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 - 우리들은 미병인가?
한의학 활용한 맞춤형 미병관리시스템 개발 ‘기대’
세계적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은 점차 건강한 삶의 유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나, 질병 중심인 기존의 의료에서 한계를 느낀 사람들은 한의학을 기반으로 질병에 걸리기 이전에 평소부터 신체의 이상을 관리하는 미병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10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질병은 아니지만 정상범위를 벗어나는 반건강군이 전체의 61.8%로 나타나, 2004년 35%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처럼 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상태를 반건강, 또는 회색지대(grey zone)라 부르는데,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미병(未病)’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상태를 표현하였다.
즉, 아직 몸의 상태가 질병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그 전조증상으로서 몸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을 미병이라고 하며, 이러한 미병 상태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질병으로 이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조증상은 때로는 혈압, 혈당 등의 검사수치상 경계역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때로는 피로, 동통, 수면이상, 소화불량과 같은 신체기능의 이상 또는 불안감, 분노, 우울감과 같은 정신적인 이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에서는 동서의학 융합의 미병 진단기준을 개발하기 위한 미병 프로젝트(연구책임자 이시우)의 일환으로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2013년 5월부터 7월 사이 전국의 성인 남녀 1101명을 대상으로 현대 한국인의 미병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표1).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47%에서 병이 없음에도 여러 가지 이상을 호소하는 미병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현 시점에서의 체계적인 미병 관리가 앞으로의 국민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그림1). 특히 이 중 증상이 3일 이상 지속되며, 휴식 후에도 회복되지 않은 ‘적극적 관리를 필요로 하는’ 미병 대상자는 전체 응답자의 7.4%로 우리나라 성인 중 28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각각의 증상에 대하여 살펴보면 최근 한 달간 우리나라 성인의 70.7%가 피로를, 30.8%가 통증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이외에 수면장애, 소화불량, 우울감, 분노, 불안감 등을 각각 10~20% 정도가 응답하였다(그림2).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서 2가지 이상의 증상을 함께 호소한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평소에도 여러 가지 이상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대부분이 피로 혹은 통증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위의 결과는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여러 가지 이상을 느끼면서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사람의 비율은 전반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특히 피로의 경우 70% 이상의 높은 빈도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비율은 그 중 10% 남짓만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증상이 심화되어 휴식을 취해도 피로감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전체 응답자의 13.8%)에도 의료기관 방문율은 그 중 26.3%로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아 이들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미병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그 파급력은 굉장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미병은 우리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동시에 현재의 보건의료체계에서 관리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의료체계에 의한 관리영역에서 벗어난 이들은 통상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적절한 가이드가 없이 과용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병 프로젝트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미병 진단기준과 아형 분류, 그리고 관리가이드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 맞춤형 미병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제공한다면 의료의 영역을 넓히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