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가 한국한의약진흥원 통폐합과 자동차보험 ‘8주룰’ 문제 등 한의계 긴급 현안 해결에 나서고 있다.
윤성찬 회장과 정유옹 수석부회장은 14일 국회 본청에서 남인순 국회 부의장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한의약진흥원 통폐합 추진 중단 △교통사고 환자 치료권 보장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한의의료 참여 △X-ray 활용을 위한 행정·법령 개정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한의의료 활용 등을 요청했다.

◎ “한의약 컨트롤타워 없애선 안 돼”…진흥원 통폐합 중단 촉구
한의협은 정부(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국한의약진흥원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흡수·통합하려는 움직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윤 회장은 “한국한의약진흥원은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설립된 국가 유일의 한의약 전문 진흥기관”이라며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능조정 기준으로 접근해 타 기관과 통폐합할 경우 설립 취지는 물론 국가 한의약 육성체계의 독립성과 연속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인순 부의장은 한국한의약진흥원 설립에 대한 법적 위상을 마련한 당사자로, 지난 2017년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을 통해 ‘한약진흥재단’을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 변경, 한의약기술 진흥으로 확대하는 한편 업무·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를 신설토록 한 바 있다.
이에 윤 회장은 진흥원이 △한의약 정책지원 △한약재 품질관리 △한의 의료기기 실증 △한의약 산업화·R&D △국제협력 △AI·빅데이터 구축 등 국가 한의약 정책·산업육성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통폐합은 ‘한의약육성법’의 취지에도 어긋날 뿐더러 한의약 정책을 보건산업의 일부 기능으로 축소시켜 전문적인 정책 수립·집행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계 전통의약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가 전담기관을 통폐합하는 것은 한의약 산업의 성장동력과 국제 경쟁력을 저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한의약 정책지원·산업육성·R&D·국제협력 기능의 진흥원 중심 일원화 △AI·디지털 헬스케어·한의약 세계화·한의 의료기기 등 미래 성장분야 조직·기능 확대 △보건복지부-진흥원 간 정책지원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윤 회장은 “한의약진흥원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하나의 기관을 존치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 한의약 육성체계와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문제”라며 “한의약의 연구개발·산업화·표준화·세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국회가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 교통사고 ‘8주룰’에 치료 단절 우려…“재심사 절차 보장해야”
이어 정유옹 수석부회장은 교통사고 상해 12~14급 환자의 ‘8주 초과 치료’를 제한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 추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권 보장을 위한 후속 심사절차 마련과 취약계층·복합상병에 대한 적용 예외 확대를 국회에 요청했다.
개정 시행령은 오는 9월10일부터 12~14급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받으려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하 자배원)의 치료 필요성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이에 한의협은 장기치료 필요성을 인정받은 환자가 인정 기간 이후에도 추가 치료가 필요한 경우 재검토·심의절차가 없어 치료가 단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같은 염좌나 타박상이라도 손상 부위·양상은 물론 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에 따라 회복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진료의가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 데도 행정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자배원 검토·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 심의 이후 추가 치료 필요 시 재검토·심의절차 마련 △‘검토 제외’ 대상(현행 임산부·만 7세 이하 영유아)에 고령자·장애인 포함 △염좌·타박상 가운데 복합손상 환자의 검토 대상 제외 등을 요청했다.
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 현실화도 주문했다. 상해등급 12~14급 환자의 위자료가 지난 2005년 이후 15만원으로 고정된 만큼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보험사가 제도를 악용해 합의를 강요하거나 부당하게 치료를 중단시키지 못하도록 국토교통부·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이에 국정감사 등을 통한 △환자 피해 실태·건강보험 전가 등 부작용 점검 △보험사 부당행위에 대한 제도적 페널티 마련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상해등급 체계 개편 및 대상범위 합리화 △이른바 ‘나이롱 환자’ 고의심군 대상 ‘핀셋 제도’ 전환도 제안했다.

또한 윤 회장은 법원의 한의사 X-ray 사용 가능 판단과 현행 행정절차 간 불일치 해소를 위해 △보건복지부령 개정·행정 해석(안전관리책임자 자격기준에 한의원·한의사 포함)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의 조속한 복지위 상정·논의를 요청했다.
아울러 정 수석부회장은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한의 주치의제를 통한 효과성 검증체계 구축 △한의사 진단검사기기 활용 및 건강보험 적용 △농어촌 보건의료사업 내 한의사·한의과 공보의 활용 등을 요청했다.
진흥원 통폐합과 관련 남인순 부의장은 “이는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아닌 것으로 보이며, 기재부가 진흥원의 특성과 역할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일률적인 공공기관 통폐합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한의약 세계화를 담당하는 진흥원을 보산진과 통폐합하는 것은 정책 방향에도 맞지 않는 만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8주룰’과 관련해선 “제도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간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건강보험 재정 전가 등 우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의협은 국토교통위원회 유의동 위원장실·보건복지위원회 김교흥 의원실 관계자와도 만나 같은 현안을 전달하고, 지원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