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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3일 (금)

“우리가 쏟은 진심이 현지인들의 마음속에 선한 씨앗으로 남아”

“우리가 쏟은 진심이 현지인들의 마음속에 선한 씨앗으로 남아”

마음을 지속해서 나누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고 이로운 일
행정 시스템 고도화, 차세대 인재 육성, 전문적인 봉사 환경 조성
김주영 콤스타 신임 단장(자양한방병원장)

김주영 단장님 인터뷰1.jpg


<편집자주>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하 콤스타)은 최근 대의원총회를 통해 김주영 원장(자양한방병원)을 제8대 신임 단장으로 선출했다. 김 단장은 사무국 역량 강화, 봉사 선순환 구조 확립, 안전하고 전문적인 봉사 환경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본란에서는 김주영 단장으로부터 콤스타의 발전 방향 등을 들어봤다.

 

Q.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 단장으로 선출됐다.

: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의약의 가치를 세계에 알려온 콤스타의 단장직을 맡게 돼 감사함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NGO성격의 비영리사단법인이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는 것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봐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콤스타는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라, 많은 분들의 나눔과 자발적인 봉사 위주로 유지되는 곳이기에 일반적인 영리기관이나 개별 의료기관의 운영보다 훨씬 높은 윤리적 기준과 도덕적 책임감이 요구된다.

또한 공적 법인으로서 정관과 내부 규칙을 준수해야 함은 물론, 예산 편성부터 결산 및 감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처럼 높은 윤리적 기준과 복합적인 행정 절차를 동시에 충족하며 운영해야 하기에 자리가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지지만, 기꺼이 내어주시는 마음들이 더욱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Q. 의료봉사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는?

: ‘인술(仁術)을 펼치는 한의사의 삶’을 꿈꾸며 한의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막상 한의사가 돼 개원의로서 현실에 매몰되다 보니, 어느덧 환자를 치료하는 행위가 일상의 단순 반복 업무가 되어 있었고 초심도 흐려졌다.

그러던 2019년,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와중에 콤스타의 해외의료봉사 모집 공고문을 우연히 보게 된 후 바로 지원을 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파견을 갔다. 

현지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라흐맛(감사합니다)”을 외치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들의 눈빛을 보며 잊고 있던 예전의 마음가짐이 떠올랐다. 이후 거의 매년 해외의료봉사에 지원하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Q. 의료봉사로 인해 변화하거나 성장한 점은?

: 봉사를 하면서 봉사의 개념이 변한 것 같다. 

처음에는 ‘내 시간을 내어 남을 돕는다’는 시혜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매년 봉사를 거듭하면서 현지의 열악한 환경 앞에 더 근본적이고 시스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미안함과 부족함을 점차 느끼게 됐다. 

이 같은 고민 속에 봉사의 개념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다.

우리가 쏟은 진심은 현지인들의 마음속에 선한 씨앗으로 남고, 그 씨앗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며 퍼져 나간다. 마치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처럼 말이다. 

물질적인 도움에 집착하기보다는 마음을 지속해서 나누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이로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봉사에 쓰는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스님이 “독립운동을 할 때 모든 이가 목숨을 걸고 집을 나서야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세상을 이롭게 했다면 그 또한 숭고한 독립운동이다”고 했던 말을 책에서 보았다.

의료봉사 역시 모든 것을 다 쏟아 붓지 못해 미안해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처지에서 나눌 수 있는 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지속해서 보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감사한 일이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품어왔던 봉사라는 개념이 실제로 해오면서 ‘지속 가능한 나눔’으로 자리 잡아가는 듯하다.

 

김주영 단장님 인터뷰2.png

 

Q.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아리랑요양원’에서의 봉사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곳은 고려인 강제 이주 70주년을 앞두고 고려인 1세대와 독거노인 동포들을 위해 건립된 것으로 매우 의미가 깊은 장소다.

당시 요양원장님 말씀에 따르면, 평생을 러시아(소련) 땅에서 방치되듯 살아오며 스스로를 러시아인이라 말하던 고려인 1세대 어르신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봉사자들을 만난 것에 감격해 했고, 그들 스스로를 ‘조선 사람’이라 부르며 고국을 향한 자부심도 커지게 됐다고 하셨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기도 한 그분들에게 더 일찍 찾아가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한의학을 통해 동포의 정을 나눌 수 있었던 뜨거운 시간은 지금도 제 가슴에 큰 여운으로 남아 있다.

 

Q. 한의약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 한의약은 해외의료봉사에서 현지인들에게 가장 호응이 좋은 치료 분야 중 하나다. 

우선 커다란 장비나 의료기기가 반드시 있지 않더라도 기동성을 겸비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의료봉사 시 한약과립제 외에도 환부에 침이나 부항같이 직접적인 물리적 자극으로 통증 개선의 즉각적인 효능을 보여줄 수 있어 현지인들의 치료 만족도가 매우 높다.

 

Q. 매우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것 같다.

: 해외의료봉사 하면 오지에서 여러 역경을 겪으며 모험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거다. 

물론 시대적 변화나 단체의 성격,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실제에 있어 해외의료봉사는 절대 모험이 돼선 안 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것은 준비를 꼼꼼히 해도 변수가 항상 생기기 때문에 안전사고와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개인 단원으로 갔을 때와 달리 팀장이나 단장으로서 봉사팀을 이끌고 나가게 되면 중요히 여기는 기준이 달라진다. 

단 한 건의 의료사고 및 안전사고만으로도 모든 단원 및 단체에 큰 피해와 신뢰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꼼꼼한 사전 교육, 현지 현장교육, 구체적인 내부 규정 등을 두어 단원들이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봉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단장으로 이루고 싶은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 30년 넘게 이어져 온 콤스타의 봉사 정신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임기 내 목표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목표에 집중하려 한다.

첫째는 ‘지속 가능한 행정 시스템의 고도화와 사무국의 역량 강화’이다. 

콤스타는 대한한의사협회 산하단체이자 보건복지부 소관 공적 비영리사단법인으로서 예산 편성부터 결산, 회계 및 회무 전 과정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정밀함이 요구된다. 

한 두 사람의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콤스타라는 그 자체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안정적인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 

그것이 콤스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차세대 인재 육성을 통한 봉사 선순환 구조의 확립’이다. 최근 학생 단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이들이 졸업 후 젊은 한의사가 돼 콤스타 활동을 이어가는 매우 고무적인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이 미래 콤스타를 이끌어갈 핵심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리더십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콤스타의 가치에 깊이 공감하는 학생 단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해 차세대 인재들의 참여도를 높이고자 한다.

셋째는 ‘안전하고 전문적인 봉사 환경 조성’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철저한 사전 교육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콤스타 단원들이 오직 환자를 돌보는 ‘인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될 수 있게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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