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9일 오후 12시 40분경 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청도대남병원의 안치실에 도착했다. 이후 응급실을 중심으로 병원 출입구가 통제되고, 늦은 밤 COVID-19의 감염 의심에 따라 시신의 검체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청도군 보건소와 해당 병원의 요양시설, 장례식장이 폐쇄되었고, 2주간의 긴 장례가 이어졌다.
안치실을 방문한 부모님과 함께 바이러스 감염 여부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으로 판정이 나왔다. 그럼에도 그 이후 3월 4일까지 능동적 자가 격리를 했다. 할머니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짧게 치러졌다. 식장에는 국화보다 많은 손 소독제와 라텍스장갑이 배치됐고, 슬픔보다 강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할머니의 사인이 급성폐렴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알아보고, 한의대 학생으로서 한의약의 실효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후 격리가 해제되고 대한한의사협회에서 모집하는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의 자원봉사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늦춰진 할머니 장례....일상 붕괴의 무력감
이처럼 장례가 장기간 미뤄지면서 느낀 슬픔과 허무함 같은 일상 붕괴의 무력감은 확진자 뿐 아니라 대구 시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진에서부터 방역업체 관계자들과 중학생의 앱 개발, 페이퍼필름을 이용해 마스크 착용을 제시하는 시민들의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각 자리의 높아진 관심이 COVID-19의 종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거의 모든 바이러스성 감기는 치료제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COVID-19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며 지나친 공포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COVID-19 치료로 각종 항바이러스 제제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고 역가를 낮춰 증상을 경감시킨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바이러스를 적극적으로 사멸시킨다는 것이 아니며, 치료제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아비간, 렘데시비르, 칼레트라 등의 임상시험 중에 있는 양약과 더불어 중국에서 앞서 치료처방으로 유효성이 있었던 청폐배독탕 등의 한약에도 범위를 넓혀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환자들이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의사협회에서 한·양방 협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고, 아직 한의대생에 불과하지만 한의약을 처방하는데 필요한 많은 임상 연구와 적지않은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 현 위기 상황에서는 임상에서 각 환자의 케이스에 맞춰 각 의료계에서 진료하고, 이 후 연구에서도 치료제로써 유효한 가치를 입증하도록 노력해야한다.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재난 위기를 겪으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능력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를 갖는다. 지금껏 차질을 빚고 있는 한·양방 협진에 대한 논의도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제기되었다.
의료가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환자들의 건강 회복과 더 나은 삶의 질 향상에 있다. COVID-19 사태를 맞아 진심으로 누구나가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결국 모두가 목표하는 환자들이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