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어지는 자리와 캐롤 드웩의 심리실험 그리고 피드백
너기의 병원경영 <30>
우리들은 흔히 농담 삼아서 개원할 때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에 대해서 ‘자리’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농담이지만, 진담반으로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자리란 일반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서, 간판만 보고도 환자들이 오는 이른바 ‘간판효과’가 쉬운 자리로써, 초진 유입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상권을 말할 것입니다.
이러한 자리는 일반적으로 소위 말하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2500세대를 독점하는 아파트 상권이거나 혹은 지하철·버스정류장 등의 역세권에 1층처럼 독점이거나 혹은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지역말입니다. 동시에 주변상가들이 생필품이나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가야하는 은행, 우체국, 마트, 생필품가게, 랜드마크에 해당되어서 유동인구를 흡입하는 상가흡입력이 강하든지요(역으로 안좋은 자리는 다른 주변 상가가 없이 덩그러니 혼자 있는 한의원으로, 유동인구가 비록 많더라도 다 흘러가야만 하고 머무는 곳이 없다면 좋지 않은 자리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제 이런 자리란 요소들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한의사가 2배로 불어나는 시점이 1945년경부터 2001년경 50년이 걸렸지만, 이제 한의사가 2배로 불어나는 데는 2002〜2010년경까지 고작 8년도 걸리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졸업생 숫자가 더 늘어나게 되면, 이제 아무리 지방의 시골일지라도 면 단위에 5개 한의원이 10개로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인구 150만명 이상 광역시에는 한 건물 건너에 한의원이 하나씩 있는 것은 기본이며, 심지어 한 건물에 2개 이상의 한의원이 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습니다.
졸업생 숫자가 늘어나게 되면, 더 이상 이른바 좋은 자리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 일개 개개인의 한의사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복지부와 협회, 교육부, 대학, 수험생 등이 함께 발맞추어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쉬운 문제도 아닙니다.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러기 위해서 신도시라도 가야하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서 지금 2014년 초라면 아직 세종특별시처럼 대량의 인구가 이주해올 신도시는 아직 자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졸업생 숫자에 의한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신도시나 새로운 자리를 찾아 이전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리를 옮기는 것은 인테리어, 혹은 환자 권리금, 보증금이나 양수양도에 따른 인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제 자리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자리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이를 의료세대를 분류할 때 자리가 중요했던 시절이 1세대와 2세대, 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두되는 세대를 의료 제3세대(브랜드시대)라고 하고 현재는 제4세대(미세질환세분화시대)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캐롤 드웩(Dweck)은 재미난 실험을 했습니다. 캐롤 드웩과 동료들은 학습이나 지능에 대해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태도와 신념이 본래부터 타고나는 학업이나 직업성취에 대한 인지적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타고난 재능보다 일이나 업무에 대해서 바라보는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련의 실험을 하였습니다.
재능, 지능, 성격 등 심리적 특성이 큰 틀에서 불변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모아서 ‘고정 마음가짐(fixed mind-set)’이라고 정의한 그룹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지능, 성격 등이 변할 수 있고, 피드백과 학습을 통해서 발달되고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성장 마음가짐(growth mind-set)’그룹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들에게 매우 실수하기쉬운 문제들을 일부러 연달아 출제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성장 마음가짐이 높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고정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에 비해 실수 후 훨씬 높은 정확성을 보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들은 한마디로 실패를 통해서 자신이 변화될 것이라고 믿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의료는 흔히 감성재라고 합니다. 보통 제조업에서 생산되는 공산품들과는 달리 감성서비스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서, 아무리 환자분들이 기능적으로 우수한 치료성과를 보이거나 물리적으로 가깝고 찾기 편한 ‘자리’에 위치한 병원이 존재한다고 해도, 비슷한 수준이거나 뒤지지 않는 의료수준을 가지고 있다면 보다 따뜻하고 감성적이며 서비스의 질을 올리려는 병원을 선택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불황을 이겨내는 길은 보다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통해서 우리들의 의료수준과 동시에 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여 단골을 만드는 것이 정석입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에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위해서 우리 자신들과 한의원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항상 노력할 수 있도록 ‘일신우일신’으로 매일매일 성장해야 할 것입니다.
반드시 병원에 자체적인 회의와 자체 피드백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