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건보 적용 설계 중요”…진흥원 “약제비 분리 논의 적극 동참”
[한의신문] 한약제제 제약사가 과거 9곳에서 4곳으로 줄어든 가운데 제조원가 상승에도 12년째 동결된 건강보험 약가와 저가 제제 처방을 유도하는 노인 외래정액제가 산업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약제제 청구 건수는 늘어도 약품비는 오히려 감소하면서 제약사의 생산 기피와 한의사의 처방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정감사에서는 노인 외래정액제의 총 진료비에서 약제비를 분리해 처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만희)는 20일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고호연) 등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고호연 원장에게 한약제제 산업의 구조적 위기와 건강보험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한의약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대적 기술을 접목하는 데 제도상 한계가 많다”며 “한의약의 현대화를 어렵게 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약제제 산업 위축의 원인으로 △2015년 한약제제 제조·품질관리기준(HGMP) 의무화에 따른 품질관리 비용·제조원가 상승 △2014년 이후 건강보험 한약제제 약가 동결 △노인 외래정액제의 진료비 상한에 따른 저가 제제 중심 처방구조를 지목했다.
이 의원은 “과거 9개에 달했던 한약제제 제약사가 현재 4개만 남았고, 남은 제약사들도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며 “품질관리 비용과 제조원가는 증가했는데 약가는 단 한 차례도 오르지 않아 생산 자체를 기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청구 늘어도 약품비는 줄어”…한약제제 발목 잡는 노인 외래정액제
노인 외래정액제의 구조적 한계도 도마에 올랐다. 노인 외래정액제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 등의 외래진료비에 정액 또는 차등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제도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11년에는 총 진료비 1만5000원 이하에 본인부담금 1500원을 적용했고, 2018년에는 한의원의 투약 비용을 고려해 총 진료비 2만5000원까지 본인부담률 10%를 적용하는 구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총 진료비에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약제비가 모두 포함되면서 한의원이 환자의 본인부담금 증가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약제제를 선택하게 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특히 한약제제 처방에 따른 약제비가 증가하면 총 진료비도 함께 상승해 노인 외래정액제의 적용 구간을 벗어나거나 본인부담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환자의 비용 부담을 고려한 저가 제제 중심의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 의원은 “청구 건수는 계속 증가하는데 한방 약품비는 오히려 감소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제약사뿐 아니라 효과 있는 제제를 처방해야 하는 한의사와 치료받는 환자 모두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약제제 이용 건수가 증가해도 약품비 지출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제약사의 생산 유인과 한의사의 처방 선택권이 함께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다.
이에 이 의원은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총 진료비 산정에서 약제비를 분리해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고 원장의 입장을 물었다.
고호연 원장은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동감한다”며 “약제비 분리는 노인 정액제 개선을 비롯해 여러 부처와 기관이 함께 협력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그런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 “건보 재정서 밀려난 한의약”…약제비 분리, 국감서 재점화
이 의원은 이어 방석배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을 상대로 약제비 분리 방안의 조속한 도입과 건강보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한약 제조 산업이 제도적 정체로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며 “여러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노인 외래정액제의 총 진료비에서 약제비를 분리하는 방안이 우선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약제비 분리가 과거에도 제안됐으나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배경으로 건강보험 재정 배분의 우선순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는 재차 제기된 사안으로, 건보 재정의 우선순위에서 계속 한의약이 뒤로 밀려 반영되지 못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식으로 재정 추계를 받아봤는데 충분히 실행 가능한 범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련 부서와 협의해 도입 방안을 국정감사 종료 전까지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방석배 정책관은 한약제제 산업의 영세성을 언급하며 건강보험 급여체계의 정교한 설계가 산업 활성화의 핵심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 정책관은 “한약제제 산업은 굉장히 영세한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교한 건강보험 적용 설계인 만큼 노인 정액제 약제비 부분을 포함해 관련 부서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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