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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뒤에 숨은 기전(機轉)을 읽다: 온병의 시각으로 다시 보는 본질과 변증”[한의신문] 대한동의방약학회는 10일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온병(溫病)의 날: 두 거장 薛生白, 趙紹琴’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총 2개의 파트로 진행됐으며, 오전에는 ‘설생백의 습열조변을 통한 임상 응용(이원행 회장)’이, 오후에는 ‘조소금 온병학술사상을 통한 임상 응용(정규석 원장)’을 주제로 각각 강연됐다. 텍스트를 넘어 임상의 이미지로 본과 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치열하게 학문에 매진해왔지만, 지식이 쌓일수록 오히려 실전 응용에 대한 막막함은 커져만 갔다. 책 속의 문장들은 파편화되어 떠돌았고, 복잡한 병기를 마주할 때면 어디서부터 사고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그러던 중 지난 겨울, 대한동의방약학회의 학생 대상 강의를 통해 모호했던 지식들이 머릿 속에서 이미지화되어 비로소 체계적으로 정합되는 경험을 했다. 학회 원장님들께서 임상 현장에서 쌓아오신 경험의 결과물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명과 흥미를 느꼈고, 기회가 닿는 대로 그 값진 가르침을 직접 듣고 식견을 넓히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감사하게도 이번 정기학술대회에 학생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고,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깨달음이 나를 설레게 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펜을 쥐었다. 본(本)을 향한 통찰: 습열의 층을 뚫어야 병이 낫는다 첫 강의를 맡으신 이원행 회장님께서는 태양, 온병, 습열이라는 세 가지 축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하셨다. 가장 먼저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은 “눈에 보이는 열(熱)과 독(毒)에 매몰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흔히 불긋불긋한 아토피 환자를 보면 황금이나 황련과 같은 청열약을 떠올리지만, 그것이 온열(溫熱)이 아닌 습열(濕熱)일 경우 청열약의 남용은 오히려 습을 응체시켜 기기 소통을 방해하고 병태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셨다. 특히 ‘입은 마르나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口渴不欲飮)’과 ‘흉비(胸痞)’가 단순한 열증이 아닌 습의 결정적인 지표라는 설명은 변증의 정교함을 일깨워주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과 처방을 1:1로 매칭하는 단편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환자 내면의 습을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예비 한의사로서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태도였다. 이어 습열증의 병기가 ‘허(虛)→습(濕)→울(鬱)→열(熱)→독(毒)’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은 복잡한 질병의 전개 과정을 한 줄의 실로 꿰어주었다. 환자가 한의원을 찾을 때는 이미 열(熱)이나 독(毒)의 양상이 드러난 상태인 경우가 많지만, 그 출발점은 결국 ‘습’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열을 끄는 것이 아니라, 습을 열어 울체를 소통시키는 ‘기기소통(氣機疏通)’에 있다. “습열을 풀면 여러 병이 한 번에 풀리고, 한 병을 풀려고 해도 습열의 층을 뚫지 못하면 낫지 않는다”라는 회장님의 말씀은 강의 내내 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본(本)이 습인 상황에서 섣불리 쓴 고한(苦寒)한 약들이 오히려 기기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은 임상의 엄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으며, 결국 눈앞의 증상이라는 함정 뒤에 숨은 습열의 층을 정확히 읽어내고 뚫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임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습열 치료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진액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셨다. 습을 말리고 열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위진(胃津) 살리기’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습열 치료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이었다. 진액이 버텨주지 못하면 환자는 약력을 감당할 수 없기에 산약, 맥문동, 오미자, 계내금 등의 약재는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치료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주요한 지점임을 깨달았다. 회장님께서는 “습열 치료는 요리와 같다”는 비유를 들어주셨다. 김치찌개에 필수 재료가 있듯, 습열 처방에도 ‘개상(開上)-창중(暢中)-삼하(滲下)’라는 뼈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다시 바라본 ‘곽향정기산’은 새로웠다. 주로 위장 관계 질환이나 외감 증상에 다용하는 처방으로만 이해했던 곽향정기산이 상초의 습을 치료하는 데 집중하고 하초의 힘을 뺀, 삼초 변증의 전략적 산물임을 이해하게 되자 처방이 입체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다. 삼인탕과 엮어 삼초의 균형을 조절하는 치법의 원리를 배우며, 약을 이미지화하여 떠올릴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응용한 처방들에 대해서도 사고를 확장해나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선폐(宣肺), 기화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 이어진 정규석 원장님의 강의는 온열병과 습열병의 체계에 대한 분석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중 특히 “습열 치료의 출발점은 선폐(宣肺)에 있다”는 명제가 가슴 깊이 와닿았다. 습(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몸 안의 기화(氣化) 작용이 원활해야 하고, 그 기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당연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핵심이었다. 기의 흐름이 막힌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정체될 뿐이다. 결국 ‘기기선창’을 목표로 폐기를 먼저 열어주는 것이 습열 치료의 첫 단추임을 깨달았다. 나아가 이번 강의를 통해 온열과 습열이라는 두 변증 체계의 공통 분모가 결국 ‘기기의 소통’에 있음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막힌 기기를 소통시키는 것이기에, ‘기기선창’이라는 핵심 키워드 아래 풍약(風藥)과 량혈약(凉血藥)을 조화롭게 배합하는 기전은 임상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열증에 풍약만 쓰면 화기(火氣)를 부채질할 위험이 있고, 반대로 량혈약만 쓰면 기기가 응체되어 어혈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을 배합함으로써 풍약이 기기 소통을 유지시켜 한응(寒凝)을 방지하고, 량혈약이 풍약의 조열을 억제하여 “통달 속의 청량”을 구현해낸다는 설명을 통해 처방의 구조를 명확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원장님께서 제시해주신 의안들은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특히 1년 넘게 만성 설사를 하며 안색이 황색이고 기운이 없는 언뜻 보기에 ‘비허(脾虛)’인 환자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겉모습만 보면 보약을 써야 할 전형적인 허증 같지만, 맥을 짚어보니 활삭유력(滑數有力)하고 설태는 황니(黃膩)한 ‘습열 울결의 실증’이었다. 이 환자에게 섣불리 보약을 썼다면 오히려 실사(實邪)를 도와 병을 키웠을 것이다. 오히려 풍약으로 기의 문을 활짝 열어 약이 작용할 환경을 만든 후 량혈화어(凉血化瘀)하는 처방이 정답이었다. 만성 설사조차 허증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은, 예비 한의사로서 맥과 설을 통해 병기를 끝까지 추적하는 집요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게 했다. 