematic Review. Altern Ther Health Med. 2023 Jan;29(1):258-68(2021 IF 1.804). 연구 설계 추나요법 단독 시행 혹은 통상적인 치료(온열요법, 초음파요법, 전기 치료, 양방 약물치료, 극초단파 치료, 레이저 치료, 침 치료, 한약 치료, 특정 전자파 치료)와 병행한 시험군과 통상적인 치료만을 시행한 대조군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 연구 목적 턱관절 장애 환자에게 수행한 추나요법의 안전성과 효과, 통증 경감, 삶의 질 및 기능적인 회복 정도를 확인하기 위함. 질환 및 연구대상 턱관절 장애를 가진 19세 이상의 성인 환자. 시험군 중재 시험군 1: 추나요법(Chuna Manual Therapy, CMT). 시험군 2: CMT + Conventional Therapy. 시험군 3: CMT+중의학 치료(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 대조군 중재 대조군 1: 일반 치료(Usual care). 대조군 2: Conventional care only. 대조군 3: TCM only. 평가지표 1. 통증 개선 정도(VAS, NRS, Facial Pain Score Scale). 2. 기능적 개선 정도(ROM, Jaw Functional Limitation Scale). 3. 삶의 질(SF-12, EQ-5D-5L, EQ-VAS). 4. 효과율(Effective rate). 주요 결과 1. 통증 및 턱관절 기능, 삶의 질 개선 정도: △CMT 군에서 최대 개구 범위와 삶의 질 측면에서 기능적인 향상이 Usual care군에 비해 컸음. △침 치료, 한약 치료 등을 CMT와 함께 시행했을 때 더 큰 통증 경감 효과가 관찰됨. 2. 효과율: △기존 치료만 시행한 군에 비해 CMT를 병행했을 때 통증과 기능적 측면에서 개선 효과가 컸음. △수기 조작 후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CMT의 특성상 단기적인 효과가 두드러졌음. 3. 부작용: △심각한 부작용의 보고는 없었으며 국소 부종, 발적, 가벼운 수준의 두통, 이명, 구강 내 부종이 보고됨. △CMT는 다른 중재에 비해 비교적 안전함. 저자 결론 추나요법(CMT) 단독 치료와 병행 치료 모두 턱관절의 기능적 향상, 통증 경감, 삶의 질 향상에 효과적이나, 포함된 연구의 질과 근거 수준이 낮아 양질의 대규모 RCT 연구가 필요하다. KMCRIC 비평 본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는 12편의 연구가 포함되었다. 포함된 연구 12편 중 11편은 중국 논문이었으며, 1편은 한국 논문이었으나 출판되지 않은 논문이었다. 표본 수는 863명이었으며, 치료 기간은 10일에서 4주까지로 다양했고, 평균 치료 횟수는 13.5회였다. 시행된 추나요법으로는 압박, 주무름, 문지름, 밀기, 꼬집기, 돌리기, 턱관절의 가동 등이 포함되었고, 11편에서는 턱관절 주변 경혈에 대한 압박과 주무름, 8편에서는 원위 혈자리에 대한 압박과 주무름, 3편에서 턱관절에 대한 직접적인 가동 혹은 교정이 시행됐다. 치료 전후 평가는 기능적 평가 도구로서 ROM(4편), Friton’s craniomandibular index(1편), 통증 평가 도구로서 VAS(5편), Facial pain score scale(1편), 삶의 질 평가 도구로서 SF-12, EQ-VAS(각 1편)를 사용했다. 효과율을 관찰한 논문도 8편 있었는데 증상, ROM, 최대 개구 범위, 염발음, 저작 기능, 압통 등을 포함하여 4단계로 나눠 기록했다. 결과 분석시 추나요법군과 통상 치료군의 비교에서는 효과율, 통증, 최대 개구 범위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으며, 삶의 질에서도 EQ-VAS와 SF-12 PCS에서는 효과가 있었으나 EQ-5D와 SF-12 MCS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추나 치료군, TCM 복합 치료군, TCM 단독 치료군의 비교에서도 효과율, 통증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으나, 하위 분석에서 TCM 치료로 한약 치료를 시행한 군에 대한 비교에서는 두 군의 효과 차이가 없었다. CMT, 통상 치료 병행군, 통상 치료군을 비교하자 효과율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부작용을 3편의 연구에서 보고하였는데, 약물 그룹에서 13건의 부작용 (오심, 식욕 부진, 소화기계 불편감, 복통)이 발생했고, 한 연구의 추나 그룹에서 국소 부종과 피부 발적이 관찰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추나 그룹에서 두통, 이명, 구강 내 부종이 발생했고, 기존 치료 그룹에서 이통, 경추통, 턱관절 통증 증가가 보고되기도 했다. 본 연구의 의미와 한계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는 턱관절 장애에 추나요법을 중재로 시행한 연구의 첫 번째 체계적 문헌고찰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시행하는 수기요법이 있으나, 그 이론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유사한 수기 요법을 제외하고 한국 Chuna와 중국 Tuina 등 추나요법만을 포함해 중재를 더 엄밀하게 선정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1편의 한국 논문이 출판되지 않은 회색문헌으로 출판 비뚤림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선정된 논문 12편 중 11편이 중국 논문으로 지역적 편향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시행된 추나요법을 살펴보면 근위, 원위부 경혈에 대한 자극이 대부분이며 관절을 직접 가동하거나 교정한 연구는 3편에 불과하고, 턱관절 부위 치료시 경추부 추나 기법을 자주 시행하는 한국의 실정[7∼9]을 잘 반영하지 못하였다. 이와 함께 포함된 연구의 비뚤림 위험에 대해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이중 맹검에 대한 부분에 대해 비뚤림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기 요법의 특성상 시술자와 환자 사이의 맹검은 거의 불가능하여 연구 설계상의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가자 맹검의 불완전성, 적절하지 않은 무작위 배정으로 인한 비뚤림의 가능성은 아쉬웠다. 그리고 포함된 연구에서 시행한 통상적인 치료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시행한 추나요법의 구체적인 방법도 다양하게 나타나 이질성이 높게 나타났으며, 추나요법 전반에 대한 효과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별 효과는 파악할 수 없었다. 향후 대규모 기법에 대한 표준화와 더불어 더 큰 규모의 RCT와 그에 기반한 문헌고찰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SR&access=S202208137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518)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94년 제17회 전국한의학학술대회에 논문 발표를 위해 내한한 중국 西安 陝西中醫科大學 학장 杜雨茂 교수와 曾福海·王宗柱 교수 3인은 10월29일 오후 6시 서울시 중구 퇴계로 세종호텔 소나무홀에서 열린 임상학술좌담회에 초대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배원식 선생이 초청해 만들어진 이날 자리에는 한국측 인사로 배원식, 신태익, 김홍구, 조홍건, 박성은, 이문순, 이봉주, 김봉권, 손숙영 등 한의사들이 참석하였고, 중국측은 杜雨茂, 曾福海, 王宗柱 등이 참석했다. 본 학술좌담회는 손숙영 원장이 통역을 담당했고, 박성은 원장이 내용을 정리했다. 정리된 내용은 1994년 11월 간행된 『醫林』 제223호에 게재돼 있다. 특이한 점은 이 223호가 『醫林』 창간 40주년 기념 특집호라는 것이다. 정리 자료는 현장에서 진행된 내용을 문답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아래의 문)은 한국측의 질문이고, 답)은 중국측의 답변을 의미한다. ○ 문) 선생님의 전공은? 답) 암 등의 난치병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다. ○ 문) 중의의 치료율은 높다고 보는가? 답) 중의의 치료 효과는 매우 높다. ○ 문) 예방의학에 대한 관심은? 답) 중의학적 예방의학은 점차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행성 출혈열에 紫草가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 문) 중의의 발전의 비중과 서의와의 협력적 연구를 통한 발전 중 어느 쪽이 비중이 높아고 생각하는가? 답) 중의의 발전은 서의와의 결합적 발전보다는 변증시치의 이론에 의한 연구로써 더욱 발전하는 것 같다. ○ 문) 변증론치라는 것이 주증을 잡는 것이 매우 힘들며 비슷비슷한 증상이 많아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데. 답) 변증론치를 잘 하는 사람이 명의가 될 수 있다. 주증은 四診 등 여러 가지 진찰을 통해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 문) 중국에서 말하는 명의의 개념을 이야기해달라. 답) 중국에서는 경력, 환자 진찰수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정부에서 개인에게 명의의 호칭을 내려준다. 중국 각지에는 약 500명 정도의 명의가 있다. 지금 여기에 있는 杜雨茂 선생도 명의 중 한 분이다. ○ 문) 변증시치 외에 오운육기적 관점에서 한의학을 해석하지는 않는지? 답) 자오유주법 등 일부에서는 이용하는 듯하나 대부분은 변증시치를 기본이론으로 공부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노의들 중에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운기는 溫疫 등 유행성 질환에 운용하나 이 역시 변증론치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다. ○ 문) 공황장애 등 정신과 질환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답) 여러 치료법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는 팔강변증에 의거하여 치료하고 있다. ○ 문) 암 등의 난치병의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답) 암 등의 진단은 서의적 진단에 의존하며 암으로 확진이 되면 중약으로 치료한다. ○ 문) 사진 중에 가장 선호하는 진단법은? 다시 말해 확진을 내리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진단법은 무엇인가? 답)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진단법은 없다. -
