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증진단학회 조성형 회장 연구팀, SCI급 국제학술지에 연구결과 게재
[한의신문] 만성 요통에서 나타나는 운동기능장애를 단순한 자세 이상이나 움직임 오류의 문제로 보는 기존 관점을 넘어, 신체 조절 시스템이 안정화 중심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절 실패 상태’로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이론적 모델이 제시됐다.
대한통증진단학회 조성형 회장 연구팀(백동엽·정미숙·김민희 원장)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Chronic Low Back Pain as a Control Failure State: A Predictive-Rhythm Model of Motor Control Impairment and Functional Rigidity with Functional System Constraint modula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SCI급 국제 통증 전문학회지 ‘Frontiers in Pain Research’의 Hypothesis & Theory에 게재했다.
이번 논문에서는 요통을 단순히 디스크, 협착, 근육의 문제가 보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뇌와 몸의 조절 시스템이 유연성을 잃고 ‘안정화 전략’에 갇힌 조절 실패 상태, 즉 ‘Control Failure State’로 해석한 순수 이론·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관념서 운동 기능장애 설명하는데 한계
연구진들은 만성 요통에서 나타나는 운동 기능장애를 단순히 △움직임이 달라졌다 △움직임의 다양성이 줄었다 △잘못된 움직임 습관이 생겼다 등과 같이 단순한 결과 수준에서만 설명하는 기존 관념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만성 요통 환자의 운동조절 장애가 지속되는 이유를 ‘조절 실패 상태’로 정의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안하고 있다.
연구진들은 “‘조절 실패 상태’란 운동 시스템이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상황 변화에 맞춰 예측을 갱신하고 안정성과 운동성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능력이 제한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 결과 신체는 낮은 변동성의 안정화 전략에 고착되고, 반복 동작이나 불확실한 환경에서 기능적 경직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모델에서의 ‘안정화’는 신체 자체의 안정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움직임의 변화를 줄이고, 다양한 전환 가능성을 제한하며, 적응성보다 예측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조절 전략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조절 실패 상태가 임상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기능적 경직성’이라고 제시하며, 이는 단순히 관절이 뻣뻣하거나 움직임 범위가 줄어든 상태가 아니라 리듬의 다양성 감소, 자율신경계 유연성 저하, 움직임 전에 미리 근육이 함께 수축하는 양상 등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기능적 시스템 제약 조절 개념 제시
특히 연구에서는 호흡-자율신경계의 역동성을 조절 실패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임상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다만 호흡을 만성 요통의 직접적·특권적 원인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호흡은 들숨과 날숨이라는 명확한 리듬 구조를 갖고 있으며 자율신경 조절, 자세 조절, 근육 긴장과 밀접히 연결돼 있어, 위상 전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기능적 시스템 제약 조절(Functional System Constraint modulation, FSCm)’이라는 개념도 제안했다.
FSCm란 만성 요통의 운동조절 장애를 유지하는 제약 조건을 파악하고 이를 측정 가능한 회복 목표와 연결하는 검증 구조로, 주요 회복 목표로는 △위상 전환 능력 회복 △적응적 움직임 다양성의 재확장 △예측 갱신 능력의 재활성화 △호흡·자율신경·운동 리듬 등 다중 리듬의 재결합 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만성 요통의 운동기능장애가 조절 실패 상태라면, 호흡이나 몸통-골반 협응 등 위상 전환 지표와 자율신경 유연성의 변화가 안정화 위주의 운동 출력 감소보다 먼저 나타나거나 동시에 나타나야 한다”면서 “또한 움직임 다양성이나 반복 과제 수행 능력의 회복은 통증 강도 변화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만성 요통 치료와 평가에서 통증 점수나 관절가동범위만으로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어왔던 만큼, 통증이 줄어도 반복 동작에서 움직임 다양성이 회복되지 않거나, 자율신경 유연성이 낮고 안정화 고착이 지속된다면 조절 기능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K-통증의학의 새로운 가능성 기대
이에 “이번에 제시한 모델이 기존의 △예측처리 이론 △인지기능치료 △운동조절 장애 모델 △통각가소성 통증 개념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닌, 이들 개념을 통합해 만성 요통에서 왜 특정 운동 전략이 지속되고 교정이 쉽게 일반화되지 않는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보완적 틀”이라며 “만성 요통 환자 가운데 반복 동작에서 안정화 우세 전략이 지속되고, 움직임 다양성이 줄며, 구조적 병변에 비해 운동기능장애가 두드러지는 환자군에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성형 회장은 “그동안 국내의 근골격계 통증 관련 연구는 치료 효과 검증이나 진단 연구가 중심이었던 반면, 이번 논문은 한국 임상가가 만성 요통을 설명하는 독자적인 이론 모델을 제안하고, 국제 동료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과 관심이 되는 도수치료의 대안으로 부상할 만한 추나요법에 대해 단순히 ‘관절을 맞춘다’거나 ‘근육을 푼다’는 수준을 넘어, 예측 오류, 정서 리듬, 호흡·자율신경, CPG 운동 리듬, 기능성 경직을 통합해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한국 임상 현장에서 출발한 통증 이론이 국제 학술 무대에서 검토받았다는 점에서 K-통증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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