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임상, 자살 위험 선별 역량 강화 시급”…10년 추적연구가 던진 과제

기사입력 2026.03.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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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찬영 교수팀, 우울증 환자의 한의의료 이용-자살·악화 연관성 분석
    “통증 뒤에 숨은 자살 위험 발굴…한의 임상의 역할 재조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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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환자의 한의 의료기관 이용이 장기적인 자살 예방 효과로 이어지는지를 전국 규모의 빅데이터로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예방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한의 임상에서 정신건강 관련 역량 강화 필요성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의대 한의대 권찬영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맞춤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우울증 환자의 한의의료 이용과 자살 및 질환 악화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Impact of traditional Korean medicine on suicide prevention in depression: A nationwide 10-year follow-up study’라는 제하의 연구논문을 SCIE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Traditional and Complementary Medicine(Impact Factor 3.0)’에 게재했다.


    ■ 건보 빅데이터 기반 전국 코호트…우울증 환자 10년 추적 분석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우울증을 처음 진단받은 성인 대상 전국 규모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으며, 연구 대상자는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됐다.

     

    분석에서는 성향점수 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을 적용해 두 집단의 비교 가능성을 높였다. 

     

    그 결과 우울증 진단 후 180일 이내 한의 의료기관을 13회 이상 방문한 환자 916명을 ‘한의 이용군’으로, 동일 규모의 비이용군 916명을 설정해 총 1832명을 분석했다.

     

    주요 결과 변수는 자살로 인한 사망으로, 국민건강보험 자료와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연계해 확인했다. 국제질병분류(ICD-10) 코드 X60~X84(의도적 자해)를 기준으로 하고 의도 불명 사망(Y10~Y34)도 포함했다. 이차 결과 변수는 자살, 우울증 입원 치료 또는 3차 의료기관 이용으로 정의한 ‘우울증 악화’였으며, 분석에는 경쟁 위험을 고려한 Fine-Gray 모델을 적용해 하위분포 위험비(SHR)와 95% 신뢰구간을 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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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 감소 경향 있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 못해

     

    분석 결과 우울증 악화는 5년 추적 시 182명(9.9%), 10년 추적 시 314명(17.1%)에서 발생했다.

     

    한의 이용군에서 우울증 악화 위험은 다소 낮은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험비는 5년 추적에서 SHR 0.962(95% CI 0.727–1.27), 10년 추적에서 SHR 0.869(95% CI 0.697–1.08)로 나타났다. 

     

    자살 사망 역시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5년 추적에서 SHR 1.00(95% CI 0.25–4.01), 10년 추적에서는 SHR 0.666(95% CI 0.236–1.88)로 분석됐다. 

     

    즉 수치상으로는 한의 이용군에서 자살 발생이 더 적은 경향이 관찰됐으나 신뢰구간이 넓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실제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과 함께 자살이라는 사건 자체가 비교적 드물기 때문에 표본 규모나 추적 기간의 한계로 효과가 충분히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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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 환자의 한의 이용…‘통증 관리’ 특성 뚜렷

     

    연구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된 점은 한의 의료기관을 이용한 우울증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이었다.

     

    분석 결과 한의 이용군은 비이용군에 비해 통증 관련 질환을 동반한 비율이 크게 높았다. 구체적으로 관절염은 한의 이용군에서 31.9%로 비이용군(15.4%)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요통 역시 48.3%로 비이용군(26.4%)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상당수 

    우울증 환자가 정신 증상 자체보다는 통증 관리 등의 신체 증상을 주요 이유로 한의 의료기관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특징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과 우울증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자군은 자살 위험이 높은 집단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한의 임상에서 만나는 우울증 환자 상당수가 통증을 동반한 복합 환자군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환자군에 대한 자살 위험 선별과 정신건강 연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자살 위험 선별…한의 임상에서 중요한 역할 가능”

     

    권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의 치료가 자살 예방에 미치는 간접적 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면서도 “만성 통증과 우울증을 동시에 가진 환자가 한의 임상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은 중요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의 임상이 자살 예방 체계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가능성에 주목한  그는 “우울증 환자 중 상당수는 정신건강 문제보다는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의료기관을 찾는다”며 “특히 통증 뒤에 가려진 자살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기존 자살 예방 체계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했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의 의료기관은 이러한 환자를 임상 현장에서 직접 접하는 접점이라는 점에서 자살 위험 선별과 적절한 전문가 연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향후 한의 임상의 정신건강 교육과 자살 위험 선별 역량을 강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윤성훈 가천대 의료산업경영학과 교수·박일수 동의대 의료경영학과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한국보건기술 R&D사업(과제번호: RS-2022-KH127599)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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