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간 36회 치료 후 통증·관절기능 개선…NRS 74% 감소
▲(왼쪽부터) 임정태 교수(교신저자), 조나현·승혜빈 전공의(공동 제1저자)
[한의신문] 혈청양성 류마티스관절염이 병발한 유방암 생존자가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MTX)를 거부한 상황에서 봉독약침을 중심으로 시행한 한의통합치료(기존 약물치료 유지) 임상 증례가 SCI(E)급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치료 후 통증과 관절 기능이 뚜렷하게 개선되며 봉독약침이 통증 완화를 위한 보완적 치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정태 원광대 한의대 한의임상중개연구실 교수(교신저자), 조나현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동서암센터 한방내과 전공의·승혜빈 동신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전공의(공동 제1저자), 김규리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동서암센터 한방내과 전공의, 이연월 대전대 한의대 한방내과학교실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Bee venom pharmacopuncture for symptom relief in rheumatoid arthritis in a tamoxifen-treated breast cancer survivor who declined methotrexate: A case report’라는 제하의 증례보고를 SCI(E)급 국제학술지 ‘Explore’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증례는 유방암 치료 후 항호르몬제 타목시펜(Tamoxifen)을 복용하던 환자에서 류마티스관절염이 새롭게 발생한 가운데 환자가 표준 치료인 MTX를 반복적으로 거부한 특수한 상황을 다뤘다. MTX는 세포의 증식을 막고 과도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항대사제 계열의 면역억제제이자 항암제다.
연구진에 따르면 류마티스관절염의 표준 치료에는 MTX를 비롯한 기존 합성 질병조절항류마티스약제(csDMARD)가 사용된다. 다만 암 치료 이력이 있는 환자는 질병 활성도와 암의 상태, 약제의 특성 및 부작용, 환자 선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치료 결정이 복잡할 수 있다.
암 병력만을 이유로 MTX를 일률적인 금기 약제로 보거나 암 재발 위험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도 류마티스내과와 종양 전문의가 환자별 위험과 치료 이득을 평가해 개별화된 치료를 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것.
증례 대상은 우측 유방 상피내암(DCIS) 수술 후 항호르몬제인 타목시펜(Tamoxifen) 유지요법(20mg/day)을 받고 있던 50대 폐경 후 여성이다. 그는 양측 손목과 손가락, 발, 무릎에 대칭성 다발관절염과 1~2시간 이상 지속되는 조조강직이 발생했고, 류마티스인자(RF)와 anti-CCP 항체가 모두 고역가 양성을 보여 2010 ACR/EULAR 분류기준 10점을 충족하는 혈청양성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단됐다.
항핵항체(ANA)·항-Ro/SSA·항-La/SSB 항체도 모두 양성을 보여 쇼그렌증후군이 동반된 것으로 확인됐다. 류마티스내과는 주 10mg MTX를 권고했으나 환자는 암 재발과 면역억제, 약물 독성, 다약제 병용에 대한 우려로 치료를 거부했다.
환자는 “MTX가 타목시펜과 상충하고, 암이 재발하거나 또 다른 병이 생길까 두렵다”며 “인터넷에서 심한 부작용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에 복용을 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환자의 개인적 우려일 뿐 MTX와 타목시펜의 상충이나 암 재발 위험이 확립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 MTX 거부한 유방암 생존자…봉독약침, 통증은 낮추고 기능은 높여
연구진은 기존 하이드록시클로로퀸(HCQ)을 유지하고, 필요 시 저용량 메틸프레드니솔론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를 사용하는 가운데 약 9개월간 총 36회의 봉독약침과 전침을 시행했다.
초기에는 Sweet Bee Venom(SBV) 1%와 10%를 사용한 뒤 일반 봉독약침(BVP)을 2만:1에서 최종 1만:1까지 단계적으로 증량했다.
손목·PIP·DIP 관절·슬관절·중족지관절 등 활막염 부위의 6~10개 지점에 회당 1.5~2.0mL(최대 3.0mL)를 주입하고, 3Hz 전침을 15분간 병행했다. 추가적인 질병조절항류마티스약제(DMARD)는 투여하지 않았다.
치료 결과 주관적 통증지수(NRS)는 9.5에서 2.5로 약 74% 감소했으며, 12회 치료 이후 조조강직은 사실상 소실됐다. 야간 통증도 크게 줄어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회복됐고, 질병활성도(DAS28-ESR)는 5.68에서 4.85로 감소했다.
또한 압통관절수(TJC)는 11개에서 6개, 종창관절수(SJC)는 3개에서 2개, 환자 전반평가(PGA)는 50mm에서 30mm로 각각 개선됐다. 메틸프레드니솔론 사용은 주 1~2회 수준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사용은 월 2~3회 이하로 감소했으며, 치료 종료 시 시행한 손·발 단순방사선검사에서는 골미란이나 관절변형이 확인되지 않아 비미란성 초기 류마티스관절염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봉독약침, ‘증상 조절’과 ‘질병 조절’의 경계 확인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봉독의 작용기전과 연관 지어 해석했다. 봉독의 주요 활성 성분인 멜리틴(Melittin)과 아파민(Apamin)은 NF-κB 신호전달을 억제하고, TNF-α·IL-1β·IL-6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을 감소시켜 활막의 국소 염증과 통증 전달을 억제했다는 것이다.
반면 MTX처럼 림프구 증식을 광범위하게 억제하는 전신 면역조절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 이번 증례에서도 통증과 기능은 뚜렷하게 개선됐지만 ESR과 CRP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해 국소 항염 효과와 질병조절 효과를 구분해 해석할 것을 권고했다.
연구진은 또 타목시펜에 의해 형성되는 저에스트로겐 환경이 Th1·Th17 면역반응과 IL-6·TNF-α 축 활성화를 촉진해 자가면역질환 발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인과관계는 확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형암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면역억제제 사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치료 공백이 실제 임상에서 적지 않은 만큼 봉독약침이 통합종양학적 보조치료의 하나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단일 증례보고인 만큼 자연경과에 따른 호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봉독약침만으로 전신 염증을 조절하거나 DMARD를 대체할 수 있다는 근거는 아니라는 점을 함께 명시했다.
◎ 봉독약침, 암 생존자 류마티스관절염 ‘보완 관리’ 가능성 제시
연구진은 이번 증례에 대해 타목시펜을 복용 중인 유방암 생존자가 표준 치료인 MTX를 강하게 거부한 상황에서 봉독약침 중심의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한 결과, 주관적 통증과 일상 기능 개선이 관찰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봉독약침과 전침을 병행하고 기존 약물치료를 유지한 단일 증례인 만큼 봉독약침의 독립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확정할 수 없으며, 표준 항류마티스 치료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지속된 염증활성을 고려한 신중한 해석과 전향적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정태 교수는 “2024년 EULAR(유럽류마티스학회)에서도 암이 관해 상태인 환자에게 필요한 항류마티스 치료를 암 과거력만을 이유로 지연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함께 류마티스내과와 종양 전문의 간 공동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증례처럼 환자가 암 재발과 약물 부작용을 크게 우려해 표준치료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질병활성도 평가를 전제로 봉독약침을 포함한 한의통합치료를 증상 완화를 위한 보완적 관리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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