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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69)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60년 초 부산에서 醫林社와 慶南鍼灸醫會의 공동 주최로 ‘오늘날의 세계적 침구학’이라는 주제의 학술 좌담회가 열렸다(1960년 간행된 『醫林』 제26호 기사 참조함). 오랜 역사와 탁월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법적·사회적으로 외면받는 침구학의 현실을 타개하고 학술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참석자들은 침구학의 과학화와 위상 제고를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요 발언자들의 핵심 의견을 요약해 정리한다. 참고로 부산시가 경상남도 소속에서 1963년부터 분리독립되었으므로 이 시기의 ‘慶南’은 부산시를 포함하는 것이다. ○ 홍순백(慶南鍼灸醫會長): 한의학은 국민 보건에 기여해 왔으나 사회적으로 비하당하고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음. 우리가 수출한 침구학이 일본을 거쳐 유럽에서 크게 발전하여 역수입되는 현실은 우리 동인들의 공동 책임임. 하루빨리 연구하고 개량하여 한의학을 다시 수출할 수 있도록 전국 동인들이 총궐기해야 함. ○ 우길룡(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겸 부산시한의사회장): 침구학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훌륭한 독자적 의학임. 서구에서 발전한 침구학이 역수입되는 현상은 슬픈 일이나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국민 계몽운동을 전개하고 학술 좌담회와 강연회를 자주 개최하여 돌파구를 찾아야 함. ○ 백연욱(小花의원장): 침구학의 발전은 과학적 기반 위에서의 연구와 개량에 달려 있음. 침구학의 사회적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는 시술료의 현실화와 운영상의 변화가 필요함. ○ 고태박(본회 고문): 침구학에 대한 사회적 몰이해로 인재들이 연구에 뜻을 두지 않고 있음. 스스로 연구하고 개량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함. ○ 송태석(해군군의학교 부교장): 피부 표면의 특정 부위 자극은 체내 분비 호르몬의 균형 작용을 일으키며, 금침과 은침의 효능에는 분명한 과학적 차이가 존재함. 침구의 효능은 이처럼 철저한 과학적 근거와 임상 실적으로 증명될 수 있음. ○ 박천래(경남한의사회 부회장): 침구의 뛰어난 효능을 알면서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침을 놓지 않고 한약 처방만 고집하는 측면이 있음.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개선되어 위상이 새로워질 때 다시 침구술을 펼칠 것임. ○ 배석수(의사): 서양의학에서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간경화증을 오직 침구술만으로 완치시킨 실제 임상 사례가 존재함. 침구학은 구체적인 임상 실적을 통해 그 강력한 치료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음. ○ 이재원(오행침구연구소장): 다양한 침구 학리 중에서도 五行鍼灸醫學이 가장 선구적이며 치료 정확성도 가장 높음. ○ 배상국(전 동양의약대학 강사 겸 본회 고문): 침구학에 제기되는 비난을 극복하고 자연과학계의 인정을 받으려면 침구학의 원리를 현대 과학적 체계로 정립하려는 학문적 노력이 시급함. ○ 김영진(부산시한의사회 부회장): 한의사는 침구학을 더욱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 신현수(의림사 총무): 치료 기술만 과신하여 고전 용어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연구와 학술 개량을 통해 한의계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총궐기해야 함. -
“약재에서 처방까지, 한약 공부의 기준을 세우다”[한의신문]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건국대학교 경영관에서 대한동의방약학회 하계학생학술특강이 열렸다. ‘藥證을 중심으로 처방의 얼개와 사로를 연결하다’라는 주제로 이신형·이승훈·양지연·김휘열 네 분의 강사님께서 고방에서 자주 쓰이는 약물의 특징부터 주요 처방의 계통과 방증까지 이틀에 걸쳐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한약 공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한약은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 수단 중 하나다. 그래서 학생 때부터 제대로 공부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정작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는 막막했다. 물론 학교에서 방제학을 배우고 시험도 치른다. 하지만 수업만으로는 실제 임상에서 처방을 선택하는 과정까지 충분히 익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처방의 구성과 효능을 외워도 막상 “그래서 이 환자에게는 어떤 처방을 써야 하지?”라는 질문 앞에서는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이마성 부회장님의 소개로 대한동의방약학회를 알게 되었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약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김휘열 강사님께서는 약재의 효능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물이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며 어떤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쓰일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셨다. 그 과정에서 따로 흩어져 있던 약재와 처방에 대한 지식이 조금씩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학회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고, 학생 특강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처방에 이르는 네 가지 길 이번 특강에서 가장 먼저 접한 것은 대한동의방약학회의 선방 기준이었다. 대한동의방약학회에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바탕으로 약증·방증·변증·약리라는 네 갈래의 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처방을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중요한 점은 한 환자에게서 이 네 가지 단서가 모두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환자는 특정 약증이 선명하게 잡히고, 어떤 환자는 처방 전체의 방증이 먼저 보인다. 또 어떤 환자는 변증을 통해 접근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약리적 관점이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환자마다 처방에 이르는 길이 서로 다른 셈이다. 그렇기에 각 처방의 약증과 방증, 육경병증과 약리를 두루 알아야 한다. 실제 환자를 만나기 전에는 어떤 길이 열릴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특강은 이 네 가지 사로(思路) 가운데 약증과 방증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날: 약물을 바라보는 기준을 배우다 첫째 날에는 약증을 중심으로 소화기계와 어혈제, 심폐순환, 체액조절과 스트레스 및 간담도계에 관한 세 개의 약물론 강의가 진행되었다. 세 강의에서 공통적으로 좋았던 점은 약재를 단순히 하나씩 나열하며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먼저 약물을 분류할 수 있는 큰 기준을 세우고, 그 안에 각각의 약재를 배치한 뒤 설명해 주셨다. 이후 각 약재의 작용과 특징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비슷한 약재들이 어떤 점에서 구분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덕분에 세부적인 내용을 배우기 전에 전체적인 방향을 먼저 잡을 수 있어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세 강의를 모두 듣고 나니 약물을 공부하는 기준이 이전보다 조금은 분명해졌다. 그동안에는 약재마다 적혀 있는 수많은 효능을 단순히 외우려고 했다면, 이제는 먼저 환자의 몸에서 어떤 기능이 지나치거나 부족한지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약물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하나의 지도 위에 놓이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둘째 날: 흩어져 있던 처방이 연결되다 둘째 날에는 김휘열 강사님께서 하루 동안 약증과 방증을 바탕으로 처방을 계통적으로 분류하는 강의를 진행하셨다. 강의는 처방들을 계통별로 묶고, 각 계통의 중심이 되는 처방에서 비슷한 처방들이 어떻게 뻗어나가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처방의 구성과 약증·방증을 함께 비교하면서, 서로 비슷해 보이는 처방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설명해 주셨다. 방제학 시간에 많은 처방을 배웠지만, 사실 그 처방들은 내 머릿속에서 각각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사님의 설명을 따라 처방을 계통별로 정리해 보니, 그동안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조금씩 이어지기 시작했다. 서로 별다른 관련이 없어 보였던 처방들이 하나의 계통 안에서 연결되고, 중심 처방으로부터 여러 처방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강의 중간중간 실제 임상 사례를 계속해서 보여주신 점도 인상 깊었다. 이론으로만 접할 때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약증과 방증이 실제 환자의 모습과 연결되자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다. 각 처방이 실제 임상에서 어떤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둘째 날 강의를 듣고 나서는 처방을 개별적으로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관계와 계통 안에서 크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따로 떨어져 있던 처방들 사이에 하나씩 연결고리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된 공부의 방향성 잡는 뜻깊은 시간 강의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아 따라가기 벅찬 부분도 있었고, 이틀 동안 배운 많은 내용을 그 자리에서 온전히 소화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강의실을 나서며 남은 것은 막막함이나 부담보다는 앞으로의 공부 방향이었다.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내가 그 길의 어디쯤에 서 있는지가 이전보다 조금 더 또렷해졌다. 나처럼 한약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학생이라면, 이번과 같은 강의가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귀한 임상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신 네 분의 강사님과 학생들을 위해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대한동의방약학회에 감사드린다. 이번 특강에서 배운 내용을 한 번의 강의로 끝내지 않고, 꾸준히 복습하며 온전히 내 지식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적어도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는 조금 알게 된 이틀이었다. -
