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원장, 사(瀉) 넘어 보(補)까지 아우른 임상체계 제시
[한의신문] 수면 부족과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기혈이 소모된 환자가 늘면서 침으로 사(瀉)하는 데서 나아가 보(補)까지 이어가는 치료법으로 ‘혈기보양약침’ 활용이 제시됐다. 특히 혈기의 흐름을 ‘통(通)→조(調)→양(養)’의 단계로 회복시키고, 환자의 한열·허실과 장부에 따라 8종의 약침을 감별해 적용하는 체계가 소개됐다.
대한약침학회(회장 안병수)는 2일 온라인(ZOOM)을 통해 제4회 K-MEDI 포럼을 개최했다. 한의사와 한의대 학부생 7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혈기보양약침 처방 개발에 참여한 김현정 토지당한의원장이 ‘혈기보양약침 총론’을 주제로 약침의 필요성부터 8종의 감별 기준, 주천(周天)침법의 원리와 임상례를 소개했다.
K-MEDI 포럼은 대한약침학회가 약침을 중심으로 임상·산업·정책·연구를 연결하고자 마련한 실행 중심의 지식 플랫폼으로, 탈모 치료·실손보험·AI 에이전트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안병수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의학의 영역이 임상을 넘어 정책과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K-MEDI 포럼이 한의사가 의료생태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현대인의 몸은 마이너스 통장”…사(瀉) 넘어 보(補)까지
김 원장은 현대인의 몸을 ‘소비는 많은데 수입이 없는 마이너스 통장’에 비유했다. 침은 경혈을 소통시켜 사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보양까지 이르기 어렵고, 한약으로 보하려 해도 위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소화·흡수 과정에서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약침에 대해 “소화기계를 거치지 않고, 경혈로 바로 들어가는 구제금융”이라며 “같은 혈자리라도 어떤 약침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치료 방향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기보양의 이론적 토대도 짚었다. 김 원장은 △소문·팔정신명론의 ‘혈기자 인지신(血氣者, 人之神)’ △소문·조경론의 ‘혈기화즉 오장안정(血氣和則 五臟安定)’ △영추의 ‘통기경맥 조기혈기(通其經脈 調其血氣)’ 등을 근거로 혈기보양의 원리를 ‘통→조→양’으로 정리했다. 막힌 기혈을 소통시키고 조화롭게 한 뒤 생기와 활력을 길러 인체를 보양한다는 의미다.
◎ 10여 종에서 8종으로…한열·허실·장부 따라 감별
혈기보양약침은 약재를 선별·수치한 뒤 전탕·여과하고 사향수를 첨가해 감압 저온증류추출하는 방식으로 조제된다. 김 원장은 초기 10여 종으로 시작한 처방을 정리해 8종으로 체계화했다.
8종은 크게 △보양에 중점을 둔 삼기활력·척유 △병소의 문제를 정리하는 삼정·청열·충만어혈·청폐·은비·비연으로 구분된다.
삼기활력(三氣活力)은 감초·녹용·당귀·맥문동·인삼·천문동·오미자·산조인 등으로 구성돼 기허·혈허·기혈양허 등 허증으로 인한 무기력과 만성피로에 활용한다. 다른 치료 이후 마무리와 질병 예방까지 아우르는 ‘보양의 기본이자 종착점’이라는 설명이다.
척유(脊癒)는 감초·곽향·녹용·당귀·숙지황·강활·독활·천궁·황기·두충·오공 등으로 구성되며 ‘통(通)과 강(强)’을 핵심으로 경추통·요통·제관절통을 비롯해 식체·두통·성장 등에 활용한다.
삼정(渗淨)은 해독·정화·해울에 초점을 맞춰 간기울결·간열증·담열증과 열로 인한 소화장애, 안구충혈 등에 활용한다. 청열(淸熱)은 열독으로 인한 두통·인후통·편도선염·대상포진·독감 등 열성질환에, 청폐(淸肺)는 보폐·청폐를 목적으로 감기·편도선염·기침·천식 등 폐질환과 피부질환에 적용한다.
충만어혈(充滿瘀血)은 ‘고인 것을 흘려보낸다’는 개념으로 보혈기·산어혈을 목적으로 타박·염좌·생리통·부종 등에 활용한다. 은비(隱痹)는 국소 통증이나 비증, 인대 부종 등에 적용하며 척유나 활력과 병용할 수 있다. 비연(飛演)은 보중익기탕과 형개연교탕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알레르기성 비염과 중기하함 등에 활용한다.
김 원장은 약침 선택의 기준에 대해 “열이 문제냐 울(鬱)이 문제냐로 청열과 삼정을, 통하기만 하면 되느냐 울까지 왔느냐로 척유와 삼정을 가른다”고 설명했다.
◎ “복잡한 환자는 주천부터”…사해 관문 조절해 기혈 순환
이들 약침을 임상에 적용하는 기본 침법으로는 ‘주천침법’이 제시됐다. 주천침법은 사해(四海)의 관문을 조절해 기혈 순환을 하나의 원으로 완성한다는 개념이다.
사해는 인체의 경수(經水)가 바다처럼 모이는 곳으로, 장부와 사지, 365절에 기·정·혈·수곡을 공급·유지하고 경맥 속 혈기의 운행을 돕는다. 수해(髓海)·기해(氣海)·수곡지해(水穀之海)·혈해(血海)로 구분되며 각각 뇌·전중·위·충맥을 중심으로 신, 폐, 비·위, 심·간·비·포와 연계된다.
주천침법은 독맥의 요양관·지양·대추·풍부 4혈과 임맥의 단중·구미·중완·기해 4혈을 기본으로 하며, 환도·족삼리 등 사지까지 확장한 것을 대천(大天)으로 설명했다.
특히 진단과 치료 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복잡한 환자에게는 주천침법을 우선 적용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원칙이다. 그는 “곁가지가 정리되면서 질병의 줄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임상례로는 망막혈관폐쇄 치료 이후 백내장 진단을 받고 17년간 수술 없이 경과를 관찰하고 있는 41세 여성 사례와, 음식을 먹은 뒤 극심한 요통으로 서지 못했던 13세 남학생을 급체로 판단해 척유를 적용한 뒤 이튿날 등교한 사례 등이 소개됐다.
아울러 김 원장은 질의응답에서 개발 단계에서 생리식염수·포도당 단독 주입과 비교해 차이를 확인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새 침법 외에도 기존에 사용하던 침법에 약침을 가미하는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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