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우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침구과

기사입력 2008.12.1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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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 표준화 후 세계 표준 확립하기 위한 작은 한 걸음

    한의학의 표준화에 대한 논의는 최근 한의계의 주요 화두로, 많은 논쟁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서양의학이 해부학적 구조 및 인체의 생화학적 이상을 근거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반면, 한의학은 환자 개체와 증후를 중요시하며 변증을 통한 전일체론적(全一體論的) 접근을 하는 특성상의 차이 때문에 표준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표준화는 한의학의 특성을 무시한 채 진단과 치료의 편협을 가져와 진료에 제한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왔다.

    이에 반해 표준화를 주장하는 측은 표준화야말로 한의학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여 현재 침체에 빠져 있는 한의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며, 더 나아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논쟁은 아직까지도 명확한 결론 없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3일 대한침구학회(회장 이건목) 및 대한한방내과학회(회장 윤상협)의 한의약 연구개발사업 임상진료지침 개발 연구팀 주관으로 동국대 문화관에서 개최된 ‘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위한 전문가 워크샵’에 다녀왔다. 일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워크샵은 임상진료지침 개발의 실제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임상진료지침 개발의 필요성부터 시작하여 실제 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위한 기반이 되는 체계적 문헌 고찰의 방법과 임상진료지침 개발 작업을 실제 경험하신 교수님들의 시행착오와 노하우 등을 전수해주는 강연들이 이어졌다. 임상진료지침 개발을 담당하는 실무자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할 내용들로 구성되었다.

    임상진료지침의 개발과 보급-우리나라에서의 현황(안형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근거기반 한의학임상진료지침 개발(한창호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교수), 근거기반의학 연구방법론-체계적 문헌고찰(이향숙 상지한의대 교수), WHO 전통의학 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위한 노력(최인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교수), 화병 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김종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교수), 근골격계질환 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김성철 원광대 광주한방병원 교수) 등의 강연이 이루어졌다.

    오전 강연에서는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의학 표준화 노력과 현 실정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또한 표준화 및 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근거 기반을 닦기 위한 연구 방법론과 임상진료지침 개발의 과정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제시되었다.

    오후 강연은 임상진료지침 개발에 직접 참여하신 교수님들의 생생한 경험을 전해들을 수 있는 시간들로 구성되었다.

    원광대학교 김성철 교수님의 근골격계질환 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 과정에 대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이론적 기반을 쌓기 위한 문헌 고찰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후 각 대학 교수님들은 물론 일선에서 한방 의료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임상한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소수 전문가 합의에 의한 오류를 막고 객관성 및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경희대학교 김종우 교수팀의 화병 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 작업 과정은 앞으로 한의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확연히 제시해주고 있었다. 지극히 한의학적인 화병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 세계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국제 학계에 ‘Hwabyung’이란 병명을 등재시키는 과정은 가장 한의학적인 것이 세계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고 있었다.

    비록 작은 규모의 워크샵이었지만, 이곳에서 한의학 임상진료지침 개발을 통해 한의학 표준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세계 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한의학의 가능성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은 획일화가 아닌, 한의학적 특성을 살린 표준화야 말로 의미 있는 표준화 작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장 한의학적인 것이야말로 우리의 경쟁력이며, 이를 체계화라는 포장을 통해 세계에 내놓을 때 비로소 진정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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