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의 뿔’ 영특한 코뿔소의 평범한 소통의 지혜를 배우자
“무소의 뿔은 바로 어떤 아픔과 고통도 고독하게 자기 자신이 극복해야만 하는 통렬한 자기 자각이자 냉철하고 단단한 깨달음의 상징인 셈이다”
불교의 원시경전인 숫타니파타경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소설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격언으로 회자된다. 보궐선거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정동영씨도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수밖에 없다”는 고뇌에 찬 말을 내뱉었다.
무소의 뿔은 코뿔소의 뿔을 말한다. 소·양 등 두 개의 뿔이 달린 동물이 일반적인데 비해 한 개의 뿔이 달린 형태적 특이성이 비유의 뿌리다. 살펴보면 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의 두 종류가 있는데 아시아계인 인도, 자바, 수마트라계가 뿔이 한 개일 뿐이고, 아프리카계는 콧잔등에 뿔이 하나 더 있어 두 개의 뿔이 달려 있다.
아프리카계는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로 나뉘는데 재미있는 것은 둘다 검거나, 흰 색깔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이 두 종류의 차이점은 먹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검정 코뿔소는 풀 중에서도 긴 것을, 그리고 관목의 나뭇잎등을 부리처럼 생긴 입 끝으로 뜯어 먹는다. 반면 흰 코뿔소는 지면의 잎을 뜯어 먹는다.
식성이 달라서 입의 모양이 다르게 진화한 것이다. 흰 코뿔소의 이름은 흰 것이 아니라 입이 넓다는 의미의 ‘넓은’것으로 wide를 white로 잘못 알아들은게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흰 것이 있으니 검은 것도 있으리라는 추측이 검지도 않은 검은 코뿔소를 낳은 것이다.
정치적 의미와 가까운 전설적인 코뿔소도 있다. 영서(靈犀)라고 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도 태종과 정조 실록에 각각 기재되어 있다. 코뿔소의 뿔은 소의 뿔처럼 중간에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손톱같은 섬유질이 꽉찬 중실각(中實角)이다. 영서는 특이하게도 뿔 가운데 구멍이 있다고 한다. 양쪽으로 서로 통하는데 이것은 백성과 임금사이에 의사가 서로 통하고 의기 투합함을 뜻한다. 요즘말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코뿔소는 뿔이 났다. 약재로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멸종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약 중에 가장 잘 알려진 우황청심환의 주요 성분 중에도 코뿔소의 뿔인 서각이 들어간다. 우황청심환이 불안, 초조, 가슴의 두근거림, 중풍을 진정시키듯이 서각은 열을 내리고, 정신을 흔들리지 않게 한다. 한약물에 관한 최고의 고전인 신농본초경에서도 “맛은 쓰고 기는 차갑다. 백가지 독과, 전염성 기운 귀신이나 도깨비에게 홀리지 않게 한다”. 마치 엑소시스트의 수도사가 악령을 쫓아내는 것을 연상케 한다.
숫타니파타경은 말한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각은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뿔이다. 다이아몬드인 금강석이 가장 단단한 돌로서 변치 않는 지혜를 상징하듯, 무소의 뿔은 바로 어떤 아픔과 고통도 고독하게 자기 자신이 극복해야만 하는 통렬한 자기 자각이자 냉철하고 단단한 깨달음의 상징인 셈이다.
단단한 만큼 약재로 사용할 때는 줄톱으로 작게 가는 고통스러운 작업을 거친다. 좀더 쉽게 갈기 위해서는 밤새 겨드랑이 밑에 감싸안고 있다가 무른 다음에 갈면 쉽게 부스러진다. 사람의 겨드랑이는 심장의 경락이 지나간다. 가장 뜨거운 기운이 흐르기 때문에 가장 차갑고 단단한 서각을 녹이는 것이다.
특별한 만큼 한의사들 사이에 떠도는 임상경험담에는 부풀린 효험이 많이 언급된다. 중풍환자에게 먹이고 CT를 찍었는데 뇌출혈이 멈추었다는 이야기며, 백혈병에 걸린 어린애가 나았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다. 뛰어난 약효가 바로 코뿔소의 코를 잡은 셈이다.
위대는 평범이듯 영특한 코뿔소의 평범한 소통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