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면허자가 많이 배출돼야 진정한 한·양방 협진 가능”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에 1억원 기부
경희의료원 동서협진실 류재환 교수는 작년 10월부터 매달 1000만원씩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에 발전기금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현재 6000만원을 기부했다.
“동서의학대학원의 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기부를 하게 됐습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부를 통해 진정한 한·양방협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나가는데 쓰였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1974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 입학해 학사학위를 받은 류 교수는 한의학 발전을 위해서는 현대의학적인 요소들을 도입해야 한다는 경희대학교 설립자인 조영식 학원장의 권유로 1980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해 학사 및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에서 후학 양성을 위해 힘써온 그는 이러한 인연으로 동서의학대학원에 기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모두 소유하고, 현재 경희의료원 동서협진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류재환 교수가 바라보는 한·양방협진의 현재는 어떠할까?
“한·양방협진은 현재 진정한 협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답보상태라고 보여집니다. 사실상 한의사와 의사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되지 않고 있으며, 한 공간 안에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큰 장벽이 있는 느낌입니다.”
“완벽한 의학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정한 한·양방협진이 어려운 이유를 따져볼 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의사들이 한의학을 의학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서양의학과 마찬가지로 한의학도 의학이라는 인식을 의사에게 심어주는 것이 진정한 한·양방협진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들이 한의학의 치료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증명이 선행돼야 하며, 그러한 임상연구결과가 많이 축적돼야 할 것입니다.”
그는 한의학과 양의학 모두 일장일단이 있으며, 완벽한 의학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상호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양의학의 경우 감염질환에 대한 효율적 관리, 진단기기의 발전, 수술 및 외과적인 치료법의 발달 등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면, 너무 세분화되어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 미흡하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반면 한의학은 전체적으로 본다는 것, 면역력 강화를 통한 자연스러운 치유 등이 장점이고, 진단의 객관성 및 재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류재환 교수는 한의학적 진단의 한계로 인해 한의학의 치료영역이 축소돼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명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고, 또 그렇게 치료를 할 수 있는 영역이 곧 한의학의 영역을 의미하는 것인데, 진단의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아 한계성을 가진 한의학의 영역이 축소돼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양의학이 치료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한의학이 치료하는 질병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치료 케이스들이 자꾸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임상 스터디가 계속적으로 진행돼야 한의학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한의학의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상호간 인정하는 협진, 어려움 많다”
류재환 교수는 한의사와 의사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자신의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함이 아닌 온전히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 진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협진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의사와 의사가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한·양방협진을 하기까지는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한의사와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분명히 다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의사와 의사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두 가지 면허를 동시에 소지한 사람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의대 혹은 의대를 졸업한 후 다른 학위를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한의사와 의사의 진정한 협진을 위해서는 한의사 및 의사의 동시면허소지자의 배출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입니다.”
그는 동시면허소지자로서 의학적 검사를 활용한 진단 및 한의학적 진단을 모두 할 수 있기에 한 가지 의학을 공부한 의사보다 진단을 함에 있어서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한 치료에 있어서도 한약이나 양약을 각각 사용하거나 한약과 양약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치료법을 선택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웠다.
“결국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의료일원화일 것입니다. 한의학과 의학을 모두 공부한 의사가 자신의 판단을 통해 양약 혹은 한약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류재환 교수는 최근 노인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뇌졸중, 치매 등 노인질환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영역에서 한의학과 의학을 동시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치료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