실전 한의 피부미용 치료 임상례김서영 대한통합레이저의학회 교육위원 한의 임상에서 피부미용 치료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색소성 병변뿐 아니라 홍조·모세혈관 확장증·혈관종·화염상모반·정맥 등 혈관성 병변에 대한 레이저 치료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혈관 병변마다 혈관의 깊이, 굵기, 혈류 상태, 산소 포화도가 서로 달라 병변의 특성에 맞는 파장과 조사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1. 피부 혈관질환의 분류와 특징 임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피부 혈관 병변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첫째, 홍조(안면홍조)와 모세혈관확장증이다. 진피 상층의 가느다란 모세혈관들이 확장되어 얼굴 전체 혹은 볼·코 주변에 미만성(diffuse)으로 넓게 퍼져 나타나며, 주사(酒渣, rosacea) 경향이 있거나 피부 장벽이 약한 환자에서 흔히 관찰된다. 둘째, 혈관종(hemangioma)이다. 흔히 ‘앵두혈관종’, ‘체리혈관종’이라고도 한다. 진피 내 모세혈관이 국소적으로 증식·확장되어 생기며 병변의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융기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셋째, 해면상 혈관종(cavernous hemangioma)이다. 혈관종보다 더 깊고 넓은 진피∼피하층의 혈관강(腔)이 확장되어 형성되며, 병변이 더 두텁고 색조도 자적색에 가깝게 짙은 경우가 많다. 넷째, 화염상모반(port-wine stain)이다. 선천성 모세혈관 기형으로, 진피 내 모세혈관이 넓은 범위에 걸쳐 확장되어 있으며 평생 지속·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 반응이 더디고 반복 치료가 필요한 것이 특징이다. 다섯째, 정맥 병변(venous lesion)이다. 산소포화도가 낮은 정맥혈을 담고 있어 푸르스름하게 비쳐 보이며, 진피보다 깊은 피하지방층에 가깝다. 2.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 치료 전 진단에서 중요하게 확인하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병변의 색조: 선홍색(동맥혈 위주, 표재성), 자적색∼암적색(정체된 혈류, 좀 더 깊은 병변), 푸르스름한 색(정맥혈, 심부 병변)을 구분한다. 2) 압박 시 퇴색 여부(diascopy): 눌렀을 때 병변이 완전히 퇴색되는지, 부분적으로만 옅어지는지를 통해 혈관의 개방성과 대략적인 깊이를 가늠한다. 3) 병변의 범위: 미만성인지, 국소적으로 경계가 뚜렷한지 구분하여 모드를 결정한다. 4) 기존 시술 이력: 필링, 박피, CO2 레이저 등 다른 시술을 받은 뒤 신생 혈관이 생긴 것인지, 처음부터 있던 병변인지 확인한다. 반흔 치유 과정에서 신생 혈관이 증식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반흔 치료와 혈관 치료를 함께 계획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 간격의 경우 홍조와 모세혈관확장증은 4주 내외 간격으로 스퀘어 모드 토닝을 반복하며, 미만성인 만큼 일시에 무리하게 출력을 올리기보다 누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 안전하다. 혈관종과 해면상 혈관종은 서클 모드로 2∼3주 간격, 1∼3회 정도의 짧은 치료로도 육안상 변화가 뚜렷한 경우가 많다. 화염상모반은 병변이 두텁고 범위가 넓어 회복 기간을 넉넉히 두고 3개월 이상 완만하게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맥은 표재 병변보다 조직 손상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어 짧은 간격으로 자주 조사하기보다 2주 간격으로 소수 회차만 시행하고 경과를 지켜본다. 시술 후 일시적인 자반이나 붓기, 병변 부위의 일과성 암적색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 특히 서클 모드 시술 후 혈관 내 응고로 인해 병변이 일시적으로 더 진해 보일 수 있는데, 이를 악화로 오인하지 않도록 사전 설명이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과 보습을 철저히 하도록 안내하고, 색소침착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미백 관리를 병행하도록 한다. 아래는 실제 치료 사례들이다. 사례 1. 홍조(치료 2개월) 눈가와 뺨 주변에 붉은 실핏줄이 퍼져 있고, 점상 출혈처럼 보이는 작은 붉은 반점들이 동반되었다. 육안 관찰과 퇴색 검사를 통해 병변이 진피 상층의 미세혈관 확장에서 비롯된 표재성 병변임을 확인하고, 아드바 TX 스퀘어 모드 토닝만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3주 간격으로 내원하도록 하여 총 2개월에 걸쳐 치료하였으며, 초기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이다가도 2∼3회차를 넘어가면서 붉은기가 눈에 띄게 옅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시술 후 일시적인 홍반 외에 특별한 다운타임은 없었으며, 자외선 차단과 보습을 병행하도록 안내했다. 사례 2. 비후성 반흔(추적 관찰 2개월) 입술 주변에 이전 시술 혹은 외상으로 인한 비후성 반흔이 있던 환자로, CO2 레이저로 반흔 조직을 절제하는 처치를 먼저 시행한 사례다. 절제 후 반흔 부위에 붉은색의 신생 혈관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아드바 TX로 반흔 부위의 신생 혈관을 추가로 제거하였다. 2개월간의 추적 관찰 결과 반흔 부위의 융기와 발적이 함께 개선되었다. 반흔 치료 환자에서는 절제 이후 신생 혈관의 발생 여부를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필요 시 조기에 혈관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최종 색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례 3. 정맥(2주 간격 2회 치료) 뺨 부위의 푸르스름한 정맥성 병변이 있던 환자다. 심부 혈관 병변이므로 엘레멘탈 TL 1064nm(Nd:YAG)를 선택했다. 2주 간격으로 2회 치료 후 병변의 푸른 색조가 눈에 띄게 옅어졌는데, 이는 병변의 깊이에 맞는 파장을 선택하면 적은 회차에서도 빠른 치료 반응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치료 후에는 일시적으로 병변 부위의 경결감이 있거나 멍처럼 보일 수 있음을 설명하고, 압박이나 마사지를 삼가도록 안내했다. 사례 4. 혈관종(1∼3회 조사) 눈가의 작은 혈관종을 더모스코피(피부현미경)로 확대 촬영한 사례다. 더모스코피상 병변의 경계와 색조가 뚜렷하게 확인되며, 조사 전에는 선홍색으로 도드라져 있던 병변이 1∼3회의 서클 모드 조사만으로 갈색조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색조 변화는 혈관 내 응고가 일어나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으로, 이후 갈색조도 점차 소실되는 경과를 밟는다. 혈관종은 국소 부위에 정확히 에너지가 전달되면 적은 횟수의 치료로도 빠른 반응을 얻을 수 있어, 환자에게 즉각적인 치료 효과를 보여주기에도 유용하다. 다만 응고 직후의 색조 변화를 부작용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시술 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 병변의 레이저 치료는 병변의 깊이와 혈류 특성을 정확히 평가하고, 이에 맞는 파장과 조사 방식을 선택하는 것에 달려 있다. 향후에도 다양한 혈관 질환 사례를 축적하여 병변의 깊이와 색조에 따른 맞춤형 치료 프로토콜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킬 계획이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78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에 의존하여 기억력이 떨어져 발생하는 건망증을 지칭하는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국립국어원에 처음 등재된 것은 2004년이다. 같은 해 중앙대 특강에서 “60세가 넘으면 뇌세포가 죽어 과거의 능력있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즉 “60 넘으면 뇌썩남”이라는 발언을 하신 분이 최근 다시 핫하다. 올해로 68세가 되신 그 분! 과거의 자신이 했던 다소 과격했던 표현에 의거하자면 그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뇌썩남이다. 물론 “환갑 넘어도 뇌가 썩지 않았고 백살이 코앞인 데도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를 증명하고 있는 슈퍼 에이저(super ager)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옥스퍼드는 ‘뇌 썩음’ 즉 ‘브레인 로트(brain rot)’를 2024년의 단어로 선정하면서 짧은 콘텐츠로 끊임없이 정보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의 정신적 또는 지적 상태가 악화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치매에서 브레인 로트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이라는 시간의 축적과 초월적 편리 위에 디지털 기기에의 의존도는 진정한 물아일체(物我一體) 휴먼을 양산하였고 우리 모두는 남녀노소와 빈부귀천 무관하게 1인 1기 보유 시대에 도착해 있다. 이제는 1기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에 AI까지 장착되어 당장 몇 년 후의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의 생활에 불어닥칠 변화는 현재로서도 상상불가라 하니 ‘그만 발전해, 이러다 다 죽어!’라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내일을 조심스럽게 기다려 본다. 선관위 뻘짓으로 인한 6·3 지방선거 후유증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개표 수개표’라는 올공시위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에 “부정선거 있었다”는 응답을 한 2030 청년들이 과반을 넘어섰다는 여론조사까지 보도되었다. 세대별 인식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린 가운데에 이들을 합리적, 이성적, 감성적으로 설득할 기성세대의 노력은 여전히 게을러 보인다. ‘요즘 것들은…’이라고 감정적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각은 선입견을 낳고 편견으로 이어졌다가 확신으로 굳어진다. 웬만해서는 이들을 바꿀 수 없다. 독서 취향도 정치 성향도 그렇게 서서히 단단해진다. 상황이 심각한 데도 연일 현정부에까지 저주의 언사를 퍼부으시는 유모 전 의원님의 최근 행보는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의 그의 책 제목들과 무척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한 때 인덱스 붙여가며 읽었던 책들이었다. 그 시절과 그 때의 내 마음은 결론적으로는 도둑맞은 셈인가? 『도둑맞은 뇌』(대니얼 샥터, 인물과사상사, 2023년 1월) - 기억의 소멸은 소리 없이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이 발생하면서 과거는 계속 희미해진다. - 사람들은 때때로 현재의 자신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느끼기 위해 과거의 자신을 비난한다. - 편도체는 우리가 두려움이나 자극을 유발하는 사건을 만나면 호르몬 체계에 강력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균형잡힌 뇌』(권택영, 글항아리, 2025년 1월) - 인간의 행동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우리 몸은 겉으로 보면 대체로 대칭이지만 우리의 행동 방식은 그렇지 않다. - 마음의 병은 예민하고 치유하기가 어렵다. 