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숙 여의도 책방-81

기사입력 2026.10.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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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감과 온감 그리고 공감
    정치권의 공감 부재에서 일상의 센스까지…독서로 넓히는 감각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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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찾는 3040 환자들은 병원을 선택할 때 시술 후기, 시술 건수, 수련 병원 뿐만 아니라 병원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원장의 미감(美感)까지 꼼꼼히 살핀다고 한다. 그 공간이 주는 세련됨이 곧 시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기에, 인테리어가 영 아니다 싶으면 그 병원은 일단 탈락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통증 질환을 주로 다루는 정형외과나 한의원은 미감보다는 원장의 온감(溫感)혹은 안온감(安穩感)이 주요 평가 대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의원의 경우, 대표 원장이 K대 출신인지 따지는 환자들도 여전히 많다. 

     

    주 1~2회씩 중장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원장이 다정다감할수록 병원 방문이 스트레스가 아닌 위안이 될 수 있기에 이 능력을 갖춘 병원의 대기실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분명히 붐빌 것이다. 

     

    그렇다고 실력은 없는데 친절하기만 해서는 환자를 붙잡을 수 없다. 인테리어로 미감을, 다정함으로 온감을 더했는데도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면 실력이 뒷받침될 때까지 공감력이라도 키워보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환자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경청'부터 시도해 보자. 

     

    그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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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만 읽고 기후는 못 읽는 정치”…지금 필요한 건 ‘센스’

     

    공감은 경험과 경청의 균형잡힌 축적에서 나온다. 경험이 높고 크면 웬만한 사람 말을 경청하기가 어렵다. 본인이 가진 것과 그 결과로 누리고 있는 자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잘난 그룹의 사람들은 주변인들을 존중하는 듯한 메소드 연기가 일단 불가능하다. 

     

    대신, 대단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보다는 딱히 나은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가까이에서 귀를 기울이며 자세만 낮추어도 겸손하다는 찬사가 바로 터져 나온다. 

     

    특별 구역으로 주차 자리를 안내받거나 대학병원 진료 순서를 알아서 앞당겨주는 특혜를 누리거나 혹은 사과를 하라니까 일단 사과는 해 드리겠다며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의 최근 몇 정치인들의 뉴스에는“공감능력 부족”혹은“여전한 특권 의식”이라는 자막 한두 줄이 보태어진다. 


    정치권의 뻔한 뉴스에 이제는 화낼 기력도 없다며 정치에 대한 관심을 거두는 대중은 죄가 없다.

     

     미국의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 RBG)는 법을 통해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확장하며 미국 현대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판사란 그 날의 날씨가 아닌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어디, 판사 뿐이랴? 시대의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직군 중 하나가 바로 정치인이다. 뉴스에 얼굴 비추일 때 채널 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호감상을 가진 정치인은 과연 존재하는가? 기존 정치를 뛰어 넘는 나이스함 바로‘센스’라는 덕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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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스의 재발견』(미즈노 마나부, 하루·2015년 7월)

     

    센스를 기르려면 온갖 것에 생각이 미치는 꼼꼼함, 남이 보지 않는 부분도 알아차리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좋은 감각을 지니는 것, 유지하는 것, 높이는 것도 연구가 필요하다. 센스는 감각이 아니라 막대한 지식의 축적이다. 센스란 다시 말해 연구를 통해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센스는 매너다.‘센스 있다’고 불리는 사람은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며,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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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각의 거짓말』(기 레슈차이너, 프리렉·2023년 1월)

     

    통증에는 감정적인 요소도 있다. 속이 뒤틀릴 때의 불쾌감이나 두려움은 통증이 피해야 할 것임을 알려주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통증을 느끼는 곳은 뇌의 한 지점도 한 영역도 아니다. 사실 통증을 인식하는 근본적인 뇌의 메커니즘은 단일 경로라기보다는 네트워크에 가깝다. 

     

    미각이나 후각을 잃는 것에 비해 시각, 청각, 촉각을 잃으면 기본적인 삶의 기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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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스의 철학』(지바 마사야, 베가북스·2025년 2월)

     

    센스의 좋고 나쁨은 종종 어릴 때부터 축적되어‘문화자본’에 좌우된다고 여겨진다. 문화자본이 있다는 건 빅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뜻이다. 

