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내부 요인으로 인해 멈춰 섰던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계추가 다시 움직일 전망이다.
첩약보험 시범사업 참여와 관련한 전 회원 투표를 통해 한의계 다수의 민의가 확인됐다.
총 투표권자 23,094명 가운데 16,885명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해 찬성 10,682명(63.26%), 반대 6,203명(36.74%)으로 나타나 8년 만에 상실됐던 첩약보험의 추진 동력이 되살아났다.
이에 따라 한의사협회는 이달 중 개최 예정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범사업 최종 계획안이 확정되면, 첩약보험 청구 사전교육 등 시범사업의 안정적인 진행을 위해 철저한 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시범사업이 출발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한의계가 내부 논란 끝에 첩약보험 급여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과 달리 의협, 약사회 등의 반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특히 양의사들의 극렬 반대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의사협회는 지난 달 28일 청계천에서 1백여 명의 회원들이 운집한 가운데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한방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양의사들은 전통 약탕기 모형에 ‘첩약 급여화’라고 적힌 노란색의 문구를 새겨놓고, 이를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연간 5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첩약보험 적용은 절대 시행해선 안 된다”면서 “현대 의약품의 기본적 요건인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도 안 거친 첩약 보험은 건강보험 원칙을 무시한 졸속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양의사들은 첩약보험 즉각 철회하라, 첩약 급여화 국민건강 위태롭다, 한방보험 즉각 분리하여 국민선택권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주구장창 외쳐대며 첩약 급여화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의사들의 행사 기사에 달린 대부분의 댓글은 비난 일색이었다. ‘의사 집단이 깡패냐’란 조롱을 비롯해 ‘국민부담 덜어주는 걸 반대하는 이기적 집단’, ‘국민의 선택은 백이면 백 모두 찬성’, ‘코로나 시국에 웬 시위, 국민건강 안중에도 없네!’ 등 따가운 눈총이 주를 이뤘다.
양의사들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첩약 급여화 요구는 한의의료이용 실태조사를 할 때 마다 국민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항목이다. 국민의 필요에 의해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채 집회를 강행한 양의사들의 행태는 첩약보험 급여화와 국민건강증진을 방해하는 발목잡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