원인을 알아내고 치유하기 위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아직도 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 편도체는 어느 시점에 어떤 감정을 동원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럴 때는 주로 슬픔과 증오의 감정을 동원한다. 『기울어진 뇌』(로린J. 엘리아드, 알에이치코리아, 2025년 3월) - 우리의 강력한 편측성은 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발, 눈, 귀, 심지어 콧구멍에서도 강력하고 명확한 편측성이 나타난다. - 취향은 천차만별이다. 미적 경험은 주관적이고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므로 객관적으로 정의하거나 경험을 평가할 방법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 우리는 방향을 전환할 때 대부분 오른쪽을 선호한다. 방향 전환에서 나타나는 이 편향성은 주로 사용하는 손, 나이, 성별에 영향을 받는다. 『뉴로테리어』(손혜주, 한국경제신문, 2026년 5월) - 노화로 인해 뇌기능이 서서히 변할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이 바로 스스로 계획하고 움직이는 주도적 행동 능력이다. - 눈이 침침해지고 시야가 답답해지는 것은 단순한 노안이 아니라 뇌의 시각 처리 시스템이 고장나고 있다는 조용한 경고였던 셈이다. - 치매가 중기로 접어들면 두정엽이 손상되면서 감각 정보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 자체가 심각하게 손상된다. - 내 의지대로 언제든 움직일 수 있을 때, 뇌는 스스로 삶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 주도적인 감각이야말로 뇌를 늙지 않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회복하는 뇌』(헤더 샌디슨, 더 퀘스트, 2026년 6월) - 뇌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요소를 제대로 다루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 - 그동안 과학계가 매달려온 아밀로이드 플라크와의 전쟁 외에도 기본 가설 자체가 잘못됐던 이론들이 있다. 이로 인해 치매 예방과 치료 연구는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 -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개입으로, 실천하기만 하면 수많은 만성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재미는 뇌 기능에 필수적이다. 즐거움은 뇌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 삶의 목적이 명확하면 하루를 시작하고 시련을 견딜 힘이 생긴다. 뚜렷한 삶의 목적은 경도 인지장애 위험을 낮추고 인지저하를 늦춘다. 운동과 담 쌓고 살아온 일간지 기자. 어느날 허리가 아파 한의원을 찾았다. 수백만원짜리 척추 교정 치료를 권유받고 오는 길에 드는 생각. ‘이 돈이면 차라리 PT를 받고 말지.’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인생의 중심이 된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고영, 카시오페아, 2019년)라는 책의 서평이다. 7월 초,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병원이 820억원대 보험사기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한의원은 비싼 곳! 한방병원은 보험사기나 치는 곳!” 해당 뉴스에 달린 한의사들을 향한 공격적인 댓글을 읽은 젊은층이 한의학에 대해 가지게 될 부정적 이미지는 뇌와 가슴에 깊고 강하게 각인될 것이다. “너희들 생각이 잘못됐어!”라고 다그치며 그들을 설득해낼 수 있을까?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과정에서 한의사 제도를 둘러싼 논쟁 _ 국회 속기록을 중심으로』(동의생리병리학회지: 26(5): 2012)라는 논문은 열악한 의료 현실, 한의에 대한 대중적 지지, 값싸고 접근성 높은 한약의 존재, 한국전쟁으로 인한 부족한 의료 자원 등의 복합적인 현실을 고려하여 제시된 한의사 제도의 탄생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2026년 오늘날 한국의 의료 현실이 열악한가? 한의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있는가? 값싸고 접근성 좋은 한약이 존재하는가? 의사와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여 기회를 주고자 했던 1951년 당시 국회의원들의 질문들에 2026년 오늘날 우리들의 답변은? YES? NO? 지난주 영화 『호프(HOPE)』를 보았다. 나홍진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곡성』 이후 10년만의 작품으로 깐느 경쟁부분 초청작, 헐리웃 배우들의 대거 출연,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 투여 등의 뽐뿌질로 점철된 티저 영상들은 나의 기대치를 최절정에 올려놓았다. 짜디짠 평점으로 유명한 박평식 평론가의 “끌렸다, 즐겼다, 낚였다”라는 한줄평은 정확하게 나의 감상평과 일치했다. 관객들을 여러 방면으로 홀리는 감독의 실력은 여전했다. 신통방통하다는 칭찬! 무슨 병이든 척척 알아맞히더라는 찬사! 침 한방에 벌떡 일어났다는 기적! 한 때 한의계도 환자들을 여러 방면으로 홀리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날 한의학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진 의료소비자들은 죄가 없다. 한의계는 아직 시대적 쓰임을 다하지 않았다. 그 쓰임의 본질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만이 한의계의 희망(HOPE)일 수도 있다. -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26한상윤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종강을 앞둔 시점부터 종강 직후까지 학생들에게 꼭 듣는 질문이 있다. “교수님! 방학엔 뭘 해야 하나요?” 학생들은 아마도 정답을 기대하며 묻는 것일 것이다. 어떤 과목을 미리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다음 학기에 앞서갈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대답을 하곤 한다. “방학에는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세요.” 누가 뭐래도 대학은 배우는 곳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험 일정에 쫓기고 과제와 실습을 반복하는 학기 중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학생들은 흔히 방학을 두 가지로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거나, 다음 학기를 위해 미리 공부하는 시간이다. 물론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고 공부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방학동안 할 일이 그 두 가지만이라면 조금 아쉽다. 방학은 학기 중에는 하지 못했던 경험을 통해 자신을 조금 더 넓히는 시간이어야 한다.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자산 무엇보다 방학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 보았으면 좋겠다. 한의사는 결국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진료도 어렵다. 그런데 사람을 이해하는 힘은 강의실보다 삶의 현장에서 더 많이 길러진다. 여행도 좋고, 봉사활동도 좋고, 아르바이트도 좋다. 여행은 낯선 사람과 문화를 만나게 해 주고, 봉사활동은 누군가의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하는 장점이 있다. 아르바이트 역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일하면서 책임감과 소통을 배울 수 있기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갈등을 겪기도 하고, 고객을 응대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언젠가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권하고 싶은 것은 평소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는 일이다. 전시회를 찾아가 시선을 끄는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서 있어도 좋고, 공연장에서 음악이나 연극을 감상해도 좋다. 꾸준히 운동을 시작해 몸의 변화를 느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악기를 배우거나 사진을 찍고, 요리를 배우거나 글을 써 보는 것도 좋다. 꼭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 자체가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은 얼핏 한의학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술은 감수성을 키워 주고, 운동은 자신의 몸을 이해하게 하며, 취미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알려 준다. 다양한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고, 익숙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한다. 결국 이러한 경험들이 모여 환자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힘이 될 것이다.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평소 가보지 않았던 동네를 천천히 걸어보는 일, 부모님과 오랜만에 긴 이야기를 나누는 일, 혼자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다. 방학, ‘자기 삶을 설계하는 연습’의 기간 학생들이 방학에 꼭 했으면 하는 것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독서다. 다만 전공 서적을 읽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소설과 역사, 철학 등의 인문학 책을 많이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전공 서적은 지식을 가르쳐 주지만, 인문학은 사람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좋은 소설 한 권은 한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게 하고, 역사책은 시대를 보는 눈을 넓혀 주며, 철학은 익숙한 생각에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런 독서는 당장 시험 점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역시 간접 경험으로서 훗날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부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일까? 가능하면 공부하지 말고 방학을 온전한 휴식과 경험의 시간으로 채우라고 하고 싶다. 방학을 다음 학기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만 삼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방학 중에 공부를 하게 된다면 예습보다 복습을 권하고 싶다. 