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힐튼호텔에서는 전통 한의학의 우수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東醫定理學』 출판기념회(출판:푸른솔)가 열렸다. 단편적 지식의 나열이 아닌 92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한의학 고전의 탄생이었다. 원저자는 太無眞 박해복 원장이다. 이를 동의정리학연구회 김명동 이사장(상지대 한의대 교수)이 새롭게 자료를 모으고 다듬어 편찬을 했다.
“『東醫定理學』은 太無眞 박해복 선생님께서 한의학을 어떻게 이해하였고, 어떤 방법으로 한의학을 공부하였으며, 어떤 방법으로 진료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경을 비롯한 한의서적의 내용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늘 청정한 마음가짐으로 참선을 생활화하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초벌로 기록하고, 다시금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를 반복하여 이론을 세우고, 이를 임상에 적용시켜서 그 결과를 얻어 낸 내용들을 강론(講論)하신 내용들로 되어 있습니다.”
김명동 이사장에 따르면 이 책에는 생소한 용어도 많이 나오고, 희귀하거나 일반의서에서는 흔히 사용하지 않는 약물들이 소개되어 있는 것은 물론 기존 의서에 가감한 처방과 새롭게 창조된 처방들의 수록과 국체이별, 약리이별, 구안와사치료법, 상한론, 두통이별, 본초, 위증증상이별론 등 한의사들이 활용하여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이 수록돼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저자인 太無眞 박해복 선생(1923~1999)은 경희대 한의대에서 학·석사를 수료했고, 인왕한의원을 운영한 바 있다. 특히 (재)동의정리학연구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 학문 탐구에 평생을 바친 한의학자다.
김 이사장이 회고하는 太無眞 선생은 자기 자신에 너무도 엄격한 참 스승이자 기존의 치료방법보다 더 쉽고 빠르게 치료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불꽃같은 열정으로 평생 학습에 매달렸던 분이었다.
“늘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엄격한 분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들이 그 엄한 가르침을 어려워하였고, 성정 또한 급하고 불과 같아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았으며 거침없는 언행은 한번 선생님을 뵌 사람이라면 다음에 바로 알아 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엄하신 한편으로는 따뜻한 배려의 마음을 베풀어 주셨던 선생님이셨습니다.”
太無眞 선생의 사후(死後) 10년 만에 세상의 밝은 빛을 본 『東醫定理學』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1987년 10월 太無眞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선생님의 한의학에 대한 높은 식견에 놀라고 감탄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뵐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고 따라다니면서 배웠던 자료들을 모아 문서화하고, 강의해 주신 내용 가운데 말씀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기억하려 애썼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나 제자들의 질문에 답하신 내용들을 녹음하였다가 시간을 내어 그 녹취물을 들으면서 기록하는 것을 어떤 바쁜 일이 있어도 제일 우선시하며 생활하였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한의학에 대한 고견뿐만 아니라 한의학에 대한 열정에 반해서 그렇게 닮아가고 싶었던 마음 때문입니다.”
김 이사장은 이처럼 太無眞 선생의 유지가 담긴 『東醫定理學』이 한의학을 하는 모든 한의학도들에게 병마(病魔)를 물리치는 여러 가지 무기 가운데 마법(魔法)의 탄환처럼 사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깊은 학문 탐구에서 한의학의 나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김 이사장은 현재 개원가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기초학문 연구는 결코 소홀히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의학에도 다양한 진료 영역이 존재하는데 돈벌이가 되는 분야에 유독 많은 한의사들이 출사표를 내고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하지 못하거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분야나 또는 아예 한의학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치료영역에 도전장을 내고 열정적으로 학습하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경영 위기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김 이사장은 또 목표를 보다 높고, 폭넓게 가질 것을 역설했다. “다른 사람의 논리를 받아들여 실전에 적용하는 것에만 매달리지 말고, 난치(難治)이거나 불치(不治)인 질병을 내가 고쳐봐야겠다는 목표를 세워보십시오.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자신이 아주 마음 편하게 잘 할 수 있는 범위로 정의되는 ‘안전지대’를 넓히게 될 것이고,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특정 분야의 최고 전문인이 될 것입니다.”
큰 꿈을 안고 한의학에 입문한 젊은 한의사들을 위한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어떤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한의학이 풀어야 할 산적한 문제는 기본으로 돌아가 기본지식을 더욱 깊게 이해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김 이사장은 또 질병 치료의 표준화도 강조했다. “질병 치료에 대한 표준화된 자료를 차근히 만들어 나가는 일에도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많은 임상 경험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몇 건의 케이스에서도 유형을 분류해 낼 수 있고, 특징적인 현상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세심한 관찰능력을 최대한 확충시켜야 합니다.”
그는 또 동의정리학연구회 이사장을 맡아 연구회가 나갈 새 비전도 제시했다.
“골몰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하게 하여 자기 스스로 기본적 이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바탕 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조금씩 제시해 주는 ‘동의정리학연구회’의 학문 방법을 널리 알려 나갈 것입니다.”
그렇기에 ‘동의정리학연구회’는 한의학 공부는 원전을 외우고 그 뜻을 새기는 일에만 있지 않고(Work Hard), 암기하기 전에 보다 많이 생각하는 방법(Think Hard)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일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란다.
WHO is 김명동 이사장
▶대성고(서울) 졸, 원광대 한의대 학·석·박사,
다래한의원장, 상지대 한의과대학 학장,
(사)양천지구청소년육성회장.
▶現:상지대 한의대 교수, 상지대 산학협력단장,
(재)동의정리학연구회 이사장,
대한한의본초연구회 회장, 동의생리학회 부회장,
한의사협회 남북민족의학협력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