강의를 듣는 내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아토피를 앓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나는 피부가 매우 건조하고 가려움이 심하니 당연히 ‘혈허풍조(血虛風燥)’일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강의를 통해 배운 내용을 대입해보니 새로운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식습관, 왕성한 식욕, 그리고 평소 틈날 때마다 보았던 붉고 건조한 혀와 힘 있는 맥은 혈허가 아닌 ‘혈열(血熱)이 치성하여 진액을 손상시키고 풍사가 날뛰는 상태’를 가리키고 있었다. 건조함이라는 결과값에만 매몰되어 혈허로 피부를 영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이렇게 또 한 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장막을 걷어내고 치유의 본질을 향하여 이번 학술대회는 단순히 효과적인 처방을 배우는 자리를 넘어, 환자의 삶과 증상 이면에 숨겨진 병기의 실상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살피는 한의사의 진중한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배움의 초입에 서 있는 학생이지만, 선배님들께서 전해주신 통찰은 앞으로 내가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이어가야 할지 알려주는 든든한 기준점이 되어주었다. 강의실 문을 나서며, 단편적인 정보에 안주하지 않고 환자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정진하겠노라 다짐해 본다. 이날 마음에 새긴 치료의 원칙들과 임상의 엄중함을 소중한 자양분 삼아, 언젠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따스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결실을 맺고 싶다. 귀한 임상의 정수를 아낌없이 나눠주신 이원행 회장님과 정규석 원장님,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이 특별한 장을 마련해 주신 대한동의방약학회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18)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최근 한의학계의 학술 동향을 살펴보면, 진단과 치료에 있어 정밀한 의료기기를 활용하고 근거 중심의 임상 테크닉을 다루는 강좌와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상 현장의 객관성을 높이고 치료의 재현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현대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당연하고도 중요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술과 술기(術技)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수록,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품고 있는 거대한 사유의 숲을 거니는 본연의 학습이 다소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은 아닌지,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된다. 한의학은 단순한 의료 기술의 집합체가 아니다. 인간과 자연, 생명과 질병의 관계를 통찰해 온 거대한 인문학적 축적물이다. 진정한 醫道를 세우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천을 읽어내는 醫史學, 다양한 학파의 치열한 논쟁과 철학을 담은 各家學說, 그리고 역사를 수놓은 한의학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東醫寶鑑』과 『方藥合編』 같은 불멸의 한의학 서적들, 선배 의가들이 남긴 치열한 고민의 흔적인 醫案과 개인 경험방, 나아가 민간의 삶과 함께 호흡해 온 의료 문화와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었던 궁중의료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탐구하고 학습해야 할 ‘한의인문학(韓醫人文學)’의 핵심 자산들이다. 그렇다면 이 방대한 한의학의 바다를 어떻게 항해할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구를 주목해야 한다. AI를 단순히 최신 유행 기술이나 서양의학의 전유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가고 지식을 확장하기 위한 강력한 ‘학습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AI의 기초적인 작동 원리를 살펴보면, 최근 각광받는 거대언어모델(LLM)이나 딥러닝 기반의 자연어 처리(NLP) 기술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순식간에 학습하고 그 안에서 유의미한 패턴과 맥락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과거에는 한자(漢字)와 고문에 대한 깊은 조예, 그리고 평생에 걸친 독서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문헌 간의 교차 검증과 개념의 연결이 이제는 AI의 보조를 통해 훨씬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방대한 고문헌 속에서 내가 원하는 지혜를 찾아내 줄 지치지 않는 ‘디지털 書童’을 곁에 두는 것과 같다. AI를 활용한 효과적인 한의학 학습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까? 첫째, 문헌의 입체적이고 융합적인 독해다. 예를 들어 특정 병증을 학습할 때, AI 프롬프트를 활용하여 『동의보감』에 나타난 철학적 병리기전과 『방약합편』의 실용적 투약 지침을 동시에 비교 분석하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한의학이 어떻게 실용적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숨겨진 지식의 발굴과 치료술의 재발견이다. 과거 문집이나 야사 속에 흩어져 있는 조선 시대의 의안들이나 궁중의료의 기록, 그리고 명의들의 개인 경험방 데이터들을 AI에 학습시키고 분석하면, 육안으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던 특정 본초의 배합 비율이나 숨겨진 치료술의 패턴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이는 곧 죽어있는 활자를 살아있는 임상 지식으로 치환하는 과정이다. 셋째, 대화형 AI를 통한 한의인문학적 사유의 확장이다. AI는 질문하는 만큼 답을 준다. 특정 각가학설이나 한의학 인물의 학술적 계보에 대해 AI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답을 주고받다 보면, 학습자는 단순한 암기를 넘어 스스로 질문을 정교화하게 된다. “조선 후기 실학의 발달이 의학 인물들의 사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와 같은 거시적인 질문을 던지고 AI와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곧 한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훌륭한 훈련이 된다. 첨단 진단 기기가 우리의 눈을 밝게 해준다면, 의사학과 한의 문헌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은 그 진단을 해석하고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중심(中心)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기술의 발전이 한의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미처 다 읽어내지 못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더욱 선명하게 밝혀주는 등불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AI 시대, 한의학의 위기는 기술에 뒤처지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인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잃어버리는 데서 올 것이다. 후학들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지혜롭게 활용하여, 파편화된 지식을 넘어 한의학의 거대한 숲을 조망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융합형 인재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이 눈부신 기술의 시대에 한의학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더욱 찬란하게 진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17)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74년 간행된 『한방춘추』 6월호에는 「저명 한의사 五人의 임상례」라는 제목의 ‘부인병 특집’이 실려 있다. 