많은 학생들이 다음 학기 교재를 미리 사서 앞부분을 읽는 등의 예습을 하다가 금방 지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열정은 칭찬할 만하지만, 그 효과만 놓고 보면 복습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미 배운 내용을 다시 떠올리고, 스스로 설명해 보고, 서로 연결해 보는 과정에서 학습한 지식은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교육학에서도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데에는 새로운 내용을 무작정 많이 배우는 것보다 배운 내용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활용하는 과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지난 학기 특정 과목에 약점이 드러났거나, 스스로 돌아보기에 특정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면 방학에 반드시 그 부분을 보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다음 학기 혹은 다음 학년이 되어서 결국 그 약했던 부분이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초가 탄탄해야 높이 세울 수 있기에, 무사히 진급했다 하여 안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학기 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천천히 정리해 보고, 노트를 다시 펼쳐 보며 ‘왜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을까’를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도 다음 학기의 출발은 훨씬 가벼워진다. 학기 중에는 강의시간표가 학생들의 하루를 결정하고 시험 일정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반면 방학은 누구도 대신 계획해 주지 않는다. 무엇을 읽을지, 누구를 만날지, 어디를 갈지, 얼마나 쉴지 모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방학은 ‘자기 삶을 설계하는 연습’을 하는 기간인 셈이다.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배움은 달라져” 그래서 방학을 보내는 방식은 그 사람의 공부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책을 읽으며 생각을 깊게 만들 수도 있으며, 여행을 통해 익숙한 일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를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 역시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보다 왜 그것을 선택했는가이다. 방학이 끝나고 같은 교실, 같은 교수, 같은 교재를 마주하더라도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배움은 달라질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본 학생은 환자의 이야기를 다르게 듣고, 더 다양한 책을 읽은 학생은 같은 증례를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며, 스스로의 시간을 책임져 본 학생은 공부도 조금 더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방학이 자신을 한 뼘 더 성장시키는 과정이 된다면 말이다. 돌아보면 방학은 참 이상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너무 빨라 정신차려보면 어느 새 방학이 다 지나가 있게 되는데, 바쁘게 보내면 괜히 쉬지 못한 것 같고, 쉬기만 하면 시간을 허비한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남은 방학 계획을 세우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교수도 학생과 마찬가지라는 점이 한숨 나오면서도 재미있다. -
최환영 명예회장 “기록은 미래를 개척해 나갈 귀중한 자산”[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 최환영 제32·33대 회장(1998.4~2002.3)은 재직 기간 동안 병역법 개정을 통한 한의사군의관과 공보의 제도 실현, 한의의료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한의사전문의제도 도입, 제11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 전야제에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 초청을 통한 한의학 위상 강화, 대통령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기반 구축, 한의사회관 건립, 한의건강보험 수가 제도의 개혁과 현실화 등 굵직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또한 이 같은 업적 외에도 기록문화 분야에서도 큰 두각을 나타내 보였다. 특히 서울시한의사회 정책백서 발간준비위원회의 조사 및 연구위원장을 맡아 1990년과 1992년에 ‘한방의료정책백서’ 제1집과 제2집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2000년 한의사협회 회장 재직 시에는 현재 제2551호에 이르는 ‘한의신문’이 당시 1000호를 발행하게 되자, 그해 10월5일 소피텔엠버서드호텔에서 한의계 및 정관계 인사를 초청한 가운데 ‘한의신문 1000호 발행 기념식’을 개최해 한의인의 자긍심과 저력을 대외에 널리 알렸다. ‘한방의료정책백서’ 발간과 ‘한의신문 1000호 발행 기념식’ 개최 등을 통해 드러나는 점은 그가 얼마나 역사의 기록과 사료의 가치를 중시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또 한의사전문의제도가 시행되기까지 회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 1등 공신으로 한의신문을 꼽았다. 최환영 명예회장을 만나 오랜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봤다. Q. 한의사협회 기관지로서의 기록의 가치를 매우 중시하는 이유는? : 기록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흔적이 아닌 미래를 개척해 나갈 매우 귀중한 자산이다. 요즘은 통칭 빅데이터(Bigdata)라고도 말하는데, 사료 내지 근본 자료가 부실하면 무엇이 됐든 그 핵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늘날 이룩한 각종 성과는 물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을 후대에 온전히 전할 수 없다. 특히 한의학처럼 수천 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학문일수록, ‘현재의 활동 내역과 정책 추진 상황’을 정확히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미래 한의학 발전을 이끌어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은 과거를 거울삼을 수 있는 잣대인 셈이다. 또한 기관지는 3만 한의사 회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거대한 소통의 창구이다. 특히 어떤 사업 내지 회무를 추진하고자 할 때 집행부의 정책의지를 회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로써 정책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협회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법과 제도 개선 방향, 한의학의 육성과 세계화 과제를 전 회원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집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Q. ‘정책의 구심점’으로 활용했던 적이 있었는가? : 협회 제32대 회장을 할 때 가장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던 것이 한의사전문의제도 논란이었다. 한의사의 의료 전문성과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 제도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반대하다시피했다. 개원 한의사들, 대학 교수, 한의대생 등 모두가 이기적인 각각의 이유를 들면서 결사반대에 나섰다. 이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게 매우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회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설명할 순 없었다. 그래서 관련 공청회를 열어 회원들의 의견도 구했지만,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한의신문을 이용해 집행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계속해서 알려나간 점이다. 그 결과, 1999년도 한의사전문의제도가 공식화돼 첫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었다. 만약 그때 여러 직역의 반대 때문에 제도 추진을 포기했다면, 현재의 한의사전문의제도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Q. ‘한방의료정책백서’의 발간사에서도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한방의료정책백서’ 제1집과 제2집을 발간한 데는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연구가 단절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자료를 남겨놓지 않으면’ 새로운 회장단이 들어설 때마다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렇기에 정책백서 발간을 통해 당면한 한방의료제도, 한약사제도, 한방전문의제도, 국립의료원 한방부 운영 개선 방안 등 각종 정책들을 우선 순위별로 정리해 대안을 제시하고, 내부의 이견을 하나로 수렴하고자 했다. ‘백서’는 백 마디의 말 보다 한 페이지의 자료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백서는 곧 기록의 집결체다. 그런 백서가 쌓일 때 한의약 정책은 집행부의 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되고, 연속성 있게 추진될 수 있다. Q. ‘한의신문 1000호 발행 기념식’ 개최는 이례적이었다. : ‘1000’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종이신문을 천 번 발행했다는 의미를 넘어 선다. 1967년 12월30일 한의사협보(현 한의신문)가 창간된 이래 한의계의 현대사를 꼼꼼히 기록한 역사의 사관이었다. 충분히 자축할만한 위대한 성과였기에 1000호 발행 기념식을 성대히 개최해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전달했다. 1000호 발행을 한의계 내부의 경사에 그치지 않고,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초청한 이유는 한의인의 자긍심과 저력 대외에 적극 알려 우리 스스로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Q. ‘한의신문’의 존재 이유는? : 일반 신문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양방 전문지는 의사와 약사들의 활동상을 대변한다. 이에 반해 ‘한의신문’은 한의사, 한의약, 한의계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홍보 매체다.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수십 종에 달하는 양방 전문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협회 기관지인 ‘한의신문’의 존재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의신문이 현재 한의계의 입장을 앞장서 대변해주고 있는 것 자체가 한의사들의 편에 서서 용감히 싸워주는 투사인 셈이다. 이 같은 신문이 있어 늘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한의계 내부의 잘못된 점이 있을 때 종종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봐왔다.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바라는 바는 그때, 그때 날카로운 지적을 통해 기관지이면서 정론지로서 한의약의 발전에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한의신문’ 독자들께 바라는 점은? : 신문을 만드는 기자(記者) 만큼이나, 신문을 읽어줄 독자(讀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한의신문의 기록은 신문을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가는 역사이다. 그렇기에 한의신문이 담아내는 한의계의 발자취가 지닌 가치를 독자들께서 넓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길 바란다. -
