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선물받은 기프티콘을 쓸 때에만 어쩔 수 없이 찾던 집 앞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구석 자리 노트북 앞에 앉아 늘 뭔가를 타이핑하고 계시던 할배 한 분, 바로 그 집 사장님이다. 성의 없이 진열된 몇 개 안 남은 빵과 얇게 먼지가 내려앉은 식빵 비닐은 ‘장사할 마음은 없지만 버티는 중입니다’ 혹은 ‘곧 폐업 예정입니다’라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보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그 앞을 지나다 보니 건물 전체를 덮을 만한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장님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사은품을 준다는 재개장날, 가족들과 모닝커피를 마시러 들렀다. 입구부터 “1인 1메뉴, 어르신과 어린이 제외”라는 다정한 안내문이 반가웠고, 따스한 웜톤의 조명과 깔끔한 동선, 셀프 포장 코너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바뀌어 있었다.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 맞다! 공간의 분위기, 나아가 조직 전체를 바꾸는 힘은 그 시작도 끝도 제대로 제 역할을 다하는 한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을 두고 여도 야도 말이 많다. 소폭이든 중폭이든 개각을 단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정부는 2030세대의 의견을 더 잘 반영할 요량으로 비례로만 두 번째 국회의원직을 수행 중인 90년생 여성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추천했다. 후보 지명 직후 의원직 사퇴 없이 장관직을 겸할 수 있다는 합법성을 주장하며 양손에 떡을 움켜쥔 채 고집부리기를 개시하려는 찰라, 비합리적인 당 운영 방식과 과거의 발언, 행적까지 한꺼번에 파묘되며 갑자기 국민 밉상으로 등극했다. 결국 후보로 지명된 지 2주만에 장관은 하지 않겠다며 후보자 사퇴의 뜻을 밝혔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의원직은 용케 지켜냈다.
내로남불로 시작하여 용두사미로 끝나는 도돌이표 인사청문회가 지난주까지도 국회의 주요 일정이었다. 청문회는 대개 후보자의 과거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해부되어 도마 위에 올려진 채 잘근잘근 씹히는, 전국민 대상의 생중계 형식을 띤다. 한 사람의 인생 전반을 평가하기엔 시간이 늘 부족하여 험난한 밤샘으로 이어지기 일쑤고, 요즘은 과격한 장면만 따로 잘라낸 쇼츠로 재생산되어 유튜브에 영원히 박제되기도 한다. 낙마든 임명이든 정치적 한판승부를 치르고 나면 상처뿐인 영광, 혹은 독이 든 성배라는 냉혹한 비평 속에 한동안 씁쓸한 유명세도 견뎌내야 한다. 이 혹독한 청문회를 거치고 살아남아 과거 혹은 현직으로 장관과 국회의원을 겸해온 수많은 분들의 이름 옆에는, 마치 아호나 별명처럼 늘 이 세 글자가 따라다닌다. 강! 심! 장!
『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빌 슈트, 아날로그, 2023년 3월)
- 우울증의 원인이 심장질환일 경우에는 두세명 중 한 명꼴로 기분장애를 겪게 된다.
- 항생제의 등장으로 거머리 치료법은 20세기 초에 자취를 감추었지만 1970년대에 이르러 다시 등장했다.
- 무엇이 옳고 무엇이 위험한지 정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것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올랐던 시절이 있었다.
- 통합의학은 각 개인이 처한 독특한 상황의 조합이 그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리고 여러 분야의 종합적인 접근으로 각 환자에게 맞는 치유 방법을 설계한다.
『자궁이야기』(리어 해저드, 김영사, 2024년 2월)
- 제약회사들은 여성들에게 피임약은 자연스러운 것인 동시에 여성을 해방시켜준다는 생각을 판매하고 싶어 했다.
- 자궁을 가진 사람이 통증에 시달리거나 심한 출혈을 겪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내가 그랬듯이 모든 사람이 “나쁜 건가요?”라고 묻는데, 실제로 궁금한 것은 ‘암인가?’이다. 우리 마음은 재빠르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린다.
- 자궁근종과 마찬가지로 자궁내막증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이토록 위대한 장』(줄리아 앤더스, 북라이프, 2025년 1월)
- 장은 면역 체계의 3분의 2를 훈련시키고 음식물로 에너지를 만들며, 20개 이상의 호르몬을 생산한다.
- 소화 문제는 우리 사회를 두 집단으로 나눈다. 한 집단은 건강에 주의하며 음식을 꼼꼼히 신경 쓰고, 다른 집단은 각종 건강 보조제를 챙겨 먹는 깐깐한 친구 때문에 짜증을 낸다.