한약처방 본초학적 해설-50주영승 교수 (전 우석대한의대) #편저자주 : 한약물 이용 치료법이 한의방의료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에도 불구, 최근 상황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든 문제 해답의 근본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처방의 진정한 의미를 이 시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응용율을 높이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첩약 건강보험 2단계 시범사업의 알레르기 비염에 응용될 수 있는 약물처방(49회∼)을 소개함으로써 치료약으로서의 한약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한다. 아울러 효율 높은 한약재 선택을 위해 해당 처방에서의 논란대상 한약재 1종의 관능감별 point를 중점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한의학에서 코막힘(鼻塞)은 일명 鼻窒이라고도 하며, 靈樞·本神에서 ‘肺氣가 虛하면 코가 막혀 호흡이 순조롭지 않다’고 했다. 우선적으로 風寒에 의한 경우는 鼻塞 呼吸不利 發熱惡寒 頭痛身疼 脈浮緊하므로 宣肺散寒하라 하였으며, 風熱에 의한 경우는 鼻塞 濁涕 發熱咳嗽 脈浮數하므로 疏風淸熱해야 한다’고 했다. 공통으로 코막힘(鼻塞) 증상이 있으나 맑은 콧물과 탁한 콧물의 차이가 중요한 구분기준임을 알 수 있다, 즉 초기의 맑은 콧물 단계는 外寒이 內熱을 束縛하는 증세로서 肺寒에 속하며(正傳), 점차적으로 변환되는 탁한 콧물 단계는 風熱에 속한다고 보고 있는 점(回春)과 일치한다. 한편 鼻淵은 일명 腦漏라고도 불리며, 이는 風寒邪가 腦戶에 응결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膽液이 下注하므로 濁涕가 되는데 흘러서 그치지 않으면 水泉과 같으므로 鼻淵이라고 했다. 점차 濕熱性으로 변하면서(膽移熱于腦之鼻淵) 탁한 콧물이 줄줄 흘리거나 누런 콧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콧물이 마르지 않는 증상을 나타낸다. 風熱性 코막힘(鼻塞)과 더불어 탁하고 누런 콧물의 증상에 응용되는 처방 중에서 많은 빈도수와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대표 처방으로 荊芥連翹湯이 있다. 1. 荊芥連翹湯 荊芥連翹湯은 明나라의 龔廷賢이 저술한 萬病回春에 鼻淵과 膿耳 처방으로 각각 처음 소개됐다. 처방 구성에서 약간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대표약물인 發散風寒 효능의 荊芥와 淸熱解毒 효능의 連翹 사용에 근거한 이름이다. 여기에서는 濁涕를 흘리는 證으로 風熱에 속한 鼻淵에 응용된 荊芥連翹湯을 대상으로 하는데, 다양한 증상(코막힘, 콧물, 코의 소양감, 鼻炎, 알레르기성 鼻炎, 축농증, 비후성 鼻炎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구성 한약재 14품목에 대해 코막힘과 콧물 분비를 기본 증상으로 하는 알레르기 鼻炎을 대상으로 본초학적인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氣는 微寒5(寒性2), 溫性4(微溫1), 平性2로서 전체적으로는 寒性>溫性 처방이다. 자연스럽게 寒性과 溫性의 상호 反佐의 기능이 발휘되고 있다. 종합적으로는 風熱性鼻炎인 탁하고 누런 콧물 단계에 적합한 조합으로서, 風寒性 鼻炎의 특징인 맑은 콧물에서의 다음 단계인 鼻炎의 초기→중기로 이동되는 시기에 적합한 처방으로 생각된다. 2) 味(중복 포함)는 辛味8, 苦味6, 甘味4(酸味1)로서, 辛苦味가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甘酸味로 보조하는 형태다. 辛味는 風寒 혹은 風熱性 鼻炎에 能散·能行하는 작용(發散·行氣 혹은 潤養)으로 發汗과 行氣·活血 작용을 나타내며, 苦味는 風熱性 鼻炎에 淸熱降火燥濕 작용으로 解熱을 담당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發汗을 통한 淸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甘味의 能補·能和·能緩과 酸味의 能收·能澁의 약물을 배합함으로써 지나친 發散에 대한 보완조치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歸經(중복 및 臟腑表裏 포함)은 肝9(膽4), 肺8(大腸2), 心5(心包1 小腸1), 脾4(胃4), 腎1(膀胱1), 三焦1로서 肝肺心經에 주로 작용하며 脾胃經이 보조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서 肝經은 노폐물 배설과 관련하여 肝主疏泄 肝主風邪 肝火犯肺·肺經은 發汗에 관련하여 肺主氣 肺主皮毛 形寒飮冷則傷肺·心經은 心主火 汗者心之餘液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脾胃經은 脾統血 脾主升淸 胃主降濁으로 설명된다. 한편 生地黃의 腎經은 淸熱을 통한 滋陰의 경우이며, 防風의 膀胱經은 發汗을 통한 水濕대사의 조정기능인 膀胱主一身之表로 정리된다. 4) 효능은 解表藥5(發散風寒3 發散風熱2), 淸熱藥5, 理血藥3(補血2 活血1), 補氣藥1이다. 여기에서도 寒性>溫性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風熱性鼻炎에 적용되는 부분은 發散風熱2와 淸熱藥5로서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아울러 風寒性 鼻炎에 적용되는 부분은 發散風寒3이며, 추가로 과다한 發散에 대한 理血氣약물로 대처하고 있다. 2. 구성약물의 세부 분류 1) 君藥(4종): 解表藥 3종(荊芥 防風 白芷), 淸熱藥 1종(連翹)이 해당되는데, 주로 風熱을 疏散하고 消腫止痛함으로써 上焦의 火를 淸解한다. ① 荊芥: 祛風解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風病之要藥이다. 性이 비교적 和平하여 辛하되 烈하지 않고 溫하되 燥하지 않는다. 본처방에서는 辛散疏風하는 효능으로 防風과 배합하여 風寒의 邪를 發散시킴은 물론이고, 薄荷 柴胡와 배합돼 風熱을 疏散하므로 外感表證의 風寒이나 風熱을 막론하고 모두 응용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② 防風: 性味가 微溫하되 燥하지 않고 甘緩하여 峻烈하지 않아 性이 비교적 緩和하므로 風藥中에 潤劑라 부른다. 즉 완만한 發汗으로 津液을 손상시키지 않는 약물이다. 風邪를 없애주어 治風에 通用하는 要藥이 된다(祛風之主藥). 解表하고 祛風하여 止痛하므로 風寒의 表證과 風濕으로 인한 痺痛, 風熱로 인한 目赤과 咽痛 등을 치료하는데 常用된다. ③ 白芷: 祛風燥濕 消腫排膿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辛味는 發散시키고 祛風하며, 溫燥한 性은 除濕시키고, 芳香은 通竅止痛시키는(其氣芳香能通九竅), 足陽明胃經의 主藥이 된다. 足陽明經脈은 頭面을 순행하므로 風寒濕으로 인한 頭額痛과 眉稜骨痛, 齒齦腫痛 및 鼻淵 등 頭面의 모든 질환을 치료하는 要藥이 된다. 外感風寒으로 인한 頭痛 鼻塞을 치료하며(예: 荊防敗毒散), 芳香性을 이용해 鼻淵頭痛에 응용된다(예: 蒼耳散). ④ 連翹: 上焦의 風熱을 없애주어 外感風熱이나 溫病 초기에 응용된다. 주로 頭面部 熱毒에 사용되는데 上焦火로 頭面生瘡한 경우에 응용된다(예: 淸上防風湯). 주된 효능인 淸熱 작용은 表裏에 모두 透達하는데, 荊芥 防風과 더불어 風熱을 疏散하여 消腫하는 것과 같이 실제적으로는 裏熱의 淸解에 더욱 유효하다. 2) 臣藥(3종): 補血藥 3종(川芎 當歸 芍藥)으로서 補血活血하여 주로 君藥의 解表淸熱 작용을 보좌하며 아울러 止痛한다. ① 川芎: “諸頭痛 須用 川芎”과 같이 辛散으로 祛風止痛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上行頭目 下行血海하는 血中의 氣藥으로, 특히 辛溫하여 風寒(예: 川芎茶調散) 혹은 風濕性 頭痛(예: 羌活勝濕湯)에 양호한 효능을 나타낸다. 아울러 祛瘀血→生新血의 기능을 통한 과도한 發散에 대한 견제와, 上焦를 침범하여 나타난 外感性頭痛에 응용된 예에 해당된다. ② 當歸: 甘補辛散하며 溫通의 약물로서 기본적으로 補血약물이지만 活血 작용도 있어 이를 통해 行氣止痛의 효능을 나타낸다. 