“방대한 고방의 세계, ‘藥證’과 ‘方證’으로 임상의 지도를 완성하다”[한의신문] 여름방학의 시작과 함께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건국대학교 경영관에서 ‘대한동의방약학회 2026년 하계학생학술 특강’이 진행됐다. 상한론과 금궤요락의 ‘중경방(고방)’을 기반으로 현대 질환의 한약 치료를 깊이 있게 연구해 온 대한동의방약학회(이하 학회)는 이번 특강에서 개별 약재의 뼈대를 세우는 ‘약증(藥證)’부터 처방의 거대한 줄기를 엮어내는 ‘방증(方證)’까지 유기적인 임상 사로를 아울러 보여주었다. 이번 강의에서는 ‘약증(藥證)을 중심으로 처방의 얼개와 사로를 연결하다’라는 주제 아래 김휘열 원장님을 비롯한 4명의 연사님들이 강의를 진행해주셨다. 교과서 속 추상적인 문구에 갇혀 처방의 활용에 갈증을 느끼던 예비 한의사들에게 이번 이틀간의 강의는 미지의 임상 지도를 선명하게 밝혀주는 뜻깊은 이정표가 되었다. ■ 물리·화학·자율신경의 삼각축으로 풀어낸 소화기계 질환 특강의 첫 포문을 연 1일차 첫 번째 세션은 학회 재무이사인 이신형 원장님께서 ‘소화기계 및 어혈제 약물론’을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다. 원장님께서는 소화불량 치료의 핵심으로 어디가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복잡한 소화기 질환을 △물리적 소화 △화학적 소화 △자율신경계 및 심리적 문제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대분류했다. 이는 학교 수업에서 방제학 지식을 단순 암기했던 나에게 환자를 바라보는 실전적 사로를 깨워준 대목이었다. 강의의 초점은 현대인들에게 다발하는 ‘기능성 위장장애’에 맞춰졌다. 기능성 위장장애는 식후불편증후군과 상복부통증증후군으로 분류되며, 임상에서는 두 증상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소화기 치료 시에는 염증 및 흥분의 제어, 위장관 운동의 제어, 조직 보호 및 재생 촉진이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방을 선방해야 한다. 이어진 구체적인 약재 설명에서는 소화기 염증 및 흥분의 제어에 속하는 황금과 황련, 위장관 운동의 제어 중 식욕 증진을 위한 인삼, 건강, 생강, 구토 억제를 위한 반하가 소개되었다. 또한 과도한 예민성에 대응하는 사로와 함께 장 운동 리듬의 정상화를 위해 귤피, 지실, 후박, 작약, 대황, 망초를 운용하는 방법과 조직 보호 및 재생 촉진에 관한 원리를 풀어나갔다. 나아가 고방 이외의 현대 임상에서 실전 유용성이 높은 처방 약재들까지 확장하여 다루었다. 각 약재가 가진 독특한 약증을 중심으로 약리 작용, 환자의 체표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외증, 임상 효능을 극대화하는 주요 약대(藥對)의 조합을 매핑하고, 타 약재와의 감별 및 비교 포인트, 처방 시 주의점까지 꼼꼼하게 공유되었다. 특히 대황을 단순히 변을 소통시키는 통변 약재로만 국한하지 않고, 혈류 정체를 개선하고 점막 내 미세순환 장애를 해결하는 강력한 ‘어혈제’로서의 역할을 설명한 부분은 단편적 지식의 한계를 깨뜨려준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 처방 공부의 큰 지도 위에서 조망하는 심폐순환 약물론 두 번째 세션은 학회 교육위원인 이승훈 원장님께서 ‘심폐순환 약물론’을 주제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강의에 들어가며 “오늘 내가 하게 될 공부가 처방 공부의 큰 지도에서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실제 임상에서 처방을 선택하는 기준은 약증, 방증, 변증, 약리의 사로를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이번 강의에서는 약증을 위주로 처방을 선택하는 사로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교과서적으로 완벽한 ‘정증(正證)의 환자’는 현실에서 거의 보이지 않으며, 우리에게 오는 환자들은 공부한 것에 비해 관련 증상이 적은 경우가 많으므로 부족한 여러 정보의 조합으로 감별을 진행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분은 예비 임상의로서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추가적인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본 강의는 심장의 생리와 병태에 관한 설명을 시작으로 혈압을 결정하는 다양한 변수들을 명쾌하게 짚어냈다. 앞으로 다룰 약재들이 어떤 변수를 조절하여 혈압을 다스리게 되는지 논리적으로 접근한 덕분에, 학생 입장에서 병태생리를 한층 더 선명하고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갈근, 황기, 방기, 계지, 마황, 부자, 과루실, 해백, 행인, 오미자의 약증, 약리, 외증, 주요 약대 및 품고, 그리고 실제 증례까지 꼼꼼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덕분에 각 약재의 핵심 특징을 머릿속에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하여 기억할 수 있었다. 세션의 마무리로 임상 3년 차 선배로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담담히 나누며, 곧 임상 현장으로 나아갈 후배들이 처방 공부를 어떤 방향성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주어 깊은 격려가 되었다. ■ 병기와 인형의 연결, 사람을 잃지 않는 임상가를 꿈꾸다 1일차의 대미를 장식한 세 번째 세션에서는 학회 교육위원인 양지연 원장님께서 ‘스트레스, 체액조절, 간담도계 약물론’을 주제로 강단에 섰다. 강의에 앞서 “병기와 약재의 철저한 연결, 그리고 약재가 맞는 환자의 ‘인형(人形)’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최종 판단은 언제나 단편적인 인상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인 병기와 증상 구조를 종합적으로 보고 해야 한다”고 강조하여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강의는 현대 임상에서 환자들의 호소가 날로 늘어나는 스트레스 대응 약물군인 시호, 치자, 향시, 인진호, 복령, 용골,모려와 체액조절 약물군인 감초, 창출, 택사, 의이인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각 카테고리에 속하는 약물들의 약증을 바탕으로 약리, 외증, 인형, 주요 약대 및 품고, 그리고 실제 증례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강의를 이끌어 주셨다. 입체적인 설명 덕분에 약재별 특징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었다. 마무리로 약재 공부를 임상 사로로 매끄럽게 연결하는 데 길잡이가 될 추천 도서들을 소개해 주셨는데, 임상에 나가기 전 꼭 정독하리라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던지신 “직관은 갖되 검증하고, 단서를 모으되 성급히 단정하지 않으며, 병기를 보되 사람을 잃지 않는 임상가가 되어라”는 문장은, 예비 한의사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 큰 울림과 잊지 못할 이정표를 안겨주었다. ■ 방증(方證)으로 엮어낸 고방의 거대한 줄기와 임상 선방의 사로 학술 특강의 이튿날은 학회 학술위원이자 총무이사인 김휘열 원장님께서 ‘약증과 방극을 통한 처방의 계통분류 및 감별’이라는 주제로 단독 세션을 이끌었다.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오늘 이 시간은 1일차에서 배운 개별 약재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처방의 큰 라인과 흐름을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1일차 세션들이 개별 약재 중심의 ‘약증’ 위주였다면 2일차 강의는 처방 중심의 ‘방증’ 위주로 진행된다고 선언하여 기대감을 고취시켰다. 우선 고방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본의학사 속 길익동동(吉益東洞)의 의학 사상과 특징을 소개했다. 특히 임상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길익동동식의 처방 분류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있게 짚어주었다. 아직 임상을 겪지 못한 학부생 시기에는 변인을 철저히 통제한 정제된 정보를 먼저 명확하게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정제된 정보가 누적되면서 비로소 외연을 넓혀가고 임상의로서의 치료 능력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즉, 길익동동이 제시한 ‘방극(方極)’의 방식은 학생들이 습득하기에 가장 적절하고 정제된 방증 정보이므로, 이를 토대로 처방 공부의 든든한 중심축을 잡고 점진적으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이어지는 본 강의에서는 계지제, 마황제, 복령제, 부자제, 시호제, 중초약류, 대황제로 약성 및 병리에 따라 처방 군을 나누고, 원방을 중심으로 증상에 맞춰 가감 파생된 여러 처방들을 입체적으로 소개했다. 각 계통이 가진 고유한 병태적 특징과 임상에서 어떻게 실제로 활용되는지를 풍부한 실제 증례 분석과 함께 명쾌하게 설명해주셨다. 특히 임상 실전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던 증례에서는, 단순히 증상과 처방을 연결해서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초에 처방을 선택한 ‘선방(選方)의 명확한 근거’를 포착하고, 환자의 복약 후 경과에 따라 처방을 유기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실제 임상의의 치열한 사고과정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셨다. 하루 만에 소화하기에는 매우 방대하고 깊이 있는 내용들이었으나, 원장님께서는 시종일관 학생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며 어려운 개념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해 주셨다. ■ 부족함을 깨달은 학술의 장, 임상의 지도를 쥐고 한 걸음 더 이틀간 압축적으로 진행된 대한동의방약학회의 하계학생학술 특강은 이제 막 임상의 문턱을 바라보는 본과 3학년 학생으로서 스스로의 미흡함을 겸허히 깨닫게 해준 자극제이자, 동시에 막연했던 임상 한약학의 거대한 실타래를 풀어낼 명확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솔직히 학부생의 지식수준으로 이 방대한 강의의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이해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현실 임상에서 마주할 환자들의 복잡다단한 병태 앞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미흡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특강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학교 강의실에서 단편적인 약재 암기와 방제 구절에 매몰되어 갈팡질팡하던 예비 한의사들에게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한약과 처방을 공부해야 하는지 확고한 나침반을 쥐여주었다. 1일차에 다진 촘촘한 약증의 기반 위에서 2일차에 명쾌하게 엮어낸 방증의 계통적 흐름은, 방대한 처방들을 어떻게 나만의 임상 사로로 구조화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도왔다. 비록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을지언정, 각 처방 계통이 임상에서 어떤 상황에 적실하게 활용되는지, 그리고 환자의 증상 변화에 맞춰 처방이 나가는 실전적 사고방식의 궤적을 엿본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수확이었다. 단서를 모으되 성급히 단정하지 않고 사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임상가, 정제된 방증의 중심을 잡고 임상의 외연을 넓혀가는 실력 있는 임상가가 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무더운 여름날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 이번 특강을 마련해 주신 학회와 강사 원장님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며, 이번에 깨달은 공부의 방향성을 이정표 삼아 더욱 치열하게 정진할 것을 스스로 약속한다. 한 단계 더 성장한 눈으로 마주하게 될 학회의 다음 학술 강의와 임상 사로가 벌써부터 깊이 기대된다. -
