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상 우 박사(한국한의학연구원 학술정보부장)

기사입력 2008.07.2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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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존스홉킨스대학 동아시아 과학사 국제학술대회
    한국의학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 세계 학계 높은 관심
    미국, 歷史와 전통을 담아내는 役事를 벌이고 있었다

    미국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열렸던 동아시아 과학사 국제 학술대회를 다녀왔다. 이 학술대회는 동아시아과학기술의학사국제학회(ISHEASTM)가 3년마다 개최하는 이 분야의 최대·최고의 학술대회이다. 세계 18개국 학자들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팀과 서울대 과학사연구팀, 연세대 의학사교실팀 등이 참여했다. 무더위만큼이나 열정적이었던 대회 분위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볼티모어 학술대회는 오전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시차 적응도 하기 전에 예정된 발표 일정과 준비로 거의 날밤을 지새워야 했다. 특별히 이번 학회에서는 한국팀에게 ‘동아시아의 한국의학’과 ‘중의학의 한국화:세계화 속에서 한국의학 알리기의 문제점과 가능성’이라는 두 개의 독립 세션이 제공됐다. 그리고 발표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학자들이 참가해 열띤 토론이 전개되고 한국의학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대한 세계 학계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사업 홍보

    필자는 학회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성과와 함께 아쉬움이 남는다. 성과 면에서는 세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동아시아 과학과 의학, 기술사 연구의 최신 흐름, 한국 한의학계의 성과와 연구 인력의 세계학계 소개 홍보, 외국학계와의 접촉, 해외 소재 한의학사 연구 인력의 파악, 그간 상호 교류가 미비했던 한국 내의 관련 학술단체 사이의 활발한 정보와 인적 교류 등은 학회 참가의 성과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 사업단이 주도하고 있는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사업’에 대한 소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큰 성과라고 하면 바로 자신감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유수의 외국 학자들이 화려한 연구성과와 국제무대를 배경으로 국내의 학자들보다 훨씬 압도적인 연구역량을 지녔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인데, 막상 발표장에 들어서 보니 그들의 발표내용에 있어서는 막연한 심정적 추론이나 일부에 국한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체를 말하는 점 등 소홀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잘못된 사실관계를 지적하는 한국학자를 대하는 태도나 한국에서 참석한 학자들에게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진지함이 배어나오기도 했다.

    미국 집요한 정보수집 능력 돋보여

    학회 중간에 하루를 할애해 미국 의회도서관과 국립보건원(NIH)의 의학 도서관, 그리고 아시아 지역 유물을 주로 전시하는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필자는 그곳에서 미국의 집요한 정보 수집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의회도서관과 국립보건원에는 한국 출신의 전문사서들과 목록작업에 투입된 한국인들이 배치돼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적지 않은 예산이 한국자료 수집에 배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통 과학기술과 전통의학을 알릴 만한 전문서가 입수되지 않는다는 고충을 호소했다. 그들은 미국의 심장부에서 한국의 뛰어난 전통과학기술을 알리고자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사실 자신감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면 한편으로 아쉬움, 아니 커다란 짐을 안고 돌아온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국립보건원 의학도서관을 방문했을 당시, 마침 동아시아 의학 관련 전시회를 개최 중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의 의학 관련 전시서적에 비해 한국 관련 서적은 빈약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의서인 ‘동의보감’에 대한 소개는 허준의 출생연도를 잘못 기재하고 있었고, 내의원의 ‘내’자는 탈락돼 있을 정도였다.

    NIH 의학도서관내 ‘동의보감’ 전시

    사서에게 들어 보니 이곳에 수장된 한국의 전통의학 자료(고문헌)는 고작 8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나마 ‘동의보감’이 수장돼 있다는 사실이 천만다행으로 느껴진다. 한국의학에 관한 소개가 중국·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지만, 동아시아 과학기술의 전통과 역사를 전시 하거나 소개하는 자리에 빠지지 않고 별도의 코너를 배치한 것만큼은 매우 다행스런 현상이자 일말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미국을 찾는 독자들은 미국의 뛰어난 국가 인프라 투자에 놀라게 된다. 200년이라는 짧은 역사의 나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수많은 갤러리들은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들은 뛰어넘을 수 없는 역사와 전통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오늘의 역사(歷史)와 전통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담아내는 역사(役事)를 벌이고 있었다.

    <대전일보 개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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