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뿐 아니라 침구 치료에 대한 현지 의사들의 높아진 관심 확인”

기사입력 2025.06.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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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학술대회 수준의 학술 총회…초보자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눈길’
    한·일심포지엄, ‘인삼양영탕’ 주제로 진행…연구성과 및 임상 활용법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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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우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

     

    [한의신문] 오랜만에 도착한 하네다 공항.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 설치돼 있는 티비를 통해 접한 소식은 일본 쌀값 폭등과 그로 인하여 정부비축미를 사려고 긴 줄을 서 있는 서민들의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잃어버린 20, 잃어버린 30, 장기 침체라더니 아직도 회복이 안 되고 있는 건가? 남의 나라 걱정도 잠시, 학술대회장이 있는 신주쿠 쪽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신주쿠 역에 도착하는 순간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 서울 명동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인파, 여기저기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줄, 남녀 할 것 없이 연령대도 다양하고 백화점이고, 작은 상점이고 말 그대로 모든 곳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섣불리 남의 나라 경제 걱정할 때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이러한 에너지는 학회장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로 필자도 이미 13년 넘게 매년 참석해온 학회이건만 코로나 사태를 넘기고 나서라서 그런 것인지, 이번 학술대회가 도쿄에서 개최되어서 그런 것인지, 정말 많은 참석자들이 몰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75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가 6일부터 8일까지 도쿄 신주쿠 Keio Plaza 호텔에서 개최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신라호텔이나 롯데호텔처럼 최고급 호텔에 해당하는 장소를 학회장으로 빌려 3일간의 학술행사, 전시 부스, Gala Dinner-간친회, 각종 위원회 회의, ·일 교류회 등 모든 행사를 이곳에서 진행한다는 부분이 그만큼 학회도 관련 산업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음을 시사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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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도 이전과는 다르게 눈에 띄었다. ‘동양의학의 과학적 근거-한약과 침구 치료의 힘과 미래’. 우리에게는 평범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유독 눈에 들어온 이유는 일본에서 침구는 주로 전일본침구학회를 중심으로 몇몇 의사와 침구사들이 주도하고 있고, 일본동양의학회에서는 주로 의사들이 한약 처방을 중심으로 다루어 서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의사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던 침구 치료가 메인 학회에서 다뤄 질만큼 관심이 커졌다는 것도 하나의 큰 변화로 느껴졌다.

     

    초청 연자의 특별강연, 오프닝 키노트 강연, 일본동양의학회 학술대상 수상자 강연을 비롯 각종 질환별 한약 처방 운용을 중심으로 한 주제 발표가 여러 개의 세미나 룸으로 나뉘어서 진행됐다. 각 제약회사별 스폰서 런치 세미나, 일본동양의학회-전일본침구학회 공동 심포지엄, 일본동양의학회-일본치의학회 공동 심포지엄, 일본의사학회 공동 심포지엄, 화한의약학회 공동 심포지엄, 임상연구 워크샵 등 다양한 컨텐츠가 제공되고 있었다.

     

    우리로 치면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수도권역 대회의 느낌인데, 구성은 거의 국제학술대회 수준이었다. 그 외에도 한방 입문 교육 과정, 의사를 위한 침구강좌, 생약 실습 세미나 등 초보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대학 정규과정에 의사, 한의사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 중에서 관심이 있는 회원들 위주로 한약이나 침구를 따로 추가로 배워 임상에도 활용하고 학회 활동도 하는 구조로 이러한 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이해가 됐다.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태도도 참 인상적이었다. 강연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많이 하는 문화, 우리 같으면 별거 아니네 하면서 가볍게 듣고 넘겼을 내용도 꼼꼼하게 메모해 가면서 기록하는 문화, 하나같이 검정색 정장을 마치 교복처럼 차려 입고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문화, 분 단위로 정확하게 시간 지켜가면서 진행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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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한·일심포지엄에서는 좌장으로 참석하게 됐다. 몇 년 전부터 우리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공통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약 처방을 선정해 이에 대한 실험연구, 임상연구, 임상 활용 사례, 임상 진료지침 등 양국의 연구 성과와 임상 활용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해 왔다. 올해는 인삼양영탕을 중심으로 강연자가 구성됐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일본에서는 아무래도 우리처럼 탕약을 많이 쓰거나 체질이나 변증에 따라 가감을 한다는 개념 등이 없이 쯔무라 같은 제약회사에서 생산돼 나오는 한약 엑기스 제품을 처방하는 분위기라 서로 관심이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도 제제약으로 활용하는 보험한약과 일본의 제제약을 매칭해 처방 구성이나 임상 활용 등에 대해 심포지엄을 진행해왔고, 차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자 이제는 체질 진단, 변증 등을 통한 한약의 활용에 대해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강연의 내용이나 질문 및 토의의 범위가 더 넓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좌장으로 미션을 무사히 마치고 GALA Dinner 행사에 참석했다. 대한한의학회 회장님 인사말씀 및 수행 통역으로 역할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 참석하다보니 이제는 나를 찾아주는 분들도 많이 늘어서 편하게 밥이 넘어갈 겨를이 없는 시간이었다. 학술대회를 3일간 개최하고 토요일 저녁은 친목 개념으로 학회 임원은 물론 일반 회원들도 자진해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모여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공연도 즐기고 서로 인사하고 네트워킹하는 문화는 부러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외국인에 대해서 수줍어하고 조심스러워할 것 같던 일본인들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적극적으로 찾아와서 명함을 건네면서 인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전국학술대회 행사를 끝내고 저녁식사 자리를 무료로 마련한다고 해도 학회 임원들이나 회원학회 회장님들조차도 전부 한 자리에 모시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일본에서는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이런 자리를 찾고 즐기는 모습이 몇 년이 지나도 아직도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올해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학술 행사였다. 11월에 있을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수도권역에 일본측에서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십사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나의 공식적인 업무는 마무리 지었다. 새벽 늦게까지 휘황찬란하고 사람들로 가득했던 신주쿠에서의 밤을 마지막으로 돈키호테 방문으로 인해 두둑해진 가방과 함께 내년이 기대되는 설레임을 안고 무사히 귀국했다.

     

    올해는 66일 현충일이 금요일에 끼어서 금토일 3일이 연휴이다 보니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다. 일본 측에서도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와주니 본인들 학회의 위상도 서고, 앞으로 국제화 부분을 더 성장시킬 계획을 갖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년 5월 말, 6월 초에 전일본침구학회와 일본동양의학회가 1주 간격으로 개최되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우리와는 다른 외국 학회 문화도 접해보고 가족들과 주말 일본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내년에도 필자는 또 그 자리에 있을 테니 새롭게 참석하실 분들이 반갑게 인사해주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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