특히 그 性이 따뜻하므로 血分有寒者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부 當歸(土當歸)에서의 活血祛瘀 작용은 川芎과 더불어 和血行血하여 諸經의 血凝氣聚를 散할 수 있고, 川芎의 祛瘀血→生新血의 결과와 합해져 當歸 자체의 補血기능과 더불어 과도한 發散에 대한 보완역할을 가지고 있다. ③ 芍藥: 補血藥으로서 과도한 發散에 대한 보완역할(所以和陰血)을 담당하며, 아울러 凉한 성질은 風熱에 대한 견제기능을 나타낸다. 여기에서 白芍藥 혹은 赤芍藥의 활용 여부는 補瀉 선택기준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3) 佐藥(5종): 淸熱藥 2종(梔子 黃芩), 發散風熱藥 1종(柴胡), 淸化熱痰藥 1종(桔梗), 順氣藥 1종(枳殼)이 이에 해당된다. ① 梔子 黃芩 柴胡 : 疏肝解鬱 淸熱瀉火하여 少陽膽經의 火를 瀉해준다. 기본적으로 膽移熱于腦之鼻淵의 원리에 따른 것인데, 肝은 木에 속하고 木은 風을 생하므로 肝에 風이 있으면 陽邪인 風은 빠르게 熱로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柴胡는 解表淸熱 疏肝解鬱하여 淸凉한 陽氣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나타내고 있다. ② 桔梗 枳殼: 桔梗의 祛痰消腫排膿과 枳殼의 祛風 및 위장운동촉진 역할이다. 風熱로 인한 痰에 대한 快氣宣通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4) 佐使藥(補氣藥 1종): 甘草가 이에 해당된다. 甘草의 일반적인 효능인 諸藥調和로써 여기에서는 發散하는 약과 收斂하는 약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아울러 淸熱解毒 작용으로 淸熱을 보조한다. 3. 정리 이상을 종합하면 荊芥連翹湯은 淸熱疏風 補血活血 瀉火解毒 消腫의 효능을 나타내는 처방으로, 頭痛의 川芎茶調散, 補血의 四物湯, 淸上焦熱의 淸上防風湯 등에서의 약물 구성과 의미를 포함하는 複方이다. 淸熱에 대한 주된 목적으로 전반적으로 성질이 寒冷한 약물이 많고 아울러 通氣 鎭痛 活血의 약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점에서 荊芥連翹湯은 熱性으로 진입되면서 나타나는 탁한 콧물성 鼻炎에 유효한 처방이며, 더욱 이상적인 결과를 위해서 辛夷와 蒼耳子 등의 첨가를 고려할 수 있다. -
“이제 병원은 빨리 졸업하고 싶습니다!!”김은혜 치휴한방병원 진료원장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원장의 글을 소개한다. 오랜 기간 입원해 계시는 환자분들과 자연스레 가깝게 지내다 보면 별의별 말들을 들을 때도 많고, 별의별 일들을 겪을 때도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크게 회자되었던 한 남녀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 여자가 입원하러 왔다. 아주 왜소한 체격에 낯빛에서 우울한 기색이 여실히 보이는 40대 환자였다. 난소암으로 자궁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잔존 암 없이 4년 차에 들어선 환자였다.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우울함과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 여러 사건 때문이었다. 아기를 좋아하는데 결혼 상대가 없어 난자 냉동까지 해놓았지만 자궁 전체를 다 들어낸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환자는 말을 덧붙였다. “이전에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제가 힘들다고 말하니 다른 암 환자분들이 ‘그래도 자기는 곧 완치이니 상황이 나은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물론 맞는 말이고 제가 그분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안 되었긴 한데……. 그렇지만 저한테 완치까지 남은 2년은 긴 시간이고, 사회에 복귀하기에는 저에게 암 투병 중이라는 말이 따라오고, 체력도 안 받쳐주거든요. 위로를 받고 싶은데 마땅한 사람은 없고……. 자꾸 마음을 곱씹다 보면 원래 긍정적이었던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싶으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아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까 제가 우울증인 것 같던데 그렇다고 정신과 약을 먹기는 싫고…….” 한 남자가 입원하러 왔다 완치를 앞둔 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겪는 딜레마였다. 혹자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를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본인들에게는 너무나도 무겁고 남들에게는 선뜻 내비치기 힘든 감정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의사에게도 말하기도 눈치 보인다는 모습으로 말을 이어 나가는 환자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간호사 선생님에게 지금 배정되어 있는 병실 호수를 바꿔 달라 요청했다. 원래 같은 질환을 가진 분들끼리 한 병실을 쓰도록 되어 있어서 암 환자 병실에 배정되어 있었는데, 이전 병원에서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환자를 위해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원내를 돌아다니는 분들이 있던 병실로 바꿔 달라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 분위기를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이던 여자는 이내 어머님들의 친화력에 동화되어 곧잘 같이 다녔고 처음의 우울한 모습이 잠깐이나마 사라지는 순간이 점점 많아지는 나날들이 흘러갔다. 한 남자가 입원하러 왔다. 아주 건장한 체격에 낯빛에서 호탕한 기색이 여실히 보이는 40대 환자였다. 폐암으로 절제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모두 받고 잔존 암 없이 3개월 뒤면 완치 판정을 받는다. 여기에 온 이유는 한 달 뒤에 다시 회사에 다닐 예정인데 그 회사에서 ‘세 달 뒤면 완치이며 현재 일상 복귀가 가능한 신체 상태’라는 것을 병원에서 증명해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전처를 20대 시절 일찍 떠나보내고 본인도 지난 5년간 투병을 해봤지만 암 환자로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참 녹록하지 않다고 말하는 환자는 말을 덧붙였다. “저 같아도 회사 오너면 당연히 확인할 절차이겠지만 막상 또 제 이야기가 되니 씁쓸합니다. 저는 그래도 경력이라도 있으니 이렇게 해주지, 아닌 사람들은 더 고생이겠지요? 남들 앞에서는 이런 고민 털어놓지도 못하는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병원이 편하긴 하지만……. 이제 병원은 빨리 졸업하고 싶습니다!!” 보이는 것보다도 더 호탕한 성격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성격이, 아내와 본인의 투병 생활을 겪으면서 이겨내 온 고난들의 산물인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당시 남자 병실에 비어 있는 자리가 많이 없던 터라 간호사 선생님이 “이 환자는 암 병실 아닌 곳으로 배정해도 되겠냐”는 요청에 흔쾌히 허락을 했다. 배정된 병실의 아버님들이 운동에 진심이었기에 식후마다 산책을 다 같이 나갔는데 마침 취향이 맞았는지 남자는 그 분위기에 곧잘 어울렸다. 매번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몇 주가 흘렀다. 입원 병동을 하루에 두세 번 병실 순서대로 쭉 돌며 환자를 보는데, 묘하게 두 사람이 같이 없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각자의 병실이 통째로 비어 있는 날도 많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느 날 오후, 두 사람의 얼굴을 못 본 지 며칠이나 되었다는 생각에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렸다. 몇 분 뒤, 병동 문이 열리고 여자가 먼저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남자가 들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흠칫 놀란 여자는 달려오면서 아는 척을 했다.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 같이 병실로 들어가면서 “매번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하고 물었다. 그 말이 병실 전체에 울리자 병실 안에 계시던 어머님들이 갑자기 일괄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느끼기에는 아주 생소하게 다가오는 분위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자를 쳐다보자 여자는 얼굴을 붉힐 뿐이었다. “뭐가 있으신가 보네. 좋은 일인 것 같으니 이야기해줄 준비되실 때 말씀주세요”라고 말하고 병실 밖으로 나섰다. 이어서 남자를 찾아갔다. 평소와 같은 얼굴로 신발 정리를 하던 남자는 나를 보고 “여, 선생님 오셨어요!” 하고 반겼다. 나는 여자에게와 같은 질문을 건넸다. “매번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남자의 답변은 황당했다.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오는 거죠, 뭐.” “예? 