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교 시흥시한의사회장

기사입력 2014.01.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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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갑오년 한 해!
    김필건 협회장님의 더 큰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약 10년 전 한 선배 한의사가 한의사의 여러 가지 어려워진 현실을 예로 들며 한의사의 어두운 미래 전망을 예견하면서 나에게 한의사의 미래가 어떨 것 같느냐고 질문을 해왔다.

    나는 “선배님 말씀은 상당 부분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저는 두 가지 관점에서 한의사에게 아직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앞으로 20〜30년 후에는 노인인구가 1/3 정도를 차지하니 아직 한의사들을 필요로 하는 인구가 증가할 것이고, 둘째는 현재 상위 1%의 학력고사 수재들이 집행부를 이끌며 의사, 치과의사를 뛰어넘거나 대등하게 지능게임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두가지 마지막 보루에 희망을 걸어보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한가지 덧붙여 답변을 했다. “선배님은 참 운이 좋으십니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되기 힘든 한의사라는 직업을 당시 잘 선택하시면서 첫 번째는 시운을 만나 승승장구했고, 두 번째는 후배들의 도움으로 또 한번 살아날 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후배 한의사들이 찾아오면 문전박대도, 가슴 아프게도 하지 마시고 잘 해주십시오.”

    대의적인 큰 그림으로 바라볼 때 나는 지금처럼 한의계가 발전하기 좋은 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41대 집행부, 40대 집행부, 신구세력, 계층간, 세대간의 충돌은 한의계 역사 발전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으로서 모든 한의사 구성원들이 한의계 재도약을 위한 역사적 용병으로 서 있다는 말이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아직까지는 건재하듯이 한의사의 한운도 아직까지는 건재하다.

    지금 한의계는 개혁과 견제, 이 두 마리의 토끼가 양존하는 절묘한 위치에 서 있다. 사원총회 후폭풍이니 대의원제도니 여러 가지 모양으로 어수선하지만 나는 현재 한의계가 지나가고 있는 역사는 서양열강에 잠식당했던 중국과 일본의 근대사에서 현대사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적 과정과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한다.

    역사책을 읽을 때 나라의 큰 부흥이 있을 때나 나라가 망할 때 한가지 공통된 단어를 발견하곤 한다. 그것은 ‘격동’이라는 수식어다. 안정을 추구하는 기성세대나 기득권 세력에게는 ‘격동’이라는 단어는 그리 달갑지 않은 말이다. ‘격동’은 기득권에게 기득권의 반환 내지는 손실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해주듯이 한 나라나 개인에게 있어 ‘격동’은 ‘변화’를 의미하고 ‘변화’란 미래의 안정된 기득권의 지속적 보장 및 확대를 위한 필연적 패러다임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격동’을 무서워해서도 거부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적극 환영하고 받아들여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에서 세계 속의 삼성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에 하나도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할 정도의 변화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지 않은가?

    그러면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 앞에 갈등하고 있는 한의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큰 틀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어서 한의계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고 본다.

