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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6일 (토)

외국인 74.5% “화병(火病) 알아요∼”

외국인 74.5% “화병(火病) 알아요∼”

한국 거주 외국인 601명 조사…한국어 능력 높을수록 화병 인식 14.83배↑
동의대 한의대 권찬영 교수팀, ‘Asian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

화병1.png

 

[한의신문] 한류 열풍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특유의 문화관련증후군인 ‘화병(火病, Hwa-byung)’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화병을 단순한 문화용어로만 알 뿐 공식적인 질병 진단명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권찬영 교수는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화병 인식과 한의학 이용 의향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Asian Journal of Psychiatry(IF 4.5)’에 ‘Understanding hwa-byung across cultures: A survey of foreign residents’ perspectives on culture-bound syndrome in Korea’라는 제하로 게재했다고 밝혔다.

 

화병은 억압된 분노와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열감 등의 신체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 장애로,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IV)에 ‘한국의 문화관련증후군’으로 등재된 공식 진단명이다. 한류 확산과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한국 특유의 문화 개념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화병이 공식적인 질병 진단명 인식 ‘18.5%’ 불과

이번 연구는 6월 9일부터 18일까지 한국에 12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및 귀화자 601명을 대상으로 웹 기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참여자는 여성이 65.9%였으며, 평균 연령은 41.8세였다. 아시아계가 48.9%로 가장 많았고, 결혼이나 가족을 위해 체류하는 경우가 58.1%였으며, 고급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춘 경우가 55.1%였다.

 

연구 결과, 참여자의 ‘74.5%’가 화병을 알고 있다고 응답해 높은 문화적 건강 문해력을 보인 반면, 화병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질병 진단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18.5%에 불과했다. 이는 외국인들이 화병을 한국 문화의 일부로는 이해하지만, 실제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상태라는 인식은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화병에 대한 정보는 주로 친구나 가족 등 대인 관계망(67.4%)과 미디어(57.6%)를 통해 습득했으며, 의료 전문가로부터 얻는 경우는 17.4%에 불과해 화병에 대한 정보가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정확한 의학적 정보 전달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어 능력이 화병 인식의 가장 강력한 예측 인자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실제 고급 수준의 한국어 구사자는 초급 수준에 비해 화병을 인지할 확률이 14.83배나 높았다(95% CI: 6.84-32.17, p<0.001). 이는 언어 능력이 문화적 맥락을 요구하는 미묘한 정신신체적 개념을 이해하는 주요 통로임을 보여준다. 그 외 중장년(35∼64세), 아시아계 국적(교차비=2.43), 한의원 이용 경험 등도 화병 인식과 유의한 관련이 있었다.

 

화병2.jpg

 

한의치료 이용 의향 ‘60.6%’가 긍정적

이와 함께 한의치료 이용 의향은 60.6%가 긍정적으로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58.8%) △다양한 치료 옵션(45.9%) △적은 부작용(37.6%) 등을 꼽았고, 선호하는 치료법으로는 침(70.1%)과 한약(68.4%)이 가장 높았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한의치료 이용 의향의 경우 인구통계학적 요인이나 언어 능력과는 무관했고, 오직 한의원 이용 경험만이 유일한 예측 인자(교차비=2.08, p<0.00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화적·언어적 요인이 지식 습득에는 중요하지만, 실제 치료 결정은 직접적인 긍정적 경험에 의해 압도적으로 영향을 받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한의원에서의 좋은 경험이 문화적·언어적 장벽을 뛰어넘는 신뢰를 구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참여자들은 높은 비용(56.2%)과 불확실한 효과(50.9%)를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적했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 제공에 대한 강한 요구(50.2%)도 나타났다.

 

다국어 건강교육 프로그램 개발 필요

이와 관련 권찬영 교수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로 전환되고 한류가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이 화병과 같은 한국 특유의 문화 개념에 대해 높은 개방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은 부족하고, 실제 의료 접근성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 교수는 “다국어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화병의 의학적 의미와 과학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알리고, 보험 적용 확대 등 실질적 장벽을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첫 한의 진료 경험이 긍정적이고 근거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다문화 한국에서 한의학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수행하는 ‘한의디지털융합기술개발사업’의 지원(RS-2023-KH139364)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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