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회원의 선택은 첩약보험 시범사업 추진으로 귀결됐다.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에 대한 찬성 여부 투표’ 결과가 지난 24일 발표됐다.
대한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 결과를 한의협 통신망(AKOM)에 공지했다. 한의사 투표권자 2만3094명 중 총 1만6885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73.11%)했다. 이 가운데 찬성 1만682명(63.26%), 반대 6203명(36.74%)으로 집계돼 과반수 이상이 첩약보험 시범사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주의의 작동은 언론의 자유, 투표의 자유, 다수결에의 복종에 의해 이뤄진다고 한다. 투표결과는 민의를 대변하는 여론이다. 다수가 첩약보험 시범사업을 추진하라는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 투표 결과를 받들어 최상의 안을 도출해 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노인과 여성을 대상으로 치료용 첩약의 보험급여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한약사, 한약조제약사 등 비의료인과 함께하는 첩약보험은 하지 않겠다는 한의계 내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현재는 그 당시보다 보험 재정이 훨씬 줄었고, 대상 질환도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등 세 가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다수의 회원들이 첩약보험을 선호하는 것은 한의약의 제도권 의료를 바라기 때문이다.
과반수 이상의 첩약보험 찬성표는 앞으로 건정심 소위원회 및 본회의에서 시범사업의 실질적 추진을 위한 최종 계획안 마련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혁용 회장도 담화문을 통해 “8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회원 여러분들의 현명한 선택 덕에 한의약의 미래를 끌어갈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됐다”면서 “아쉬운 역사를 뒤로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더 디딜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다수의 찬성으로 첩약보험 추진 동력을 얻었다. 하지만 첩약보험에 반대 의사를 던진 6203명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60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왜 첩약보험을 반대하는지, 그들의 우려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문제점을 개선할 때 시범사업 계획안은 한층 더 나아질 수 있다.
이에 더해 양방의 집요하고도, 거센 반발도 극복 과제다. 첩약보험은 재정 낭비이고, 국민을 마루타로 삼고자 한다는 왜곡된 주장을 넘어서야 한다.
무엇보다 시범사업의 핵심은 수요자인 국민이다. 국민의 건강한 삶에 보탬이 되는 밑그림을 그려야만 첩약보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