웨어러블, AI, 근감소증 그리고 한의학[한의신문] 2026년 7월5일 일요일부터 7월8일 수요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IAGG World Congress 2026에 참석했다. IAGG는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의 약자로, 노화와 노년기 질환을 다루는 세계적인 국제학술대회다. 흔히 함께 사용되는 용어인 Gerontology와 Geriatrics는 비슷해 보이지만 초점이 조금 다르다. Gerontology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경험하는 노화 과정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Geriatrics는 정상적인 노화보다는 노쇠와 노화에 따른 질병과 건강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관리하는 의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관련된 여러 학회가 있다. 한국노년학회, 한국노화학회,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한국노인간호학회, 한국장기요양학회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 단체가 연합하여 사단법인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를 구성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도착과 학술대회 운영 방식 7월4일 토요일, 약 14시간의 비행 끝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해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학술대회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체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관심 있는 연제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My Program에 저장됐고, 초록, 발표자, 발표 장소까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매우 편리했다. 향후 전국한의학학술대회나 한의계 주요 학술대회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춰 일정을 구성하고, 현장에서 강연장을 찾아 이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전등록자는 네 자리의 예약번호를 부여받았고, 현장에서 이를 확인한 뒤 이름표를 수령했다. 이름표 하단에는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강연장에 출입할 때마다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입장이 이뤄졌다.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답게 참가자 관리와 동선 운영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7월5일: 건강한 노화, 연구방법론, 그리고 회복탄력성 학술대회의 주요 주제는 매우 다양했다. 노화, 노쇠, 근감소증, 코호트 연구, 디지털 헬스, 인지기능 저하, 사회적 결정요인 등 여러 분야가 함께 다뤄졌다. 다만 주제가 워낙 폭넓게 배치돼 있어, 특정 주제를 집중적으로 찾아 듣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도 있었다. 대부분의 세션은 개별 연제보다는 워크숍 단위로 구성돼 있었고, 한 세션은 보통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한 세션 안에는 3명에서 5명 정도의 발표자가 배치돼 있었다. 첫날에는 건강한 노화 연구와 관련해 뇌신경학적 접근 및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방법론 세션에 참석했다. 먼저 룩셈부르크 대학의 Jure Mur가 위험 예측 모델링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연구자료에서 흔히 발생하는 결측자료, missing data 처리 방법에 대해 다뤘다. 다만 이후 내용이 나의 관심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다른 강의실인 E108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회복탄력성, resilience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잘 견디는 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발표에서는 이를 네 가지 관점에서 설명했다. 첫째, 스트레스 유발인자, 둘째, 체계 또는 시스템, 셋째, 회복탄력성의 자원과 기전, 넷째, 결과다. 예를 들어 하나의 사건이나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이 곧바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 개인이 가진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자원, 그리고 이를 조절하는 다양한 기전이 관여하면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노화와 노쇠를 연구할 때에도 이러한 회복탄력성의 개념은 매우 중요한 분석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6일: 웨어러블 기기, AI, 디지털 중재 둘째 날에는 웨어러블 기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노쇠와 인지기능 저하를 조기에 탐지하고, 적절한 중재를 제공하는 연구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최근 노인의학 분야에서는 단순히 병원에서 한 번 측정한 검사 결과만으로 노쇠를 판단하기보다,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예를 들어 발동작 추적, 손목 센서, 쌍방향 플랫폼, 카메라 기반 동작 분석 등을 통해 신체기능과 인지기능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중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동작 분석은 단순한 연구용 측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에는 다음과 같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노쇠 위험군 조기 스크리닝 △개인별 건강 피드백 제공 △임상 현장에서의 기능 평가 △지역사회 기반 예방 프로그램 △재활치료 및 운동 중재 효과 모니터링 특히 손목에 착용하는 센서를 이용해 수면, 보행, 대화와 같은 일상적 특징을 통합 분석하는 연구가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디지털 자료가 축적되면 궁극적으로는 노쇠를 예방하고, 건강한 장수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AI 기술의 발전도 중요한 흐름이었다. 측정된 디지털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나이에 따른 기능 감퇴를 예측하고, 개인별 위험도를 평가하는 시스템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VR과 AR 기술을 활용한 중재 플랫폼도 소개됐다. 한 연구에서는 VR/AR 기반 게임형 중재를 통해 인지능력과 근감소증이 개선되는지를 무작위대조시험, RCT 방식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신체수행능력이 향상됐고, 근육량 증가도 확인되었다고 보고했다. 노인 대상 중재에서 게임형 접근은 흥미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보였다. 싱가포르의 ADL+2.0 연구와 지역사회 기반 인지중재 다른 발표에서는 싱가포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ADL+2.0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하고, 치매 또는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디지털 기반 인지건강 중재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연구에서는 AI가 보조하는 다양한 변수 기반의 디지털 중재를 시도하고 있었다. 대상자를 세 그룹(△디지털 중재만 사용하는 그룹 △디지털과 대면 방식을 결합한 혼합형 그룹 △대조군)으로 나눠 비교했다. 주요 결과변수는 인지 수행능력이었으며, 이 외에도 정확성, 수용성, 적용 가능성, 비용 등이 함께 평가됐다. 이는 단순히 기술이 효과가 있는지를 보는 것을 넘어, 실제 지역사회에서 적용 가능한지까지 살펴보는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동아대학교 박현태 교수의 Aging 2.0 발표 이날 특히 반가웠던 세션은 우리나라 동아대학교 헬스사이언스학과 박현태 교수의 발표였다. 주제는 ‘Aging 2.0: Intelligent Interventions through Digital Wellness’였다. 박 교수는 DASH 플랫폼을 소개했다. 이 플랫폼은 실생활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케어를 보강하는 시스템이다. 전통적으로 노쇠나 근감소증 평가에서는 걷는 속도, 근육량, 보행 걸음 수 등을 측정해왔다. 그러나 DASH 플랫폼에서는 여기에 더해 걷는 기능, 근육 기능, 인지 기능을 통합적으로 측정하고자 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AI 신발 깔창, smart insole을 이용한 연구였다. 발바닥의 압력을 분석해 보행 패턴, 휘청거림, 좌우 대칭성 등을 평가하고, 이를 다양한 임상적 근거와 결합해 연구하고 있었다. 인지기능과 관련해서는 인지적 쇠약, cognitive frailty을 평가하기 위해 EEG, 즉 뇌전도를 측정했다. 또한 VR/AR 기술을 활용해 중재를 게임처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 지지와 개인화된 보고서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함께 개발하고 있었다. 운동 중재 분야에서는 AI 기반 증강현실 운동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사용자의 앞에 동작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화면에 제시되는 동작을 따라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사회적 지지 영역에서는 SNS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해 건강 관련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향후 노쇠 예방과 건강한 노화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됐다. 7월7일: 노쇠, 근감소증, 인지 저장능 셋째 날에는 노쇠와 근감소증, sarcopenia 관련 세션에 참석했다. 이 분야에서는 다양한 개념과 용어가 사용되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개념이 인지 저장능, cognitive reserve이었다. 인지 저장능은 인지적으로 자극을 주는 다양한 삶의 경험과 활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교육 수준, 직업 경험, 여가 활동, 사회적 활동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치매의 임상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을 늦추거나, 증상의 정도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서는 20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 저장능 인덱스 설문지, 즉 Cognitive Reserve Index Questionnaire를 활용했다. 