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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29일 (목)

‘화양연화’, 우리는 그들과 달랐을까

‘화양연화’, 우리는 그들과 달랐을까

-1962년의 절제와 2001년의 회한 사이에서

최순화 원장님.jpg

 

최순화 원장 

(대구시 남구 보광한의원)


1. 봉인된 도시, 방콕의 골목에서 길을 잃다


영화 <화양연화>의 오프닝은 신경질적인 소란으로 가득하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인부들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이삿짐들. 1962년 홍콩, 상하이에서 이주해 온 이방인들이 부딪히는 그 비좁은 복도는 사생활이 소멸된 ‘밀밀(密密)한 감시의 사회’를 상징한다. 왕가위 감독은 60년대 홍콩의 원형을 찾기 위해 태국 방콕의 차로엔 크룽 골목을 배회했지만, 그가 실제로 렌즈에 담고 싶었던 것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질식할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


수리진(장만옥)의 목을 단단히 옥죄는 높은 옷깃의 치파오는 그녀의 정조를 지키는 심리적 갑옷인 동시에, 밖으로 새어 나가려는 홍콩의 자유를 결박하는 정치적 결계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그녀의 20여 벌의 치파오는 억압된 리비도(Libido)의 전치이자,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라고 되뇌는 초자아(Superego)의 처절한 비명이다. 이 억압은 1962년의 홍콩이 본토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서 느꼈던 정체성의 위기와 완벽한 평행이론을 이룬다.

 

최순화 원장님2.jpg


2. 맥락 없는 역사, 멜로의 가면을 벗기다


영화 중반, 두 주인공의 감정선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삽입된 드골 장군의 캄보디아 입국과 환영 인파의 뉴스 화면은 이 영화가 지독하게 정치적인 미장센임을 폭로하는 균열의 지점이다. 1966년, 중국 본토의 문화대혁명 광풍이 홍콩의 좌파 폭동으로 이어지기 직전의 그 소란은, 개인의 사랑 따위는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 짓눌려도 무방하다는 세계의 냉소적인 선언이다.


이 장면은 결코 맥락 없는 삽입이 아니다. 차우(양조위)와 수리진이 서로에게 끝내 다가가지 못하는 ‘용기의 부재’는 단순한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거대한 시대적 흐름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직감한 자들의 집단적 무기력이다. <아비정전>의 아비가 ‘발 없는 새’로 떠돌다 비극적으로 추락했듯, 차우는 행동하는 대신 기록(무협 소설)하는 쪽을 택한다. 이는 검열의 눈을 피해 정치적 탄식을 사랑의 언어로 번역해야만 했던 예술가로서의 고육지책이자, 돌이킬 수 없는 홍콩의 운명에 대한 은유다.


3. 2001년의 파격: 붕괴된 신화와 잔인한 가정법


그러나 2025년 특별판에서 감독은 본편의 고결한 침묵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장면들을 배치한다. 지적인 신문사 기자였던 차우는 생계를 꾸리는 슈퍼마켓 주인으로 전락해 있고, 목 끝까지 단추를 채웠던 수리진은 머리칼이 흐트러진 채 목선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1962년에는 절대 허용되지 않았던 두 사람의 2001년의 키스 장면은 관객에게 형용할 수 없는 당혹감과 슬픔을 동시에 안긴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라는 수리진의 명분은 여기서 무너진다. 이는 감독이 던지는 잔인한 ‘가정법’이다. 2001년의 자유로운 문법으로 그들을 재배치함으로써, 1962년의 그들이 보여준 절제가 얼마나 처절한 ‘자기 처벌’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이제 그들은 목을 풀어헤치고 자유롭게 키스할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절의 숭고했던 ‘화양연화’는 영영 잃어버렸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신화가 현실로 내려앉는 순간, 홍콩의 우아했던 슬픔은 세속적인 회한으로 바뀐다.


4. 앙코르와트, 역사의 무덤에 묻은 “잘 가, 나의 홍콩”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앙코르와트 제2회랑. 수천 년의 시간을 견딘 석조 벽면에 차우가 비밀을 속삭이는 장면은 이 영화가 바치는 가장 숭고한 장례식이다. 그가 구멍에 대고 말한 것은 연인에 대한 뒤늦은 고백이 아니다. 그것은 “잘 가, 나의 홍콩”이라는 비통한 작별 인사다.

감독은 정치적 서사를 멜로라는 탐미적인 외피 속에 숨겼다. 검열당하지 않기 위해 사랑을 빌려왔지만, 그 속에는 1966년의 혼란과 1997년의 불안, 그리고 2046년의 종말이 켜켜이 쌓여 있다. 앙코르와트의 진흙으로 봉인된 구멍은 언젠가 역사가 그 비밀을 파헤쳐 줄 것을 기다리는 고고학적 유적이다.


결론: 부초 같은 무기력이 남긴 마지막 품격


결국 왕가위의 주인공들은 부초처럼 떠돌다 스러진다. 그들에게 행동할 용기가 부재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그만큼 홍콩의 가치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손대면 부서질 것 같은 그 시절의 공기, 그 시절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차라리 무기력한 관찰자(동자승)가 되기를 자처했다.


<화양연화>는 한 남녀의 불륜담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공간과 시간이 어떻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지를 기록한 가장 탐미적인 보고서다. 2001년의 우리는 특별판의 키스신을 지금(2025~ 2026)보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지만, 이내 앙코르와트의 구멍 앞에 선 차우의 뒷모습을 보며 비로소 깨닫는다. 우리의 화양연화는 이미 돌벽 속에 영원히 박제되었으며,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찬란했던 무기력을 애도하는 것뿐임을.


-2000년 홍콩의 밀레니엄을 함께 했던 왕학감 원장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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