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학, 명확한 해부학적 이해 바탕으로 발전한 실증의학”

기사입력 2026.07.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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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중심적 이분법적 사고 중심의 문제…인식체계의 전환 필요
    한국의사학회, ‘한의학, 몸을 그리다’ 주제 정기 학술대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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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신문] 한국의사학회(회장 차웅석)3일 경희대 스페이스21 한의과대학 강의실에서 한의학, 몸을 그리다: 전통의학의 해부학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이날 발표자들은 전통의학은 추상적 관념에만 머문 의학이 아닌 명확한 해부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해온 실증적인 의학이라고 입을 모았다.

     

    차웅석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 학술대회의 주제는 전통의학에서의 해부학으로, 그동안 많은 논의가 오갔던 주제인 만큼 의사학회 차원에서 공론의 장을 마련해 봤다면서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많은 연자들이 발표에 나서 풍성한 학술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전통의학이 해부학을 중요한 이론적 기초로 삼아 발전해온 의학이라는 것이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명예회장은 축사에서 인공지능(AI)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이지만, 의사학은 무엇보다 현장성이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연구자들이 마음에 뒀으면 한다면서 앞으로도 연구를 진행하면서 삶의 경험과 학문적 경험을 보다 중시하는 학자로서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상우 명예회장은 한의학은 해부학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다루기를 주저했던 분야로, 그동안 이에 대한 많은 고민과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전통의학에서 해부학을 어떠한 관점에서 봤으며, 더불어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를 함께 공유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동아시아, 기의 흐름·장부 기능 중심으로 의학 발전

    이어진 학술대회에서는 기조강연으로 동아시아 의학사 연구 방법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해부학 관련 역사서술을 중심으로(이기복 서울대 교수) 서양의 몸- 사유의 몸에서 관찰되는 몸으로(방지은 명지대 교수)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이기복 교수는 발표를 통해 통상적으로 서양은 물질과 해부학에 관심을 두고 의학적 발전으로 나아간 반면 동아시아는 해부술 및 몸의 구조와 물질에는 무관심했고, 오히려 기()의 흐름이나 장부의 추상적 기능에 주로 시선을 두고 의학을 발전시켜왔다면서 즉 서양과학의 근저에는 (생체/세포)기계론·(요소)환원론·(유전자)결정론이, 동아시아과학엔 전인론·심신 일원론·감응 이론이 각각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현재 전통의학(한의학)과 서양의학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유럽중심주의 서사와 여기에서 파생된 이분법의 역사서술 방식으로 인한 것으로, 20세기 초 청일전쟁에서 중국이 패한 뒤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이 전면적인 서구화를 추구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과학=서구과학’, ‘동아시아 전통=전근대성·비과학성이라는 동·서양의 이분법적 위계가 강화됐다는 것.

     

    그는 한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이분법적인 역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중심성 다원성 연결성 다양성 및 비선형성 혼종성 등을 인정하는 인식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즉 세계의 여러 전통에 기원을 둔 과학 전통들이 지역에서 상호교류하며 자연·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신하는 사회적·문화적인 과정을 논의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동아시아 과학·의학의 새로운 지형을 탐색하고 미래 과학·의학을 전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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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의 몸을 보는 방식의 변화는?

    이와 함께 방지은 교수는 고대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 서양에서 몸을 이해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방 교수는 고대의학은 관찰보다는 추론에 의존했으며, 즉 인체 해부의 금기 등 여러 요인으로 동물 해부의 결과를 인체에 적용하는 ‘analogy(비유·유추)’가 지식의 핵심 방법이었다면서 이어 중세에는 대학과 인체 해부가 제도화됐지만, 해부를 천박하게 생각하는 사회풍조로 인해 교수자-해부자-해설자가 별도로 나뉘어 해부를 진행하는 분업구조로 진행됐으며, 서적에 없는 인체구조는 잘못된 것으로 파악하는 등 고대의 지식을 중심으로 인체를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공공 해부와 해부극장, 인문주의 문헌학과 원전을 비판하는 등이 이뤄지면서 몸을 관찰하는 대상으로, 또한 지식의 경우도 텍스트에서 벗어나 눈과 손으로 직접 관찰을 통해 지식을 얻는 방식으로 해부학이 전환됐다즉 서양에서 몸을 보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보이게 된 것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유되고 권위를 통해 읽히다가, 관찰되고 수정되는 대상으로 변화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는 왜 동아시아인들은 체간의 장기에 집중했을까?(경희대 차웅석·김동율) 문진으로 그리는 몸: ‘醫學入門·問證의 신체 인식(대전대 이지원·하수정·백지원·박미소·김용진) 몸 안의 날씨를 그리다 七情·氣機·사이공간으로 본 동아시아 의학의 기능적 해부학(대전대 박미소·김용진) 난경’ 42난의 장부계측기록은 어떻게 한의학의 장상(臟象)이 되었는가: ‘동의보감오장문에서의 수용과 의미 전환(한봉재 경희토정한의원장) 등의 발표를 통해 동아시아 의학에서는 해부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왔는지를 재조명했다.

     

    난경’ 42, 대표적인 장부 계측 텍스트

    차웅석 회장은 발표를 통해 다양한 동아시아 의학에서의 해부학 관련 자료들을 공유하면서, “동아시아 의학의 해부도를 살펴보면 모두 측면으로 그려져 있다는 특징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해부를 통해 오장육부(五臟六腑)를 다 꺼낸 후 배치해서 그린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면서 울러 척추도 그려져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으로, 이는 동아시아 의학이 인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오장육부와 척추 등을 중시하면서 기능중심적으로 인체를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지원·하수정 학생은 醫學入門·問證司外揣內(사외췌내)의 원리를 구현한 문진적 신체지도로, 이는 증상과 병기로 몸을 조직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라며 즉 해부학이 전개를 통해 몸의 구조를 그렸다면, 問診은 질문과 해석으로 아픈 몸의 질서와 관계를 조직하는 진단체계라고 밝혔다.

     

    또한 박미소 교수는 동아시아 의학은 절개된 몸보다는, 살아 있는 몸에서 드러나는 감각·징후·기기(氣機)를 통해 몸을 그렸다면서 즉 동아시아 의학은 살아 있는 몸의 기능과 방향, 반복, 경계를 그리는 또 하나의 해부학을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봉재 원장은 “‘난경’ 42난은 오장의 무게·엽수·구멍·용량을 제시한 대표적 장부 계측 텍스트이며, ‘동의보감오장문은 이 계측 언어를 단순 전재하지 않고 내경주’·‘의학입문’·‘내경등 어려 문헌의 형상·기능·정신 서술과 병치했다면서 동의보감에서 장부는 계측된 물체이면서 동시에 기와 신이 작동하는 장소로 재구성돼 장상(臟象)의 의미로 재구성된 것으로, 한의학은 장부 형체를 단순 재현하는데 머물지 않고, 장상이라는 좌표 위에 몸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반발표에서는 全南 康津 原州李氏家麻科會通 傳承(동신대 박훈평) 景岳全書·十問篇의 병성 중심 진단 사고 구조(대전대 김용진·박미소) 등을 주제로 한 발표에 이어 류정아 부산대 한의전 교수가 좌장을 맡아 전통의학에서의 해부학을 주제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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