그 결과 인지 저장능 지표는 MMSE 점수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고, 노쇠 지표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결과였다(p<0.01). 즉, 인지적으로 자극을 주는 활동을 촉진하는 중재는 인지기능 저하를 조절할 뿐 아니라, 노쇠의 진행을 늦추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노년기 건강관리에서 단순한 운동이나 영양뿐 아니라, 사회적·인지적 활동이 함께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었다. 7월8일: 노인 암환자 재활과 ONCO-GR 마지막 날 오전에는 노인 암환자의 재활에 대한 세션에 참석했다. 이 분야는 Oncological Geriatric Rehabilitation, 줄여서 ONCO-GR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ONCO-GR은 노인 암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치료 전, 치료 후, 또는 치료 과정 중에 시행하는 재활치료를 의미한다. 노인 암환자는 암 자체뿐만 아니라 노쇠, 근감소증, 인지기능 저하, 영양불량, 다약제 복용 등 다양한 문제가 함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먼저 네덜란드의 사례가 소개됐다. 발표자들은 노인 암환자에게 어떤 시점에 어떤 재활치료가 필요한지, 그리고 이를 의료체계 안에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발표에서는 10년 간의 전자차트, EMR 자료를 추적하고 이를 네덜란드 통계청의 국가자료와 결합해 ONCO-GR을 분석한 연구가 소개됐다. 연구에서는 치료 종류, 환자 특성, 퇴원 후 거주지, 의료 이용, 생존율, 가정에서 보낸 일수 등을 평가했다. ONCO-GR의 중요한 의미는 단지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임상의, 환자, 보호자가 현재 또는 미래에 어떤 치료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근감소증 세션: GLIS와 악력 평가의 중요성 오후에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듣고 싶었던 근감소증, Sarcopenia 세션에 참석했다. 약 3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50명 정도의 참가자가 몰렸다. 좌장 옆 라디에이터 위에 앉은 사람도 있었고, 바닥에 앉은 사람도 있었다. 나는 문가 벽에 기대어 서서 강의를 들었다. 그만큼 근감소증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근감소증은 점진적이고 전신적인 근육량 및 근력의 감소를 특징으로 하며, 궁극적으로 움직임 제한, 삶의 질 저하, 낙상 위험 증가, 심한 경우 사망 위험 증가와도 관련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통일된 정의와 진단 기준이 마련돼 있지는 않다. 이러한 점은 임상의와 연구자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GLIS(Global Leadership Initiative of Sarcopenia)가 구성돼 있다. GLIS는 근감소증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를 만들고, 기존 여러 합의 그룹에서 제안하고 수용된 정의들을 실제 임상과 연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작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션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다루어졌다. △근육량 감소의 정의와 측정 △근력 감소의 임상적 의미 △근감소증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 △신체기능 저하와 삶의 질 문제 △진단 기준의 국제적 합의 필요성 개인적으로도 현재 근감소증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디지털 악력계를 구입해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세션에서도 hand grip strength, 즉 악력 측정의 중요성이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최근에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보다 디지털 방식의 악력계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라고 했다. 마치 과거에는 수동 혈압계를 사용하다가 현재는 자동 혈압계를 널리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발표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체성분과 근육량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해 다루었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DXA,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 △BIA, 생체전기임피던스 방식의 체성분검사 △종아리 둘레 측정 또한 몸의 크기를 어떻게 보정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였다. 예를 들어 근육량을 키의 제곱으로 나누거나, 근육량을 체중으로 나누는 방식 등이 사용되고 있었다. 근감소증 연구에서는 단순히 근육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체격과 신체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학술대회를 마치며 4일간 노화와 노쇠에 관한 다양한 발표를 들으며, 전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노쇠를 예방하고 건강한 노화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특히 웨어러블 센서, AI, 스마트 인솔, VR/AR, 카메라 기반 운동 중재, 클라우드 플랫폼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신체에 센서를 부착하고, 카메라를 설치하여 움직임을 분석하고, AI를 활용해 개인별 중재를 제공하는 방식은 연구적으로는 매우 흥미롭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임상 현장이나 지역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연구 환경에서는 가능하지만, 실제 노인 환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비용은 적절한지,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지역사회 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국내 노쇠 연구자들과의 교류 필요성도 느꼈다. 특히 동아대학교 박현태 교수님을 비롯해 국내에서 노쇠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협력한다면 한의학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연구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필자는 한의학 분야에서 한방 단백음료 개발, 맥진 파형을 이용한 노쇠 측정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전통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 경험을 현대적인 노쇠 평가, 근감소증 관리, 디지털 헬스 기술과 결합한다면 새로운 연구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IAGG World Congress 2026 참석은 노화와 노쇠 연구의 세계적 흐름을 확인하고, 한의학 연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돼야 할지 고민하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2025-2026 교육부 및 강원특별자치도 강원앵커센터 인재양성체계 지원사업] -
한의학은 여성의 부름에 어떻게 답하고 있는가 : ‘여성 퍼모먼스 메디신’으로의 도약척추신경추나의학회 서포터즈 최효원(대전대학교 본과 3학년) [한의신문] 척추신경추나학회 제1기 서포터즈 자격으로 ‘한의학이여, 여성의 부름에 답하라’를 주제로 한 유관학회 연합 세미나에 현장 지원을 다녀왔다. 이번 세미나는 한의학이 여성의 생애주기와 스포츠 활동부터 피부 미용까지 전인적 의학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학술적·임상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고찰한 자리였다. 평소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배우는 한방 부인과학이 주로 처방 중심의 내과적 접근에 편중되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여성의 건강 문제를 구조적, 역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에 목마름을 느껴왔던 것 같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컨센서스 업데이트나 UEFA의 여성 축구 전략 2030 등 글로벌 스포츠 의학계의 움직임에서도 여성들의 독자적인 생물학적 리듬과 대사 체계를 고려해야 함을 명확히 선언하고 있다. 이렇듯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핵심이 ‘생물학적 변수로서의 성별(Sex as a Biological Variable)’을 이해하는 데 있다는 사실은, 이제 현대 의학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러한 거대한 의학적 지형 변화 속에서, “과연 우리 한의학은 여성의 생애주기와 고유한 신체적 요구에 어떻게 답을 제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말고사 하루 전임에도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부인과 추나: 내장기 리듬을 읽는 정밀의료의 문법 척추나 관절 중심의 전통적인 구조 교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여성 신체의 근본적인 불편함을 마주하다보면, ‘여성의 신체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재정렬하고 기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동안 한의학계에서 추나요법은 관절과 뼈의 배열을 바로잡는 골격계 치료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이를 여성 부인과 질환에 적용한다는 것은 대다수에게 낯선 시각이었을 것이다. 척추신경추나학회의 기성훈 원장님께서 “부인과 추나요법”에 대해 강의를 진행하셨는데, 좋은 기회로 시연 대상자로서 원장님께 내장기 추나요법을 받아보았다. 직접 시연을 받으며 느꼈던 가장 큰 의외성은 ‘힘의 배분’에 있었다. 기존 골격 추나가 시술자의 근력을 사용하여 물리적 변위를 만드는 방식이었다면, 이 술기는 장기의 리듬을 읽어내는 섬세한 촉진과 핸들링이 핵심이다. 술자의 근력에 의존하기보다 조직의 긴장도를 뚫고 복강 내 내장기의 미세한 운동성을 조율하는 과정이고, 이는 단순히 구조를 바꾸는 행위를 넘어 장-뇌 축(Gut-Brain Axis)을 자극해 자율신경계의 밸런스를 재편하고 여성 호르몬 체계의 항상성을 회복시키는 정밀 의료 행위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특성은 추나요법에 있어서 여성 한의사에게 임상적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성 한의사가 가진 촉진 능력과 동성으로서의 치료 환경은, 복부 및 골반 부위의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안전감을 극대화하여 임상적 신뢰도를 확보하는 데에도 강력한 요소가 된다. 내장기 추나는 단순 증상 치료보다 환자의 근본적 생리기능을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한방 부인과학이 더 높은 수준의 고부가가치 의료 모델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스포츠한의학: 생리 주기를 ‘바이탈 사인’으로 내장기 추나의 의의는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여성의 스포츠인 관리' 강의를 통해 '여성 퍼포먼스 메디슨'이라는 틀 안에서 통합된다. 