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洪淳昇의 ‘左右氣血論’
“左右의 차이는 診斷學的 판단의 準據가 될 수 있다”
洪淳昇(1889~1961)은 1955년에 『洪家定診秘傳』이라는 제목의 醫書를 간행한 한의사이다. 호가 小石이며 고려의 개국공신 홍은열의 33세손으로 경기도 가평군 천안리에서 태어났으며, 남양홍씨 집안 출생이다. 부친 洪鍾振(號는 石汀)은 조선 말기에 掌禮院典祀補, 通訓大夫, 長陵 奉을 지냈다. 일제시대에 醫生이 된 이후로 28세에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행림한의원을 개설하여 진료를 시작하였다. 洪淳昇의 집안에는 현재 손자인 洪性憲과 증손자인 洪鶴基를 비롯한 4인의 한의사가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洪淳昇이 원리론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 있다. 『洪家定診秘傳』의 앞부분에 있는 ‘注意’라는 제목의 글이다.
“陰陽이 아니면 不生할 뿐 아니라 天下萬物이 不成하고 五行의 金木水火土가 아니면 衣食住가 不能한 것과 如히 此冊을 使用하시려면 定診秘傳의 始初要領되는 五行相生, 五行相克, 五色, 五味四時, 五臟, 六腑, 七情, 五臟六腑所屬及所在, 脈法, 經驗한 簡易診法, 呼吸機關及體溫, 病症의 虛實, 執症施藥, 陰陽論까지 不過四五章되오니 여기 記載한 것을 深思熟讀하신 後 各處方을 索用하시되 隨病隨方하야 病의 輕重을 보고 方文의 輕重을 보아 治療則庶可일가 하노라.”
실제로 이 책의 앞부분은 五運, 六氣, 五運六氣總論, 五行相生, 五行相克, 五色, 五味, 四時, 五臟, 六腑, 七情, 五臟六腑所屬及所在, 脈法(經驗한 簡易診法附人身前後左右上下分解法), 呼吸機關及體溫, 病症의 虛實, 執症施藥, 陰陽論 등 원리에 대한 내용들이다.
내용 가운데 눈에 띠는 것으로 左右에 대해 논술하고 있는 점이다. 左右가 마치 이 책의 전체를 꿰뚫고 있는 바탕사상인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左右에 대한 논리가 여기저기 표출되어 있다. 원리론에 해당되는 앞부분의 五運〜陰陽論 이후로 左部病, 左頭痛, 左眼疾, 左鼻孔炎, 左齒痛, 左耳病, 左扁桃線炎, 左淋巴線炎及結核과 耳下線炎, 左項筋神經痛, 左肩臂痛及腋下結核, 左手, 左乳腫結核, 左肺炎, 左肋膜炎, 左腰痛, 左股神經痛, 左膝關炎, 左足, 左 腫 등이 이어지며 같은 내용의 짝으로 ‘右’라는 제목이 붙은 아이템이 뒤로 이어진다.
‘脈法(經驗한 簡易診法附人身前後左右上下分解法)’에서 脈으로 左右의 병을 분별하는 방안에 대해 서술한다. 즉 “人身을 上下左右로 四分하여 陰陽氣血表裏虛實로 分定하되 左便病脈을 右便에서 보고 右便病脈을 左便에서 보아 右便脈이 數而有力하고 左脈이 無力하면 病이 左에 있어 血分病이오 左便脈이 數而有力하고 右脈이 無力하면 病이 右에 있어 氣分病이라 辨定하였으니…左右脈의 有無力과 遲速을 보아 左便病은 補血降火로 爲主하고 右便病은 補陽益氣로 爲主하되 食毒胃炎이나 臨時食滯가 有하거던 消痰導滯材를 兼用…”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左部病과 右部病으로 구분하여 병증별로 치료처방을 설명한다. 左頭痛에 加味二陳湯, 加味地黃湯, 加味淸上 痛湯, 左眼疾에 加味升麻湯, 加味四物安神湯, 加味四物湯하는 식이다. 左頭痛과 右頭痛의 차이에 대해서 左頭痛은 “男子는 滯에 左內疝을 兼한 所 요, 婦人은 滯에 左子宮炎을 兼함이라. 經驗方中二三式記載하노니 他醫書에서 適當한 方文을 擇하여 쓰되 이 式대로 하면 狼狽가 別無하리라”하였고, 右頭痛은 “氣虛病이요, 滯에 有無를 辨定하여 以補氣溫中之材로 主治하되 經驗方中數方式記載하니 他醫書中量宜活用하되 本人의 式대로 熱, 緩, 溫한 方文을 골라 試用함이 마땅하도다”라고 하였다.
洪淳昇의 이러한 치료법은 ‘左右’論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유래를 찾기 힘든 독창적인 치료방안이다. 현실적으로 인체의 外形과 機能은 左右의 균형이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며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차이가 診斷學的 판단의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韓醫診斷學에서 하나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洪淳昇의 주장은 한국 한의학의 독창적 발전상을 더듬어 볼 콘텐츠이기도 하다.
<- 홍순승의 좌우기혈론을 담고 있는 홍가정진비전(195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