    청나라 말 두 번에 걸친 아편전쟁에서 한줌밖에 안 된다고 무시했던 서양 오랑캐들에게 패하고 난 뒤 청 제국은 드디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평천국의 난, 염군의 난 등 청 제국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내부 변란을 겪으면서 증국번, 이홍장, 좌종당 등의 당시 청국의 고위 관리들은 우수하고 빛나는 중국 문화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오랑캐들에 앞선 강한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로 ‘자강(自强)운동-스스로 강해지자’, ‘양무(洋務)운동-서양에서 배울 건 배우자’란 기치 아래 서양의 과학기술만 선별 도입하자는 실용적 개혁을 표방했다. 이른바 ‘중체서용(中體西用)-중국의 체제를 유지하며 서양의 기술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화사상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중국의 개혁은 지난 100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효용성을 잃고 온갖 혼란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으며 서구 열강과 일본에 침략과 멸시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끝내 중화사상을 버리지 않았고 민족적 자존심을 지켜왔다. 동양인,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지켰고 문화 정체성을 확고히 유지해 왔기에 역설적으로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 뚜렷한 문화 정체성이 성장의 정신적 동력이 되어 세계 제일의 대국을 향한 무서운 비상을 거듭하고 있으며 중의학이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 중에 하나로 큰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한편 2차 아편전쟁 후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도 대개혁을 시작했는데 일본의 개혁은 궁극적으로 시스템 전복에 목적을 두고 이념적으로 모두 과거를 부정하여 자신이 동양인임을 부정하고 서양인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화혼양재(和魂洋才)’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100여년간 일본을 세계적 대국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이 개혁은 일본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장애로 변하게 되었다. 아시아를 버리고 유럽에 편입한다는 ‘탈아입구(脫亞入歐)’ 정신은 결국 자기부정이라는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창의성의 결여로 이어졌으며 1980년대 미국도 추월하리라던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이후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게 하였다. 이른바 ‘문화 정체성’이 없는 필연적 결과이다. 19세기 말에 만연한 일본의 서양숭배 사상은 일제가 36년간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민족의학인 한의학을 경시하는 풍조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선현들이 이루어놓은 유산과 민족정신을 배척하면서 단순하게 서양의 물질적 풍요만 쫓았던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추락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민족의 얼과 조상의 업적을 과거의 것이라 경시하고 새 것만 쫓다보면 잠시 잠깐은 흥왕할 수 있겠지만 종국에 가서는 세계 재패도 힘들고 민족적 자부심과 정서적 성취감도 줄어들며 더 먼 미래에는 성장동력이 부재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사실을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 한의사가 향후 오랜 기간동안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한의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할 때는 좀 더디더라도 한의학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면서 현대의학과 과학장비의 이용, 보험제도의 개선, 제형의 변화, 해외시장 진출을 꾀한다면 분명히 한의사의 미래는 밝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 신세대 젊은 한의사들이 앞다투어 본인들이 경험한 임상논문들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비방 중심이나 몇 가지의 단편적인 임상성공사례를 상대방에게 전수하는 한의사들의 학문 소통방식에서 통계적 임상결과라는 좀 더 객관화되고 보편적인 학문전달 문화로서 서양의사들도 한의학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하기 위한 기반이 조성되는 좋은 징조라고 할 수 있다. 통계가 없는 단순히 무엇에 뭐가 좋다라는 방식은 우리가 민간의학의 약장수들이 특정식품을 과대광고하는 것을 한심하게 보듯이 의사들도 한의사들을 한심하게 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모 대학 의과대학에서는 한의과목이 필수과목으로 선정되어 한의대 교수가 의대 학생을 가르치는 긍정적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나는 이렇게 한ㆍ양방이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가면서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보다는 국가 성장동력이라는 대승적 차원과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한방과 양방이 서로 공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민족의학의 정체성과 우수성, 세계 속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한의학을 부정하고 단순한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나 정치적인 입지를 마련하기 위한 포퍼먼스로 한의계의 변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의협이나 정부의 일부 세력이 있다면 각성해야 된다고 본다. 이것이야말로 일제시대가 남긴 과학과 실용이라는 미명 아래 과거 우리의 시대정신이었던 한의학을 무시해버리고 무조건적인 서양모방, 서양우월주의, 서양찬양 사상에 갇힌 시대착오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이 근대에서 현대로 가는 격동의 세월을 겪어오면서 여러 정권의 부침이 반복되었으나 두 나라는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나는 한의계가 발빠른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거부하다 일제 치하의 수모를 겪은 우리나라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체구이지만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면서 중국에 실제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등소평처럼 41대 ‘김필건호’가 2014년 망망한 세계의료시장의 대해를 향해 희망찬 노를 저어가려 하고 있다. 서로가 다른 이념과 목표를 가지고 싸워도 결국은 한 배에서 싸우는 것이지 다른 배로 갈아탈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한의호’라는 운명공동체 속에 미워도 다시 한번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동지애를 발휘해야 한다. 필자는 경기도한의사회 학술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특별히 경기도한의사회 학술이사로서의 바람은 2014년 한 해는 김필건 중앙협회장님이 한의계 최초의 직선제로 경기도한의사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정경진 경기도한의사회장님과 대화합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지부 회장님들은 중앙협회장님의 권위를 존중해주고 중앙 협회장님은 본인 의사에 반하였던 여러 시도지부 회장단까지 끌어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41대 집행부는 대입학력고사 1%의 수재들이 모여있는 젊은 피들이 대거 수혈되어 있다. 이들은 회무 경험과 사회적 유대관계의 경륜이 짧아 실수하기 쉽지만 용기와 열정, 투쟁의지, 스마트한 머리가 있다. 지부에는 아직 많은 회무 경험과 소통의 기술, 인맥들이 쌓여 있는 좋은 인프라가 있다. 중앙협회장님에게는 사원총회에서 보았듯이 냉소주의, 무관심으로 침묵했던 민의를 밖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있다. 의협에 전의총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참실련이 있다. 나는 참실련 소속도 아니고 참실련 옹호자도 아니다. 그러나 참실련은 한의사를 폄하하는 외부세력에 대해 신속하게 응전해왔던 모습으로 나와 동료한의사들의 눌려왔던 가슴을 시원케 해주었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다만 앞으로 한의계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에게 한가지 권면하고 싶은 것은 ‘네 선조가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라’, ‘백발의 지혜를 배우라’, ‘대접받고 싶은 데로 먼저 남을 대접하라’는 3가지 경구이다. 이 말은 ‘선배 세대의 수고를 잊지 말라’, ‘선배세대의 문제 해결의 지혜를 배워라’, ‘당신이 먼저가 아닌 내가 먼저 솔선하는 자세를 가져라’라는 뜻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여러모로 주제넘은 말을 두서없이 적었지만 이 글을 쓰면서 나 역시 2013년 한 해 나에게 부족했던 점을 겸허히 반성하면서 2014년에도 중앙회장단과 한의계를 위해 어떻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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