완치를 앞둔 폐암 환자가 담배를요? 담배 끊으신 지 오래되셨다면서요!” “아, 그 담배가 아니고……. 그러게요. 저 담배 끊었는데, 허허.” “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지금? 가지고 계신 담배 주세요. 담배는 안 됩니다.” “담배 없어요. 그런데 선생님, 맞은편에 OOO 환자 상태 어때요?” “다른 환자분 이야기는 말씀 못 드려요. 궁금하시면 직접 친해지셔서 말씀 나누세요. 말 돌리지 마시고 담배 주세요.” “아니 본인이 말을 안 해주니까……. 아! 담배는 없다니깐요~?” 옷 냄새만 맡아봤어도 그가 담배를 피우고 온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을 텐데, 과거의 나는 참 눈치가 없었다. 모르는 척해! 퇴원을 며칠 앞두고 두 사람은 퇴원 날짜를 같은 일로 맞췄다. 그때까지도 눈치를 못 채고 있던 나는,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던 어머님이 “모르는 척해”하며 알려 준 귀띔 덕에 자초지정을 알게 됐다. 아마도 두 병실의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의 돌아다니는 동선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이 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두 사람은 나와의 첫 대화에서부터 서로 간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성격을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퇴원하는 당일, 두 사람의 짐이 담긴 캐리어 2개를 지키고 있는 남자를 뒤로한 채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저희 만나보기로 했어요.” 수줍게 고백하는 여자의 손을 잡고 방방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짧은 병원 생활에서 만든 좋은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기를 바라본다. -
침금동인으로 복원한 내의원 표준경혈4박영환 시중한의원장(서울시 종로구) 침구의학은 수천 년의 세월동안 다양한 이론을 반영하여 발전했다. 초기의 형태는 알 수 없으나 오행학설이 도입되기 전에는 11개의 경맥이 있었고 상한론(傷寒論)의 육경(六經)이란 족육경(足六經)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육기(六氣) 중심이었던 경맥은 후대로 내려갈수록 오장육부 중심으로 관점이 바뀌었으며 현재는 12경맥의 흐름이 수태음폐경맥부터 족궐음간경맥까지 상하(上下)를 오가며 한 개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구성이 돼 있다. 그러나 초기 의서인 <천금요방>(652년)에는 사지의 경혈을 12경맥에 배속하여 분류했지만 머리와 몸의 경혈은 경맥에 배속하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가운데에서 바깥의 순서로 경혈을 취혈했다. 즉 사지와 몸통의 경혈을 따로 분류하고 취혈 순서도 달라서 현재와는 전혀 다른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외대비요>(752년)에서는 모든 경혈을 12경맥에 배속하여 재분류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12경맥 경혈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동인경>(1026년)에서는 <천금요방>과 <외대비요>의 두 가지 분류법을 모두 사용해 상하권에 나누어 경혈을 따로 따로 기재했다. 이후 <천금요방>의 분류법은 사라졌으며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12경맥의 모습은 <성제총록>(1117년)에서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현재 전해오는 경혈의 취혈법은 본래 <성제총록> 이전 시대인 <천금요방> 등에서부터 기록된 문장들이다. 침금동인으로 검증한 바에 따르면 본래 이 문장들은 앞 경혈과 뒤 경혈의 취혈법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천금요방>이나 <동인경>의 순서대로 앞의 경혈을 기준으로 다음 경혈을 취혈해야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는 머리와 몸통의 경혈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외대비요>나 <성제총록> 등에서 머리(頭部)와 몸통(體幹)의 경혈들을 12경맥의 배속에 따라 재분류하고 순서를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대략 이 시점부터 경혈 취혈의 순서가 바뀌기 시작했으며 분촌(分寸)의 수치도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취혈이 왜곡된 경혈 중에 대표적인 경혈로 천충(天衝·GB9)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천충(GB9)은 솔곡(GB8)의 다음 경혈로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천충(GB9)의 취혈법은 <천금요방>에 “天衢在耳上如前三寸”로 돼 있다. 여기서 ‘如前’은 앞 문장을 뜻하는데 <천금요방>에서 앞 경혈은 현리(懸釐·GB6)다. 현리(GB6)는 곡주섭유의 아래끝 모서리(懸釐在曲周顳顬下廉)에 있다고 설명돼 있다. 따라서 천충(GB9)은 “귀보다 위에 취혈하는데 현리(GB6)의 취혈법과 같이 곡주섭유 아랫면에서 취혈하고 현리(GB6)에서 3寸 떨어져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른 해석이다. <천금요방>에서는 현리(GB6)였던 ‘如前’穴이 점점 솔곡(GB8)으로 바뀌게 되었고 원문에 “三寸”이었던 취혈법도 후대의 서적에서는 “三分”으로 점점 바뀌게 되어 천충(GB9)의 정확한 혈위는 찾을 수 없게 됐다. 현재 <WHO/WPRO 표준경혈위치>의 천충(GB9)은 귀 위 솔곡(GB8)에서 0.5촌 뒤에서 취혈하고 있다. 침금동인의 천충(GB9)은 현리(GB6)에서 3寸 뒤에 있는데 내의원에서는 <천금요방>의 내용을 그대로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제 꿈은 연기자, 35년차인 지금도 그 꿈속에 살아”[한의신무=이규철 기자] *편집자 주 : 연기자를 꿈꾸고, 그 35년째 그 꿈속에 살고 있다는 배우 김필. 연극 ‘하이 타이’를 통해 1인극 모노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그를 만나 무대를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 본다. Q.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담당하고 계신 전국의 멋쟁이 한의사 선생님들 반갑습니다. 꿈이 연기자이고 그 꿈속에 살고 있는 35년차 배우 김필입니다. Q. ‘하이 타이’라는 작품이 2년 넘게 롱런하고 있습니다. 작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연극 하이타이는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의 해태타이거즈 최초 응원단장이셨던 임갑교 선생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과 논픽션이 버무려진 창작극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삶의 애환, 근현대사의 수레바퀴 속에 있었던 우리들의 아버지를 통하여 앞으로의 대한민국 민주주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Q. 이 작품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A. 연극 하이타이는 한 배우가 30역에 가까운 배역을 1시간 30분 동안 오롯이 채워가는 모노드라마입니다. 배우로서의 도전이기도 하고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이죠. 모노드라마는 배우들의 로망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을 위해 즐기던 술도 끊어야만 했습니다. 제가 하고 있지만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격렬하고 자극적이며, 영화로 말하자면 컷 수가 많은 연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축구의 전후반전을 혼자 뛰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되리라 생각이듭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연극이죠. Q. 배우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어릴 적 품바라는 공연을 본적이 있었어요. 고수가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주긴 하지만, 우리 판소리가 그렇듯 모노드라마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지가 관람료도 받고, 깡통을 돌리면 돈도 넣어주더라고요. 야! 저 직업 괜찮겠다! 싶어서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죠. 그런데 연극하니까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말이 맞더라구요! 하하, 이건 물론 농담이구요, 하이타이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이 연극을 잘 만들어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하고픈 꿈을 꾸었습니다. 