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의학이 앞으로 치료의학으로서 국민 속의 의학으로 정립되기 위한 방안이 적극 모색되고 있다. 한의계의 주요 단체장 및 인사들의 한의학 발전을 위한 칼럼을 게재한다.

인공지능.
그 이야기 들어 보셨는지?
인터넷상에서는 AI(인공지능)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Alpha Go)가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긴 다음부터는, 조만간 출근길에서의 무인운전이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기대부터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Skynet)처럼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종말론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예능프로에서는 아이폰 속의 시리(siri)와 농담을 나누는 초등학생의 모습이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해외 직구 같은 생활에 필요한 영문 이메일에 파파고(네이버)와 구글번역(구글)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을지를 비교하는 주부들의 대화가 낯설지 않다.
거창하게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주제로 넘어갈 필요도 없이, 한국의 의료인들에게 있어서는 단연 IBM의 왓슨(Watson)이 최대의 관심사이다. 인공지능의 전통적 강자가 오랫동안 IBM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보다도 20여 년 전(1997년) IBM의 딥블루(Deep Blue)는 체스 챔피언 게리(Garry Kasparov)를 이기면서 세계적으로 파란을 일으켰었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의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의 74번 연속우승자인 켄 제닝스도 이겼었는데, 이는 사람의 목소리에서 질문을 듣고, 답을 찾아서 음성으로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시초라고 한다.
작년 11월 인천 길병원에서 암환자 진료에 왓슨을 도입한 이후, ‘왓슨의 암 진단과 항암치료 처방이 대형병원 진료진과 동일하다’거나 ‘왓슨의 희귀암 항암제 처방이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다’, ‘환자가 대형병원 원로 주임교수보다 왓슨의 암치료 처방을 더 따르기에 자괴감과 공포감이 들었다’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원격진료까지 더해진다면, 머잖아 내 주치의가 사람이 아니라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바둑에서 한·중·일의 세계 최고 프로기사들을 대상으로 43연승을 거두고 있는 ‘두 명의 바둑기사’가 실제로는 알파고 이었다는 것에 세계 바둑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것도 같다.
4차 산업혁명
요즘의 대선 국면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가 ‘제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을 통한 생산 효율의 극단적인 향상을 의미하는데, 18세기 산업혁명보다 더 큰 사회적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 한다. 과거 증기엔진 하나가 수백 명의 육체노동자들을 대체하였듯, 조만간 컴퓨터가 수천에서 수십만 명의 전문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 일자리의 90% 이상이 없어질 미래의 세상은 예측 자체부터 난감하기만 하다.
그러면 한의사나 한의학의 미래는?
지난 신문에서 두 개의 흥미로운 기사가 눈길을 잡는다.
첫 번째. 한국고용정보원은 ‘2025년 인공지능.로봇의 일자리 대체율’을 제시했다고 한다. 보건의료 인력 중에서 약사와 한약사(68.3%), 간호사(66.2%), 영양사(60.6), 일반의(54.8%)의 대체율은 비교적 높게 전망되었던 반면, 치과의사(47.5%), 한의사(45.2%), 수의사(43.3%), 전문의(42.5%)는 낮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두 번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I·빅데이터를 적용한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의료기기로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환자의 진료기록, 생체정보, 영상정보, 유전정보로 질병을 진단하는 제품은 의료기기이지만, 환자의 진단정보에 논문, 가이드라인의 문헌정보를 검색, 분석하여 최적의 치료를 제시하는 것은 의료기기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어떤 진단과 치료법을 택할 것인가는 의사의 몫이기 때문이란다.
한의사라는 의료인을 대체하기 어려울 이유는 무엇일까. 한의사와 한의학이 지닌 핵심역량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약사나 일반의보다) 기계로 대신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일까.
국소적인 질병증상 뿐만 아니라 이면의 생명력까지 동시에 고민하고, 몸과 마음을 하나로 통합하여 진단하고 치료하며, 환자의 질병과 아픈 마음까지 함께 보듬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너무 진부해서 구닥다리 설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마는, 그만큼 중요하기에 결국 여기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이제 의사가 예전보다 중요치 않은 시기로 접어든다고 한다. 미디어에서 떠드는 이야기이니 만큼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근대화(modernization)의 이념 위에서 급조해왔던 기존의 한의학 연구나 교육을 이제는 좀 바꾸어야 하겠다. 불명확하고 불안한 미래를 살아나가야 할 젊은 후배 한의사들에게 뭔가 쓸 만한 하나쯤은 쥐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