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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최승훈 교수

최승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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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eption’(생각 심기)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의 대상이 된다”

우리가 인셉션해야만 우리 현실이 괴롭지 않아



7월29일 헌법재판소는 무면허로 침·뜸을 놓은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의료법 27조 1항 등에 대해 부산지법이 제청한 위헌 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위헌) 대 4(합헌)로 합헌 결정을 했다. 이강국 소장 등 재판관 4명은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전면 금지한 것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합한 조치”라고 밝혔다. 반면 조대현 재판관 등 5명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에 대해 적절한 자격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되었던 김남수 씨의 추종자모임인 ‘뜸사랑’에서는 “지면서도 이긴 판결”이라며 “결국 기존 의료법 합헌 결정이 났지만, 위원 5명이 위헌이라고 한 것은 대체의학제도 개선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헌재의 노희범 공보관은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의료행위를 허용할 것인지는 국민건강 보호라는 공익과 국민의 의료행위 선택권이라는 사익을 비교 교량해 결정해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이지 위헌 여부의 문제는 아니다”고 하여 결국 이 문제는 입법부인 국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합헌 의견을 낸 김희옥 재판관도 “대체의학을 양성화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으며, 이어 “국가는 국민보건을 위해 제도 변경의 필요성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이른바 ‘대체의학 금지 법률’을 합헌이라고 했지만, 위헌 의견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올 9월 정기국회에서 한의계는 무면허 돌팔이 침구집단과 일대결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결혼과 학업으로 멀리 떠나가고 아내와 둘이서 살고 있는 지금 여름 휴가철이 다가와도 크게 설렐 것이 없다. 설악산도 그렇고, 제주도도 그렇고. 외국도 그저 시큰둥,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광고문이 매우 공감되는 것은 일종의 노화 현상 탓이다. 이번 여름은 어떻게 지낼까? 마침 평소 자기 주장이 많지 않은 아내가 느닷없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



더욱이나 영화에 대해서는 별 무관심인 사람이다. 웬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엊그제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아이가 전화통화에서 ‘Inception(인셉션)’이라는 영화를 강추했다고 한다. 제목 자체가 생소할뿐더러 얼핏 며칠 전 신문에서 좀 머리가 복잡하고 관객의 혼을 빼놓는 영화라고 평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가벼운 차림으로 집 근처의 극장에 갔다. 극장매표소 앞에 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영화의 대표주자 ‘이끼’와 갈등을 하다가 결국 시집간 딸아이에 대한 배려로 ‘인셉션’의 표를 샀다. 그래야 나중에 할 말이라도 있을 테니까.



영화의 배경은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다른 사람들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심어 넣고 빼낼 수 있는 미래사회로, 꿈 속에서 벌어지는 활약을 그린 SF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주인공인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이면서 생각을 훔치는 도둑이다. 뜻하지 않게 아내의 자살로 누명을 쓰고 국제적인 수배자가 된 그는 거대 에너지재벌의 세계 독점을 막아내는 임무를 성공하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임무는 머릿 속의 정보를 훔쳐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머릿 속에 정보를 입력시켜야 하는 것으로, 그는 ‘인셉션’이라 불리는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강의 팀을 조직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 하지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마치 21세기의 胡蝶夢과도 같은 이 영화는 16세에 그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25년만에 완성해 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다. ‘메멘토’(2000년) 이후 다소 저조하다가, ‘배트맨 시리즈’(2005)를 통해 부활하였고 전작인 ‘다크 나이트’(2008)를 보고는 더 이상의 블록버스터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인셉션’을 내놓았다. 놀란 감독의 엄청난 상상력에 할리우드 효과를 더해서 정말 놀라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상상의 세계를 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잠시도 딴 생각을 허락하지 않고 그리고는 그의 생각을 관객들에게 인셉션하는 그의 재주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올해 국내 여름 극장가를 석권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와 동일한 양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마케팅 미디어 전문잡지인 ‘Advertising Age’에서 ‘인셉션’의 이러한 열풍을 기사화했는데, 저명한 저널리스트 사이먼 듀멘코가 쓴 “‘인셉션’이 새로운 월드컵이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만 보더라도 ‘인셉션’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도 카 액션에서 나름대로 선전을 하여 국민적 차원에서의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잠시도 관객들로 하여금 딴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다. 덕분에 두 시간이 넘도록 아무 생각 없이 영화에 빠져 있다가 극장 문을 나서니 잠시 후 다시 아침의 헌재 관련 기사가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단지 다섯 명의 헌재 재판관의 생각 속에 한의계의 주장을 심는다고 이 사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결국 우리 국민 모두를 인셉션해야 한다. 꿈같은 이야기겠지만.



방법은 간단하다. 양의사들이 국민들에게 한약의 부작용에 대해 끊임없이 인셉션하여 오늘날 한의계의 현실을 곤궁에 밀어 넣었듯이. 우리 한의계도 헌재 재판관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에게 본격적으로 한의학을 인셉션해야 한다. 영화에 나오는 드림머신을 통해서가 아닌, 근거를 가진 임상논문으로 신뢰 있는 홍보를 통해 한의학은 一鍼二灸三藥이라는 하나의 패키지로 2천년 이상을 구가해 왔다.



의료는 유효, 안전, 저렴, 간편이라는 네 가지 기본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특히 저렴과 간편이라는 측면에서 침과 뜸은 한약보다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여전히 유효성와 안전성은 삶의 질이 높아진 요즘 더 중요한 이슈이다. 그리고 세계화로 표현되는 보편적인 활용을 위해서 안전성의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모든 약은 독이라고 할 수 있듯이, 잘못 적용된 침·뜸 역시 부작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침·뜸 관련 면허제도를 부활하고자 하는 집단이나 5명의 헌재 재판관들은 침·뜸의 전문성과 안전성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침구사제도가 부활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지금보다 저질의 침·뜸 의료를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면서 받아야 한다. 역사를 거스르는 죄악이다.



최근 헌재의 판결과 관련하여 우리 한의계가 국민들과 적극 소통하고 공감해야 할 핵심은 동전의 앞뒤와 같은 침·뜸의 전문성과 안전성 문제이다. 전문성이 강화되면 안전성에 대한 내용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 전문성은 말이나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연구, 특히 근거를 지닌 임상연구가 침구 분야에서 대량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역할은 대학과 대학병원의 교수들 몫이다. 그리고 임상가는 각자 속해 있는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 등을 통해 국민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어려울수록 서로 격려하여 학계와 임상가가 하나가 되고, 협회와 회원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비난만 해대는 자들이 난무하는 집단은 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는 난관들을 극복하면서 침·뜸을 포함한 한의학은 발전하여 왔다. 한 때 우리 한의사들이 한의학을 키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그 열매만 따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블루오션의 항해기 시절 이야기다. 이제 그에 배신감을 느낀 한의학이 주변의 러브콜로 한의사의 곁을 떠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 한의사들이 한의학을 열심히 키울 때는 서로가 하나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의학은 한의사에 대해 ‘不仁’해진다.



세상에서는 또 밥그릇 싸움이라고 한다. 일찍이 告子는 인간의 본성이 食色이라고 했다. 먹지 않고서야 어떻게 생존할 수 있겠는가? 여하간 우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밥그릇을 만들어 냈어야 했다. 아니면 다른 이들이 감히 입을 댈 수 없는 밥그릇을 만들었어야 했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의 대상이 된다. 인셉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가 인셉션을 해야 한다. 그래야 꿈에서 깨어난 우리들의 현실이 괴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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