지금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수정하고 있습니다. 매년 공연을 올리며, 제가 80살이 된다 하더라도 이 작품과 같이 늙어 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Q. 1인극이라는 건 연기 내공이 보통이 아닐 것 같습니다. A. 1인극은 상대가 없으니 당일 감정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조율이 가능합니다. 대사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고요. 더욱이 하이타이는 ‘관객 참여형 연극’이라 관객이 저의 상대방이 됩니다. 배우의 거울이자 대상이 되는 것이죠! 관객이 저의 말과 행동에 적극적이면 그날 공연이 훨씬 완성도가 높아지고 관조적이면 작가가 써놓은 글만을 느끼며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1인극의 어려운 점은 대사가 생각 안 나면 그 날 공연은 거기서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거죠. 그만큼 집중이 필요한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배우님의 무대를 통해 어떤 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A. 하이타이 부제가 ‘인생은 아름다워’입니다. 하이타이의 아름다움은 완성되어진 형태가 아닌, 아름다지기 위한 과정입니다. 과정의 치열함이 더욱 아름답다, 치열한 인생 속에 있는 우리는 아름다움 속에 있는 것이며, 무대 위의 배우로 살아가고자하는 연기자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관람하신 분들이 하이타이를 전 국민이 감상했으면 좋겠다! 전용관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해주실 때입니다. Q. 배우 생활을 시작하신지 30년의 소회를 간단히 말씀해주신다면? A. 전 지금도 제가 배우인지, 아니면 그저 꿈을 좇고 있는 소년이지 모르겠습니다. 배우라고 입을 땔 때 아직도 왠지 모를 어색함이 있습니다. 제가 느낀 점은 ‘배우라는 직업은 어렵다’이며, ‘배우가 되는 것 또한 어럽다’이며, ‘배우로 남는 것 또한 어렵다!’ 입니다. Q. 한의학에 대한 배우님의 경험도 궁금합니다. A. 중학교 때 발목을 크게 접질려서 한의원에서 살다시피 한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하루는 텀블링을 하다 다쳐 다음 조회시간에 서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엄익희라는 친구 아버님이 한의사셨는데 제 다 망가진 허리를 매일 주물러 맞춰주셨습니다. 엄익희라는 친구도 한의사가 되었지요. 이 신문을 볼 수도 있겠네요! 배우를 하면서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한의원을 찾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미 일상이죠. 한의원은 이모집, 고모집 그런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Q. 한의약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A. 제게 한의약은 ‘엄마 손은 약손’ 이런 느낌이죠. 우선 편안하고 진심이 느껴지며, 무엇보다 급하지 않아서 좋아요. 서서히 경과를 보고,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기 때문일 겁니다. 한의원에 가면 물리치료 받으면서도 잠이 오는 건, 그 만큼 환자들이 편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Q.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A. 지금 이 신문을 보고 계신 한의사 선생님들 또 한의원을 찾으신 환자분들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을 대상으로 연극 하이타이를 통해 한 명의 광대로서 만나는 것입니다. 저는 판 위에서 지휘자가 되고 관객들은 악사가 되어 함께 풍악을 울리고 싶습니다. 김필 배우는 제1회 서울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을 통해 오는 4월25일부터 28일까지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연극 하이타이로 다시 한 번 관객들과 함께 무대를 흔들 예정이다. -
2024 AAO(Ameracan Academy of Osteopathy) 학술대회에 다녀와서기성훈 척추신경추나의학회 학술이사 지난 2019년 레베카 지유스티(Rebecca E. Giusti) 의장의 주도 하에 “Leading, Expanding, and Cutting : The Edges of Osteopathic Medicine”이라는 주제로 올랜도(Orlando)에서 열렸던 AAO 학술대회에 참석한 이래로 5년 만에 다시 2024 AAO 학술대회에 참여하게 된 나는 기대 반 설렘 반의 마음가짐으로 출국길에 나서게 됐다. 이번엔 추나학회에서는 양회천 회장님, 남항우 학술위원장님, 이현준 국제이사님, 이근우 학술위원님을 비롯해 필자까지 다섯 명이 참석했다. 2019년 당시엔 림프계통이 없다고 여겨지는 뇌의 노폐물 배출 통로인 Glymphatic system에 대한 소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AAO 학술대회는 해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주제를 다루는데 올해는 록키산맥 끝자락 Colorado Springs의 대자연이 아름다운 Broadmoor호텔에서 “인간 수행력 극대화(Maximizing Human Performance)"라는 주제가 다뤄졌다. 운동에 중점을 둔 진단‧치료‧재활 해발 1800미터에 달하는 고원지대인 Colorado Springs의 3월 초 날씨는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와 비슷해 무척 추웠다. 첫날엔 운동에 중점을 둔 관점을 가진 DO들이 진단과 치료 및 재활에 운동의 여러 측면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나탈리(Natalie A. Hyppolite)는 인간의 다섯 가지 기본 동작을 Pushing(밀기), Pulling(당기기), Loaded Carry(무게지탱), Hinging(경첩움직임), Bending(굽히기)로 나누어 움직임을 분석하고, Plank, Push-up, Mountain Climber, Squat, Burpee의 다섯 가지 기본 운동을 치료 및 재활에 활용했다. 운동을 시행할 때에는 자세와 몸통 제어, 균형, 유연성, 힘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가 모두 제대로 갖추어지면 정상적인 활성화 패턴을 따라 움직임이 일어난다. 환자의 경우 이 중 어떠한 요소들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일어나는 패턴이 변한다. 이를 통해 진단도 가능하고 문제가 있는 요소들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와 재활로 이어진다. 단테(Dante M. Paredes)는 터키쉬 겟업이라는 운동을 상부교차증후군의 진단 및 치료와 재활에 응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는데, 이 운동은 도인운동요법으로 시행하기에 손색이 없는 운동으로 생각됐다. 인터넷에서 터키쉬 겟업을 검색해보면 쉽게 찾아보고 따라 할 수 있다. 평소 추나요법 시술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하루였으며, “인간은 혹독한 육체적 노력 없이는 육체적으로 정상일 수 없다(Humans are not physically normal in the absence of hard physical effort.)”라는 마크(Mark Rippetoe)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첫날의 주제와 어울리게 우리는 매일 오전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호텔의 체육관은 매우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며, 수영장 및 자쿠지와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수영 후 온천욕의 순서로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어 매일 아침을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날 아주 반가운 사람과도 만났는데, 바로 필자가 동료들과 함께 번역해 2022년에 발간한 책 “두안이비인후과 질환의 오스테오패시 치료 2판”의 저자인 마이크 쿠체라(Michael L. Kuchera) 교수였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만난 터라 그간의 회포를 푸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전시관(exhibition) 구역에서는 학생들의 논문 요약도 열람할 수 있었고, 참고해 볼 만한 오스테오패시 서적들도 구매할 수 있었으며, 의료기나 제약회사 및 각 대학의 다양한 부스들이 모여있었다. 여기에서 도움이 될만한 서적 몇 권을 구입했다. 예능인을 대상으로 한 오스테오패시 접근법 둘째 날엔 발레, 댄스, 성악가, 악기연주자, 순회공연 예술가 등 예능인을 대상으로 한 오스테오패시 접근법이 소개되었다. 