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조엑스나 탕약의 경우 약이 터질 수도 있으니 뽁뽁이를 이용해 소중하게 포장해야 합니다. 대구까지 먼 길을 가기도 하는데 환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돼야겠죠!”
대구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 이어 서울센터에서 비대면 진료가 시작된 가운데, 한의대생들의 아름다운 재능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31일 대한한의사협회 회관 5층 전화상담센터 옆에 자리를 잡은 약제실에서는 진료실에서 건넨 처방전에 따라 약 포장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대구진료센터에서 학생 봉사팀장을 맡았던 신혜진 대구한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은 서울센터 세팅을 위해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대구에서 처음 시작할 때는 맨 땅에 헤딩하는 느낌이라 미숙했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유의해야 할 점들이 눈에 보인다”며 “약제실은 환자들을 위한 약 포장과 배송 준비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환자들의 집 앞까지 안전하게 약이 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전에는 5명, 오후에는 6명이 근무를 하기로 돼 있는 이곳 약제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5층 바로 옆 진료센터에서 작성된 처방전이 오면, 복약지도서를 쓰고 처방된 약들을 넣어 포장을 마친 뒤 상자를 내놓으면 오후 5시에 택배 기사가 수거해 가는 시스템이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약제실 앞에는 40여개의 포장된 박스가 쌓여 있었다.
임향기 대구한의대 본과 4학년 학생 역시 대구진료센터에서 일한 경력 덕에 이곳까지 차출돼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졸업 전에 경험이라도 쌓자는 생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전세계적 재난 상황 속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이왕 시작한 거 학기 시작 전까지 서울센터에서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2박 3일 일정으로 짐을 싸가지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장연수 동의대 본과 1학년 학생은 “집이 경남 사천이라 대구에서는 숙박하기가 마땅치 않아 봉사활동에 참여를 못하고 있다가 서울센터에서 숙식을 제공해 준다고 하길래 얼른 신청했다”며 “한의사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보낸 성금이 환자들을 위해 쓰이고, 또 예비 한의사들도 이런 숭고한 봉사 현장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마음이 뭉클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전에 예진을 맡아 전화 진료도 해 봤는데 전부 다 대구 환자였다”며 “무작정 격리돼 있는 환자들에게는 서울로 전화를 하면서까지 의료인의 조그마한 도움의 손길과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또 “한의사의 참여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향후 제도적으로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민경 대구한의대 예과 2학년 학생은 “학교는 대구에서 다니지만 본가가 경기도라 방학 때 와 있다 소식을 접하고 참여하게 됐다”며 “많이 배우고 가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권에 거주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아 참여하게 됐다는 안종훈 경희대 예과 1년 학생은 “학교 공지사항을 보고 왔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김지성 경희대 본과 2학년 학생 역시 “대구에서 참여하고 싶었지만 막막해 실천해 옮기지 못하다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의계의 마음이 환자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준희 경희대 본과 2학년 학생은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집에서 온라인 강의만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힘들어진 측면이 있었는데 이렇게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