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상기로 세계 정복을 꿈꾼다”
지난 2000년 정보통신부 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로봇이 맥을 측정하는 기술로 장려상을 수상한 대요메디(주) 강희정 대표를 만나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든 계기, 의료기기 개발의 어려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만의 원천기술로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무주공산’이라고 말하는 한의학의료기기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사실 평소에 우리나라 전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기도 했고, 한의사 친구를 통해 맥을 측정하는 기기의 필요성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한방의료기기 개발에 매진해 온 강희정 대표. 그는 지난 2004년 3차원 맥상기인 ‘3-D MAC’을 개발한 후, 2006년과 2009년 보급형 DMP-3000 및 DMP-1000을 차례로 개발했다. 2차원 그래프로 보여주는 기존의 맥진단기기와는 달리 맥의 크기, 빠르기, 질감, 강도, 속도, 탄력도 등을 3차원으로 보여주는 ‘3-D MAC’은 ‘맥파분석기’로 식약청에서 허가를 받은 유일한 제품이며, 이 맥파측정기술은 2006년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기술평가원이 선정한 10개 핵심산업기술에 선정된 바 있다.
“척·관·촌의 맥을 찾는 전통적인 방법을 제대로 구현한 것은 저희가 개발한 ‘3-D MAC’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어레이 센서 및 로봇을 이용해 정확하게 맥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 맥진기의 단일 센서로는 2mm의 혈관을 찾아낸다는 것이 어려워 아무래도 오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센서가 탑재된 3차원 맥상기는 정확한 위치를 찾아서 맥을 측정하기 때문에 매번 같은 위치에서 같은 압력으로 맥진을 할 수 있으며, 이는 환자 상태의 변화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므로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었다’고 말하는 강희정 대표는 처음부터 맥상기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실 맥상기를 신뢰하지 못하고, 사람이 진단하는 맥상과 기계가 측정하는 맥상이 같은 지 보자고 하시는 한의사분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한의사를 100% 대신할 수 있는 기계는 없습니다.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고요. 의료기기는 건강한 사람 몇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평균값을 찾고, 그것을 ‘기준’으로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고, 이를 토대로 진단을 하는 것이 한의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사분들이 의료기기를 통해 더 객관적이고 양질의 정보를 얻는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는 한의사와 의료기기개발자와의 역할이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기기 개발에 도전하는 한의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의료기기개발자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물론 반대로 개발자는 한의사에 비해 한의학적 지식이 부족하겠지요. 양방의 경우는 개발자와 의사의 역할 구분이 확실한데, 한의계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또 강희정 대표는 의료기기개발자와 한의사간의 협조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기기를 개발만 하고, 한의사들이 쓰지 않으면 과연 의료기기가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요? 사실 의료기기가 처음 개발되면 100%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의료기기를 직접 사용해 보고,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는지 알려줘야 의료기기가 점차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요? 결국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이고, 의료기기의 발전을 통한 수혜는 한의사들이 받게 될 테니까요.”
그는 의료기기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발된 의료기기에 대한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의료기기에 한의학적 의미를 보태기 위한 한의사들의 조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의료기기업체에서 왔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많은데, 단순히 물건을 팔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 발전을 위해 같이 고민하고 협력하는 ‘친구’관계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한방의료기기가 발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의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희정 대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기계를 활용한 임상연구가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재 대요메디(주)는 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한방진단기기를 통한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고혈압 환자의 3차원 맥 분석을 통해 한의학적 병증을 분류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한의학에서 고혈압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치료와 연결시킬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하면서 임상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기준’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연구들이 많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기기의 생명은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의료기기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데이터베이스인데, 우리나라는 현재 데이터베이스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데이터베이스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의료기기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입니다. 미국의 GE메디컬은 130여년간 쌓은 심전도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전 세계에 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결국, 데이터베이스가 ‘돈’이고, 이는 ‘시간싸움’이라는 얘기죠. 우리나라가 한의학의료기기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최대한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표준’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는 것.
“한의학 기술은 세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만의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이는 남들이 검증한 기기가 아닌 우리만의 기술로 우리만의 제품을 만들어 나가야 하겠지요. 앞으로 대요메디(주)가 앞장 서 한의학적 연구방법론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진단기기의 도량형을 제시할 것입니다. 지켜봐주세요.”
도량형을 통일한 중국의 요 임금님과 같이 한의계에 표준화된 도량형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를 사명(社名)에 담은 ‘대요(大堯)’메디 강희정 대표.
그의 핸드폰 배경화면에는 ‘대요맥 세계정복’이란 문구가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대요메디가 맥상기를 통해 세계를 정복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