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원장

기사입력 2013.11.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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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기의 병원경영 <27>

    환자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의사가 되는 것

    ‘질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되는 것’과 ‘환자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의사가 되는 것’. 분명 둘다 좋은 의사가 되는 비슷한 목표이면서도 조금은 다른 목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를 깨닫는 데에는 근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질병을 잘 고쳐드리는 것도 위대한 일이고 어려운 일이지만, 환자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였습니다.

    제가 한의대를 들어갈 때쯤에 마침 한의학 드라마인 ‘허준’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어서, 드라마틱하게 질병을 치료하는 허준이나 허준의 스승 유의태의 모습을 보면서 질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멋있어 보이고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한의대를 막 졸업해서, 국가고시를 합격하고 막 한의사면허를 받을 때는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였습니다.

    그리고, 난치병일지라도 도전하고, 많은 질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되고자 노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영업 하시는 젊은 분의 간단히 반복되는 소화불량이나 위장염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소화불량이나 위장염을 고쳐드리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한달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소화불량으로 내원하셨습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나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심하신 분들은 불규칙한 식사시간과 더불어 식사를 하시더라도 아주 급하게 드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사는 분이 많다보니, 식사의 질 역시 형편없었습니다. 이렇게 생활이 반복되어서 질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질환 자체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분들이 가진 생활습관이나 패턴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일시적인 호전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가서는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는 개선할 수 없습니다.

    오실 때마다 간단한 질환을 치료해 드리고 불편을 해소해 드리는 것은 진정한 의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의사란 그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지, 일시적 증상을 없애는 기술자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질환을 가지신 분들이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생활습관 때문에 반복되는 질환을 가지신 분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결국, 이분들은 지금 약을 드리고 치료를 해드리는 것보다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였습니다.

    그래서 그분들께 잘 주무시고, 조금이라도 식사의 질을 높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드시지 말며, 제때 식사하시기를 권해드렸습니다. 사실 전혀 어렵지 않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적인 레벨의 말씀이었습니다. 어느 의원마다 하는 “잘 쉬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술담배 줄이셔요” 그리고 그말을 매번 오실 때마다 저 역시 무미건조하게 반복해서 전달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아무리 말을 해도 생활을 변경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느날에는 환자분들께서 너무나 변화가 없으셔서 화가 났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인데,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환자분 자신이 이해가 안되고 화가 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여쭈었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인데, 왜 그렇게 안바꾸세요?”라고 말입니다. 환자분들께서 말씀하시길 “어디가나 비슷한 말을 해요. 저도 알아요” 라고 말입니다.

    그때서야 비로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장이기에 혹은 직장에서 어떤 위치이기에 개인의 행복이나 건강을 많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삶의 무게가 이제야 비로소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야 그분들의 생활습관이나 감정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애정과 호기심을 가지고 그분들과 대화하고, 그분들의 생활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그분들은 스트레스가 심하셔서 식사 따위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스트레스에 지치셔서 식사를 비롯한 생활환경을 자신들에게 너무 가혹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셨습니다.

    환자분께 애정을 담아서,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서 직장인로서의 혹은 가장으로서 생활여건을 이해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드실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 확보된다면 자신의 몸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애정을 담아서 식사를 하시고 잠도 잘 주무시길 권해드렸습니다.

    전 질병만 보고,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더 나은 삶으로, 생활환경을 바꾸어 드리기 위해서는 먼저 그분의 마음과 감정 그리고 여건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설사 이해 못하더라도 그분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며, 그 사람의 생활패턴이나 생활습관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모든 환자분들은 각자의 사정과 상황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반드시 그 상황에 맞는 자신의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합니다. 의사가 이성으로 보기에는 비합리적인 환자 본인의 무의식적인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의사로서 쉽게 판단하고, 지시적인 조언을 하기보다 경청하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환자분께 무조건적인 격려가 중요합니다. 팔의론(八醫論)에 나오는 최고의 경지인 ‘심의(心醫)’는 바로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환자를 질병으로 보지 않고, 그 마음까지 볼 수 있는 그런 경지를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영화 패치아담스에서 당뇨병 환자분께 챠트 넘버에 담긴 당뇨질환명이 아니라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환자이름을 먼저 물어보고 악수하는 남자주인공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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