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 국가고시 변경,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 17일 한의사국가시험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안규석·이하 특위)는 제6차 회의에서 현행 11개인 국시 과목을 한의학총론, 한의학각론, 보건관계법규의 3가지 틀로 통합하는 개선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현재 의사고시와 같이 여러 과목의 문제를 국시에 적용함으로써 임상에서 다양한 증상을 가진 환자를 통합적인 사고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국가고시 내에 ‘침구학’의 중요성 및 고유 명칭이 지니는 의미가 고려되지 않고 ‘침구학’ 명칭이 삭제되었다는데 대하여 현재 로컬에서 진료를 담당하는 한의사의 한사람으로서 큰 우려를 금치 못한다. 한의사국가시험 개선안 제정 과정에서 한의사협회나 개원의협회 등 로컬 한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근래 한의계는 한의사 공급과잉 및 한약시장 축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거 한의사들은 보약으로 대표되는 비보험 첩약을 통해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남겨 사회의 기득권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 주었으나 최근 들어 한약의 안전성 문제, 홍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확대 등으로 실제 로컬에서 한약 복용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침구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 및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로컬 수입의 대다수가 비보험 첩약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침구치료의 비중이 늘고 있으며 안면침, 정안침, 자흉침, 매선요법 및 약침요법과 같이 침구치료를 응용한 비보험 수가가 로컬 한의사의 주 수입원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로컬 강의 또한 침구치료 관련 강좌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약처방을 쓰지 않고 침 치료만으로 한의원을 경영하는 한의사도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의계에서 침구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김남수씨를 비롯한 침사나 유사의료업자들의 대외적인 도전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침 및 뜸 치료를 한의사의 고유 권한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고 있어 그 심각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만약 헌법소원 결과 일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판결이 나온다면 이들뿐만 아니라 양의사들도 침구치료를 하려 덤벼들 것이다.
결국 지금 한의계는 어느 때보다도 침구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상아탑 내에서도 그동안 외면받았던 침구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기적인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의사 국가고시 내에 침구학의 비중을 줄이고 명칭을 삭제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시하는 바이다.
첫째 한의사국가시험개선특별위원회는 국가고시가 로컬 진료에서 지니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학계 및 학회의 의견만을 수렴하여 결정하고 있다. 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17명의 구성원들 중 침구학을 전공하고 이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이었으며 대부분 내과 및 기초 교수들이 포함되었다.
또한 국가고시가 로컬 진료에 미치는 높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로컬의 의견을 대표하는 구성원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특위의 구성원들은 국가고시를 단지 학문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양방 교육과정에 편승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그 구성원의 대표성부터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로컬 한의사 수입의 50% 이상이 침구치료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대학교 교과과정 내에서 침구학 비중이 작아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로컬에서 다시 침구치료를 습득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오히려 국시내 침구학의 비중을 높여 대학내 침구 교육의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의사국가시험개선특별위원회는 한의학 국가고시가 타업종간의 진료 영역에 있어 가지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침구사들의 헌법소원 제기 및 양의사들의 IMS 사용 문제 등 침구영역을 빼앗아가려는 여러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침구사협회는 한의사들보다 침구사들이 침구치료의 전문가라고 주장하며 1988년 복지부와 법무부에 한의사가 침구시술을 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질의하였다. 이때 복지부에서는 “의료법에는 한의사의 침구시술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으나, 의료법 시행규칙인 한의사국가시험령에 ‘침구학’이 명시돼 있으며 정규 교과 과정에 경혈학 및 침구학이 있기 때문에 한의사는 침구시술을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제시해 침구의료행위권은 한의사 손에 남게 되었다.
즉 영역간 업종 다툼에 있어 국시내 침구학의 비중 및 명칭이 가지는 의미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위는 국가고시가 지니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특위에 이러한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할 수 있는 법적인 자문위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국가고시가 로컬 전반 및 타 업종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특위는 반드시 법적 자문위원을 두고 개선안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 근시안적인 개정으로 인하여 추후 한의사의 침구의료행위권이 위태로워질 경우 한의사국가시험개선특별위원회는 역사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로컬에서 침구치료의 비중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의학 국가고시내 침구학 비중 축소 및 명칭 삭제는 시대적 흐름을 위배한 근시안적 결정임을 밝히며 국가시험개선특별위원회는 단지 학문적 접근뿐 아니라 정치적·법적 문제까지 반드시 고려하여 국시내 ‘침구학’의 비중 확대 및 존속을 주장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