이 잡지의 특집으로 원고를 제출한 5인의 저명 한의사는 ①원광대 한의대 이상점 교수(「질염에 대한 치료」) ②자인당한의원 이상국 원장(「피임에 대한 한양방적 소고」) ③유일한의원 류형수 원장(「불임에 대하여」) ④ 성심원한의원 宋炳基 원장(훗날 경희대 한의대 한방부인과 교수)(「대하증의 치법고」) ⑤ 김병운한의원 김병운 원장(훗날 경희대 한의대 한방내과학 교수)(「월경이상의 치법」) 등이다. 각각의 논문에는 질병의 정의, 원인, 증상, 치료의 순서로 논리적 차서로 정리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지면 관계로 각 전문가들의 치료 경험 위주로 저자들의 목소리로 소개한다. ① 이상점의 「질염에 대한 치료」: 목욕이나 수영을 하다가 세균이 감염된 경우에는 애엽이나 백반을 달인 물로서 뒷물을 하면서 인삼패독산을 쓴다. 허증인 경우에는 십전대보탕에 소회향 7.5g, 향부자 3.75g을 가미하여 쓴다. 임질균에 의한 질염인 경우는 용담사간탕에 지부자 18.75g을 가미하여 쓴다. 또는 팔정산에 지부자를 18.75g을 가미하여 쓰기도 한다. 질부와 음순의 종통에는 반총산에 삼선탕을 합방하여 쓴다. ② 이상국의 「피임에 대한 한양방적 소고」: 한의학에서 일체의 혈허와 부인경병을 치료하는 사물탕 본방에 辛味淨血하는 운대자(혹 홍화)를 가미하여 월경 후 공심복하거나 사물탕에 자초근을 가미하거나 가미사물탕방으로 당귀, 천궁, 백작약, 생지황, 운대자에 도인, 동규자 등을 첨가하여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임신의 체질적 기능의 상관계를 중시할 뿐 아니라 체온의 변화 출산 요인의 제거, 필요성분의 약물 선택 등 수증가감적 처방에 의하여 처리되는 것이다. 침구시체에 의한 단산효과에도 상당한 공헌하는 예는 足內踝 一寸穴, 三陰交, 石門穴 등을 들 수 있다. ③ 류형수의 「불임에 대하여」: 첫 번째, 35세의 부인이 결혼 10년이 지나도 계속 불임이었다. 결핵성늑막염으로 진단되어 滋陰降火湯에 去 麥門冬, 加 牛膝, 山梔子 一錢하여 복용시켜 완치한 후에 八物湯에 加 鹿茸 一錢씩 넣어서 1제를 투여한 후에 임신이 되어 출산해 현재 10세의 초등학교 학생임. 두 번째, 결혼 후 3년간 불임인 부인의 내외가 같이 내원하였는데, 부인은 무병하였고 남편이 陽虛한 것으로 진단하여 남편에게 加味雙和湯을 투여해 얼마 후 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들음. 가미쌍화탕은 백작약 五錢, 당귀·천궁·황기·숙지황 各 二錢, 육계 一錢五分, 구기자·토사자·복분자 各 二錢, 부자 五分. 2제를 제공. ④ 송병기의 「대하증의 치법고」: 임상에서 대하증 환자의 대부분이 어혈증을 수반하며, 세균 내지 습열을 겸하고 있다는데 착안하여 계지복령환을 애용하는 바, 비교적 효과가 좋았으므로 상용처방의 내용을 밝힌다. 계지·백복령·목단피·도인·적작약 各 一錢半, 금은화·토복령 各 二錢〜三錢, 의이인·현호색 各 一錢, 유향·몰약·감초 各 五分. ⑤ 김병운의 「월경이상의 치법」: 經水 色紫는 風이니 四物湯에 방풍, 백지, 형개를 가하고, 成塊紫黑은 熱甚이니 사물탕 加 황금, 황련, 향부자하고, 淡白은 虛이니 芎歸湯에 인삼, 황기, 백작약, 향부자를 가하고, 淡은 水가 섞였으니 二陳湯에 천궁, 당귀를 가하고, 經水가 烟塵水나 屋漏水나 豆汁과 같거나 혹은 황색을 띄었으면 濕痰이니 二陳湯에 진교, 방풍, 창출을 가한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최진용 진성한의원장 ☞ 여자 39세. ☞ 망진 : 면백에 윤기 있음. 복백에 조밀한 편이고, 윤기는 보통이다. (망진을 할 때 얼굴피부와 속피부(복부, 등)를 본다. 특히 여성의 경우 얼굴은 시술을 받고, 화장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부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審病門의 察病玄機에 따르면 척부를 진찰하라고 하였지만, 현대인들의 척부는 로션을 바르기도 하고, 외부에 노출되어 손상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피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속피부(복부, 등)를 본다. 속피부를 보고, 피부의 조밀함과 거침, 윤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다. 五臟六腑門의 五臟有小大에 따르면 오장이 다 작은 사람은 몹시 초조해 하고 걱정과 근심이 많다고 하였고, 臟腑大小는 피부의 조밀함(小理)과 거침(麄理)을 통해 파악한다고 하였다. 또한, 審病門의 可治難治證에 보면 병을 치료할 때에는 먼저 환자의 형기(形氣), 색과 윤택함(色澤), 맥의 성쇠(盛衰), 병의 신고(新故)를 살펴야 한다고 하였다.) ☞ 맥진 : 右脈이 조금 더 크다. 부맥이 잡히고, 침하게 누르면 사라진다. ☞ 소화 : 하루에 2끼 먹고, 소화는 잘 된다. ☞ 대변 : 이상 없다. 2∼3일에 한 번 시원하게 본다. ☞ 소변 : 이상 없다. (소화, 대변, 소변을 문진한다. 用藥門의 治病必求於本에 따르면 중만과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 표본을 따지지 말고, 먼저 치료해야 한다고 하였다.) ☞ 오미 : 새콤한 맛을 좋아하고, 요새 단맛이 좋다고 한다. 쓴맛은 보통이고, 매운맛, 짠맛은 좋아하지 않는다. (오미를 문진한다. 審病門의 神聖工巧에 따르면 ‘물어서 안다’는 것은 환자가 바라는 오미(五味)를 알아서 그 병이 일어난 곳과 있는 곳을 안다는 것이라고 하였다.) ☞ 월경 : 월경 주기와 양은 이상 없다. ☞ 기왕력 : 뒷목, 다리 허벅지 쪽에 가려움을 동반한 피부 발진으로 지난 2025년 9월 내원하였고, 부평(초)을 더한 사물탕 1제 복용하여 치료되었다. ☞ 주증상 ① 이명이 6개월 전부터 있었고, 최근에 ‘삐이’ 소리에서 ‘딱딱’ 소리로 변하고 빈도도 많아져 이비인후과를 내원하여 검사하였다.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② 5살 남아, 1살 여아를 육아하고 있어 신경 쓰는 일이 많고, 잠을 충분히 못잔다. 잠을 자도 몸이 너무 피로하다. ③ 최근 기억력이 감퇴된 것 같다. ☞ 치료 및 경과 ① 26년 1월12일. 이명이 심해져 이비인후과 내원 후 검사를 받았고,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처음에는 ‘삐-’ 소리가 나다가 현재는 ‘딱딱’ 소리가 난다. 육아로 인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고, 몸이 피곤하며, 신경 쓰는 일이 많다. - 보중익기탕 本方 승마시호(酒炒) 40첩 60봉으로 1일 2회 30일분 투약함. ② 2월16일. 아침에 피곤한 기운은 조금 사라지고, 이명은 50% 정도 개선되었다. 몸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 이명이 더 나타난다. 그러나 맥은 아직 침하게 누르면 사라진다. - 보중익기탕 本方 승마시호(酒炒) 40첩 60봉으로 1일 2회 30일분 투약함. ③ 3월16일. 이명이 80%정도 좋아졌다. 1주일에 1회 정도 힘들 때 소리가 들린다. 스트레스 상황에 신경을 덜 쓰려고 노력중이다. 아직 맥은 침하게 누르면 사라진다. - 보중익기탕 本方 승마시호(酒炒) 40첩 60봉으로 1일 2회 30일분 투약함. ④ 4월16일. 이명이 90% 정도 좋아졌다. 그러나 맥은 아직 침하게 누르면 사라진다. 증상은 개선되었지만 맥은 아직 약하기 때문에 적혈구가 교체되는 주기(120일)를 기준으로 한 달 더 복용하라고 하였고, 현재 같은 처방으로 복용 중에 있다. - 보중익기탕 本方 승마시호(酒炒) 40첩 60봉으로 1일 2회 30일분 투약함. ☞ 고찰 상기 환자는 우맥이 성하고, 속피부가 조밀하지만 윤기는 있지 않은 여성 환자로 이명, 피로 등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이비인후과 이경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5세 남아와 돌이 안 된 여아를 육아 중에 있어 심신이 모두 피로한 상태이다. 5살 아이를 육아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이 외에도 신경쓰는 일이 많다고 한다. 맥을 꾹 누르면 사라지고, 속피부에 윤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허증으로 판단하였고, 5살·1살 아기를 육아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노권상으로 판단하였다. 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상부의 정기가 부족하면 귀에서 소리가 난다’라고 하였고, 耳門의 虛聾과 勞倦傷에 처방되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本方을 選方하였고, 기를 끌어올리기(升氣) 위해 승마(升麻) 시호(柴胡)를 주초(酒炒)하였다. 補中益氣湯을 세 달 복용 후 이명은 50%, 80%, 90% 점차 개선이 되었다. 증상은 좋아졌지만, 아직 피부색에 윤기가 없고, 맥이 약하기 때문에 적혈구가 교체되는 주기, 4달(120일)을 기준으로 한달 더 복용하라고 말씀드려, 같은 처방을 계속 복용 중에 있다. -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공백의 대응책이 납세자의 올가미로”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사회초년생 철수와 영희는 목돈을 모아주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월 급여에서 용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다달이 부모님께 송금했다. 철수의 어머니는 철수 명의로 적금을 통해 돈을 모았고, 철수가 결혼할 때 만기가 된 적금통장을 돌려주었다. 영희의 아버지는 자신의 증권계좌에서 주식투자를 해서 돈을 두 배로 불린 뒤, 영희가 결혼할 때 건네주었다. 2년 뒤, 세무서에서는 영희에게 아버지 증권계좌에서 매수한 주식의 가액만큼 증여의제가 되니 증여세와 가산세를 납부하라고 통보해 왔다. 