     

    감각적 사고’ 내지 ‘사고적 감각’이 작동하고 있으며 그것을‘직관적’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이 잘 작동하는 것을‘센스’라고 한다. 

     

    센스란 사물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며 다양한 장르에 걸친 종합적인 지각이다. 

     

    센스란 사물을 의미나 목적으로 정리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다양한 요소의 굴곡 즉, 리듬으로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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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감각』(캐시 윌리스, 김영사·2025년 4월)

     

    자연의 소리를 들은 환자들은 아무 소리도 듣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상처 봉합 시에 타액 내 아밀라아제 활성도가 현저히 감소했다. 이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낮았다는 의미다. 

     

    통증은 감각 자극만큼 인지 처리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신체적 원인과 그에 대한 신경학적, 심리적 반응을 아우른다는 것이다.

     

    야외 활동은 청각, 시각, 후각, 운동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이점을 두루 누릴 수 있게 해준다고들 한다. 

     

    우리는 기존의 약물과 치료 대신 자연을 처방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는가? 안타깝게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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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각자본』(김지수, 포르체·2025년 9월)

     

    그동안 감각은 인식론적 측면에서 항상 이성보다 열등하게 취급받았다. 그런데 감각을 존재론적으로 해석하니 이성과 합리성을 선행하는‘어떤 근원적 능력’이 된 것이다. 

     

    어싱(earthing) 즉 접지란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를 말한다. 시멘트나 아스팔트 등의 바닥은 효과가 없으며 황톳길이 가장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The Earthing Movie;The Remarkable Science of Grounding>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접지의 과학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인체의 전기적 균형을 조절하고 현대 기술로 인한 전자파의 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설명한다. 


    ◎ “민생 국감이라더니 쇼츠 국감”…말싸움 속 한의계 현안은?

     

    올해야말로 민생 국감을 하겠다며 야심차게 시동을 걸었지만 조롱을 위한 조롱,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수십년 전 일단락 되었던 사건들의 난데없는 파묘, 니편내편 갈라쇼, 존재감 과시와 쇼츠 조회수 올리는 용도로의 뭔들어때 모드는 올해도 리플레이 중이다. 

     

    물론 한의계 관련 의미 있는 질의도 있었다. 10월 8일 서영석 의원은 의료 일원화의 해결 방안을 질의했고 한의협과 의협은 교육 일원화를 통해 미래의 통합 의사를 양성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20일 한지아 의원은 환자 진료 없이 외부 시설인 원외탕전실만 공장처럼 돌리며 한약을 대량 생산·판매하고 있는 일부 한의원의 행태를 지적했고, 복지부는 조제 실태와 제기된 사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 “나이는 쌓이고 센스는 익어간다”…가을, 감각을 채우는 시간

     

    추남(秋男)의 계절이다. 물론 추녀(秋女)의 계절이기도 하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가을바람에 괜히 센치(sentimental)해진 나를 발견한다. 

     

    독서광 동기오빠의 카톡 대문창에는 늘 그가 읽고 있는 책표지가 실려 있다. 1-2주에 한권씩 바뀌는 것으로 봐서 1개월에 2권씩은 읽는 듯하다. 진료도 잘 하시어 우리 동기들 중 ‘부의’로도 불리우는 분인데 미친 속도에 다독이라니! 

     

    그 능력이 영험하다! 아무나 서울대 아들을 둔 아부지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의 최근 대문창에 드디어 앤카슨(Anne Carson)의 『남편의 아름다움』이 올라와 있다. 범상치 않은 단행본의 제목.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레벨은 역시 높기만 하다. 

     

    11월 중순에 막을 내리는 광주비엔날레에 가 보려고 한다. 미감과 안목에 깊이가 부족한 나인지라 튼튼한 다리를 무기 삼아 경험과 시야라도 부지런히 넓혀야 센스도 감각도 나이와 함께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중략)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간만의 고향 방문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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