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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2일 (월)

‘한쪽 맥이 성할 때 반대쪽을 취한다’는 거자(巨刺) 침법의 핵심 원리 규명

‘한쪽 맥이 성할 때 반대쪽을 취한다’는 거자(巨刺) 침법의 핵심 원리 규명

임상에서 널리 활용 중인 거자 침법 효과 및 적용 원리 과학적으로 검증
“AI 기반의 임상 접근성 향상 시킬 수 있는 혁신적 진단기술 개발 주력”

<편집자 주> 근골격계 통증 환자에게 통증 부위가 아닌 반대쪽에 침을 놓는 ‘거자(巨刺) 침법’이 통증 감소와 관절 기능 개선에 모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SCIE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Pain Research’에 게재돼 관심을 끌었다. 본란에서는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서울 중랑구 현동한의원의 박신우 진료원장으로부터 이번 연구 결과의 학술적 의미 등을 들어봤다. 

 


박신우 원장님.jpg

 

박신우 진료원장(중랑구 현동한의원) 


Q. 이번 연구의 학문적 배경을 설명한다면?

 

: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이자 저의 지도교수이신 강동경희대병원 박연철 교수님께서는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현상이라면, 어떻게든 연구 설계 안으로 가져와 검증할 수 있다’고 말씀해 오셨고, 제 스승이신 현동 김공빈 선생님(현동한의원 대표원장) 역시 ‘한의학적 치료법으로 많은 사람에게 큰 치료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이러한 관점은 제가 현동학당에서 15년 가까이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공부해 온 학문적 배경과 깊이 연결돼 있다.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증상이 발하는 한의학적 원인을 진단하는 관점을 배워 왔으며, 이 과정에서 맥진은 병의 원인을 감별하는 데 핵심적인 진단 도구로 활용돼 왔다. 이 같은 학문적 배경은 자연스럽게 진료 원칙으로 이어져 환자를 치료할 때 증상 자체보다 먼저 그 원인을 진단하고, 원인에 맞는 침 치료와 약 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게 됐다. 

 

이러한 진료 방식과 치료 원리가 임상에서는 비교적 널리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아직 충분치 않았으며, 거자(巨刺) 침법 역시 비교적 흔하게 사용되는 한의학적 치료법이지만 체계적인 분석 및 효과와 적용 원리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미비했다. 이 같은 부족한 점을 어떻게든 메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박신우 원장님3.png

 

Q. 임상 실제를 구체적인 연구결과로 도출해내고자 했다.

 

: 실제 임상 현장에서 거자(巨刺) 침법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일정한 조건에서는 분명한 치료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경험이 논문으로 정리되거나, 국제 학술지에서 공유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간극이 단순히 ‘효과가 없어서’라기보다는, 한의학적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병의 원인을 올바르게 진단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으며, 이를 현대 연구언어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치료의 핵심은 특정 술기의 효과를 단편적으로 비교하는 데 있기보다, 병의 원인을 어떻게 감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거자(巨刺) 침법을 어떻게 연구로 옮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시도였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Q. 연구 결과는 어땠는가?

 

: 거자(巨刺) 침법의 고전적 원리에 초점을 맞춰 좌우 맥력이라는 요소를 선택적으로 분석한 결과, 좌우 맥력 차이가 뚜렷한 환자 군에서는 건측 침치료의 효과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고, 맥력 차이가 크지 않은 환자 군에서도 일정 수준의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거자(巨刺) 침법은 맥의 좌우 불균형이 두드러질수록 더욱 의미 있게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맥력 차이가 명확치 않은 경우에도 임상적으로 어느 정도의 유효성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박신우 원장님2.png

 

Q. 논문 게재 후 국제 학계의 반응도 있었다.

 

: 중국 항저우의 Zhejiang Chinese Medical University 연구진으로부터 ‘맥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맥진 체계를 연구에 반영했는가’ 등 몇 가지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고전적 맥진 체계가 단순히 맥의 강약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맥의 위치(浮·中·沈), 촌·관·척의 분절적 차이, 맥형, 맥수, 리듬 등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인 진단 체계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실제 임상에서의 맥진 역시 맥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총체적 관찰과 촌·관·척 및 깊이를 구분하여 살피는 분절적 관찰이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고전적 맥진 체계를 한 번에 모두 분석하고자 했다기보다는 『황제내경』에 언급된 ‘한쪽 맥이 성할 때 반대쪽을 취한다’는 거자(巨刺) 침법의 핵심 원리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논문 발표 이후 보다 더 상세한 설명을 담은 공식적인 연구 방법 및 내용 등을 동일 학술지에 추가로 게재한 바 있다.


Q. 이번 연구가 갖는 학술적 의미는?

 

: 한의사들 사이에서는 거자(巨刺) 침법이 비교적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는 거자(巨刺) 침법을 후향적 임상 데이터 분석이라는 형태로 처음 정리해 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거자(巨刺) 침법을 사용하는 세계의 임상의들에게도 하나의 참고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Q. 향후 연구 방향과 연결해 본다면?

 

: 후향적 연구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거자(巨刺) 침법과 맥을 연결한 연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경희대 한의대 K-Med Omics & AI Lab.에서는 컴퓨터 과학 분야의 연구팀들과 융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연구를 확장해 맥력의 차이를 측정할 수 있는 prototype 기기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향후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는 AI 기반 연구를 수행하여 임상 접근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진단기술로 개발할 예정이다. 임상에서 확인된 연구주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와 융합하는 연구는 한의학적 진단을 과학적 연구 체계와 연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 어떤 연구를 지속하고 싶은가?

 

: 저의 스승이신 현동 선생님께서는 늘 ‘한의학의 가장 큰 장점은 진단이다. 한의학의 진단은 사진(四診)을 통해 병의 원인을 찾아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선배 의가들 역시 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아 왔다’고 강조하신다. 이와 함께 현동학당에서 한의학 전반을 아우르는 강의를 지속적으로 하시면서 ‘더 많은 한의사들이 한의학을 제대로, 그리고 깊이 있게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저 역시 이러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의학의 진단 원리와 임상적 사고가 국제 학계에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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