강의에서 다룬 '상대적 에너지 결핍(RED-S)' 모델은 현대 스포츠 의학이 지향하는 예방적 모델의 정수였다. 현대 의학은 현재 '생물학적 변수로서의 성별'을 데이터화하고, 에너지 가용성 모델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대사적 상태와 호르몬 반응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RED-S가 생식축 억제와 소주골 밀도 저하로 이어지는 '결과'를 찾아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불균형을 즉각적으로 교정할 '구조적 중재 방안'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장기 추나가 스포츠 한의학의 전략적 발판이 된다고 생각한다. 구조적 정렬을 담당하는 내장기 추나가 복강 내 장기의 가동성을 확보하고 자율신경계 균형을 맞추는 것은, 단순히 통증을 제거하는 행위를 넘어 RED-S 상태에 있는 환자의 스트레스 반응을 낮추고 대사 효율을 높여 '대사적 기초'를 닦는 과정이다. 즉, 현대 의학이 수치로 확인한 생리적 붕괴의 징후들을 한의학이 구조적인 '기능적 연결고리'를 통해 회복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여성 스포츠 한의학의 연구 방향은 명확하다.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자를 넘어, 선수가 자신의 생리 주기를 단순한 건강 지표가 아닌 스포츠 퍼포먼스의 핵심인 '바이탈 사인'으로 모니터링하고 스스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측정된 데이터 및 황체기에 발생하는 생리적 변곡점이 근력과 회복 탄력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이 시기를 위한 내장기 추나와 침 치료의 표준화된 매뉴얼을 구축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구조적 정렬과 대사적 관리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통합 프로토콜이야말로 한방부인과학을 '구조적 부인과'라는 현대적 임상 모델로 진화시킬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4개의 학회가 구축한 ‘여성 퍼포먼스 메디슨’ 이번 연합 세미나는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대한침구의학회,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임상약침학회가 ‘여성 건강’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적 로드맵’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학제적 의미가 크다. 사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그동안 한방 부인과학은 전통적으로 내과적 처방과 경험적 의학이 주를 이뤘다. 그에 반해 현대 스포츠 의학이나 기능 의학이 요구하는 구조적·역학적 표준화와 데이터 기반의 임상 근거 구축 측면에서는 다소 정체되어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정체기를 타개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피부미용이었다. 최근 한의학은 레이저 기기와 약침 등 현대적 기술을 임상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대중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미용적 욕구를 충족시켰다. 한의학이 현대인의 니즈를 정확히 포착하고,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성공의 토대 위에서 다음 챕터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의 미용 시장이 여성 환자들의 실질적 수요를 포착했다면, 우리는 이제 그 수요를 ‘기능의 최적화’로 확장해야한다는 뜻이다. 이번 세미나는 바로 그 확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을 가진다. 구조적 정렬(추나), 대사적 최적화(스포츠 한의학), 조직 재생(약침·침구)이라는 네 가지 축이 결합했을 때, 단순한 증상 치료나 미용적 개선을 넘어 환자가 자신의 신체 퍼포먼스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도록 돕는 ‘여성 퍼포먼스 메디슨(Women's Performance Medicine)’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임상적으로 볼 때,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체 반응과 생리 주기를 모니터링하며 퍼포먼스를 조절하게 만드는 것은 치료의 지속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시술이나 처방에 의존하는 시장에서 벗어나, 환자가 자신의 신체 퍼포먼스에 대한 ‘통제권(Empowerment)’을 갖게 함으로써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강력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즉, 퍼포먼스 메디슨은 한의 임상 현장에 ‘단기적 만족’을 넘어선 ‘장기적 로열티’를 구축하는 핵심 전략이자, 한의학이 현대 의학의 데이터 중심적 접근을 우리만의 구조·기능 통합 모델로 치유해내는 가장 확실한 차별화 지점이 될 것이다. -
‘보제원 한방문화축제’ 지원, 시혜 아닌 법적 책무다성관호 회장/서울약령시협회 매년 가을, 서울약령시 일대를 가득 채우는 약재의 향기는 단순한 향수를 넘어선다. 조선 시대 가난하고 병든 백성을 보듬던 구휼(救恤) 기관 '보제원(普濟院)'의 생명 존중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다. 올해로 32회를 맞이하는 ‘서울약령시 보제원 한방문화축제’는 자치구의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통 의학의 정수를 선보이는 대표적인 국가적 문화 자산이다. 그러나 예산 심의 철만 되면 특정 상권 중심의 행사라거나, 재정 지원의 형평성을 이유로 비판적인 시각이 고개를 든다. 특히 서울시의 ‘기초자치단체 대상 동일 사업 지원 제한 규정(5년 내 3회 초과 지원 금지)’은 매년 축제의 연속성을 가로막는 행정 편의적 방패막이로 동원되곤 한다. 하지만 이는 보제원 축제가 지닌 독보적인 역사성과 공익적 가치, 그리고 상위 법령의 취지를 완전히 간과한 기계적 규정 적용에 불과하다. 보제원 축제에 대한 지속적인 예산 지원은 시혜적 혜택이나 일회성 선심이 아니라, 행정이 지켜야 할 법적 책무이자 규정의 틀을 뛰어넘는 고도의 정책적 결단이어야 한다. 이에 본 축제 지원의 정당성과 규정 돌파의 논리를 네 가지 핵심 차원에서 전개하고자 한다. 첫째, 상위법인 ‘한의약육성법’의 법적 의무는 지자체 내부 지침에 우선한다. 헌법과 국가 법령은 자치단체의 내부 훈령이나 예산 지침보다 상위에 존재한다. 상위법인 ‘한의약육성법’ 제3조는 지방자치단체가 한의약 육성을 위한 시책과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에 근거한 ‘서울특별시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 역시 서울시장의 책무를 명확히 규정한다. ‘5년 내 3회 제한’이라는 행정 지침은 일반적인 선심성·일회성 축제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일반 규정이다. 법령이 직접 지정한 법적 의무 사업이자 국가적 전통문화 보존 사업에까지 이 자로 잰듯한 기계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명백한 주객전도다. 둘째, ‘일몰제’ 규정의 기계적 적용은 역사문화 자산의 공공재적 가치를 훼손한다. 5년 내 3회 지원 제한 규정의 본질은 민간 행사의 자생력을 키우라는 취지다. 하지만 전통문화 자산의 보존과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적 복지 사업은 시장 논리로 자립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보제원 축제 기간 펼쳐지는 무료 진료와 투약 봉사는 의료 사각지대를 보완하며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공익적 복지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공공재적 성격의 축제를 일반 상업적 이벤트와 동일 선상에 놓고 자생력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지와 문화 보존 영역을 민간 시장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다. 공익성이 뚜렷한 국가적 자산은 ‘지속 가능성 평가’를 통해 예외적 장기 지원 대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셋째, 관(官)의 마중물 투자는 약용 농가와 한국 전통 산업을 살리는 ‘광역적 공익 투자’다. 국내 최대 한약재 유통지인 서울약령시의 활성화는 서울의 한 골목 상권을 살리는 지엽적인 사업이 아니다. 이는 곧 붕괴해 가는 전국 약용작물 재배 농가의 생존권 및 1차 산업 활성화와 직결되는 국가적 선순환 구조를 품고 있다. 이러한 메가 트렌드급 거점에 대한 재정 투입을 단지‘특정 구(區)에 대한 중복 지원’이라는 미시적인 프레임에 가두는 것은 행정의 근시안적 안목을 드러낼 뿐이다. 세계적인 메디컬 시티를 표방하면서 정작 핵심 법령과 거대한 전방위 효과를 품은 보제원 축제를 소홀히 다루는 것은 자승자박이다. 넷째, 행정 수장들의 유기적인 책임 완수만이 규정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 이 모든 당위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행정 수장들의 의지와 협치다. 서울시장은 보제원 축제 지원이 시혜적 예산 배분이 아닌 법령상 ‘엄중한 의무’임을 직시하고, 예외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재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동시에 동대문구청장은 현장의 일차적 책임자이자 집행 수장으로서 약령시를 로컬 브랜드 거점으로 도약시킬 촘촘한 실행 계획을 세워 서울시를 설득해야 한다. 예산 규정 뒤에 숨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두 수장이 법적 책무에 기반한 결단력과 실행력으로 맞물릴 때, 규정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보제원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동대문구청장은 예산 부족을 핑계로 서울시의 처분만 바라보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 맞춤형 관광 인프라 구축, 주민 참여를 이끌어낼 세밀한 실행 계획을 주도적으로 수립하는 리더십을 보여 할 시기인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민관 협력을 이끌어낼 강력한 리더십 없이 축제를 현상 유지하는 데 그친다면, 이는 구민이 구청장에게 부여한 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임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행정수장들이 규정의 쇠창살에 갇혀 미래의 가치를 사장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5년 내 3회 제한’이라는 일몰제 규정은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것이 국가적 자산의 보존과 공익 실현이라는 더 큰 헌법적 가치를 가로막는 쇠창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한 규정의 기계적 굴레에 매몰되지 않고 법령의 숭고한 취지와 공익적 균형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법적 의무에 기반한 서울시장의 재정적 결단과 동대문구청장의 촘촘한 실행력이 맞물릴 때 비로소 보제원의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 보제원의 횃불을 계속 밝히는 것은 우리 문화의 미래와 지역 공동체의 내일을 지키는 두 수장의 준엄한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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