자녀가 부모에게 자산관리를 맡겼다가 돌려받았다는 본질에는 차이가 없었는데, 어째서 철수에게는 아무런 일도 없고 영희에게만 거액의 세금이 부과된 것일까? 명의신탁 증여의제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의 제목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등’이다. 같은 조 제1항은,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그 재산가액을 명의자가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적고 있다. 다만, “조세 회피의 목적 없이” 타인 명의로 등기 등을 한 경우에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세관청은 이와 같이 ‘명의신탁’을 ‘증여’로 의제하여 세금을 매기는 세법 조항을 통해 증여가 아닌 경제활동을 증여로 간주하고 세금을 매길 수 있다. 이 세법 규정의 연원을 살펴보자.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1974년 최초 도입된 이래 반세기 넘게 유지되어 왔다. 과거 일부 납세자들이 증여세 신고 없이 재산의 명의를 이전하여 증여세 과세를 피한 다음, 만약 과세관청이 이를 발견하여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면, “이 거래는 명의신탁에 불과하므로 증여가 아니다”라 변명하며 과세를 피하기도 했다.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어렵게 발견해 낸 증여의 단서를 포착하여 과세를 시도하였다가, ‘진정한 증여의사’로 재산의 명의를 이전하였는지, 아니면 납세자의 항변처럼 ‘명의신탁의 목적으로만’ 재산의 명의를 이전하였는지는 대체로 납세자 측의 내심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어서, 이를 구분해 내지 못한 채 과세에 실패하는 사례가 축적되어 가자,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를 느꼈다. 이 같은 증명곤란 탓에 발생하는 과세공백을 메우기 위해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단 명의신탁을 전부 증여로 간주한 다음, 조세회피목적이 없음을 납세자가 증명하여, 증여세 과세를 피하라는 것이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당초 입법목적 자체는 이해가 간다. ①과세관청에게는 ‘증여’를 ‘명의신탁’으로 위장하여 증여세를 회피하는 사람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무기를 쥐어주는 한편 ② 납세자에게는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음’을 증명하여 과세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방어방법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의 그림자 제도의 도입 취지가 위와 같다면, 조세회피의 목적 없는 명의신탁에 있어서 납세자의 소명이 인정되어, 억울하게 증여로 간주되어 과세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예컨대 주식이 분산되어 다수의 투자자들이 함께하는 회사로 보이는 것이 필요한 경우, 부득이하게 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해야 하는 경우와 같이, 부의 이전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주식 등의 명의만 이전하거나 분산해 놓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사례들은 실제로 주식 등 재산을 이전할 의사가 없고, 따라서 증여세 과세대상이 애초에 아니기에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굳이 주식 명의신탁 이후 결과적으로 감소한 조세 부담을 찾아보자면 양도소득 분산에 따른 양도소득세 절감액 수십만 원, 배당소득 분산에 따른 배당소득세 절감액 정도이다. 그럼에도, 과세관청이 일단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과세를 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이러한 과세처분은 입법목적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보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금을 매기는 과세관청도, 조세불복 절차에서 판단을 내리는 조세심판원이나 법원도 ‘사소한 조세경감의 효과’만으로도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볼 수 없다’라며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통한 과세처분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납세자는 매우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애초에 세금 효과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다른 사업상 목적으로 주식의 명의를 이전하여 두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거액의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부수적으로 발생한 조세경감의 효과가 미미한데도,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설령 그것이 ‘명의신탁 근절’이라는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과도한 제재는 아닐까?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의 종류나 수준과 비교해 보면, 주식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가 그 행위에 비하여 얼마나 무거운 제재인지 알 수 있다. 부동산 명의신탁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경우에 따라 형사고발하여 벌금형 등의 제재를 받는다. 이 때 과태료는 부동산의 가액, 위반 기간별로 10~30%의 비율을 부동산 공시가격에 곱하여 과태료를 산정한다. 조세포탈이나 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100분의 50을 감경할 수 있기도 하다. 반면 주식을 명의신탁한 데 따른 제재로는 명의신탁을 한 주식 시가의 최대 50%에 달하는 증여세,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가산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명의신탁된 주식 가액에 육박하는 세금이 나오기도 한다. 조세부과처분은 법률에 기속되는 처분이어서, 과세 대상이라는 판단이 서면 부과될 세액이 법에 따라 정해지고, 정상참작을 통해 감액할 방법도 없다. 담세력의 징표가 되는 소득도, 자산의 이전도 존재하지 않는데 거액의 세금을 부과받은 데 대한 억울함에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의 위헌성을 다투러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린 납세자도 더러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론과 대법원의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제도의 맹점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핵심 논거는, 납세자가 조세회피목적이 없었음을 증명하면 증여세를 면할 수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명의신탁이 조세회피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고, 그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제시한 바 있다. 법리만 보면 납세자에게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무에서 납세자가 이 증명에 성공하기란 극히 어렵다. 법원은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회피될 조세가 없었다는 점을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갖지 않을 정도”로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데, 타인 명의로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소득의 귀속이 달라지고, 종합소득세 누진세율 구간에 미세한 변동이 생기며, 대주주 요건 충족 여부가 바뀔 수 있어, 부수적 조세 효과가 거의 필연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결국 명의신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조세회피목적의 추정은 사실상 번복하기 어려운 굴레가 되고, 헌법재판소가 합헌의 근거로 들었던 ‘반증의 기회’는 형식적인 가능성에 그치게 된다. 특히 상장주식은 대부분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회피 가능한 배당소득세도 금액이 크지 않은데, 이처럼 사소한 효과만으로도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되어 거액의 증여세가 부과된다. 