여후다(Yehudah Jay Sandweiss)는 순회공연 예술가나 엘리트 체육인들을 주로 치료한 경험을 소개했는데, DO로서는 특이하게도 응용근신경학(Applied Kinesiology)을 기반으로 진료하고 있으며, 근육검사를 통해 두개골 기능이상이나 턱관절의 문제가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과 척추주위근육군을 두드려 핵심적인 병소를 찾고 치료하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했다(주: DO들은 대개 알게 모르게 DC들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졌는데 최근 AAO 학술대회에서는 DC들이 주로 많이 사용하는 고속저진폭 기법들도 소개되고 있으며 이번에 George Goodheart, DC가 창안한 응용근신경학의 관점도 소개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한국계인 예인(Yein Lee)은 성악가나 가수에 대한 접근을 소개했는데, 주로 성대 내외 및 두경부의 해부학을 설명했으며, 해당 부위의 체성 기능장애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다뤘다. 저녁때엔 미시건 주립대 오스테오패시 대학 동문회에 초대돼 수기의학의 바이블로 통하는 “그린만의 수기의학의 원리 5판”의 저자인 디스테파노 교수, 근막왜곡모델(FDM)의 선두주자 중 하나인 제니퍼 리바, 작년에 방한해 추나학회에서 징크 패턴에 대해 강의한 벤자민 그린 등과 만나 담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밤부터 눈이 많이 왔다. 이 날 저녁엔 일행들이 함께 모여 이번 학술대회에서 얻은 성과들을 귀국해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다. 경락과 경혈에 대한 침술‧지압 등 전인적 관리법 소개 셋째 날엔 퇴역군인과 군인 및 재소자 등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오스테오패시 치료가 소개됐으며 오스테오패시의 창시자인 A.T. Still의 어록들을 음미해 볼 수 있는 Pure Osteopathy라는 제목의 전체강의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로버트(Robert N. Angello)는 경락과 경혈에 대한 침술과 지압, 이침, 호흡법 등을 포함한 전인적 관리법을 소개했다. 오후엔 2차대전 비행기 박물관도 들러보고 텍사스 로드하우스라는 스테이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호텔 볼링장에서 볼링도 한 게임 쳤다. 다음날 콜로라도 스프링스 공항에서 6시 비행기에 오르기로 되어 있어 일행들과 새벽 2시 45분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방에 올라갔는데 알람을 맞추고 누워있어도 잠이 잘 오질 않았다. 새벽 1시가 지나고 2시가 가까울 무렵 필자의 룸메이트인 이근우 원장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시간을 물었다. 시계를 보니 3시가 넘어있었다. 우리는 깜짝 놀라 짐을 싸서 다급히 로비에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연락했다. 알고 보니 3월 둘째 주 일요일 새벽 2시는 2시가 3시로 바뀌는 서머타임 시작점이었다. 서두른 덕에 비행기를 놓치진 않았지만 긴장감이 힘들었는지 귀국길 비행기 안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곯아떨어졌다. 늘 널리 보는 혜안으로 이런 소중한 기회를 갖게 해주신 추나학회 양회천 회장님, 아직도 학문에 대한 열정만은 청춘이신 남항우 학술위원장님, 꼼꼼한 준비성과 유창한 영어로 우리의 어려움을 덜어준 이현준 국제이사님, 이번 출장의 룸메이트로 즐거운 대화 상대가 되어 준 스마트한 이근우 학술위원님, 운전과 보급 및 현지 안내 등 다양한 지원에 힘써주신 MSU IGH 정성수 부소장님 덕에 의미 있고 보람찬 출장이 되었으며, 우리는 여기서 얻어진 성과들이 학회에서 구체화되고 한의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속 노력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
대만 국의절 행사를 다녀와서지난 3월16일부터 17일까지 양일에 걸쳐 진행된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제94회 국의절 행사와 16회 타이페이 국제 중의약학술대회에 참석은 한의학 분야에서의 한국과 대만 간 교류를 더욱 깊게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이번 방문은 단장 강서원 국제이사, 경기도한의사회의 오창영 회장 직무대행과 이용호 회장 당선인, 그리고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함께 하여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행사 첫날에는 신죽시 중의사공회 주최의 환영 만찬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대만 중의사공회 전련회 이사장 詹永兆, 비서장 陳博淵, 상무이사 陳潮宗등이 참석하여 우리 대표단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셨습니다. 환영 만찬 이전에 개최된 오프라인 첫 회의에서는 두 단체 간의 지속적인 의료, 상업, 문화 교류와 더불어, 2024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릴 국제 행사의 참석 유무를 논의하고 대만이 WHO에 가입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하는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대만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중의약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었는데 이는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 중의약 이용률이 20% 이상 증가하여 세계 의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대만의 중의약 발전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의 인정을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대만이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보건총회(WHA)에 가입하지 못하는 현실은 많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도 양국 간의 협력 의지를 확인하고, 보다 건강한 국제 의료 공동체 구축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전달되었습니다. 행사의 마지막 날, 대만 중의사공회 전련회 명예 이사장이자 CMU 교수인 孫茂峰 박사와 대만시 중의사공회 林源泉 이사장의 환영 하에 진행된 학술대회는 한의약 분야의 최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과 대만 양국이 한의약 분야에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신죽시 중의사공회의 여러 임원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공의들의 파업과 학생들의 집단 휴학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대만이 의대, 중의대, 중서결합대를 아우르는 유연한 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으로 다양한 의료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만의 이러한 방식은 서양의학과 중의학의 강점을 모두 활용하여 의료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다양한 치료 옵션과 환자 중심의 통합적 치료를 가능하게 하여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어 저는 이 점에 대만의 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에 대해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대만 타이페이 방문은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서, 한국과 대만이 한의약 및 중의약 분야에서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양국의 한의약 및 중의약이 전 세계적으로 더 큰 발전을 이루며, 국제 의료 공동체에 크게 기여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50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년 1월 개시한 이 칼럼이 벌써 50번째를 맞이하였다. 100회를 쓰기로 약속했으니 이제 반환점을 돈 셈이다. “한의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책들을 한 두 권 추천하면서 시사성을 첨가하고 한의학에 대한 비평을 하면서도 한의사들이 스스로의 역할에 자부심을 부여할 수 있게 한다.” 연재를 시작하며 세운 나만의 작은 원칙이다. 그러나 글재주는 빈약하고 식견은 깊지 않아 매번 고충이 많다. 주제는 고만고만 했으며 한의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책들을 골라내기 역시 쉽지가 않아 그저 그런 책들을 어쩔 수 없이 추천하는 경우도 많았다. 