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현 한의사(한의신문 명예기자)

기사입력 2009.05.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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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한의학 旅行 2

    여행을 시작한 지도 어언 3주가 지났다. 지금 나는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여정지인 시나이 반도 ‘다합’이라는 곳에 와있다.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이기도 한 이곳은 그야말로 휴양지라, 이제까지 강행군으로 지쳤던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있는 중이다. 파도가 찰랑이는 바다를 보며 이 글을 쓰는 지금,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 시기도 아닌데다가, 여행지 자체도 유럽에 가깝다 보니 서양 여행자들이 많고 동양 여행자들이 적어, 유달리 중국인 여행자들과 일본인 여행자들이 반갑게 느껴진다. 얼핏 서로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역시 먼 곳에 나와서 만나니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끼리의 정서가 비슷하긴 비슷한 모양이다. 서양 여행자들보다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이다. 인연이 닿아 일본 여행자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는데, 일본 여행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영어 사용에 능하지 못하여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하루 종일 일본어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날들이 며칠 이어져 한국 사람들에게 일본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이 참 재미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다니면서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것이 이 배낭여행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학교에 다닐 때 일본 의학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다. 메이지유신 때 동양의학 체계를 완전히 없애고 철저하게 서양의학 쪽으로 돌아섰던 일본이 지금 ‘Kampo’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한 때 자신들이 버렸던 전통의학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참고로 Kampo라는 브랜드 이름은 ‘漢方’의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영어로 옮긴 것이다). 풍부한 재원을 이용하여 연구소를 설립하고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일본에 살고 있는 일반 국민들은 한의학(일본에서는 漢方醫學)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져 함께 다니던 일본 여행자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의사가 침, 약, 추나요법을 모두 시행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 기술을 시행하는 직업들이 각각 나누어져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시술되고 있는 한방요법은 예상 외로 추나요법이었고 그 다음이 침, 약 순이었다. 추나요법은 마사지샵같은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침술은 우리나라의 옛 침구사와 같이 큰 병원이 아닌 동네 클리닉 수준에서 시행되고 있었다. 역시나 근골격계 질환에 많이 이용되고 있었으며, 젊은이들보다는 연세가 있는 어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네와 비슷했다.

    한방약은 의외로 일반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거의 잊혀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속효성’이 없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양약은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만, 한방약은 효과가 느리기 때문에 환자도 의사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약보다 한방약이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소수의 일본인들도 정로환이나 감기약 같은 것을 가정상비약으로 두는 이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다.

    한방약이 예방에 탁월하다는 인식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핵가족화 되면서 윗세대에서 이용되던 민간요법도 전혀 전승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는 것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이지만 한방약만큼은 그 중에서도 예외라고 하니 의외였다. 또한 조금 놀랐던 것은 침, 추나, 약 등이 하나의 이론에서 나온 하나의 의학이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대 일본인들의 머릿 속에 이 모든 것들은 처음부터 별개였다.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바로 옆 나라인데도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하나의 체계가 나누어져 따로 시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지만, 그 이론이 어느 정도 보존이 되고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어떤 식으로 한의학이 변화되었는지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세계의 추세에 맞춰 ‘Kampo’라는 이름으로 대체의학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져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웠다.

    한편으로는 사회제도가 의학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그 힘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고, 한의학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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