주식 분산 보유나 자산 관리 편의를 위해, 또는 타인에게 주식 매입 및 운용을 맡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자녀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 주거나, 친지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명의를 빌려주는 거래까지도 자칫하면 이 조항에 기초하여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률가조차 조세법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면 이와 같은 조항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주식을 분산하여 두는 경우도 발견될 정도이다. 그동안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에 대하여 (i) 명의신탁의 주된 목적이 따로 있고, 사소한 조세 절감의 결과가 뒤따르더라도 거래의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조세 절감을 목표로 한 거래가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면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 대상에서 배제하여야 한다는 주장부터 (ii) 나아가 명의신탁을 하게 된 이유가 조세절감 외의 사업상 이유임이 명백하다면, 절감하게 된 조세의 절대금액이 크더라도 조세회피목적은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층위의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상장주식의 경우에는 비상장주식에 비해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를 더 넓게 인정하는 실무 운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같은 논의와는 반대로, 헌법재판소가 합헌의 근거로 삼은 ‘불복의 기회’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면,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제도의 정당성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이 제도를 미처 알지 못해 증여세 과세라는 올가미에 갇히게 된 납세자의 억울함 또한 계속될 것이다. 나가며 영희는 자기 돈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아버지는 딸의 돈을 불려주려 했다. 그 결과는 거액의 증여세 납세고지서였다. 과세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정작 부의 무상이전이 전혀 없는 평범한 가족 사이의 자산 관리에까지 무거운 세 부담을 가하는 도구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과세처분이 계속되어야 옳을까?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3월16일 55세의 남자 환자가 입안 전체에 발생한 구내염으로 내원했다. 구내염은 최근 몇 년 사이 일년에 한 두 번, 한 번 발생시 2∼3개 정도로 별 치료없이 넘어갈 정도였는데, 올 2월에 피곤과 감기가 겹치면서 구내염이 발생한 이후 직장 내 여러 사건들이 생기면서 체력 저하가 심하더니 월말에 구강 전체로 다발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했다. 통증이 심해 5군데 병원을 다녔고 병원마다 감기, 위염, 설염, 베체트병 의심, 베체트병은 아니다 등 각기 다른 소견을 들었고 약은 스테로이드제와 진통제, 궤양치료제, 구강 가글제(탄튬)와 연고제(스테로이드 제제) 등 비슷한 처방으로 한달 간 복용했으나 궤양과 통증 강도가 심해져 본원에 오기 전날이던 3월15일에는 입을 벌리기가 어려운 정도로 턱에서 머리까지 이어지는 통증으로 밤을 새운 상태로 음식을 섭취하기도, 양치를 하기도 어려워 병원에 왔다고 했다. 환자의 구강상태를 살펴보니 구개, 구개궁 목젖, 협점막, 혀 위 아래, 구인두 뿐 아니라 후두벽까지 1cm 내외의 궤양이 20개 정도 됐다. 구강내 통증, 미각소실, 전신무력감 등으로 치료가 장기화 될 것을 예상하여 입원 치료를 하기로 했다. 구강내 조열로 판단하고 청심연자음을 투여했고, 협거 지창 대영 염천 외금진 옥액혈에 침 치료를, 외금진 옥액에는 소염 약침을 시행했다. 끈적한 타액을 개선하기 위해 유동식이라도 섭취하고, 타액선 마사지를 아로마를 이용하여 시행했다. 감잎차를 음용하도록 했고, 설첨부 통증이 심한 부위에는 라벤다 페퍼민트와 소염약침을 혼합한 아로마 오일을 수시로 점적하도록 했다. 적극적인 치료와 환자 안정이 겸해져 입원 3일차인 18일경부터 제반증상이 빠르게 호전돼 5일차인 3월21일에 통증을 비롯한 자각 증상은 모두 0에 가까울 정도가 됐다. 호전도는 매우 좋았으나 입원시 ESR, CRP 등 염증 수치가 높고 후두까지 궤양이 퍼져있었으며, 궤양이 있던 자리가 나으면서 반흔이 생기는 듯해 베체트병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경과를 조금 더 보고 싶었지만, 환자는 급히 퇴원하고 직장복귀를 희망해 향후 증상의 추이를 잘 지켜보고 베체트병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으니 치료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월25일에 내원시 구내염은 호전상태 유지하고 있었으나 목 주위와 두피 안으로 모낭염이 여러 개 발생했다. 내원 전 스테로이드제를 상당히 복용해 이로 인한 부작용일 가능성과 혹시 베체트병의 부증상인 여드름양 모낭염일 가능성이 있어 있단 지켜보기로 했다. 4월2일 내원시에는 그 사이 5∼6군데로 새로 궤양이 발생해 환자와 보호자 모두 불안한 기색이였고, 본원 내원 전에 들었던 베체트병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것으로 보여 추가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베체트병의 진단은 상당히 어렵다. 게다가 베체트병의 진단기준은 환자가 여러 해의 시간 동안 증상이 진행한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이 환자의 경우처럼 베체트를 의심하기 시작하려는 시점에서는 특징적이거나 진단 가치가 있는 병리검사나 명확한 진단가이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상과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환자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베체트와 연관된 검사를 시행함과 퇴원 후 느슨해진 치료를 다시 독려하는 두 가지 방법을 병행했다. 추가로 시행한 검사는 RF, Anti CCP Ab, ANA, ANCA HLA B51, CRP로 자가 항체의 여부, 유전적 연관성이 있는지, 염증 수치의 상승이 지속되는지 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결과는 HLA B51만 양성으로 나왔다. 정리를 하자면 일반적인 아프타성 구내염보다 후두까지 퍼지는 염증, 그리고 그 염증이 반흔이 남고, 여드름양 모낭염이 있고, 구강 내 궤양이 호전 후 바로 재발하는 경향과 유전학적인 소인이 보여 오늘 진료실에서 베체트병이라고 진단은 어려워도 향후 베체트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있는 환자에 해당한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환자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궁금해했다. 전체 베체트병 환자의 30∼40%는 유전자 원인이지만 나머지 60∼70%는 이 유전자 없이도 발생한다. 즉 HLA B51 항목 양성이 시사하는 점은 앞으로 인체면역을 떨어지게 하는 위험인자들을 최대한 피하거나 조절하되 지금처럼 증상이 발생하면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체트병은 환자에 따라 구강증상에서 피부, 관절, 신경계 증상과 가장 조심해야할 안구증상까지 증상의 폭이 넓고 다양하다. 재발성 아프타성 구강궤양의 상태는 베체트병의 첫 순서 증상으로 진단보다 6∼7년 먼저 선행해 자주 재발하는 것은 질병활성도의 요인이 된다. 이 환자가 만약 향후 올 2월 같은 체내 환경이 다시 형성되면 구내염이 재발하고 다른 장기로의 햡병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은 구내염 치료를 잘 마무리해야 되고 앞으로는 전신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안구 침범의 예방을 위해 충혈, 안구통증, 시력저하감과 같은 증상시 안과 검진도 필요하다. 불안해 하는 환자에게 이같은 내용과 더불어 현재의 치료에 집중할 것을 다시 설명드렸다. 구강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생진양혈탕을 처방했고, 감잎차 음용 및 아로마 오일 등의 외용치료를 꾸준히 할 것, 영양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규칙적인 식사와 특히 아침 식사를 거르지 말 것 등을 권했다. 약 한달 후인 5월2일 내원한 환자는 그 사이 혀끝으로 한개만 더 발생하고 나머지 궤양들은 모두 가라앉는 모습이였다. 그 사이 내외적으로 피곤한 일이 조금 있었으나 치료 덕분인지 구강은 양호하다고 했다. 물론 현재의 상황으로 낙관하기만은 어렵지만 환자 스스로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함을 인지했기 때문에 크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을 기대한다. 구강환자는 환자만큼이나 치료자도 어렵고 끈기를 가지고 집중해야 하는 질환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고, 이 과정에서 한의치료가 큰 역할을 해준 임상사례였다. -
