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원 원장

기사입력 2012.08.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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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미로 - 방어기제

    인간의 마음에는 ‘방어기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 그리고 내부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편차에 대해서, 마음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노력을 말합니다.

    하지만 방어기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인체가 간의 염증을 섬유화하여 염증을 막아주지만, 섬유화된 조직은 기능을 잃게 되는 자연적인 방어작용과 유사합니다. 마음의 방어기제도 일종의 심리적 방어 시스템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병리현상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읽었던 피터팬이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어린이 피터팬이라는 인물을 소재로 합니다. 그런데 이 동화의 주인공 피터팬은 사실 작가의 고통스러운 가정사의 결과물입니다. 이 작가에게는 형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이 두 형제 중에서 유별나게 형을 사랑했습니다. 편애를 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 형이 10대 중반 나이에 사고로 먼저 세상을 뜨게 됩니다. 사랑하는 첫째 아들의 죽음에 어머니는 크게 상실했습니다. 하지만 피터팬의 작가는 형의 죽음을 계기로, 죽은 형을 흉내내게 됩니다. 이것은 두 가지 효과를 일으키게 됩니다. 한가지는 사랑하는 큰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는 여전히 큰 아들이 살아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 상실에 대한 슬픔을 줄여주게 되고, 또 한가지는 형으로 인해서 소외받던 둘째 아들 즉 피터팬의 작가는 비로소 그 때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물론 형의 모습으로서만.

    그래서 이 작가는 어머니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본인이 성인이 되지 않고 어머니의 기억 속에 있는 14세 형의 모습으로 남기를 바랬습니다. 이러한 그의 바람을 몸에서도 수용했던 것일까요? 실제로 이 작가는 성인이 되어서도 키가 160cm도 안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터팬이라는 인물이 평생 자라지 않고 어린이로 살아간다는 설정은 작가의 이런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피터팬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어린이처럼 행동하여 사회 적응에서 문제를 보이는 것을 ‘피터팬 증후군’이라고도 하는 것이죠.

    이 가정사에서 어머니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연구된 방어기제는 20여 가지가 됩니다. 이중에서 피터팬 작가의 어머니는 ‘대리형성’이라고 하는 것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대리형성이란 받아들일 수 없는 목표나 욕구를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합니다. 작가의 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하는 큰 아들의 자리에 둘째 아들을 앉게 하고 큰 아들로 삼은 것이죠.

    그리고 둘째 아들인 피터팬의 작가는 ‘동일시’라는 방어기제를 작동하여 자신이 마치 형인 것처럼 행동하고, 그런 방어기제를 통해서 어머니의 사랑을 얻으려 했던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어머니의 사랑을 영원히 얻고자 자신의 성장을 거부합니다.

    여기에는 자신을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방어기제까지 등장하는 것이죠. 그리고 영원히 어린이로 남아 있는 피터팬이라는 인물로 ‘소설화’함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내면의 ‘고통’을 아름다운 ‘동화’로 그려내는 ‘승화’라는 방어기제로 마무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은 너무나 충격이 커서, 당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 잠시나마 고통을 줄여주는 ‘마음의 진통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곪는 환부를 언제까지 진통제로 버틸 수 없고, 결국은 환부를 드러내야 하는 것처럼, 마음의 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까지나 방어기제를 통한 마음의 진통제만을 찾을 수 없습니다. 환부가 곪았다는 걸 인정하고 칼을 들어서 환부를 절제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병이 멈추고, 새 살이 돋아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도 역시 현실의 고통에 대해서 언젠가는 직면하고, 그 고통을 정면으로 맞서야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이 생기며, 정신적 성장과 성숙을 이룰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피터팬의 작가는 각각 방어기제를 작동하여 아들의 죽음, 형의 죽음이라는 극단적 고통을 단기적으로 아주 효과적으로 상쇄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현실을 직면하기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마음의 진통제를 찾았기에 둘째 아들을 신체적으로 14살에 머물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피터팬의작가 역시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느라 자신의 본 모습을 억압하여 결국 성장하지 못하고 마음의 갈등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마음의 방어기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은 칼 융이 말하는 ‘콤플렉스’가 되어 정신적 병리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마음의 방어기제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다 나타납니다. 그러기에 누구에게나 이 콤플렉스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칼 융이 말하는 ‘인격의 원만함’이란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고 고백했던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것은 자신의 무지에 대한 방어기제를 작동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위대한 성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도 언젠가 이런 고백을 편안하게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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