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현 학생(원광대 한의과대학 본과 3학년)
[한의신문] 17, 18일 이틀간 대한동의방약학회(회장 이원행)가 주관한 ‘동계 학생특강’이 개최됐다.
본과 2학년을 마치고 방제학 이론을 1년간 수강한 시점에서 맞이한 이번 강의는, 교실 안의 지식을 복습함과 동시에 임상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석고제부터 대황·어혈제까지, 6명의 임상가들이 각자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약물군별 처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주셨고, 그 안에서 방제학이 실제 진료 현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의대생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방학의 나태함은 사라지고 어느덧 배움의 열정만이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복습과 재구성: 석고·부자·감수제 강의
특강의 서막을 연 석고제 강의는 나에게 ‘시동 걸기’와 같았다. 원광대학교에서 운 좋게 이원행·김휘열 교수님께 방제학을 배우며 다져온 기초를 복습할 수 있어 반가움이 컸다. 하지만 강의는 단순한 복습에 그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진조조 교재의 체계에 따라 작약감초탕을 간담삼초 계통 안에서 배웠으나, 이번 강의에서는 감수제 범주 내에서 감수반하탕과 함께 다루는 식의 새로운 목차 구성을 접할 수 있었다. 같은 처방이라도 분류 체계에 따라 그 의미가 얼마나 입체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깨달으며, 방제학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사고의 체계임을 실감했다.
강렬한 이미지화: 황련·치자제 강의
“황련증 환자의 눈빛과 성격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는 이번 강의는 처방을 ‘사람’으로 치환하는 과정이었다. 우울과 분노 사이에서 황련과 치자를 어떻게 짝지을지, 환자의 눈빛과 설진, 성격까지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강의를 들으며 머릿속에는 환자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특히 현대 임상에서 심리·정신적 영역의 황련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통찰은, 방제학이 과거의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현실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광활한 내용의 내비게이션: 복령·시호제 강의
복령·시호제 강의는 방대한 지식을 한 줄기로 꿰어내는 시간이었다. 복령제가 적합한 환자군(HSP, 민감한 사람)의 큰 그림을 그린 뒤, 오령산을 중심으로 각 본초의 약리와 작용을 세밀하게 짚어주신 점이 좋았다.
특히 시호의 약리부터 외증, 체질, 약대, 그리고 처방으로 이어지는 일목요연한 구성은 학교에서 배운 방대한 양을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항염증과 항스트레스를 아우르는 시호제의 광활한 초원을 탐험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학회만의 이 독특한 해석을 꼭 접해보길 권하고 싶다.
집중력을 높이는 입체적 설명: 계지제 강의
둘째 날의 포문을 연 계지제 강의는 ‘입체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렸다. 강약 조절이 확실한 강의 스타일과 PPT 너머의 상세한 부연 설명 덕분에 집중도가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상한론 64조문의 ‘기인차수자모심(其人叉手自冒心)’을 “가슴 밑에 베개를 대고 주무세요?” 혹은 “엎드려 주무세요?”라는 실제 문진 질문으로 치환해 설명해주신 대목에서 시야가 트였다. 학생 눈높이에 맞춘 팁들은 상한론의 높은 장벽을 허물어 주었고, 마치 선배가 곁에서 귀띔해주는 듯한 친근함을 느꼈다.
질환 간의 연결고리: 마황제 강의
마황제 강의는 단순히 ‘발한’이라는 키워드에 머물러 있던 나의 시야를 임상의 현장으로 확장해주었다. 슬관절통 환자가 내원했을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등 실전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체중과 슬관절통의 상관관계였다. 막연히 다이어트나 부종 치료제로만 생각했던 마황제가, 순환 부전으로 체중이 늘고 그 하중으로 무릎에 부담이 가는 환자를 치료하는 핵심 처방으로 연결되는 순간, 방제학이 단편적 증상 대응이 아닌 환자 전체를 보는 시스템임을 깨달았다. 마지막에 전수해주신 다이어트 처방의 Flow 정리본은 즉시 임상에 적용해도 손색없을 만큼 실용적이었다.
명확한 임상 적용: 대황·어혈제 강의
마지막 대황·어혈제 강의는 여성 질환과 생리통을 중심으로 명확한 감별 포인트를 제시했다. 대황의 포함 여부를 기준으로 환자의 상황을 구분하는 방식은, 임상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선택지들을 머릿 속에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본초의 세밀한 정리부터 어혈제 사용의 실전 팁까지 아우르며 1박 2일의 대장정을 멋지게 마무리해주었다.
극대화된 밀도, 치열했던 1박 2일의 자극
방학의 휴식 속에 머물던 나에게 이번 특강은 거대한 지적 자극이었다. 이틀간 6개 테마를 압축적으로 소화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방제학은 결코 시험을 위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살아있는 ‘임상의 언어’라는 점이다.
6명의 원장님이 풀어낸 방식은 제각기 달랐지만, 그 중심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처방의 구성을 아는 것을 넘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꿰뚫어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특강에서 배운 임상의 디테일과 사고의 흐름은 앞으로 본과 3, 4학년의 실습과 훗날 한의사로서 마주할 수많은 환자 앞에서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밀도 높은 배움을 선사해준 학회와 원장님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 귀중한 경험을 끝없는 복습을 통해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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