“동작구한의사회, 효의 가치를 ‘현대적 돌봄’으로 승화”[한의신문]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의 주최·주관으로 6일 개최된 ‘제54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동작구한의사회는 어르신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수상했다. 본란에서는 윤홍일 회장으로부터 수상소감과 더불어 어르신 방문 한의진료 돌봄사업의 진행 상황 및 성과, 향후 추진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효행실천 유공단체로 서울시장 표창을 수상한 소감은? “먼저 귀한 상을 주신 서울특별시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번 수상은 개인이나 특정 임원진의 성과가 아니라, 효돌봄을 기치로 서울시 지자체 중 처음으로 ‘어르신 효돌봄 한방 방문사업’을 기획·추진해준 동작구청과 함께 지역사회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기꺼이 헌신해준 동작구한의사회 회원 모두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효(孝)’라는 가치를 현대적인 ‘돌봄’으로 실천하려는 동작구한의사회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쁘고 영광스러운 마음이다.” Q. 2023년부터 ‘어르신 방문 한의의료 돌봄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23년에는 15개 정도의 한의원이 참여해 취약계층 어르신 114명을 대상으로 한의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주로 한의사의 방문진료(8+4회)와 첩약을 지원했으며, 참여 어르신의 77.3%가 신체적 통증 완화와 서비스 질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듬해인 ’24년부터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본사업으로 진행, 전년도보다 연계건수가 82% 증가한 208명의 어르신에게 한의의료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4한의혜민대상’ 특별상(박일하 동작구청장 수상)을 수상키도 했다. 사업이 안정기로 접어든 ’25년에는 기본 예산과 추경을 합해 8600만원 예산으로 28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며, 올해에는 소폭 상향된 9000만원 예산으로 40여 곳의 한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3월부터 돌봄통합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통합돌봄사업과 재택의료사업에서도 방문진료 필요성이 증가, 더 많은 어르신들을 진료할 예정이다. 더불어 올해 사업부터는 어르신 우울 진단을 추가해 소견이 보이는 어르신의 경우에는 보건소 마음건강센터와 연계하는 등 보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나설 계획이다.” Q.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반응은? “통증 개선 등과 같은 기본적인 한의 진료 효과에 대한 감사는 물론 특히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의 마음 건강을 돌보는 일에도 참여 원장님들의 스킨쉽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들이 원장님이 방문해 진료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시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모아놓은 과자나 과일들을 손에 꼭 쥐어주시는 등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보듬어주는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들이 직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Q. 통합돌봄 시행에 앞서 선제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동작구는 ’25년 어르신 인구 비율이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어, 건강을 비롯해 어르신들의 생활 전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에 동작구한의사회에서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통해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선도적 통합돌봄 모델’을 구현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고민의 일환으로 ‘어르신 방문 한의의료 돌봄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즉 효도도시 동작을 만들겠다는 지자체장의 강력한 의지와 동작구한의사회의 전문적인 역량이 결합해 타 지자체에 모범이 되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Q.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과 해결 방안은? “방문진료에 대한 적정한 수가체계와 행정적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한의약 돌봄 서비스가 공식적인 공공보건 정책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양방과 차별된 수가 개선도 풀어야 할 문제다. 실제 방문진료 현장에서는 한의사의 행위가 훨씬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도 불구, 양방보다 적은 수가에 양방에는 있는 비급여 수가가 적용되지 않는 등 상대적 차별이 심한 실정이다. 이 부분은 대한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Q.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동작구한의사회만의 강점은? “체계적인 홍보 인프라와 강력한 민·관 협력 시스템이 동작구한의사회가 가진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관내 복지 인프라인 ‘효도콜센터(1899-2288)’를 통해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신속하게 발굴하고 안내하는 효율적인 주민 접근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동작구 관내 40여 개 지정 한의원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 복지 증진을 위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들은 구청 어르신정책과와의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Q. 향후 동작구한의사회의 중점 추진 계획은? “먼저 어르신 돌봄 사업뿐만 아니라 청소년 생리통 완화 지원사업 등과 같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생애주기별 한의약 건강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사회복지 및 상담 분야의 전문성을 한의 진료와 결합해 ‘심신(心身) 통합 케어’ 모델을 구축해 보다 특성화된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나서는 한편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및 데이터 분석 기법을 도입해 방문 진료 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한의약은 우리 민족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자산이자, 미래 돌봄 사회의 핵심 열쇠다. 동작구한의사회는 앞으로도 문턱 낮은 의료, 따뜻한 인술을 실천하며 지역사회 복지 증진을 위해 앞장서도록 하겠다. 동작구한의사회의 앞으로의 다양한 활동에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0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병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근본에서 찾아야 한다(治病必求於本).” 