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승 원장

기사입력 2013.12.20 11:25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B0042013122041128-1.jpg

    진료실 풍광 에세이

    “각기 다른 신앙 안에서 넉넉히 베풀면서 살아가는 모습에 감명”

    이번 호에서는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두 분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분은 평창동에 거주하고 계시는 80세가 넘으신 할머니인데, 3년 전 우측 늑골 부위를 치료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계종 불교신자로 매 절기마다 사찰행사에 참석하시고, 집안에서는 정원을 부지런히 가꾸는 분입니다.

    하루는 진료를 하는 중에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종교가 무엇인가요?” “예. 저는 기독교입니다.” “학교는 어디 나오셨나요?” “동국대학교입니다.” “아, 동국대는 조계종 재단이지요. 그래서 선생님과 제가 연때가 맞는가 봅니다. 믿는 바가 다르지만, 우리가 모르는 인연이 있답니다. 또 종교라는 것이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은 한곳을 지향하고 있지요. 신앙생활 열심히 하시고, 더욱 노력해서 훌륭한 의사가 되세요.” “예. 감사합니다.”

    거리가 멀고 노구시라 병원 방문은 못하시고, 전화로 필요한 약과 건강 문의를 하십니다. 할머님 간병인과 여러 지인들을 소개하여 주시니 감사한 일인데, 무엇보다 추석 때 꼭 정성스런 과일박스를 보내십니다. 처음이라 그렇다고 생각하였는데 4년째인 올해도 과일과 인사말씀을 주시니 그 정성에 더욱 감사하였습니다.

    “할머님. 이제 과일선물은 그만 보내셔도 됩니다.” “내 한방 주치의로 생각하고 편하게 연락하고 진료를 받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요. 그냥 정성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부처님의 자비와 가호가 함께 하기를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늘 예의로 응대하시고 품위를 잃지 않으시는 단아한 품격을 갖고 계십니다. 주위분 소개와 진료를 꾸준히 하시는 것만으로 감사한데, 마음정성을 주시니 참 고맙지요. 사람간에 좋은 인연은 있습니다. 그것은 살아가는데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하고 행복하게 합니다.

    또 한분은 60세 중반의 남해 부근 기도원 원장님입니다. 5년 전 무릎관절을 치료하고서, 서울에 올라오실 때 몇 일간 지인 집에 머무르며 치료하십니다. 허리와 목, 무릎 등 전신관절에 통증이 있으시고, 신유의 은사를 가지고 계셔서 다른 사람들은 잘 치료를 하시는데 유독 본인 병에는 응답이 없다고 하십니다.

    기도하는 중에 이곳에서 치료하시겠다는 믿음으로 먼 거리이지만 방문하십니다. 믿어주시니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치료하는 중에 어느날 작은 봉투를 두고 가셨습니다. 금액이 있는 것으로 보여 원칙상 금전사례는 용납이 안되어 단호하게 거절하였습니다. 또 홀로 사시면서 뚜렷한 수입원이 없는 작은 기도원을 운영하시니 형편이 넉넉치 않았습니다.

    다음 진료 때 떡과 과일, 농사하셨다는 고구마, 옥수수 등을 가지고 오셔 진료실에 한턱을 내셨습니다. 그러다가 불쑥 가시기 전에 진료실에 오셔서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제 기도 중에 하나님이 감사의 표시로 소정의 사례를 드리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당황스럽고 같은 종교라 완전히 무시하기도 그러하여 잘 설명을 드렸지만 막무가내로 하나님이 시키신 일이라고 “나는 주었으니 마음대로 하라”며 던지듯이 가셨습니다. 황망하여 다음에 드리려고 보관하였는데 “만약 다시 돌려주면 치료하러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방법을 바꾸어 과일로 주시면 안되냐고 말씀드리니 막무가내입니다. 또 한마디 “시키신 일입니다” 치료에 도움이 되는 처방을 하고 대신 지불하고자 하니 버럭 화를 내십니다. 아 정말 어려운 환자입니다.

    1년 여를 지나고 지난 봄에 수양딸 되는 분과 신도 한분도 함께 모시고 다시 아픈 관절을 치료를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내가 완전한 회개를 하지 않아 완치를 안 시키는 것 같습니다. 남해 부근에도 수많은 병원, 한의원이 있는데 이곳까지 진료를 받으라 하시니 말입니다. 원장님 다시 부탁합니다.”

    고마운 환자이지만 부담이 되는 환자임에 분명합니다. 약 2개월간 치료하시고 이제는 치료가 거의 끝났으니 내려가시겠다고 하십니다.

    주의사항들을 말씀드리는데 다시 봉투를 책상 위에 두십니다. 이번에는 제가 정색을 하고 화를 내면서 거절을 하였더니 오히려 더 크게 화를 내시면서 던지듯이 가버리십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 전화로 문자로 수차례 정중히 거절을 하였으나, “드려야 내가 치료가 되고 큰 축복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원장님도 너무 그러시면 하나님이 복을 안주시니 그냥 받으시고 살아가시면서 좋은 일에 사용하시면 될 것입니다”라는 말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단히 봉합을 하고 오실 때마다 드리니 역시 화를 내시며 “복을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호통입니다. 결국 작은 부분이나마 환자 치료비로 사용하고, 일부는 봉사하는 좋은 사역에 사용 중에 있습니다.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는 두 분은, 각기 신앙 안에서 세상에 얽매이지 않고 주위에 넉넉히 베풀면서 살아가시는 모습이 어딘가 많이 닯아 보입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