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근 진해시 석동한의원장

기사입력 2009.02.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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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을 강타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2009년 올 한해도 불황이라는 말이 대한민국에 발 붙여 살고 있는 한의사들에게도 전혀 낯선 단어는 아닐 것 같다.

    사실 한의사들에게 불황이라는 단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친숙한 단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내가 개원한의사를 시작한 지가 벌써 8년차에 들어가고 있는데 불황이라는 단어를 개원 때부터 들어왔으니 호황보다는 불황이 우리 한의사들에게는 더 귀에 익은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한의사들에게 있어 호황은 언제쯤에나 찾아올까?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불황보다는 호황을 누리는 한의사들은 있을 것이다. 그런 한의사들에게는 불황은 얼마든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되어야 하고 극복되어질 수 있는 것인데 단지 개개인의 노력이 부족할 뿐이라고 웃어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부터 얘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개개인 한의사만의 노력으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의사만의 노력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수 십년전 의료보험 또는 건강보험이라는 사회적·국가적 의료보장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던 때에는 병원의 수입원의 범위는 아마도 지금보다는 훨씬 협소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 당시 비싼 병원비를 낼수 없는 개인으로서는 의료혜택을 받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의사의 입장에서 수입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떻게든 돈 많은 개인의 호주머니 안에 있는 돈을 자기 병원으로 끌어내 올 수 있나 하는 것이 주요 관건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과연 어떨까? 아직도 수입이 많은 병원은 환자 개인의 호주머니를 많이 터는 병원일까? 지금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지금은 국민 대부분이 국민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의료보장을 받고 있으니 병원에 가장 많은 돈을 주는 곳은 아마도 건강보험관리공단이라는 국가기관일 것이다.

    또 있다. 보험회사란 곳이다. 자동차보험회사에선 자동차 사고로 인한 모든 재해 및 후유장애에 대해서 의료비를 보장해 주고 있고 민영보험회사는 갖가지 질병보험을 만들어 내어 개개인의 질환에 따른 의료비를 부담해 주고 있다.
    그러면 저들 국가기관과 보험회사들은 자선사업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환자 개개인의 지갑을 터는 것은 이제 의사가 아니고 국가기관과 보험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특히나 국가기관은 다소 흉포해서 아프던 아프지 않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모든 개인들의 지갑을 털고 있다. 그렇다고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의 지갑만 터는 것도 아니고 돈 벌 나이만 되면 다 털고 있다.

    보험회사는 국가기관처럼 반강제적으로 지갑을 털지는 않지만 온갖 감언이설로 개인이 자기 지갑을 열어 돈을 주지 않으면 마치 내일 당장이라도 죽을병에 걸릴 것처럼 꼬드겨 개인들의 지갑을 털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제 개인들은 자기가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돈은 점점 바닥이 나버리게 되었다. 그래도 일단 안심은 한다. 자기가 다치고 병들면 국가나 보험회사가 병원비를 내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한의원이라는 의료기관에서 의료를 하고 있는 한의사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예전에 개인들한테서 지갑을 털 때만 하더라도 좋은 약재를 써서 비싼 약을 처방하더라도 병만 잘 고쳐주면 많은 한의사들이 명의 소리 듣고 부자가 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많은 환자들이 자기가 따로 쓸 돈도 줄어버리고 설사 그럴 돈이 있어 한의원에서 지갑을 열더라도 자기 지갑을 많이 털어간 보험회사나 국가기관에서 따로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한의원에서 받은 진료는 왜 이렇게 보상해주지 않는게 많은지 정말 짜증이 난다.

