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에서 먼저 지출 후 보험사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금액도 매년 증가세
한의협 “자보 경상환자 8주 치료 제한…건보재정 누수 확대될 수밖에 없어”
[한의신문] 자동차보험 환자의 8주 치료 제한이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는 제한하는 것은 물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는 31일 국토교통부가 기습 추진 중인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 “민간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는 대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건보재정을 악화시키고 국민의 정당한 치료받을 권리를 가로막는 해당 시행령 개정은 즉각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자동차보험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으려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손해배상의료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심사에서 치료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자동차보험 지급보증은 종료되고 이후 치료비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교통사고 치료비, 건강보험으로 떠넘기는 것과 다름 없어
한의협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자배법 하위법령 개정은 자동차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교통사고 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보험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유발하는 시행령 개정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미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간 재정 전가와 이중보상 문제가 확인된 상황에서, 정부가 이 같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제도 개편을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 등과 협의 없이 추진하고 있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25년 4월 감사원의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 보험서비스 이용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향후치료비 지급 실태를 점검한 결과 ’19년부터 ’22년까지 향후치료비를 지급받은 환자 가운데 연평균 약 37만명이 합의 이후 동일 상병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아 총 822억원의 건강보험 공단부담금이 추가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감사원은 이들 환자는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으로 총 4769억원의 향후치료비를 지급받았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간 이중보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보-건보 중복수급, 국토부와 복지부 입장 달라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작성한 자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사고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먼저 지출된 뒤 보험회사 등에 청구하는 구상금 환수율은 ’19년 74%에서 ’20년 69.25%, ’21년 62.35%, ’22년 51.81%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자동차사고 치료비가 건강보험에서 먼저 지출되더라도 실제 보험회사로부터 회수하지 못하는 금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 부처 간 입장도 서로 다르다는 점으로, 국토교통부는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간 중복수급 방지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진행 상황을 공유했을 뿐 해당 제도와 관련한 긴밀한 협의는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한편 자동차보험 적용이 종료된 환자가 건강보험으로 진료받을 수 있으며, 환자가 교통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경우 이를 현행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현실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했다.
범정부 협의체 구성 통해 전면 재검증 필요
한의협은 “현재 입법예고된 개정안대로라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것은 보험금 지급이 줄어드는 손해보험사이며,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보험료 부담은 증가하고, 교통사고 피해자는 치료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희생시키는 정책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동차사고 치료비는 원인자인 가해자와 자동차보험사가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며, 보험사의 손해율을 국민건강보험 재정으로 보전하는 정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는 사기업인 보험사의 비용 절감을 위해 공적기금인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초래하는 자배법 시행령 개정을 즉각 중단하고,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간 재정 전가 규모를 전면 재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에 앞서 자동차보험환자치료권익연대(이하 자보연)도 29일 의견문을 통해 향후치료비 폐지와 8주 이후 치료 제한이 결국 자동차보험 부담을 건강보험으로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자보연은 “60일 이후 치료비 규모만 약 3120억원으로 추산되며,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 비용이 건강보험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험회사의 비용 절감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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