『黃帝內經』 「素問·陰陽應象大論」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는 증상을 누르고 숫자만 교정하는 대증요법을 넘어 인체 생명 활동 및 대사의 조화로움, 즉 항상성을 회복하는 것이 의학의 본질임을 시사한다. “소화가 안 되고 신물이 자주 올라와요” 60대 남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의 증상은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양의사로부터 ‘위염’ 또는 ‘역류성 식도염’이라 진단받았다고 했으며, 증상이 심할 때면 라베프라졸, 판크레아틴, 시메티콘, 우르소데옥시콜산, 모사프리드, 애엽95%에탄올연조엑스 등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잠시 증상이 덜한 듯했다가 다시 나빠졌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질병의 내면, 그 근본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세한 병력 청취가 필요했다. 환자는 약 10년 전 당뇨와 고지혈증을 진단받아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및 의무기록을 확인해 보니, 현재 복용 중인 당뇨 및 고지혈증 관련 약물은 글리메피리드 4mg, 제미글립틴 50mg, 메트포르민 1,000mg, 에제티미브 10mg, 로수바스타틴 10mg이었다. 이 중 Sulfonylurea계 약물의 복용량은 2년 전에 하루 1mg이었다가, 1년 전에 하루 2mg으로 증량됐고, 내원 4개월 전부터 현재 용량인 하루 4mg으로 복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환자는 담당 의사로부터 혈당이 자꾸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당화혈색소(Hb A1c) 검사는 약 1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시행했으며, 그 결과는 6.8%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리고 10여 년 전, 건강 검진으로 시행한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혹이 있다고 들어서 조직 검사를 시행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결과, 검사한 병원에서는 수술해야 한다고 했으나, 다른 병원에서 다시 조직 검사를 했더니 수술 안 해도 되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면서 지금까지 추적 관찰 중이라고 했다. 약 3년 전에는 쓸개에서 1.2 cm 크기의 용종이 발견되어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환자는 소화기 증상 외에도 좌측 무릎 관절의 통증도 호소했다. 무릎 통증은 약 1년 전 발생하였으며, CT 및 MRI 검사에서 무릎 연골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바닥에 앉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양방 정형외과에서 치료받았다고 했다. 지금은 약 140도까지는 통증 없이 무릎 굽히기가 가능하고, 그 이상 굴곡을 시도하면 반대측과 달리 통증이 나타났다.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정밀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Hb A1c가 환자의 진술과 달리 8.3%로 매우 높았다(표 1). 표 1. 다약제 중단 및 한의 치료에 따른 대사 지표 및 체성분 변화 당뇨 및 고지혈증 화학약물을 중단했음에도 당화혈색소(Hb A1c)가 8.3%에서 7.0%로 크게 개선됨. 대사 건강의 핵심 지표인 TG/HDL 비율 역시 1.7에서 0.9로 개선되었으며, 유의한 근육량 감소 없이 체지방 위주의 감량(-5.0kg)이 이루어지는 등 안정적인 대사 회복과 신기능(eGFR) 유지를 확인함.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서는 쓸개가 전 절제된 상태였다. 그리고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는 좌엽에서 다발성 결절 소견이 관찰되었다. 그 중에는 변연부 석회화(Rim calcification) 소견을 보이는 결절도 있었다(그림 1). 환자 舌質의 色은 紅, 舌苔는 白•厚 했고, 脈象은 전체적으로 滑•弱•無力했다. 그림 1. 갑상선 좌엽에서 관찰되는 변연부 석회화(Rim calcification) 결절 좌엽 내 다발성 결절 중 변연부 석회화를 동반한 결절의 횡단면(A) 및 종단면(B) 소견임. 결절 경계부를 따라 형성된 강한 고에코의 석회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특징적인 후방 음영(Acoustic shadowing)이 관찰됨. 이는 과거 수술 권고 및 조직 검사 시행의 근거가 된 주요 병변으로, 환자의 병력과 건강 상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됨. 결국 환자의 소화기 및 관절통 증상은 단순히 위장 또는 무릎관절의 국소적인 문제가 아니라, ‘쓸개 부재로 인한 소화 불균형’, ‘조절되지 않는 혈당으로 인한 대사 및 호르몬 불균형’, ‘다약제 복용에 의한 영향’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힌 상태였다. 즉, 파편화된 국소 증상의 나열이 아닌 전신적인 대사 장애의 연쇄 반응이었다. 이에 消渴의 中消 및 濕熱證으로 진단하고 『東醫寶鑑』에 수록된 加減白虎湯을 기반으로 처방했다. 치료 과정에서 연속혈당측정(CGM)을 통한 면밀한 모니터링 하에 기존 약물의 필요성을 재평가하고 조정(Deprescribing)했다. 이들 약물이 일부 환자에서 위장관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혈당 제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치료 과정에서 저혈당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의료진이 환자의 식단, 수면, 운동 등 생활 습관에 적극 개입하는 “포괄적 다중 한의 치료(Comprehensive, Multimodal Korean Medicine intervention)”를 시행했다. 환자는 치료 8주 만에 Hb A1c가 7.0%로 뚜렷한 개선을 보였다. 연속혈당측정 데이터에서도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혈당의 극심한 변동성이 사라지는 양상이 확인되었다(그림 2). 체중은 72.7kg에서 65.6kg으로 7.1kg 감량되면서도 근육량은 유의한 감소 없이 유지됐다. 그림 2. 치료 기간 중 월별 혈당 변동성 및 분포 변화(Monthly Box Plot) 치료 경과에 따른 월별 혈당의 추이를 보여줌. 치료 전에 비해 치료 후 혈당의 변동성(박스 크기 및 이상치)이 감소함. 심혈관 질환의 실질적 위험 인자인 중성지방은 96에서 73으로 꾸준히 감소했고, HDL은 58에서 79로 상승했다. 결국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 건강의 핵심 마커인 TG/HDL 비율이 1.7에서 0.9로 개선되는 안정적인 대사 회복이 이뤄진 것이다(표 1). 이와 함께 오랫동안 환자를 괴롭히던 소화기 증상과 무릎 통증은 자연스럽게 호전됐다. 파편화된 증상이나 눈앞의 수치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조율하여 생명 활동의 균형을 회복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黃帝內經』에서 강조한 '치본(治本)'이자, 환자를 다약제 복용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여 진정한 치유로 인도하는 길이다. 다가오는 통합 돌봄 시대가 요구하는 ‘만성질환 주치의’는 단순히 병명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과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통찰하는 의료인이어야 한다. 한의사는 전체론적 관점이라는 전통의 지혜와 현대 과학의 도구를 두루 갖추고 있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의료인이다. 환자에게 진정한 ‘건강한 자유’를 되찾아주는 것, 이것이 한의사인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명이다. 그리고 우리의 역량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관리하는 한의사 주치의는 가능하다”[한의신문]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이른바 ‘3고(高)’는 현대 만성질환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이 중 한 질환 이상을 갖고 있으며, 3개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도 10%가 넘는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질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하고 위중한 후유증들이며, 이로 인한 의료비는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핵심정책에 한의사는 계속 소외되어 왔으며, 이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일차의료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인 대만에서는 적극적으로 전통의사인 중의사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월12일 대만 전민건강보험(全民健康保險)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중의(中醫) 3고 환자 관리 방안(中醫三高病人加強照護方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3고 질환으로 중의 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해 온 환자를 발굴하고, 중의사가 이들을 지속적으로 사례관리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서 중의사의 역할은 기존의 치료를 넘어선다. 