    그렇다면 한의사한테 가서 진료를 받으나 아무런 면허도 없는 돌팔이들한테 가서 진료를 받으나 보상받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한의사는 저들 면허받지 못한 돌팔이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국가나 보험회사에서 한의사들의 진료에 대해 보상해주는 것은 주로 침과 뜸과 부항뿐이니 우리는 국가공인 침구부항사라고 하는게 오히려 맞지 않을까?
    한의과대학 6년을 다니면서 그렇게 열심히 파고들었던 동의보감 상한론에는 침·뜸·부항보다는 약을 어떻게 얼마나 잘 처방해야 하는가가 주내용이었는데 그건 언제쯤 국가나 보험회사에서 공인해줘서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중년의 여자 환자가 대상포진이 걸려 나의 한의원에서 한방으로 진료를 받고자 내원하였다.
    잘 나을 수 있도록 훌륭하게 약처방을 하고 침을 맞고 봉약침을 시술하도록 치료계획을 잡고 하루 치료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근데 다음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제가 넣어둔 질병관련 보험이 3개나 있는데 양방병원에 가서 5만원 이상 나온 고액 진료비는 다 타먹을 수 있는데 한의원에서 이 질환으로 약 지어먹는건 돈을 안준다고 하니 약을 못먹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가슴 무너지는 전화였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일부 말빨 좋고 약 처방 많이 하시는 한의사분들은 아마도 이렇게 말을 할 것이다. “조 원장이 그 환자에게 믿음을 못줬기 때문일게야. 그러니 처음에 환자로 하여금 확실한 신뢰가 가도록 잘 해야지. 그게 한의사의 능력 아니겠나”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고 내가 가능한 범위에서 확신을 줬을 뿐이고 그 환자는 경제적 효용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왜 한의사가 돈을 털 수 있는 범위는 양방병원에서 돈을 털 수 있는 범위보다 이렇게 좁아서 환자들로 하여금 이렇게 좋은 한의학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요즘 마산·창원·진해·김해 지역에서 개인 소아과의원들이 문닫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00아동병원이라는 얘기를 얼마전 잘 아는 양방의사한테서 들었다. 그 아동병원은 병원당 소아과 전문의 3~4명이서 휴일 없이 진료를 하고 입원시설을 갖추어 놓았으며 야간진료를 하고 있다. 당장 이런 부분만 보더라도 여타 개인 소아과 의원이랑은 경쟁력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그런데 애기 엄마들이 이 병원을 찾는 또 다른 메리트가 있다. 그것은 소아가 입원할 때 입원비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린이 보험을 들고 있는 부모라면 다 알고 있듯이 민영보험에서는 어린이가 입원치료를 받게 되면 입원일당 몇 만원씩 돈이 나오게 되어있으니 환자 부모 입장에서는 입원해서 집중치료도 받고 그렇다고 본인부담금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다가 보험회사에서 입원했다고 돈까지 주는 상황이니 어느 부모인들 이 아동병원을 택하지 않겠는가? 결국 환자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효용성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선 병원 선택에 있어서 경제적 효용성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국가에서는 중증 질병에 대해 더 많은 보장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그에 맞춰서 국민의 의료보장성 지출은 더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이제 의사는 환자의 지갑을 들여다보는 능력보다는 국가기관이나 보험회사로부터 얼마나 많은 의료비를 받아 낼 수 있나 하는 것이 병원 경영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학 진료의 영역 제도권 내로 들어가야 한다”

    얼마전 한의사협회가 산재 진료에 있어서 첩약을 보험화 한 것은 잘 한 일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재지정 진료기관으로 산재 진료를 해본 본인의 견지에선 사실상 일선 개인 한의원에는 거의 아무런 혜택이 없다고 본다.

    실제 대부분의 산재 환자들은 입원실이 갖춰진 병원에서 입원의 형태를 취하고 산재 진료가 끝난 후 산재 등급을 어떤 등급을 받느냐에 더 관심을 가지기에 복수 진료를 할 수 없는 제도 하에서 자동차보험처럼 중간에 진료기관을 바꾸어서 한의원에서 진료받고 한약을 처방받을려고 하는 산재환자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병상을 갖춘 한방병원에서는 어느 정도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도면 이제 우리 한의사가 10년 후, 20년 후에도 한의사란 직업을 가지고 진료를 해 나갈 수 있기 위한 정답은 나온 것 같다.

    한의사들이 아무리 돌팔이 척결을 부르짖어도 우리의 진료가 국가나 사회시스템으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하고 개인의 지갑만 열려고 한다면 면허받지 못한 돌팔이와 다를 건 없다. 단지 오랜 기간 동안 돈 많이 들여서 머리 싸매 가면서 시간만 더 보냈다는 것뿐.

    앞으로 우리 한의사가 이 사회에서 공인받은 의료인으로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다 많은 한의학 진료의 영역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고 변화하는 사회시스템에 맞춰져서 환자에게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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