명언집에서 보았던 “Believe you can and you’re halfway there(by Theodore Roosevelt)”라는 문장처럼 할 수 있었다고 믿었기에 그래도 50번째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주 1회, 한의신문의 발행 빈도이다. 매주 한의신문을 차곡차곡 받아보며 고스란히 우편함에 쌓아 두었다가 봉투도 뜯지 않은 채 원내 종이쓰레기 박스에 바로 내버리는 한의사들도 많을 것이다. 신문 관계자들은 서운하겠지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중동도 아니 보는 이 시대에 인쇄물로 배송된 한의신문까지 차분하게 챙겨보는 회원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온라인 뉴스레터로 읽어도 충분하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가끔 제자들 중에, “앗! 교수님!!”이라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내 글의 한 귀퉁이의 사진을 증거물로 찍어서 카톡으로 송부해오는 자들이 있다. 캠핑 와서 고기 구워 먹으려고 기름 튐 방지용으로 챙겨온 한의신문을 펼치다가 내 얼굴을 발견하고 차마 바닥에는 깔지 못하고 내 페이지만 고이 따로 접어두었다면서 “교수님, 바쁘실 텐데 어찌 이런 업무까지 하시나이까?”라고 묻길래 “4년 넘게 쓰고 있었소만!!”이라고 대답했다. “에고고.. 죄송합니다. 한의신문까지 챙겨 볼 시간이 없네요.” “그래 그래, 돈 버느라 바쁘지, 뭐. 다 이해하네. 식기 전에 마저 고기부터 드시게나!!”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반가운 대화 속에서 한의신문의 다양한 용도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 다시 다가온 총선의 모습 정치의 현장 한 복판에 있다보니 이 기간 동안 총선 1회, 대선 1회, 지방선거 1회가 지나갔고 환자로 내원한 많은 관계자들을 통해 이 큰 선거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총선을 1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도달했다. 이번에도 공천을 확정받은 정치 신인들의 직업란은 늘 그랬듯이 의사와 변호사들이 즐비하다. 거대 양당은 아니지만 한의사 몇 분도 소수 정당의 비례에 이름을 올린 듯하여 내심 반가움이 앞선다. 힘 없는 비례의원으로라도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오랜만에 탄생한다면 사적인 삶은 잠시 멈춰두고 공익을 위한 공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고단한 의원 생활을 잘 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10년 넘게 경향신문에 칼럼을 쓴 모 대학 의대의 기초학 교실의 한 교수님. 소재 탐색에 열을 올리고 생각의 열매가 익어가는 즐거운 과정을 머리 속으로 즐기다가 신들린 듯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그 수많은 주옥 같은 글들을 월 2회, 10년씩이나 썼는 데도 가족들을 포함한 지인들, 학교 교직원들은 물론이고 학생들 그 어느 누구도 공감과 지지 혹은 존경을 표현하지 않음은 물론 칼럼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더란다. ‘이런 무식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지성인들이라면 마땅히 읽어야 하는 이토록 수준 높은 비판과 유머를 겸비한 놀라운 칼럼을 안 읽다니!’와 같은 서운한 감정이 가시질 않았었다가 정작 본인이 그 코너를 종료하고 나니 본인의 이름이 더 이상 실리지 않는 그 신문은 물론이고 후임자 칼럼에 대한 관심 역시 생겨나지 않더라는 경험을 한 이후, ‘내가 쓰는 글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나와 편집자 뿐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한의신문의 내 글을 읽는 자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결코(!!) 서운해하지 않을 것이며, 이 칼럼을 종료한 이후라 하더라도 한의신문의 다양한 소식에 눈과 귀를 주 1회 정도는 집중해볼 생각이다. 한 달에 1회씩, 월말고사를 치루는 기분으로 마주하는 이 즐거운 긴장을 유지한 결과 전반전을 무사히 마쳤으니 남은 후반전도 100회에 이르는 그 날까지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 정신으로 버텨낼 것이다. 곧 천만관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재현 감독의 최신작 『파묘』를 보며 나는 PAUSE 버튼을 누른 채 메모를 하고 싶은 두 개의 장면이 있었다. 첫번째는 영화 도입부에 나온다. 밑도 끝도 없이 부자인 사람들은 그 집안에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이 멈추지 않자 현대의학의 모든 조치를 동원했고 의사들을 통한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하자 용하다는 무당 화림을 부르게 된다. 화림(김고은)은 본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사람들은 빛에 비쳐 보이는 것만 믿지만, 사실 어둠 속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귀신, 악마, 요괴, 도깨비 여러 가지로 불리는 그것들은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오고 싶어하지만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편법을 써서 빛의 세상에 나오기도 하는데, 그 때는 빛과 어둠, 과학과 미신 그 사이에 있는 나를 찾는다. 나는 무당 이화림이다.” 두번째 장면은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 나온다. 영화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1장은 음양오행(陰陽五行), 제6장은 쇠말뚝(鐵針)이다. 6장에서 일본 귀신 오니에게서 공격을 받은 상덕(최민식)은 피를 토하면서 도굴꾼들의 책에 그려져 있던 오행 상극도를 떠올리며 “물과 불은 상극이다. 쇠의 상극은 나무다. 그러니 불타는 칼의 상극은 물에 젖은 나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대사와 동시에 피에 젖은 나무 자루를 오니의 왼쪽 어깨를 반복해서 내려치니 결국 오니의 상체는 날아가고 마침내 오니는 소멸한다. 뭘 저리 구질구질하게 한줄한줄 다 설명하고 있냐는 불평불만의 감상평도 많았지만 자극적인 화면에 덧입혀진 최민식 배우의 목소리, 특히 그 오행상극을 설명하는 대목은 내게는 너무도 극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2024년 한의학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화림은 과학과 미신 사이에 있는 자가 무당이라 설명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한의사를 의미하는 용어로 ‘한무당’이라는 멸칭이 의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통용된 지는 꽤 되었다. 의사들 보기에 한의사라는 집단은 과학과 비과학 사이에서 본인들도 의사라고 주장하는 자들 정도로 정의되는 듯하다. 의사들이 진단도 치료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빅파이브 대학병원을 거치고 와서도 별다른 진단 치료가 없는 경우,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let it be’와 ‘wait and see’ 원칙을 환자들에게 하달하고 이 때부터 보호자들은 한의사부터 무당까지 용하다는 곳이라면 아무리 험한 곳이라도 찾게 마련인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음양오행 비웃으며 한의사들을 한무당이라 조롱하는 의사들의 댓글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의사들이 무당이 아니듯, 의사 너희들도 모두 과학자는 아니쟎아?!”라는 반문이 들기도 했다. 2000년 2월 인턴 시절, 인터넷이 지금보다는 조악했었던 그리고 스마트폰 따위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시절 한무당이나 한까 혹은 한방사라는 단어는 없었다. 한의사들이 한무당 소리 들을 때까지 한의협이나 한의학회는 뭘 했냐고 물을 수도 없다. 이 현상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의계에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몇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 본다. 한약분쟁 당시 잠시 제기되었던 의료일원화 논의가 그랬고 약사의 한조시 실시, 한약학과 설치, 국립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건립 등의 시기가 지금 와서 생각하니 한의계에는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한의대 인기가 최고였다고 평가되는 2004년 전후에 그 때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자들이 한의계 지도부에 소수라도 있었더라면 2024년 한의학은 달라졌을까? 한의계에 희망의 봄날을 가져 올 터닝포인트는 아직 가능한가? 