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교수

기사입력 2011.02.1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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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당장 우리에게 왜 표준이 필요하다고 묻는다면”

    표준의 세계는 혹자들이 표준전쟁이라고 할 만큼이나 냉혹하다. 왜일까? 표준이 단순히 문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기술화와 관련되어 결국에는 세계시장을 주도하게 되기 때문이며, 엄청난 경제적인 이득을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나 기업에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 세계 전통의학계도 표준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됨에 따라 2000년대 중반 WHO의 각종 표준화 작업을 시작으로 하여 근래에는 ICD의 개정작업에 전통의학을 포함하는 ICTM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ISO에도 전통의학만을 전담하는 전문위원회 (ISO/TC 249)가 작년 6월의 1차 회의에 이어 올해 5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의 2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ISO에 전통의학 관련 전문위원회가 생기게 된 것은 전통의학의 표준화에서 국제적인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중국에 의한 것이었고 그에 따라 사실상 전통의학 표준화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준비하고 있던 한국은 국제활동의 주도권 측면에서 중국에 약간 밀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힘써야 함을 인지하고 노력하던 중에 일본에서 한약에 관한 국제표준을 논의하는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따라서, 이미 좌장으로 섭외되신 최승훈 한의학표준연구원장님과 함께 정채빈 표준연구원 사무총장님 그리고 부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본인이 표준화 관련 국제동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함께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도쿄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하게 되었다.

    일본은 전통의학에 관한 채널이 하나로 집중되어 있어 모든 국제 및 국내 정보 및 활동이 The Japan Liaison of Oriental Medicine (JLOM)의 주관 하에 통합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다양한 국제기구 및 국제활동 분야를 모두 망라하도록 조직적으로 회의 내용 및 참석자가 구성되어 있었다.

    참석자들은 현재 전통의학 표준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WHO ICTM 프로젝트에서 한약·천연물 관련 분류를 주관하고 있는 Peter de Smet 교수, 미국 NIH NLM의 Medical Subject Headings (MeSH) Section의 Head를 맡고 있는 Stuart J Nelson 박사, ISO/TC 249의 간사를 맡고 있는 중국의 Zhen Sang 박사, ISO/TC 249의 두 번째 회의를 주최하는 네덜란드의 Rudi Westerkamp 박사, 일본에서 ICTM과 ISO/TC 249에 관여하고 있는 Kiichiro Tsutani 교수, Takashi Seki 교수 등 뿐 아니라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 설립한 Forum on Harmonization of Herbal Medicine (FHH) 및 WHO 제네바 본부에서 설립한 International Regulatory Cooperation for Herbal Medicines (IRCH)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일본, 홍콩, 베트남의 전문가들 및 IRCH나 FHH의 회원은 아니지만 한약자원이 풍부하고 발달한 태국의 전문가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초청되어 있었다.

    즉, 한약·천연물 연구에 관한 모든 국제 활동, 조직과 관련된 인사들을 다양하게 초청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ICTM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시는 전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하신 장일무 교수님 및 현 천연물과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계신 김용식 교수님이 참석하셔 한국측 참석자는 모두 5인이었다.

    포럼은 모두 네 가지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첫 번째 세션은 한약·천연물의 안전성 및 품질관리에 관한 현황을 다루면서 미국, 홍콩, 네덜란드, 일본의 현재의 관리 실태 및 동향을 접할 수 있었고, 두 번째 세션은 각국의 한약·천연물의 다양성에 관한 세션이었는데 중국, 한국, 베트남, 몽고 등의 표준화 현황에 관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고, MeSH의 Head를 맡고 있는 Nelson 박사로부터 표준화 작업, 용어통일의 어려움 및 전통의학 표준화를 위한 제안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세션은 둘째 날로 넘어가서 세 번째 세션에서는 한약·천연물에 관한 표준화 활동을 다루었는데 FHH나 IRCH의 활동, ICTM 프로젝트 중 한약·천연물 관련 부분의 진행상황, 전통의학에 관한 논의가 일부 진행되고 있는 ISO/TC 215의 활동, 그리고 한국이 회원이 아니기에 진행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던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armo nisation (ICH)에서의 전통의학 관련 표준화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네 번째 세션은 안전성 및 품질관리를 위한 전략을 다루면서 미국, 일본의 상황을 설명하였고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토론 및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면서 포럼을 마쳤고 셋째 날은 일본의 중요한 한약제제 회사인 쯔무라의 본사를 방문하여 박물관 및 생산시설을 견학하면서 일본의 한약재 관리, 생산시설에서의 안전성 및 품질관리에 관하여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포럼에서 다룬 내용 중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ICH의 활동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한·중·일 중에서 ICH의 회원국은 일본뿐이기에 ICH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가이드라인은 일본어를 근간으로 하여 만들어지고 있었고 한약·천연물을 가리키는 용어도 국제적으로 현재 통용되고 있는 herbal medicine이나 natural medicine이 아닌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crug drug라는 용어였다.

    한국의 장일무 교수님께서 이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국제표준이 어느 한 나라의 용어를 바탕으로 하여 제정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시고 많은 참석자들이 그에 동의하였으나 참석자들의 국적이 대부분 ICH의 회원국이 아닌 이상 ICH의 회의 실제 절차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우리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국제 활동 및 동향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주시하여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미 중국은 그 표준이 적정하고 제대로 만들어진 표준이냐를 별개로 생각할 때 전통의학 분야의 다양한 표준들을 제정하는 작업이 거의 완료되어 있는 상태이고 일본 역시 이번 포럼을 기회로 표준화 영역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통의학의 표준화는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5월에 네덜란드에서 열릴 2차 회의의 임시 일정에도 ISO/TC 249 전문위원회의 활동영역에 관하여 논의하는 시간이 많이 배정되어 있기에 중국측이 무언가 새로운 카드를 준비해서 등장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함과 동시에 한국측에서도 회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표준이 우리에게 지금 당장 무슨 필요가 있고, 무슨 역할을 할까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별다른 필요가 없다고 생각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볼 때 표준을 선점하게 되면 그것은 세계의 전통의학계가 바로 우리 앞에 열리게 되는 것이므로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MeSH를 담당하고 있어 표준화 및 용어에서는 세계적인 전문가인 Nelson 박사는 용어의 정리 및 통합이 필요한 이유로 정보 교환에 편리하며 임상연구에 필요하다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인류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생각해 볼 때에도 표준이라는 것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크다. 단순한 국가적인 이익이나 한의학에 대한 애정에서만이 아니라 인류전체를 위한 의학으로 한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표준이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Nelson 박사의 발언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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