먼저 환자의 개인 건강기록을 구축한다. 가족력, 만성질환 병력, 흡연·음주·빈랑 등 습관, 복용 약물까지 망라한 포괄적 자료를 정리한다. 여기에 생활습관 자기평가도 수행한다. 운동량, 수면 시간, 식이 패턴, 사회적 연결, 스트레스 관리 능력 등 22개 문항으로 구성된 평가표를 통해 환자의 생활 전반을 점검한다. 또한 진료 측면에서는 중의 변증(辨證) 원칙에 따른 진료기록 작성, 혈당·혈중 지질·혈압 등 관련 검사 수치의 주기적 확인, 질환별 맞춤형 보건교육 제공이 의무화된다. 중의사는 의료기관에서 처방전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활과 건강을 총체적으로 조율하는 일차의료 관리자로서 역할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 제도는 성과지불(Pay for Performance)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의사는 사례관리비(기본 250점+개인건강자료 30점+생활습관 평가 40점)를 받고, 응급실 내원율 감소, 혈당·혈중 지질 조절률, 혈압 업로드 비율, 성인 건강검진율 등 4개 지표 달성도에 따라 최대 1000점(약 4만7000원)의 품질관리 장려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지표 60점 미만이면 사업에서 탈락한다. 단순 투약을 넘어 실질적인 건강 결과를 제도가 요구하는 구조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의 장애인 건강 주치의’, ‘한의 노인 주치의’ 제도 등 한의사의 주치의 제도 진입이 한의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한의사의 역할과 지위가 유사한 중의사가 3만명의 만성질환 환자를 사례관리하며 혈당·혈압 조절률과 응급실 방문율 감소를 공식 지표로 책임지는 구조가 국가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의사도 주치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대만에서의 사례와 같이 국민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한의사 주치의 제도를 주저하지 않고 시행해야 할 시점이다. -
“아픈 역사를 품은 우토로, 한의학으로 전한 기억과 연대의 온기”[한의신문] 우토로 마을,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다 지난달 2일부터 5일까지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위치한 우토로 마을을 다녀왔다. 그곳은 일제강점기 일본 정부가 추진한 군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함바 터에 형성된 마을이다. 당시 재일조선인들은 징용과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행장 건설의 가혹한 노동에 종사하였으나 일본의 패전으로 공사가 중단되자 그 자리에 방치된 노동자와 가족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불모의 땅을 개척하여 살아왔다. 해방 후 가혹한 차별과 빈곤 속에서도 민족학교를 개설하여 빼앗긴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되찾기 위한 교육도 했다. 재일조선인들의 슬럼으로 멸시되었던 우토로 마을은 상하수도 등의 생활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아 큰비가 오면 심각한 수해에 고통받았으며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일본 시민들이 우토로 사람들과 힘을 합쳐 마을의 생활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이 1986년부터 시작되었으며 1988년에 상수도가 설치됐다. 그러나 토지를 인수한 회사에 의해 강제 철거 위기에 몰리게 되고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식민지 지배와 전쟁에 기인하는 우토로 문제의 본질은 고려되지 않은 채 명도소송에서 패소하여 불법 점거자가 됐다. 수도 문제 때부터 지원해 온 일본인 시민단체의 국내외 홍보활동으로 2001년에는 유엔 권고를 이끌어냈으며 우토로의 호소가 한국에 전달된 2005년에는 지구촌동포연대(KIN)를 중심으로 ‘우토로 국제대책회의’가 결성돼 우토로의 토지 구매를 위한 시민 모금 운동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 우토로 마을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곁을 지켜 온 일본 시민들, 재일동포, 한국 시민들이 협력하고 힘을 합쳐 거주권을 지켜낸 역사적 공간으로 지역 사회에서 ‘작은 통일’을 만듦으로써 새로운 사회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 건립된 우토로평화기념관은 역사를 계승할 뿐만 아니라 우토로 주민들을 비롯한 지역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는 커뮤니티의 거점으로서 일본과 한반도의 미래를 짊어진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기억과 연대를 전한 한의 의료봉사 투쟁의 역사 끝에 쟁취한 시영주택에 정착한 동포들이 살고 있는 그곳에 미로한의원 의료봉사단원인 금손한의원 박수진 원장, 장문기 실장과 함께 기억과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자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다큐멘터리 ‘차별’의 김도희 감독이 이 여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 동행했다. 과거 MBC ‘무한도전’을 통해 알려졌던 1세대 어르신들은 이제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 후손인 2세대 동포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우리 동포들과 우토로평화기념관의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한의진료를 펼쳤다. 한국 한의학의 힘을 보여준 진료 현장 이번 진료 현장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일본 현지 침구사 두 분도 참관했다. 그들은 환자가 허리가 아프면 허리에, 어깨가 아프면 어깨에 침을 놓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오른쪽이 아프면 왼쪽에, 왼쪽이 아프면 오른쪽에 침을 놓았다.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 그 자체가 아니라 통증의 근본 원인을 오장육부 기운의 성쇠에서 찾아내어 한국 한의학의 정수인 사암침법으로 약해진 장부의 기운을 보강하는 원인 치료에 집중하였으며 대증치료는 동씨침법으로 하였다. 아픈 곳이 아닌 반대편 혈 자리에 침을 놓는 것을 의아해하던 환자들과 일본 침구사들은 침을 놓자마자 통증이 즉각적으로 호전되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것이 바로 동의보감을 기본으로 한의학의 원형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온 한국 한의학의 힘이라는 설명에 그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우토로 사람들이 건넨 따뜻한 환대 우토로 마을은 식당 하나 찾기 힘든 외진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대접을 받았다. 우토로평화기념관의 김수환 부관장이 정성껏 차려준 점심과 저녁 식사는 봉사단의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숙소 또한 마을 동포 자매 중 언니분이 동생 집으로 거처를 옮기면서까지 자신의 집을 통째로 내어주신 덕분에 편안히 쉴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념관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단 3명의 사무국 직원 외에도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었다. 우리 동포뿐만 아니라 일본인들까지 가세해 기념관 운영을 돕고 있었으며 진료 중에도 사무국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통역을 맡아 환자와의 소통을 완벽하게 지원해 주었다. 치유의 온기가 이어지기를 바라며 척박한 땅에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우토로 동포들의 삶은 그 자체로 눈물겨운 역사이다. 이번 의료봉사는 단순한 진료를 넘어 소외된 곳에서 역사를 이어가는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한국 한의학의 우수성을 현지에 각인시킨 귀한 시간이었다. 비록 몸은 고됐지만 환하게 웃으며 배웅해 주던 동포들의 눈빛과 한의학의 신비에 놀라던 일본 침구사들의 표정이 여전히 선하다. 우토로에 피어난 치유의 온기가 앞으로도 우리 동포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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