지난해 12월27일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신속한 치대 정원 감축 정책이 필요하며, 치과대학 신설 정책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치과의사는 심각한 과잉공급 상태임이 정부 연구 결과에 의해 증명된 상태로 치과의사의 과잉공급으로 치과 병의원의 폐업률 증가, 과다경쟁으로 인한 네트워크, 기업화 등 영리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질되면서 과잉진료와 불법의료광고 등 환자 유인, 알선 행위가 증가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경영악화로 인한 불시폐업, 먹튀치과 현상으로 인한 환자 피해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저수가를 앞세운 허위 과장 광고 및 과잉 진료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신규개업대비 폐업률은 2021년 61%(개업 833, 폐업 506)에서 2022년 67%(개업 800, 폐업 536)로 1년간 6% 증가한 폐업률을 인용하고 있다. 치협의 성명서에서 ‘치과의사’를 ‘한의사’로 바꾸더라도 의미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는다. 폐업률이나 과잉진료, 과다경쟁, 경영악화, 국민피해 등의 원인과 결과 역시 비슷하여 한의협의 것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성명서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의협은 어떤 성명서를 준비해야 할까? 마지막까지 등록금 장사를 해먹겠다는 재단의 절박함과 12개 한의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교수, 교직원들의 생존권 때문에 졸업만할 뿐 대량 실업과 개업직후 폐업을 마주해야 하는 해마다 양산될 800명 전후의 예비 한의사들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정원 축소 규모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며 다같이 생존하자는 방안을 제시할 줄 아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성명서가 부럽기만 하다. 부러운 건 치협 이외에도 또 있다. “태어나서 한의사 처음 보는데 우리들처럼 사람처럼 생겼군요”라는 막말을 내 면전에 시전하는 자들이 다름 아닌 부산대 의전 교수진에 소속되어 있다. 이토록 고결한(?) 인격자들이 유난히 득실대는 곳이 한국 의사들이다. 일본에는 한의사가 없어서인지, 임상가로서 한의학을 적극 응용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실용서를 내는 의사들의 책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물론 주류 의사들의 트렌드는 아닐 것이다. 비주류 소수지만 이러한 의사들이 일본에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부러울 뿐이다. 현역 의사가 생각하는 한의학의 특징은?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다나카 요시오, 한국경제 신문, 2021년 8월, 원저는 2019년 12월 출간)라는 책의 “4부, 저는 병을 통해 오히려 건강해졌습니다” 챕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함께 사용합니다(서양의학은 병을 치료하는 게 목적이고, 동양의학은 환자를 치료하는 게 목적이다. 병에 따라 정해진 치료와 투약을 수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병이라도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맞춤치료를 하고 싶다) / 자연 치유력을 활용합니다(침과 뜸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경혈을 자극함으로써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자연 치유력이 눈을 뜨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침 치료는 안면신경통 등의 신경계 질병과 최근 늘고 있는 우울증, 불면증에 특히 효과가 좋다) /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합니다(약은 자연 치유력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처방되어야 하고, 환자도 그 점을 의식해 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몸을 최종적으로 지키는 것은 본인이 갖고 있는 자연 치유력이니 그 힘을 믿고 어떻게 하면 자연 치유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치료를 받거나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 질병의 경미한 신호에 주의를 기울입니다(몸이 약해 늘 여기저기 아픈 사람이 의외로 오래 사는 것은 건강에 자신이 없어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민감해도 좋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몸이 보내는 신호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부제가 “갱년기 여성의 무너진 호르몬 밸런스, 한의학으로 치료하다”인 『마흔 아홉, 한의원에 갑니다』(타카하시 히로코, 군자 출판사, 2022년 11월, 원저는 2016년 2월)라는 또 다른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의학이 갱년기의 증상에 딱 들어맞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이다. 미병을 치료한다. 하나의 한약으로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몸과 마음, 환경을 하나로써 생각한다. 원재료의 모습이 보인다. 서양의학에서 갱년기 증상의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호르몬 보충요법 및 저용량 경구피임제가 있지만 호르몬 보충요법은 불안 및 우울 상태 등 갱년기 세대의 마음의 증상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몸을 부자연스럽게 젊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 연령에 맞는 건강으로 나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한의학의 생각법이다. 책의 제7장에서는 저자의 진료실을 내원하는 여성 환자분들 대다수가 지니고 있는 두통, 변비, 피부건조의 3대 증상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서양의학에서는 유전자 수준에서 병태의 해석이 진전되고 신약이 점점 개발되고 있지만 이 3가지의 아주 흔한 증상은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주소이며 이 3가지에도 한약이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학의 위기…우리의 결말은 무엇일까? 어떤 현상이 처음에는 아주 미미하게 진행되다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그 시점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동명의 저서(The Tipping Point, Hachette Book, 2001년 5월)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해졌다. 책의 부제는 “How little things can make a big difference”이고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왜 어떤 것을 뜨고 어떤 것은 사라지는가? 유행의 출현, 범죄의 증감, 알려지지 않았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극적인 전환, 그 외 매일의 삶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한 순간의 변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사회적 전염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한의대는 한 때 왜 유행이었고 한의사라는 직군은 지금 왜 극한의 위기인가? 이 균열적인 현상의 그 시작은 처음에는 아주 미미하게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눈치를 못 챘을 뿐! 그러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폭발 직전의 상황이 그 순간이 우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용도폐기 혹은 기사회생? 한의계의 터닝포인트와 티핑포인트는 과연 우리 모두를 어떤 결말로 데려다 놓을 것인가?
많이 본 뉴스
- 1 8주 치료 제한 제동…‘자동차손배법 개정안’ 사실상 연기
- 2 “한의사의 의료용 아산화질소·산소 사용…법적 문제 없다”
- 3 “보툴리눔 독소 활용한 지속성 편두통 치료, 경혈에 최초로 사용”
- 4 “레이저·미용의학으로 현대 한의학 임상 영역 확장”
- 5 “자배법 개정안, 문제점 수두룩…즉각 철폐돼야!”
- 6 “한약재 ‘대마’, 마약 아닌 미래산업”…‘위험 기반 관리’로 전환 촉구
- 7 “치유와 연대의 60년…여한의사회, 사회의 길을 비추다”
- 8 “여드름, ‘피지 문제’ 넘어 피부 보호막균과 연관”…한의학 인체관 규명
- 9 대한문신학회 웨비나로 엿본 한의사의 문신 제거의 전문성
- 10 한국한의약진흥원 제3대 고호연 원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