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가 부럽습니다(17)
SNS로 연결되는 오늘날 세상에서 한의학도 다양한 방면으로 전 세계 네티즌들과 온라인을 통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매체의 특성상 각자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일반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진정한 한의학의 효과성과 특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의사들도 늘고 있다.
이번 ‘그대가 부럽습니다’ 인터뷰에서 만나본 권승원 한의사(육군 한의군의관)도 블로그를 통해 융합의학과 근거중심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블로거 중 하나다.
한의학 관련 연구논문 소개 블로그 운영
그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HYBRID MEDICINE - 한방내과 전문의가 전하는 융합의학 이야기’는 크게 2가지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연구동향에 대한 소개이며, 둘째는 임상 케이스 관련 자료다.
“이 중에서 연구동향에 대한 소개가 주 내용이며, 최대한 알기 쉽고, 부담이 되지 않게, 일반인 및 한의사들에게 한의 관련 연구내용을 전하기 위해 개설된 블로그다. 하지만 전문용어가 이리저리 튀어나오다 보면 그게 쉽지만은 않다.”
현재 하루 평균 130여 명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한다. 전체 방문자수는 2만4000여 명 수준. 초기에는 블로그 포스팅을 페이스북과 연동하여 하다보니, 페이스북 링크가 거의 80~90%였지만 최근에는 한방 처방 또는 침 치료에 대한 검색어를 통해 약 60~70%, 그 외 경로로 30~40% 정도 방문하고 있다.
블로깅의 시작은 그의 은사인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조기호 교수의 역할이 컸다. 권승원 군의관이 전문수련의 3년차 때 조 교수와 함께 일본에서 출간된 ‘EBM에 따른 각 과 영역의 한방처방’ 시리즈를 한글화하는 기회가 생겼다. 정식 출판은 되지 않았지만 조기호 교수는 이 자료를 통해 블로그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바로 이 블로그가 탄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각 진료과 영역별로 빈용되는 한방처방에 대한 evidence를 제공했다. 그러다보니 조금 더 욕심이 생겨 이후에는 새로 출판되는 논문들이나 연구동향에 대해 나름 간략하게 요약을 해서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제공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수많은 한의학 관련 연구 및 논문 소개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그는 어떻게 정보를 선별하고 있을까?
“크게 3가지 소스를 통해 자료를 정리합니다. 하나는 일본 한방 전문 사이트(쯔무라 캄포 스퀘어, 일본 동양의학회 등)에서 자료를 보고, 번역을 해서 포스팅한다. 두 번째는 수시로 pubmed를 통해, acupuncture, herbal medicine, Kampo, Korean medicine, Chinese medicine 등의 검색어를 넣고 논문을 찾는다. 수시로 논문이 올라오는데, 이건 조금만 관심이 있는 한의사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논문들 중 스스로 관심 있는 것,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것, 그리고 동료 한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수집해서 간단한 표 형식 또는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한다. 셋째는 논문을 정리한 서적을 통해서다. 사실 중국어는 거의 장님 수준인데, 이런 서적을 통하면 중국어로 된 연구결과들도 접할 수 있게 된다. 요새는 ‘Supportive Cancer with Chinese medicine’이라는 책을 정리 중인데, 이 책을 통해 중의학 관련 논문도 소개하게 되었다.”
한의학은 이미 근거중심의학(EBM)
서두에서 밝혔듯 그가 이 블로그를 통해 가장 크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역시 근거중심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이다.
“근거중심의학은 ‘evidence를 베이스로 의료현장의 상황이나 환자의 가치관을 통합해 실시하는 의료’다. 그런데 이 근거중심의학을 잘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 본래 근거중심의학(EBM)이란 ‘연구를 통해 얻어진 가장 좋은 근거 = evidence best research evidence), 환자의 가치관 · 경향, 의료인의 전문 지식·기술, 진료 현장환경 4가지를 고려하여 보다 좋은 환자 케어를 위한 의사결정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요새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EBM의 4가지 요소 중 1가지에 지나지 않는 evidence가 얻어지면, EBM 그 자체가 확립되어 임상현장의 의사결정까지도 결정되게 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해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해석을 통해, evidence를 과신하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EBM은 안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 근저에는 EBM으로 접근하게 되면, 한의진료에서 사용되고 있는 툴들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EBM을 실천하여 환자에게 어떤 케어를 시행할 것인가를 판단할 때에는 evidence만으로 결정해선 안되고,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evidence와는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evidence가 적은 치료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EBM의 요소 중 ‘환자의 가치관·경향’, ‘의료인의 전문 지식·기술’을 고려하여 evidence의 유무에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EBM 치료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그 어떤 치료 개념보다도 ‘의사와 환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이 바로 EBM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의 블로그에 제공되는 내용은 바로 이 evidence일 뿐, 이것이 치료 결정에 있어 절대적인 잣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이 외의 치료가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의치료는 현재 축적된 여러 근거를 참고로 한 우리 한의사들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며, 무엇보다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것이 한의진료의 특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의진료야말로 EBM스럽지 않나. 다만 문서화된 그 evidence가 부족할 뿐. 우리의 과제는 이 evidence를 만들고, 알리고,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상경험 토대로 연구결과 공유”
그렇다면 블로그의 이름에 나타난 융합의학에 대해 그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생각하는 융합의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바로 ‘경계가 없는 의학’이다. 한의치료만으로! 혹은 양약치료만으로!를 외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서로의 장점을 융합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로지 낫기만을 바라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의진료는 이 흐름에서 앞장서서, 현재 의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 예를 들자면, 항암 치료 부작용, 수술 성적 향상, 삶의 질 개선 등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노력을 통해 융합의학을 선도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군의관으로 복무 중인 그는 남은 2년의 기간 동안 진료에 충실함은 물론 장소에 국한받지 않고 임상경험을 정리하고, 그것을 통해 연구하고, 혼자만의 결과가 아닌 논문화하는 과정을 통해 남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어디에 가든 그 위치에서 가능한 연구를 하고 싶다. 병원에 있다면, 임상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케이스 리포트나 케이스 시리즈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스로도 욕심이 있다보니, 멋있는 임상연구를 디자인하고, 수행해보고 싶다.”
**내가 부러워하는 그 사람…
“분당 탑마을 경희한의원 이준우 원장이다. 보험한약의 활용을 강조하며, 저술·강의까지 하고 계신 부러운 선배님이다.”