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피지 문제’ 넘어 피부 보호막균과 연관”…한의학 인체관 규명

기사입력 2026.03.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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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원장·경희대 생명공대 연구, ‘Frontiers in Medicine’에 등재
    성인 1637명 피부 미생물 분석…유익균 감소·체성분·생활습관 영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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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신문] 여드름이 단순한 피지 분비나 모공 염증 문제를 넘어 피부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의학에서 여드름은 단순 피부 질환이 아닌 장부 기능의 불균형, 습열(濕熱)의 정체, 전신 대사 상태의 변화가 피부에 드러난 병인으로 이해해 온 만큼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체성분, 생활습관, 전신 대사 상태와 피부 미생물군 간의 연관성은 한의학적 인체관을 현대 생명공학 데이터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정훈 원장(부천 보구한의원)과 경희대학교 생명공학대학 김기영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Association of lifestyle, physiological factors, and body composition with the facial skin microbiota in acne vulgaris’라는 제하의 연구 논문이 SCI(E)급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Medicine(Dermatology IF 3.0 CiteScore6.0)’에 게재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내 성인 1000명 이상의 얼굴 피부 미생물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로, 여드름과 피부 미생물군의 관계뿐 아니라 체성분과 생활습관까지 함께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정훈 원장은 약 4년에 걸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은 뒤 연구 대상자의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거쳐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경기도 부천시 성인 모집자 1637명을 대상으로 피부 샘플링 디스크(D-Squame, USA)를 활용해 얼굴 피부 미생물을 채취했다. 

     

    이후 당독소(AGEs)와 체성분 지표(근육량, 체지방률, BMI, SMI, Phase angle), 생활습관 및 피부 상태 등을 함께 조사해 총 1053개의 샘플을 정밀 분석했으며, 구강 상피세포를 통해 DNA 데이터를 추가 확보해 피부 미생물 구성과 유전자 발현 양상을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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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드름 환자군, 피부 보호균 감소…미생물 구성 뚜렷한 차이”

     

    연구 결과 여드름 환자군과 건강한 피부군 사이에서는 피부 미생물 구성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건강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피부 보호 역할을 하는 유익균인 표피상구균(Staphylococcus epidermidis)이 많이 관찰된 반면 여드름 환자군에서는 이 균의 비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피상구균은 피부 표면에서 병원성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피부 장벽 기능을 유지하는 중요한 미생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균이 감소할 경우 피부 방어 체계가 약화되면서 여드름 등 염증성 피부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드름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드름균(Cutibacterium acnes)은 환자군에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났으며,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역시 피부 상태와 체성분에 따라 분포 차이를 보였다.

     

    연구에서는 피부 미생물 분포가 개인의 신체 조성(body composition)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량이 많고, 체지방률이 낮은 경우 피부 보호균인 표피상구균의 비율이 높았으며, 반대로 염증 유발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의 비율은 낮았다. 또한 부종과 관련된 지표인 세포외수분비율(ECW Ratio)이 높을수록 황색포도상구균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피부 미생물 균형이 단순히 피부 표면의 환경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신 대사 상태와 신체 구성 요소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특히 여드름균(C. acnes), 황색포도상구균(S. aureus), 표피상구균(S. epidermidis) 등 주요 피부 미생물 세 균종의 비율 변화가 신체 구성 성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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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드름, 생활습관·대사 상태 반영하는 염증 질환”

     

    생활습관 역시 피부 미생물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됐는데, 연구팀이 흡연, 운동, 햇빛 노출, 보습제 사용 등 일상생활 요인과 피부 미생물 구성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흡연은 황색포도상구균의 비율을 다소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피부 미생물 균형을 교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햇빛 노출은 비교적 긍정적인 영향을 보였다. 일정 수준의 햇빛 노출이 있을 경우 피부 보호균인 표피상구균의 비율이 증가하고 황색포도상구균은 약간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또한 여성의 경우 호르몬 상태도 피부 미생물 구성과 연관성을 보였다. 월경 중인 여성에서는 여드름균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폐경 이후에는 황색포도상구균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여드름이 단순한 피부 표면 질환이 아니라 전신 대사 상태와 생활습관, 미생물 생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염증성 질환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 “미생물 데이터 기반 여드름 임상 전략 가능성 제시”

     

    연구팀은 “표피상구균은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보호 미생물로, 이 균이 감소할 경우 여드름과 같은 피부 염증이 악화될 수 있다”며 “향후 피부염 치료에서 유익균을 증가시키는 방향의 치료 전략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정훈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습담(濕痰)이 쌓이거나 기혈(氣血)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 피부 질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부종과 연관된 세포외수분비율(ECW ratio)이 낮을수록 염증성 균인 황색포도상구균(S. aureus)은 적고, 피부 보호균인 표피상구균(S. epidermidis)의 비율은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혈 순환이 원활하고, 체내 습담이 적정 수준을 유지할 때 피부 방어력이 강화된다는 한의학적 설명과 매우 유사한 패턴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한의의료기관에서 여드름 진료 시 피부 미생물과 체성분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전인적 관리체계가 구축된다면 단순한 피부 증상 개선을 넘어 체내 대사와 면역 균형까지 함께 관리하는 새로운 피부 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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