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25)

기사입력 2012.04.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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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0년 中國人 閔萃祥의 東醫寶鑑論

    1890년 청나라의 閔萃祥은 『東醫寶鑑』을 간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序文을 쓰고 있다.

    “東醫寶鑑 23권은 朝鮮의 國醫인 許浚이 그 나라 임금의 하교를 받들어 편찬한 것이다. 日本의 醫官인 源元通이 이것을 訓訂하였는데, 卷首의 序에 享保 癸卯라는 것은 이에 皇朝 雍正 紀元의 해(기원 후 1723년)이다.……반드시 상세히 하고 반드시 갖추어져 있도록 하여 질서정연하고, 인용된 서적들이 하나의 틀로 바로 되어 있고, 각 주석의 좇아 내어 보여준 것이 억측으로 판단된 것이 아니니, 진실로 의학 가운데 열매를 거두어들인 책이라 할 것이다. 다만 首篇의 內景은 이미 黃庭經을 이어서 이름을 삼은 것이고, 다시 條例에서도 그 뜻을 펴서 말하고 있다. ‘道得其精, 醫得其粗’라고 말한 것에 미쳐서는 老氏의 설을 마루로 하여 숭상하고 스스로 허무에 발돋움하고 있으니, 이것은 열매를 거두어들일 자의 할 바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이른바 옛날의 良醫들은 반드시 맥을 잡고 색을 살피고 소리를 들어보고 몸의 형체를 살핀다는 것도 미치지 못할 것이 두려움에도 한가로이 그릇되고 멀고 황망하고 동떨어진 설을 말하는가. 그 그릇되고 멀고 황망하고 동떨어진 설은 이에 方士들의 옛 습속이지 의학 종주의 바른 길이 아니다.……그런데, 허준은 또한 古方의 분량이 매우 많아서 다 갖추어 사용하기 어려워서 『古今醫鑑』과 『萬病回春』의 기준으로 바꾸어 좇아서 매 처방마다 헤아려서 일곱여덟 돈 혹은 한냥이 되게 하여 분량을 중도에 맞게 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더욱 공부하지 않은 잘못이다. 무릇 옛적의 升斗權衡(용량)은 본래 지금의 것과 같지 않다.……이에 古方의 分兩은 진실로 일찍이 많은 것이 아니다. 許浚이 이미 깊이 상고하지 않고서 문뜩 고쳐서 사용하니 마음대로 하는 것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다. 오직 많은 고서들을 수집하여 조리가 분명하고 인용한 전거가 흡족하여 황제와 기백을 말하는 자들에게 족히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아깝게도 이단의 학설에 빠져 있고 또한 스승의 마음을 마음대로 쓰는데 과감하였다. 스스로 그 책을 이지러뜨렸으므로 특별히 이를 제기하여 열람하는 자들의 의혹을 깨고자 한다. 귀하게 여기는 것이 그 흠을 줄이고 그 순전한 것을 사용함에 있으면 가할 것이다. 이 판본은 朱曜之가 番舶에서 구입한 조선의 원각본과 교간본을 모두 살폈다. 原序가 全書의 요점을 發明하지 못하였기에 나에게 이와 같이 다시 쓰게 하였다. 光緖十有六年(1890년) 봄 正月 華亭 閔萃祥이 씀.”

    위의 서문을 통해 閔萃祥의 『東醫寶鑑』에 대한 인식과 당시 중국의 의학적 분위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첫째, “의학 가운데 열매를 거두어들인 책”이라고 『東醫寶鑑』의 학술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당시 『東醫寶鑑』은 중국인들이 애독하는 서적의 하나였다. 1763년 중국판 『東醫寶鑑』이 나온 이후(이를 乾隆壁魚堂刊本이라고 함)로 1890년까지 20여회 출간될 만큼 이 책은 중국에서 중요한 의서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둘째, 『東醫寶鑑』의 內景篇의 도가적 색채에 대해 비판적 주장을 하고 있다.
    閔萃祥은 의학의 목표는 질병에 대한 치료이며, 이러한 치료목적을 완수하기에 『東醫寶鑑』은 훌륭한 책임에 틀림없다고 보고 있지만, 앞부분에 나오는 도가적 요소는 이 책의 가치를 반감시킨다고 여긴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견해는 許浚과 閔萃祥의 의학적 목표의 차이를 노정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셋째, 『東醫寶鑑』의 용량에 대한 補正을 비판하고 있다.
    용량에 대한 기존의 견해도 끌어다 許浚의 용량에 대한 무지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것은 지나친 억측으로 볼 수 있다. 허준은 기존 의서의 약량이 당시 조선인의 체질과 불일치함을 발견하여 『古今醫鑑』과 『萬病回春』을 기준으로 약량을 조정한 것으로, 閔萃祥의 주장처럼 도량형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용량을 곡해시킨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閔萃祥의 주장은 『東醫寶鑑』에 대한 정당한 비판으로 보기 어렵다.

    넷째, “이단의 학설에 빠져 있고 또한 스승의 마음을 마음대로 쓰는데 과감하였다”는 등의 비판은 『東醫寶鑑』의 내용 가운데 도가적 요소와 책에 대한 인용을 빗대어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서문에 써 놓고 있는 것은 閔萃祥이 이 책에 대해 어떤 비판적 입장에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보기에 허준의 『東醫寶鑑』은 “이단의 학설에 빠져 있다”고 할만큼 독창적이며, “스승의 마음을 마음대로 쓰는데 과감하였다”고 할만큼 요점을 잘 정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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