- 충분한 휴식으로 건강을 되찾으면 예민한 장도 즉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 중국 의학에 따르면 P6(내관) 혈자리는 팔을 거쳐 심장을 관통하고 횡격막을 이완하며 위나 골반까지 이어지는 맥을 깨운다고 한다.
- 기분은 신경계의 여러 영역에서 생긴다. 스트레스는 신경계의 상태이다. 장은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일단 자신의 에너지를 뇌에게 빌려준다.
『목 이야기』(켄트 던랩, 시공사, 2025년 10월)
- 거북목text neck이라고 부르는 목뼈 질환은 척추 지압사(DC) 딘 피시먼Dean Fishman이 2008년 명명한 뒤 상표로도 등록됐다.
- 현대 의학 기술이 끔찍한 자동차 사고 후에 따르는 부상, 통증, 믿음으로 뒤얽힌 복잡한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지는 불분명하다.
- 만성적인 스트레스 유발 요인으로 긴장이 지속되면 우리는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 보호 본능은 말 그대로 목에 통증을 만든다.
- 머리는 앞으로 기울어지면 곧게 서 있을 때보다 2∼6배 더 무거워진다.
『불안해지기 전에 읽는 유방 이야기』(지혜, 정지정, 바이북스, 2026년 3월)
-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면역 시스템을 약화시켜 유방 통증이나 유방염 같은 질환의 위험도 높일 수 있다.
- 유방암 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원칙은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 유방암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40대 50대일수록 위험성은 증가한다.
- 유방암은 흔히 완치의 기준으로 5년을 이야기하지만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치료 후 10년,15년이 지나서도 재발할 수 있다.
국내 대형 병원들은 초세분화, 전문화를 통해 한 부위에 연구와 임상을 집중시켜 극도의 숙달에 도달하고 종국에는 난치 질환의 해결로 치료의 성공률과 생존률의 극대화를 이룬다는 거대한 목표를 가진 집단이다. A증상으로 대학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B증상이 병발하면 각각의 담당의들이 다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바로 그 때부터 네버엔딩 타과 의뢰가 시작된다. 웬만해서는 빠져나오기 힘든 무한루프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는 과정이다. 그 사이 의료비 및 대기 시간 증가로 인해 환자에게 새로 발병한 화병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보다 거시적으로는 신체 통합적 관점이 부재하다는 근본적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부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현대 의학의 대안으로 질병보다 인간을, 부분보다 전체를, 한 사람이 살아온 삶 전체를 그가 경험해 온 증상들을 통해 체질 진단이라는 스캐너로 들여다보는 한의학의 관점은 충분히 매력적인데 왜 갈수록 장점을 잃어가고 있을까?
『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예방심장학 분야의 권위자인 패트릭 맥브라이드(Dr. Patrick E. McBride) 교수는 통합의학이라는 넓은 카테고리의 일부로서 중국 전통의학도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하며 실제로 그가 이끄는 치료팀은 25년 동안이나 통합 의학을 심장 재활 프로그램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척 보면 안당께”의 섣부른 판단이 아닌 하나의 증상에서 아홉 개의 미병적 단서들을 찾아내는 한의학의 장점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이는 개별 입자(부분)가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전체 체계 및 관측자와의 관계(전체)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는 양자역학의 패러다임과도 닮아있다. 한의학이라는 조각이 한국 의료라는 전체에 의미있는 부분으로 존재할 수 있는 비결은 과연 존재하는가?
많이 본 뉴스
- 1 한의원 3곳 X-ray 설치, 질병관리청에 검사 신청
- 2 외래환자 21.5% 찾는데 건보는 3.4%…한의의료 제도 격차 좁혀야
- 3 “한의학은 우리가 계승할 독창적 의학”…후반기 복지위 논의 테이블로
- 4 국립소방병원, 의사 충원 60%…운영 정상화 언제쯤?
- 5 韓·日, ‘火熱’을 신경·피부·미세혈관 기전으로 해독…황련해독탕의 진화
- 6 지역의료 격차·간병 공백·사업 지연…보건의료 재정 빈틈 도마
- 7 한국한의약진흥원 통폐합 하지 않는다
- 8 신미숙 여의도 책방-79
- 9 심평원, 오주환 신임 심사평가정책연구소장 임명
- 10 입원환자에 다학제팀 케어…처방중재 2배↑·사망률 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