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정부가 의료 AI·제약·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도 의사과학자 양성 예산은 오히려 삭감해 정책의 일관성이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단기 연구지원과 성과관리 부실, 병역에 따른 연구단절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장기적 지원체계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예산 복원과 연구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연구의 연속성과 연구시간 보장 등을 위한 법률 개정에도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달희 의원(국민의힘)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의사과학자 양성정책과 예산 운용의 문제점을 집중 질의했다.
◆ 의사과학자 양성 예산 16.7% 삭감…국정과제와 엇박자
정부의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예산은 올해 1013억8400만원에서 내년 정부안 844억4800만원으로 169억3600만원(16.7%) 삭감됐다.
세부적으로 △의사과학자 박사 후 연구성장 633억3400만원→592억2500만원 △글로벌 연수지원 83억원→47억원 △글로벌 공동연구지원 287억5000만원→200억원으로 줄었다. 이 중 글로벌 연수지원과 공동연구지원 예산은 각각 43.4%, 30.4% 삭감됐다.
이달희 의원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학부부터 박사 취득, 연구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올해 예산은 47% 증액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정작 내년도 예산은 무려 16% 삭감됐다”고 질타했다.
이에 성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재정당국의 통합평가 과정에서 조정이 이뤄진 것인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남인순 의원도 “의료 AI·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보건의료 R&D를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미래 먹거리 창출에 기여할 의사과학자 양성 예산은 삭감됐다”며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아울러 이달희 의원은 “2027년도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예산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하고, 삭감된 예산을 복원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 “3년 지원으로 무슨 성과 내나”…장기 연구지원 부재 지적
연구지원 기간과 성과관리 체계의 한계도 지적됐다. 이달희 의원은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가 연구자 1인당 평균 7년간 약 900만 달러를 지원하고, 미국 국립보건원이 최대 10년간 연구를 지원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 의사과학자 지원은 3년 단위에 머물고 있다”며 “의학 연구에서 3년 이하의 지원으로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만 명당 논문 수는 1741편으로 OECD 평균(1214편)을 웃돌지만, 피인용 상위 10% 논문 비중은 약 8%에 그쳤다.
아울러 지금까지 배출된 의사과학자 103명의 후속 연구활동에 대한 추적관리 자료도 미흡하다며, 인력 양성 이후 연구 지속 여부와 성과를 평가할 관리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현재 의사과학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해외 주요국 수준의 제도적 지원을 촉구했고, 성 국장은 “그러한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노벨생리의학상까지 30년…전주기 연구 생태계 구축해야
남인순 의원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연구 경력을 들어 장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사례 10건 중 5건에 의사과학자가 포함됐으며, 일본 수상자 6명 중 3명도 의사과학자였다.
수상자의 연구 경력을 분석한 결과, 첫 연구부터 핵심 성과 도출까지 약 20년, 노벨상 수상까지 약 30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 의원은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진료 현장에서 발견한 질문을 연구로 연결하고, 연구 성과를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전주기 의사과학자 연구 생태계 조성 및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학·과학·공학 융합형 학위과정 확대 △연구 성장단계별 지원 △연구시간 보장 △연구비 내 인건비 지원 △진료 대체인력 확보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 “의사과학자 양성에서 연구까지 보장”…여야, 지원입법 추진
이러한 가운데 복지위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을,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은 ‘의사과학자양성법 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하며 의사과학자의 연구단절 방지와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입법에 나섰다.
전진숙 의원의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은 △의사과학자·중개연구의 법적 정의 신설 △의대·전공의·박사과정 연계 교육·훈련체계 구축 △연구·학업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병역제도 마련 △연구시간 확보 및 연구개발비 내 인건비 계상 근거 마련 △중개연구지원센터 지정·지원 △3년 주기 실태조사 등을 담았다.
한지아 의원의 ‘의사과학자양성법 제정안’에선 △의사과학자 법적 정의 신설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및 3년 주기 실태조사 △양성 전담기관 지정·지원 △의대·전공의·박사과정 연계 교육·훈련체계 구축 △연구시간 확보 및 독립연구자 정착 지원 △연구개발비 사용기준 특례 △연구·학업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병역제도 마련 △국가 연구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규정했다.
전진숙 의원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국가가 투자하고 있으나 정작 연구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병역과 연구환경 문제로 연구의 연속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립연구자로 성장할 때까지 국가가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